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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90화 (487/1,000)

1390화. 전승(戰勝) 장군 호연위

호운도뿐만 아니라, 곁에서 듣고 있는 대내총관 보심조차도 미소를 참지 못할 지경이었다.

보심은 지금 황제가 이처럼 추태를 보이는 것은 전투에서 이겼기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패배한다면 어찌 미소짓겠는가. 하지만 정말로 황제가 추태라고 불릴 정도로 크게 웃고 있는 것은, 호연위의 호기로운 태도 때문이었다.

사실 딱 들어도 호연위가 지금 하는 말에 어느 정도 허풍이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호운도가 어떤 사람인가? 당시 황권 투쟁을 벌일 당시, 직접 군대를 이끌고 적을 무찌른 사람이다. 그는 과거 수많은 시체 가운데서 기어 올라온 생존자였다. 그러니 호연위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딱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당시 전투의 상세한 상황을 황제는 이미 보고로 받아 보았다. 그러니 더욱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호연위는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허풍을 떨었다. 보심 또한 들으면 들을수록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물론, 당연히 참아야 했다. 지금 자신 또한 황제에게 욕을 들어먹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감히 호연위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눈앞에 있는 호연위와 그 아비 호연무한은 정말로 다른 사람이었다. 그 진중함을 서로 비교하자니, 그야말로 딴판이었다. 나중에 이런 사람에게 효기군을 맡기다니,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황제는 그런 호연위의 허풍을 간파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아주 재미있게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확실히 최근 황제는 기분이 좋았다. 반란을 성공적으로 진압했으며, 덕분에 조정의 신하들과 삼대 문파에서 자신에게 가하던 압박이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호연무한이 항명을 한 일은 호운도의 입에서 호연무한과 사전에 계획한 일이 되었다. 호연무한은 물러날 곳이 필요했고, 호운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승리했으니, 물러날 곳을 찾았다 할 수 있었다. 반란을 진압했다. 그는 영명한 황제가 되었다!

덕분에 호연정이 평반 사령관을 죽인 일도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한참 신나서 이야기하던 호연위는 황제의 명령에 따라 그 앞에서 옷을 풀어 등의 상처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호운도가 호연위에게 다가가 상처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상처였다. 당시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말이 확실히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호연위가 고생하긴 한 것 같았다.

“위아가 전장을 전전하며 목숨을 걸고 전과를 취했으니 참으로 고생했다. 마땅히 큰 상을 내릴 것이다!”

호운도가 보심에게 눈짓했다. 어명이라 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보심이 명령을 받았다.

어떤 상을 내릴지, 보심은 황제에게 이미 계획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아마 겨우 물질적인 상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호운도는 호연보와 호연정의 공로 중에 큰 부분을 떼어다가 눈앞에 있는 호연 가의 막내에게 몰아줄 예정이었다.

호연무한을 제외하고 가장 큰 공로는 아마 눈앞에 있는 호연위가 가져갈 것이다.

어쩌면 불공평하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연 가의 사람들은 그걸 보고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호연 가의 사람들도 호연위가 장 공주를 아내로 맞이한 그 순간부터, 황제는 자신의 사위가 호연 가의 계승자가 되길 바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호연 가를 황가와 한 가문으로 꽉 묶으려 한 것이다.

그러니 호연위에게는 전공이 필요했다.

황제에게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으니, 이대로 계속 호연위와 잡담을 나누고 있을 수 없었다. 호연위가 물러간 후, 황제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가 담담히 물었다.

“네가 보기에 짐의 사위가 어떠냐? 그 위의 두 형제와 비교하면 어떤 것 같으냐?”

보심이 어찌 평가할까. 보심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을 말할 수 없었으니, 어쩔 수 없이 미소지으며 절충안을 내놓았다.

“용맹함은 정말 대단하오나, 다소 젊어 아직 혈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호운도는 보심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 호연위의 능력이 나머지 두 형에게 미치지 못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호운도라고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사위였길 바라지 않을까. 사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숨을 내쉰 그가 말했다.

“남자는 모두 젊을 때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단련할 기회는 많다. 더군다나, 두 형이 그를 돕고 있지 않으냐. 주인은 주인의 일이 있고, 장수는 장수의 일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맡은 일을 하는 것이 나쁠 것 없지.”

“알겠습니다!”

보심이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호연위가 황제의 어서방을 나와 궁을 나서기 전에 한 내시가 그에게 다가왔다. 황후가 보낸 내시였다. 내시는 황후가 그를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호연위는 당연히 거절할 수 없으니,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후궁에 들어가자, 내시들, 궁녀들이 너도나도 웃으며 예를 올렸고, 말끝마다 호연위에게 승리를 축하한다고 했다.

그렇게 축하를 받은 호연위는 그야말로 우쭐거리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 걸음에서조차 장군의 기세가 나오는 것 같았다.

황후를 만날 때. 그의 부인 호청청이 황후 곁에 있었다. 호연위가 황후에게 인사를 올렸다. 황후는 그가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부를 물었다.

“전장에서 부상은 대단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별로 대단할 것도 없습니다!”

호연위는 아주 남자답게, 호기롭게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물론 그 말투에 허풍이 조금씩 섞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화제가 흘러갔다.

“다만 이번은 확실히 위험했습니다. 평반대군이 그 직분을 다하지 않으니, 삼만의 효기군이 오십만 반란군에 정면으로 돌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폐하의 은혜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저는 목숨을 걸고…….”

아주 과장된 허풍이었다. 호연위의 말만 들으면 그야말로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흉험한 전장이었다. 그 말만 들으면 그는 그야말로 수만의 군대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이 되었다.

다만, 삼만의 병력으로 오십만의 병력에게 돌진했다는 말은 확실히 놀라운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이처럼 호연위의 허풍이 섞이니 황후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황후는 전장의 흉험함 같은 것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대체 어느 정도의 허풍이 섞여 있는지를 잘 알 수 없었고, 호연위의 말을 황제보다 훨씬 더 사실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황후는 입을 가리고 가끔 깜짝 놀라 감탄을 토해내기도 했다. 당시의 험악함을 어느 정도 느낀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는 호청청조차 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이 직접 그 전장에 가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 것 같았다.

두 모녀는 호연위의 허풍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미 황제에게서 이번에 호연위가 출중한 전공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호연위가 처음으로 전장에 선 데다가, 그 두 형을 이기고 대공을 세웠다고 했다.

황제가 호연위에게 전공을 몰아주려고 한 사실을 두 모녀는 아직 알지 못하고, 그걸 진실로 믿은 것이다!

나중에 호연위의 허풍이 끝난 후, 호청청이 참지 못하고 흥분해 물었다.

“네가 동쪽으로 수십을 죽이고, 서쪽으로 수십을 죽이고, 앞뒤로 돌격하며 마치 수박을 자르듯 적병을 죽였다고 했어. 그렇다면 이번에 네가 죽인 적만 해도 천이 넘는 거야?”

수천? 호연위가 잠시 고민하더니, 다소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허풍을 떨어도 너무 떨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적군을 몇 명 베기는 했지만, 천명을 베어 넘겼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하지만 호연위의 얼굴은 그리 얇지 않았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셀 수도 없지. 정말 눈이 붉어질 정도로 적군을 베어 넘겼지. 적을 보기만 하면 베어 넘겼으니, 나중에는 칼날이 휘어버렸어.”

호청청이 크게 흥분하며 말했다.

“그 칼은 어딨어? 빨리 보여줘.”

호연위가 헛기침하며 말했다.

“버렸어. 더는 사용할 수 없으니 버렸지.”

“다시 봤어!”

호청청이 눈을 치켜뜨고는 호연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호청청은 이번에 호연위를 다시 보게 되었다.

황후가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장수 가문의 후예구나. 상장군의 풍모를 느낄 수 있어!”

자신의 사위를 보는 황후의 눈빛에 ‘마음에 듦’이라는 말이 새겨져 있었다. 생긴 건 조금 투박할지 몰라도, 사실 황후는 줄곧 호연위가 참 마음에 들었다. 설사 이번 전공이 없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매번 자신의 딸이 사위와 싸울 때마다, 그녀는 사위의 편을 들었었다.

당시, 자신의 딸이 호연 가에 시집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황후는 정말로 크게 기뻐했다.

황제가 호연 가의 아들을 사위로 삼으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또 호연위가 황제의 사위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호연 가의 병권은 결국 호연위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호연 가는 제국의 기둥이었다. 손에 병마대권을 쥐고 있는 가문이었고, 황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제국의 삼대 문파에게조차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황후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다. 딸이 호연 가로 시집을 갔으니, 자신의 아들에게는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만약 호연 가가 견해를 밝히게 된다면, 황제든 삼대 문파든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했다. 만약 호연 가가 자기 아들을 굳건하게 지지한다면, 황제와 삼대 문파조차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황후가 어찌 눈앞의 사위를 이뻐하지 않겠는가? 설사 아무리 못생겼다 한들, 황후의 눈에는 보물과 같았다!

호연위가 갑자기 겸양을 떨며 말했다.

“어찌 아버지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호연위는 감히 호연무한의 명성 앞에서 허풍을 떨 수는 없었다. 만약 그 이야기가 소문나기라도 한다면, 곤장을 맞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이 황자 호홍이 황후를 찾아왔다. 그는 호연위를 보자 즉시 만면에 미소를 띠고 그와 담소를 나눴다. 어찌 보면 호연위의 호감을 사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황후는 호연위를 불렀을 때, 동시에 몰래 아들에게 연락을 보냈다. 아들에게 지금 찾아와 호연위와 교류하며 교분을 쌓으라 한 것이다. 호홍은 크게 기뻐하며 찾아왔다.

하지만 호연위는 이 황자를 보자마자 즉시 가벼운 모습을 버리고, 법도에 따라 그를 대했다. 호홍이 아무리 열정적으로 대해도, 시종일관 적정거리를 유지했다.

다른 것들은 함부로 해도 상관이 없지만, 황자와 교분을 나누는 것은 그 아비 호연무한이 아주 단단히 교육을 시켜 놓았다. 그 사상을 아주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으며 자란 덕분에 호연위는 호연무한에게 맞아 죽을 것이 아니라면, 감히 그 금기를 건드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과거, 황자와 관련된 일 때문에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고, 그 금기는 이미 무의식중에 조건반사가 되어있었다.

이 황자가 오자, 호연위는 급히 그곳을 떠나고자 했다. 그리고 떠나려는 그를 붙잡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호연위가 떠날 때, 황후는 그에게 상을 내렸다. 그리고 딸에게 호연위와 같이 돌아가라며, 호청청에게 다친 장군을 잘 돌보라고 당부했다.

이번에 호청청은 화끈하게 승낙했다. 사실 전장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게 두 부부는 같이 마차를 타고 움직이게 되었다. 마차에 들어간 호청청은 그 즉시 호연위의 옷을 벗기려고 했고, 그 갑작스러운 태도에 호연위는 깜짝 놀랐다.

조금 시간이 흘러서야 호연위는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호청청은 자신이 정말로 전장에서 상처를 입었는지 확인하려 한 것이다. 혹시 호연위가 허풍을 친 것은 아닌지 보려 한 것이다.

그렇게 등에 있는 상처가 드러났다. 확실히 흉악한 상처였다. 호청청은 그 상처를 보고는 ‘으윽’거리며 불쾌해했다. 하지만 호연위를 바라보는 눈빛이 과거와는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존경이 아주 조금 그 눈빛에 깃들었다.

호연위는 그녀의 눈빛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바로 남자의 기개를 보이며 마치 별것 아니라는 것처럼 다시 옷을 입으며 말했다.

“모기에 물린 상처와 다를 것도 없지!”

과연, 그를 바라보는 호청청의 두 눈에 존경심이 조금 더 늘어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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