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1화. 결국은 왔구나!
“왔소!”
한 협곡 안,
일곱 문파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었고, 그중에 한 명이 소리쳤다. 태숙산해를 포함한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저 하늘 위에서 우유도를 위시한 네 명이 타고 있는 날짐승이 날아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진관과 가정걸뿐만 아니라 곤림수도 같이 데려왔다.
천화교의 노요 등, 사람들이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서도 등에 새장을 짊어지고 있는 곤림수는 침묵하고 있었다. 그는 뒤편에 있는 날짐승을 살핀다는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우유도가 사람들을 향해 유쾌하게 웃으며 포권을 했다.
여덟 문파의 사람들이 같이 나오는 것은 사실 이들에게 다소 불편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혹시라도 불필요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우유도는 사전에 일곱 문파의 사람들에게 순서를 정해 따로따로 나와서 약속한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참을 기다렸다. 더는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을 필요 없었다. 태숙산해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도대체 우리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 이제는 말해줄 수 있는가?”
우유도가 미소지으며 가벼운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무량원입니다!”
“…….”
일곱 문파의 사람들은 다들 입을 다문 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우유도를 멍청히 쳐다보았다.
우유도의 말을 듣고도 이들은 다들 믿지 못하는 눈초리였다. 다들 서로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만수문의 장로 안수귀가 확인하듯이 다시 물었다.
“무량원에 간다고? 그 금물이 있는 무량원 말인가?”
“설마 여기에 무량원이 또 있습니까?”
적지 않은 사람이 불안해했다. 그곳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곳이었다. 심지어 성존의 제자들조차 가능하면 가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무량원을 쳐들어가자니, 이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 아닌가? 만약 정말 그곳에서 무슨 문제에 얽히게 된다면, 그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뒤에서 우유도의 말을 듣고 있던 곤림수도 깜짝 놀랐다. 태숙산해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우유도, 그곳은 우리가 갈 곳이 아니네.”
“어째서 말입니까? 우리에겐 감찰의 신분이 있습니다. 성지를 제외하고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이 있습니까? 무량원에 가지 못하는 규정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성존께서 우리에게 그리도 큰 권한을 주신 겁니다. 그건 모두 표묘각의 세력이 크다 보니, 우리가 일을 처리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는 의미이지요.
만약 여러분이 못 가시겠다면, 저 혼자 가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저보고 단독행동을 한다느니 하는 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제가 단독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소심한 것입니다.”
각 문파의 장로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옆에 있는 사람과 귓속말을 나누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다들 우유도가 고의로 이들이 감히 건들지 못하는 곳을 언급해서 겁주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입을 막으려 하는 것인가?
태숙산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정말로 자네는 감히 무량원에 가려고 하는 것인가?”
“보십시오. 제가 ‘감히’ 무량원에 가지 못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처음 가는 것도 아니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 거의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무량원에 가보았는가?”
이번에는 우유도가 다소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어라? 모르십니까?”
사람들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다들 이 일을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우유도는 이들이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가 빙설성지에 가서 혼례에 참석한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인제 보니, 무량원의 일은 확실히 사람들이 언급조차 기피하는 것 같았다. 우유도가 무량원에 간 일을 저들에게 알려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태숙산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언제 간 것인가?”
“최근 무량원에 불이 난 일을 들어보았습니까?”
“그건 들어보았네, 혹시 그 일이 자네와 상관이 있는가?”
“무슨 그런 말을 하십니까. 저와 상관이 있다니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제가 불을 낸 줄 알겠습니다. 제 말은 무량원에 불이 났을 때, 그 불이 참으로 수상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제가 갔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무량원에 가서 이 불에 대해 조사하려던 차에 마침 정위가 외부에서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가 무량원에 가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는 그 참에 정위와 같이 그곳에 다녀왔지요. 무량원에 가서 안계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자금동의 두 제자도 저와 같이 무량원에 들어갔다 왔습니다.”
진관과 가정걸이 그 말이 사실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우유도의 말이 거짓 같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이들은 우유도가 얼마나 간덩이가 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로 무량원에 들어가다니!
태숙산해가 말했다.
“얼마 전에 뭔가를 찾았고, 지금이 아주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제 무량원에 가려는 것을 보니, 혹시 자네가 조사한 내용이 무량원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그때 불이 난 후, 저는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을 했고, 무량원에 간 후에 감찰의 신분으로 일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진술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그 불에 과연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천재(天災)가 아니었습니다. 인재(人災)였습니다. 여러분은 잘 모르시겠지만, 당시 불은….”
우유도가 손짓하더니 이어 설명했다.
“불은 한 곳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량원 주위에서 동시에 일어났지요. 심지어 불길이 일어나자마자 크게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초기에 불을 진화할 수 없었지요. 즉, 이건 분명히 누군가가 불을 지른 것입니다!”
사람들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만수문의 장로 안수귀가 물었다.
“도대체 누가 감히 무량원을 태운단 말인가. 그 목적이 뭐란 말인가?”
“지금 성경 안에서는 흉수도 모를뿐더러, 흉수의 목적도 모르고 있습니다. 만약 흉수가 누군지 알았다면, 진즉에 성존에게 처벌을 받았겠지요. 하지만 그 목적이라면 추측이 어렵지 않습니다. 당시 저는 누군가 무량과를 탈취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량원에서 일부 사람들을 심문한 결과, 그 의심이 더욱 강해졌지요. 하지만 당시 상황에서 타초경사 할 수 없었기에, 무량원에 오래 머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무량원을 떠난 후, 저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암중에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단서 말인가? 진관과 가정걸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자신들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우유도가 수시로 그들을 버려두고 혼자 움직이니, 구체적으로 우유도가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니 정말로 뭔가 단서를 발견한 것인지 두 사람은 알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침묵했다. 그때 혈신전의 장로 매장홍이 물었다.
“어떤 단서인가?”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말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십시오. 사실 여러분도 다 아시지 않습니까? 무량원을 불태운 사람이 보통사람이겠습니까? 증거가 없이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재앙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제가 이번에 무량원에 가는 목적이 바로 제가 조사한 단서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확신이 선 후에 보고를 올릴 것입니다.”
“이번에 여러분들을 부른 것은….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호의를 베풀어 공을 나누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제가 무량원에 들어가 보니, 그 안에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심문하기에 인원이 부족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혼자서 한다면 어느 세월에 심문을 끝낼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고, 두 번째로는 시기를 놓쳐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면, 저들이 허위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이번에 증거를 찾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아주 큰 공을 세우는 것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닥쳐올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를 무사히 넘기게 해주겠지요.”
“물론, 여러분께서 가기 싫으시다면, 저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먼저 경고하는데, 제가 증거를 찾기 전에 지금 여기서 들은 말을 절대 다른 곳에 가서 흘리시면 안 됩니다. 만약 소식이 흘러나가 타초경사 한다면, 그때는 여러분들도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머뭇거렸다. 태숙산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단서를 찾았는가. 이번에 무량원에 간다면 얻는 것이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태숙 장로님,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입니까? 단서가 없이, 확신이 없이 제가 무량원에 쳐들어갈 것 같습니까?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았다. 그곳은 쉽게 건드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태숙산해가 잠시 고민하더니, 사람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시오?”
무량원에 가서 조사하는 것이다. 작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거절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눈 딱 감고 우유도를 따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건 우유도 또한 예상한 결과였다. 비록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우유도조차 저들이 무량원에 가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꽤 긴 거리였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산과 강을 건넜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 일행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덟 마리 날짐승이 공중에서 맴돌고 있을 때, 아래쪽에는 선명하게 불에 탄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검게 그을린 부분에 중에는 이미 새로운 새싹이 올라오고 있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도 불에 탄 흔적을 덮지 못하고 있었다.
무량원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어느 쪽으로 들어가는지, 우유도는 한번 와봤기 때문에 아주 익숙하게 길을 찾았다.
우유도의 인도 아래 여덟 마리 날짐승이 하나둘 언덕 위에 내려섰다.
사람들은 무량원을 찾을 수 없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다만 우유도는 한 방향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여덟 문파의 감찰 인원이 성존의 법지(法旨)를 받고 이곳에 왔으니 어서 문을 여시오!”
무량원 내부, 당직을 서던 사람은 바로 오풍과 위야였다.
우유도는 처음부터 날짜를 계산하고 움직인 것이었다. 바로 오풍이 당직을 서는 이 날을 노렸다.
우유도가 온 것을 보고, 패방 아래 서 있던 오풍은 멍청한 얼굴로 밖을 바라보았다. 한 번에 스무 명이 왔다. 그는 속으로 우유도에게 무슨 짓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길 습격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무량원을 지키는 호위세력이 그리 만만하겠는가? 저들 스무 명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풍은 우유도가 그냥 오지 않았을 것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온 것도 아니리라. 아마도 오랫동안 계획한 그 날이 바로 오늘인 것 같았다.
빌어먹을, 결국은 왔구나!
오풍은 오금이 저렸고, 마음은 더없이 불안했다.
위야는 패방에 걸려 있는 경종을 울렸고, 일단의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나타났다.
푸른 빛무리의 파동이 허공에 나타났다. 곧 파동이 갑작스럽게 팽창하며 순간 거대한 반구형의 물결 파동으로 변했다.
그릇을 뒤집어 놓은 듯한 반구형 안에는 누각들이 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황야에 갑작스럽게 생겨난 신기루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