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2화. 내통자가 있다
문이 열리고 일단의 사람들이 나왔다.
태숙산해 등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이 바로 진법의 정문이었던 것이다. 이것만 보아도 우유도가 무량원을 와본 적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우유도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다들 조금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진법에서 나온 사람 중에 선두에 선 사람은 회백색의 머리를 가진 노인이었다. 그는 싸늘한 눈으로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선두에 서 있는 우유도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우유도? 여긴 왜 또 온 것인가? 이곳은 그대가 함부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니 썩 꺼지게!”
그 말을 들은 나머지 일곱 문파의 사람들은 더욱 안심이 되었다. 우유도의 말을 무량원의 사람이 직접 증명해준 것이다. 확실히 우유도는 무량원에 온 적이 있었다.
우유도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존성대명이 어찌 되시는지요. 설마 성존의 법지를 따르지 않으시려는 것입니까?”
노인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오히려 손을 뻗으며 말했다.
“성존의 법지가 어디 있는가. 보여주게!”
“저희는 성존께서 성경의 감찰로 임명한 사람들입니다. 설마 모르십니까?”
노인이 담담히 말했다.
“자네의 신분은 알고 있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가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하나도 모르겠군.”
우유도가 소매 안에서 표묘각에서 나누어준, 감찰 신분을 증명하는 문서를 꺼냈다. 이 물건은 감찰 인원을 돕기 위해 나누어 준 것이었다.
우유도는 그 물건을 손에 들고 흔들며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다들 감찰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을 꺼내십시오.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아주 협조적이었다. 다들 분분히 자신의 신분 문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고분고분 자신이 검사받을 차례를 기다렸다.
하지만 노인은 그 신분 문서를 일일이 검사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노인이 다시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긴 뭐하러 온 것인가?”
“무량원에 불이 났습니다. 참으로 수상한 일이지요. 이에 그 사건을 조사하러 왔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무량원은 특수한 곳이네, 성지의 통지를 받지 못했으니, 따르지 못하겠군!”
우유도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법지를 따르지 못하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 자네가 기어이 안에 들어가겠다면 방법이 있네. 지금 가서 바로 성존의 법지를 받아 오면 될 일이네. 아니면 우리가 성지에 의견을 물은 후, 허락하면 그때 들여보내 주겠네.”
아주 단호한 모습이었다. 다만 이 모습을 통해 우유도는 이 감찰의 신분이 정위의 신분보다 영향력이 없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게 엄격하게 하는 것은, 혹여나 이들을 들여보냈다가 문제가 생길 것을 걱정하기 때문임이 분명했다.
저번에는 확실히 정위의 덕을 보았던 게 분명했다. 정위가 있었을 때는, 그냥 별말 없이 아주 쉽게 들어갔다. 지금처럼 앞을 막아서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 우유도의 태도 또한 아주 강경했다. 이번에 우유도는 반드시 들어가야 했다. 그는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법지가 없는 것은 타초경사 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무량원 안에 서로 입을 맞추고 증거를 없애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 것이지요. 그러니 성지에도 사전에 알릴 수 없었습니다.”
“타초경사가 다 무엇이고, 입을 맞추어 증거를 없앤다는 말이 다 무엇인가. 나는 자네가 하는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듣겠군. 내 말대로 하든지, 아니면 지금 당장 썩 꺼지게. 여긴 자네들이 함부로 행패를 부려도 되는 곳이 아니네!”
그리고는 그대로 뒤돌아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입구를 닫아버리려 했다.
그러나 이 모습을 본 우유도가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거기 서십시오!”
우유도의 말투가 거의 반협박처럼 들렸다. 우유도의 말을 들은 나머지 일곱 문파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지금 우유도의 머리가 어떻게 됐단 말인가?
지금까지 여덟 문파 중에서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던 태숙산해조차도 이곳에 와서는 고분고분해졌다. 그런데 우유도가 저리 강한 어조로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다니?
오늘 각 문파의 사람들은 자금동의 장로 우유도가 얼마나 대담한지 알 수 있었다. 이건 정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각 문파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고자 했다. 한편, 회백색 머리의 노인은 우유도의 말에 걸음을 멈추고는 천천히 뒤돌아 말했다.
“다시 이야기하겠네, 이곳은 자네가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니, 지금 즉시 썩 물러가게. 그렇지 않으면 나를 원망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야!”
우유도는 노인의 말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은 채, 가까이 다가가더니 말했다.
“그래서 뭘 어찌하실 겁니까? 성존께서 직접 임명한 감찰 인원에게 손을 쓰기라도 하겠다는 말입니까?”
노인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런데도 태도는 여전히 매우 강경했다.
“나 또한 맡은 소임이 있지. 그것은 바로 성존을 제외한 누군가가 무량원에 함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일일세. 성존이 아니라면, 그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함부로 들어오고자 한다면 죽임을 당할 것이네!”
그는 쉽게 사람들을 무량원에 들이려 하지 않았다. 사실 이는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누가 당직을 선다 해도, 당연히 감히 사람을 쉽게 들이지 못할 것이다. 일단 문제가 생기면, 당직을 서던 사람이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오늘 무량원은 무허 성지의 사람이 당직을 서고 있었으며, 그 책임자가 바로 노인이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저희 또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저희는 성존의 명을 받고 감찰을 하고 있는 것이니, 저희의 맡은 바 소임 또한 중하지 않다고 할 순 없지요. 그러니, 제가 문제를 발견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건 성존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이지요.”
“일단 선배님께 몇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선배님께서는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배님이 확실히 대답해주시기만 하면, 바로 떠나겠습니다. 절대 무량원에 한 걸음도 들이지 않겠습니다. 그럼 서로 난처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노인이 다소 망설였다. 하지만 곧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네. 하지만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할 것이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물어본다면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겠네!”
“역시 현명하신 분이십니다.”
우유도가 포권을 하며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는 곧 정색하며 물었다.
“그 전에 무량원에 불이 났었습니다. 선배님께 묻겠습니까. 그 불은 천재입니까, 인재입니까?”
노인은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여러 가지 단서를 보면 누군가 불을 지른 것 같네.”
우유도가 그 즉시 압박하며 물었다.
“누가 한 짓입니까?”
노인이 대답했다.
“그걸 내가 어찌 알겠는가? 내가 이를 알았다면 진작에 성존께 보고드렸을 것이네. 왜 자네가 와서 물어볼 때까지 기다리겠는가.”
“좋습니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인재라 하셨는데, 그럼 불은 지른 자가 어째서 불을 질렀는지 아시는 게 있습니까?”
노인이 대답했다.
“누가 불을 질렀는지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무슨 목적으로 불을 질렀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네.”
“허! 설마 선배님은 불을 지른 자가 대체 왜 불을 질렀는지, 그 의도에 대해서 추측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까? 연상되는 것이 정말 하나도 없습니까?”
“아무런 증거도 없는 일이네. 추측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말씀을 들으니 증거는 없지만, 추측은 하고 계시다는 것 같군요. 즉, 선배님께서는 누군가를 의심하고 있긴 하지만, 증거가 없어 망설이고 계시는 것 같은데…. 제 말이 맞습니까? 그렇다면 혹시 선배님께서 의심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제게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럼 제가 그것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네, 단지 쓸데없이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지.”
“좋습니다! 그럼 선배님께 하나 여쭙겠습니다. 불을 지른 그 사람이 무량과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습니까?”
노인이 침묵했다. 이번 침묵은 생각보다 길었다.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
“선배님은 전에 저를 본 적이 있으십니다. 제가 전에 여기 왔을 때, 제가 무량원 안에서 탐문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당시 저는 불이 난 범위가 매우 넓고, 불길이 일어난 곳이 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볼 때, 분명 한 사람이 불을 지른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불을 지른 것이지요. 조직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런 제 관점에 동의하십니까?”
노인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확답을 주지는 않았다.
“그럴 가능성이 있지.”
“그럼 한 번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체 어떤 사람이 감히 무량원에 불을 지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것도 조직적으로 말입니다. 감히 무량원에서 이런 짓을 하기 위해선 배짱이 좋아야 합니다. 또 많은 사람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수작을 부릴 수 있어야 하지요. 이런 조건을 생각해봤을 때, 아마 성경 내부에 어느 정도 세력을 가지고 있는 자가 저질렀을 가능성이 큽니다. 선배님은 제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노인은 자신도 모르게 진지한 얼굴로 우유도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방금 우유도가 말한 이치는 두말하면 입 아픈 사실이었다. 각 세력들은 사실, 다른 세력들을 암암리에 의심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유도의 말이 맞기 때문이었다.
성경 내에서 어느 정도 세력을 가지지 않은 이상,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조직력과 배짱이 있을 수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저마다 어떤 세력이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조심스레 추측해보고자 했다. 다만, 노인은 우유도가 이처럼 당연한 사실을 갖고 자신을 압박하는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갈피를 잡지 못한 노인은 여전히 하던 대로 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지!”
“전 일전에 무량원에 온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 일부 인원들을 찾아 당시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지요. 혹시 선배님은 이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노인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노인 아래 있는 무허 성지의 사람도 우유도에게 질문을 받은 바 있었다. 노인이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알면 또 어떻단 말인가?”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누군가가 무량원에 방화를 했습니다. 저는 이 일을 듣고 나서, 누군가 무량과를 노리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시 그런 의심을 가진 채로 사람들을 만나 차례차례 심문했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부 의문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무량원을 떠난 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그 의문점을 따라 단서를 추적했고, 드디어 어느 정도 꼬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잡은 꼬리란 바로 이것입니다. 불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그게 무슨 소린가?”
“갑작스러운 화재에 놀란 무량원의 사람들은 무량원 밖으로 황급히 나가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쉽게 말해, 화재는 안에 있던 무량원의 사람들을 끄집어내기 위해 일어난 것입니다. 화재를 일으킨 이들은 무량원 안에서 수작을 부리려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노인은 정말 매우 놀랐다.
“자네 말은 무량원 내부에 내통자가 있다는 말인가?”
노인뿐만이 아니었다. 무량원에서 같이 나와 입구를 지키고 있는 무허 성지의 사람들은 모두 남몰래 간담이 서늘해졌다.
태숙산해 등의 사람들도 굳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자신들이 왜 이곳에 왔는지 그 목적을 깨달은 것이다. 무량원 내부에 내통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큰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