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6화. 상대방의 창으로, 상대방의 방패를 뚫다
오풍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는데, 우유도가 그 많은 사람을 데리고 들어온 목적을 모를 수가 없었다. 이는 분명 성존이 하사한 감찰의 신분을 이용해 성존이 세운 무량원의 규칙을 깨트리려 하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창으로, 상대방의 방패를 뚫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우유도가 말했던 그대로였다. 우유도는 규칙을 상대하기 위해, 규칙을 이용하려 들었다!
하긴, 만약 이런 신분이 없었다면, 무량원에도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는 건 말할 것도 없었으리라.
정말 이놈이 계획대로 무량과를 손에 넣게 된다면, 성존은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꼴이었다. 나중에 성존이 진실을 알고 나서 무슨 생각을 할지 몰랐다.
오풍이 물었다.
“그러니까 여덟 문파의 감찰 인원은 네 편이고, 나중에 각자 이득을 하나씩 취하는 건가?”
“무슨 헛소리야? 이런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번 일은 선생과 나밖에 모르는 거야. 이런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지. 여덟 문파의 사람들이 우리처럼 이런 짓을 할 배짱이 있다고 생각해? 내가 뭘 믿고 저들에게 진실을 알려줄까?”
“그럼, 일이 끝난 후에 저들은 도망 못 치는 것 아니야?”
“지금 그런 걱정할 정신까지 있는 거야? 도망치고 못 치고는 걱정할 필요 없어. 만약 이번 일이 순조롭게 끝난다면, 물건이 언제 바꿔치기 당했는지 누가 알겠어? 내가 조사를 위해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이야기한 걸 입구에서 들었을 것 아니야?”
“…….”
오풍은 멈칫하더니, 곧 머리가 맑아졌다. 우유도는 이곳에 들어올 때, 무량원 내부에 내통자가 있다고 말했고, 또 안팎으로 협력해서 무량과를 훔치려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럴듯한 가정을 남몰래 심어두었으니, 만약 무량과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게 된다 해도, 지금 일어난 일이라고 다들 생각할 리 없었다.
무량원 사람들은 다들 불이 났을 때, 무량과가 바꿔치기 됐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정말로 래자불선, 선자불래(오는 사람은 착하지 않고, 착한 사람은 오지 않음)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앞뒤로 모든 것이 우유도의 계획 안에 있었다.
하지만 순간, 오풍의 마음속에 또 다른 문제가 떠올랐다.
“네가 그걸 구실로 이 안에 들어왔는데, 나중에 결과를 내지 못하면 뭐라고 변명할 거지?”
“그건 선생이 걱정할 것 없어. 내 생명은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거야. 내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내가 어떻게 걱정하지 않겠어? 그 일엔 내 생명 또한 달려있어. 당연히 자세히 물어봐야 하지 않겠어?”
우유도가 말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지금 선생이 기억해야 하는 건, 손을 쓸 시간이 일각밖에 없다는 거야. 일단 신호를 받으면 매우 신속하게 움직여야 할 거야.”
오풍이 깜짝 놀랐다.
“일각밖에 없다고?”
“그럼 시간이 얼마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반 시진이나 한 시진을 원하는 거야? 아니면 한나절을 줄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거야? 딱 일각의 시간이야. 열두 개의 과일을 바꿔치기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니, 일각이면 충분할 거야.”
“선생, 설마 내가 준 물건을 너무 번거롭게 숨겨 놓은 것은 아니겠지? 꺼내기 어렵게 말이야. 만약 그렇다면, 지금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빨리 가서 물건들을 빼놓아야 할 거야.”
“그건 아니야. 내가 감히 그런 물건을 무량원 내부에 함부로 숨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물건은 내 거처에 있어. 언제든지 꺼낼 수 있지.”
“그럼 문제없군. 일각이면 충분해. 물건은 이미 살펴봤겠지만, 붙여야 하는 부분을 이미 만들어놓았지. 그러니 그냥 걸기만 하면 돼, 어렵지 않아. 과일을 하나 따고, 바로 가짜를 그 자리에 걸어 놓아야 해. 잊지 마. 반드시 원래 있던 그 자리에 걸어 놓아야 해.”
“그런 건 네가 말할 필요도 없어.”
“또 한 가지, 반드시 빨리 움직여야 해, 까마귀 장군이 생전의 해골을 보고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을 받을지 확신을 할 수 없어. 고정된 시간이 없지. 그러니 각종 불확실한 요소가 모두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오 선생. 물건을 손에 넣지 못하더라도, 절대 그 물건 때문에 목숨을 걸지 마.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야. 물건을 얻지 못하면,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거야. 하지만 목숨은 잃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지. 아무튼,일단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낀다면, 그 즉시 철수하도록 해. 절대 욕심을 부리면 안 돼!”
오풍이 화들짝 놀랐다.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그런 확신이 없는 일을, 그처럼 위험한 일을, 지금 나보고 하라는 건가? 너는 지금 내 목숨을 갖고 노는 게 아니냐!”
그 부분에 대해서 우유도는 조웅가와 소통한 적이 있었다. 조웅가는 말하길, 까마귀 장군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수록 본명두골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했다. 하지만 저 해골은 이미 십 년이 지난 해골이었다. 비록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하겠지만,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지는 조웅가마저 정확한 시간을 말해주지 못했다. 단지 아는 것은 한동안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다.
“지금 이 지경까지 왔으니, 이것저것 걱정해서 뭘 어찌하겠다는 거야? 이번 일은 선생이 생각하는 것만큼 두려운 일이 아니야. 비록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지만, 영향력이 사라지기 전에 이상을 감지할 수 있을 거야. 일단 이상을 느끼면 그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철수하는 거야. 그럼 아무 문제 없지! 선생, 내가 인제 와서 선생에게 해를 끼칠 리 없잖아. 그래서는 내게 아무런 이득이 없어.”
어쨌든, 그건 맞는 말이었다. 오풍이 잠시 침묵하더니 물었다.
“물건을 얻은 후에 어떻게 나가지?”
“모든 것이 순조롭다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매년 한 번 휴가를 낼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자연스럽게 나가면 그만이지.”
“물건을 손에 넣고, 내가 몇 개를 받을 수 있지?”
“몇 개는 무슨 몇 개야? 선생 몫만 가져가면 그만이지, 사실대로 말하자면, 선생이 가져갈 수 있는 건 딱 하나야!”
오풍이 분노했다.
“내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이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하나만 준다고?”
“그럼 뭘 얼마나 가져가려 했지? 이곳을 떠나서, 꽤 긴 시간 동안 어디 숨어 있어야 할 거야. 하지만 잊지 마. 앞으로 선생은 호족 곁에 몸을 숨기고 있어야 할 거고, 무상으로 제공하는 수련자원도 호족을 통해서 받아야 할 거야. 그리고 사실, 무량과를 몇 개나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선생에겐 그게 필요가 없어. 그걸로 뭘 하려는 거지? 재앙을 끌고 다니려고? 하나만 있어도 충분해. 목적을 달성하기만 하면 충분한 거야. 나머지를 가지고무슨 다른 계획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거야?”
“…….”
“어디 한번 물어보자고, 선생에게 무슨 세력이 있지? 그 많은 물건을 가지고 단창필마로 성존이랑 싸우기라도 할 거야? 이길 수는 있고? 우린 모두 하나면 충분해,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줘야 하는 거야. 오늘 이 일은, 선생과 나 둘이서 만든 기회가 아니야.
배후에 다른 사람들의 묵묵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을 만들 수 있었어. 그리고 앞으로 그 사람들이 선생을 위해 원영기를 돌파할 수련자원을 제공할 거야. 설마 무량과 하나 삼키면 뭐든지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 이치에 대해서 내가 더 설명해야 하는 건가?”
“아직 물건을 손에 넣지도 않았는데, 지금 자신의 몫이 적다고 싸우자는 건 아니지? 이봐, 오 선생. 거짓말 없이 진짜 사실대로 말하자면, 딱 하나야. 선생에게 줄 수 있는 무량과는 딱 하나야. 단 하나도 더 줄 수 없어. 협상의 여지도 없는 일이야!”
오풍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다. 하지만 우유도의 말이 틀린 것 하나 없었다. 오늘 그걸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게다가 무량과 하나라 해도, 결코 적은 건 아니었다. 무량과 한 알은 무슨 사과 하나랑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단 하나라 해도,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라 할 수 있었다.
오풍은 오히려 하나라고 말하는 우유도의 단호한 태도 덕분에 크게 안심할 수 있었다. 물론, 죽어라 일만 하는 미련한 소처럼 굴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 불만을 표현해, 자신의 공로를 과시해야 했다.
“하아, 일단 이번 일을 저지르면, 난 이제 철저하게 사문을 배반하게 되는 거야.”
그리고는 독무허의 조각상을 바라보았다.
“하아!”
우유도가 손을 뻗어 오풍의 눈앞에서 흔들더니, 그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말했다.
“연기는 집어치우시지. 사문의 제자들을 배추 썰듯이 죽여버리는 곳이 무슨 얼어 죽을 사문이야. 그렇게 하나둘 수없이 죽였겠지. 그래서 오 선생의 사부는 몇 대 제자지? 아마 반란을 일으키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았겠지. 그럴 실력이 없었을 뿐! 막말로, 정말 사문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애초 황택사지에서 사문이 규정한 규칙을 무시하고 강도질은 왜 한 거야? 아니면 이제 갑자기 양심을 발견하기라도 한 거야?”
아주 조금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는 노골적인 한마디였다. 그 말을 들은 오풍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언젠가는 너 때문에 내가 죽고 말 거야!”
“다들 목숨을 걸었어. 그런 치기 어린 말은 그만둬.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아무튼, 이제 세부 계획을 알려주지. 나중에 조사했는데 다른 진술이 나오면 걸릴 수도 있으니….”
* * *
무허루(無虛樓),
이곳은 무량과수 주위에 분포된 아홉 동의 누각 중 하나로, 돌아가며 나무를 지키기 위해 당직을 서는 곳이다.
가정걸이 그곳에 나타났다. 그 전에 회백색 머리의 노인에게 요구한 무허 성지의 인원을 대동한 채였다. 지금 우유도에게 협조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각 책임 집사들의 심복이었다.
그는 가정걸의 요구 하에 누각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뒷문으로 들어갔다. 이 또한 나머지 여덟 세력에게 움직임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우유도의 요구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 누각 안에 세 사람이 즉시 나타났다. 그중에 이곳을 이끄는 남자가 굳은 목소리로 집사의 심복에게 물었다.
“저자는 누구입니까. 어째서 저자를 여기로 데려온 것입니까? 또 밖이 소란스럽던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들은 그전에도 밖이 소란스러운 것을 알고,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맡은바 직분이 있어 독단으로 이곳을 벗어날 수 없었다.
책임자의 심복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성존이 파견한 감찰 인원이오. 그대들을 불러 물어볼 말이 있다고 했소.”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물어볼 말? 무엇을 말이오? 우리는 지금 당직을 서고 있으니, 이곳을 벗어날 수 없소!”
그때 가정걸이 끼어들어 말했다.
“성존의 법지를 받아 무량원 방화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맡은바 직분이 있어 독단적으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그 말을 따르기 어렵겠군.”
가정걸이 말했다.
“방화 사건은, 방화가 목적이 아닙니다. 누군가 무량과를 노리고 벌인 짓입니다. 지금까지 파악한 단서에 따르면, 무량원 내부에 내통자가 있어, 외부와 안팎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명을 받고 무량과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혐의가 가장 크다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조사하지 않아도 되지만, 여러분은 반드시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가정걸이 이런 말을 생각해 낼 리가 없었다. 이건 모두 사전에 우유도에게 지시를 받은 사항이었다.
가정걸은 우유도의 능력을 익히 견식 한 바 있었다. 이번에 우유도를 따라 큰 사건을 처리하게 되었으니, 가정걸과 진관은 그야말로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서서히 우유도가 눈앞의 안배를 진행 시켜 나가는 것을 보고,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째 우유도가 무량과를 지키는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