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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97화 (494/1,000)

1397화. 무량과를 따다

당직을 서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들을 이끄는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는 이곳을 독단적으로 벗어날 수 없다. 혹시 집사님께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도 되겠는가?”

가정걸이 말했다.

“여러분의 집사님은 지금 다른 사람과 접촉할 수 없습니다.”

남자가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집사의 심복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집사님은 잠시 동안 감찰 인원에 의해 격리되어 통제를 받고 있소.”

책임 집사까지 통제를 받고 있다고? 남자가 멈칫했다.

“그렇다고 독단적으로 이곳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여길 떠나면, 이곳을 지키는 임무는 어찌합니까?”

남자가 아래 있는 무량과수를 가리켰다.

가정걸이 말했다.

“지금 여러분이 임무를 등한시하고 저와 대화를 하고 있어도 아무 문제 없지 않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분간은 여러분이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을 것입니다. 우리 감찰 인원들도 경중을 압니다. 구대성지의 인원을 돌아가면서 조사할 것이니, 한 곳이 없더라도 임무에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

남자는 곧 집사의 심복을 바라보았다. 마치 의견을 구하는 것 같았다. 집사의 심복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집사님이 우리보고 감찰에 협조하라 하셨소.”

“그럼 일단 가서 다른 성지의 인원들에게 우리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을 알려야겠소.”

가정걸이 곧 손을 뻗어 그를 막아서며 말했다.

“안 됩니다!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무량과를 지키는 모든 사람은 혐의가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 만나서 입을 맞추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선생님, 뒤에서 서로 입을 맞췄다는 혐의를 받을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손을 뻗으며 말했다.

“이쪽 후문으로 움직이시지요. 당분간은 다른 곳의 인원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들 차례가 된다면, 그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게까지 몰아붙이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책임 집사가 없으니,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무허루 내부의 세 사람은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조용히 다른 팔대 성지 몰래 그곳을 떠났다.

그와 동시에 진관은 다른 집사의 심복을 데리고, 다른 방향에서 다른 누각을 찾아가고 있었다.

가정걸이 사람을 데리고 근처에 있는 취조실로 향했다. 그곳은 기운종이 통제하고 있는 취조실이었다.

가정걸은 태숙산해와 마주치자 포권을 하며 말했다.

“태숙 장로님, 여기 세 분은 무량과를 지키는 분들로, 혐의가 가장 큰 인원 중 일부입니다. 이분들의 임무를 오랫동안 지체시킬 수 없으니, 우 장로님께서 이분들 먼저 심문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태숙산해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당직을 서고 있는 사람들을 심문하는 것은 너희 자금동이 책임지기로 하지 않았느냐?”

“그전에 미흡했던 부분입니다. 나중에 이분들이 당직을 서는 곳이 비교적 특수하여, 너무 오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긴, 태숙산해가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가 맡겠다.”

“부탁드립니다!”

가정걸이 포권을 하며 감사를 표했다.

다시 우 장로를 만났을 때, 진관은 대원루(大元樓)의 세 당직 인원을 데려오고 있었다.

대전 내부,

우유도가 서탁에 앉아 붓을 들고 오풍의 진술을 기록하고 있었다.

진관은 그들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는 안으로 들어가 서탁 옆에서 우유도에게 보고했다.

“장로님, 대원루의 사람을 데려왔습니다.”

우유도가 조용히 물었다.

“하나 남은 곳은 어찌했느냐?”

“장로님의 분부에 따라, 능력이 뛰어난 기운종에게 보냈습니다.”

우유도가 끄덕이며 붓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심문을 받고 있는 오풍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선생님은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을 이곳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와 동시에 우유도는 오풍에게 눈빛을 보냈다.

오풍은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자신이 손을 쓸 때가 왔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별말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그곳을 빠져나갔다. 대전의 입구를 지날 때, 대원루의 세 당직자와 서로 눈빛이 마주쳤다.

그곳을 떠난 오풍은 그대로 진법의 입구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곧 패방 아래 있는 위야를 볼 수 있었다. 오풍은 그에게 말했다.

“자네 차례라고 하더군, 의사대전으로 가보게.”

위야가 다소 불안해하며 물었다.

“선생님, 어떤 질문을 받으셨습니까?”

오풍이 한숨을 내쉬었다.

“말하면 안 된다고 당부를 받았네.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단 한 글자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된다고 하더군. 자네 또한 이를 지키지 않을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네. 가보게!”

“하아! 무량원에 불이 나고 나서,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위야가 한숨을 내쉬고는 포권을 하고 의사대전을 향했다.

그렇게 위야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오풍은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진정할 수가 없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주위에 자신을 보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안심이 되진 않았다. 그저 이판사판이라는 마음이었다. 시간제한이 있었기에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눈 딱 감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임무를 버려두고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

거처로 돌아온 오풍은 빠르게 문을 닫고 모서리에 있는 궤짝을 치웠다. 궤짝 아래 있던 바닥을 드러낸 후, 그 안에 숨겨 놓은 물건을 꺼냈다.

물건을 빠르게 살펴보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오풍은 봇짐에 숨겨 놓은 물건을 넣고는 빠르게 문을 나섰다.

물건이 적지 않아, 숨길 수 없었다. 외부인은 지금 오풍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대놓고 이렇게 큰 봇짐을 들고 있으니, 그야말로 태산 같은 압박이었다. 마치 산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오풍은 무량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예전에는 지금 자신이 이처럼 간덩이가 부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오풍은 지금 크게 뛰는 자신의 심장 소리마저 들을 수 있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긴장된 심정을 더욱 숨길 수 없었다. 오풍은 끝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구대성지의 사람들이 구역을 나누어 이곳을 감시하고 있었다. 오풍의 거처는 당연히 무허루에서 가장 가까웠다.

무허루 근처에 도착했을 때, 오풍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벽 모서리에서 갑자기 손에 든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무허루 안으로 들어갔다.

그 전에 대원루의 사람들을 보았지만, 오풍은 여전히 구대성지의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없는지 믿을 수 없어 불안했다.

무허루 안으로 빠르게 들어간 오풍은 그 안을 둘러 보았지만,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과연 다른 곳으로 빼돌려진 것 같았다.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다시 신속하게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 그는 바닥에 있는 봇짐을 주워들고 엄격하게 보호받고 있는 무량과수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 순간, 몇몇 붉은 점이 오풍을 향해 돌아갔다. 나무 위에는 세 마리의 까마귀 장군이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고, 이미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오풍을 주목하고 있었다.

비록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적지 않았지만, 오풍의 일 처리는 단호하고 신속했다. 움직이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움직였으니 돌이킬 수 없었다. 그는 우물쭈물하지 않았다.

거의 쓰러질 것처럼 몸을 땅에 몸을 붙이고 날아온 오풍은 바로 봇짐을 열어 법력으로 그 안에 있는 해골 다섯 개를 꺼내 허공으로 천천히 날려 보냈다.

두 다리가 땅에 닿았을 때, 오풍은 그야말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 마리 까마귀 장군의 붉은 안광이 폭발하듯이 터져 나오며, 날개를 펼치는 그 순간 이미 안개로 변하려는 듯 검은 안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까마귀 장군의 모습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 마리 까마귀 장군은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오풍은 까마귀 장군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양측은 그렇게 경직된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까마귀 장군의 날개는 어느 순간 이미 접혀 있었고, 터져 나오던 붉은 안광도 서서히 꺼지고 있었으며, 몸 주위로 서서히 나타나던 검은 안개도 다시 몸속으로 회수되고 있었다.

오풍은 자신이 날린 해골이 이미 세 마리의 까마귀 장군을 사로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풍은 해골을 허공에 띄우고 있던 자신의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다섯 개의 해골은 그 손짓에 따라 천천히 땅에 내려와 일렬로 놓였다. 반면 까마귀 장군은 마치 그대로 굳어버린 것처럼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오풍이 조심스럽게 좌우로 움직여 보았으나, 까마귀 장군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과연 혼이 빠져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오풍은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더니,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무량과수의 나뭇가지 사이로 몸을 날렸다. 그는 손을 뻗어 영성이 있는 것처럼 광택을 뿜어내는 무량과를 손에 잡고는 자세히 살펴볼 시간도 없이 그대로 비틀었다.

그렇게 비틀어 대고 나서야, 무량과수의 가지가 생각보다 인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힘만 사용해서는 과수를 잘 떼어낼 수 없었다. 오풍은 결국 법력을 사용하고 나서야 무량과를 딸 수 있었다. 그는 손에 들어온 무량과를 그대로 품에 쑤셔 넣었다.

지금 오풍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한 상태였다. 동시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외부인은 지금 오풍의 심정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얼굴은 이미 붉게 달아 올라있었으며, 호흡은 거칠었다.

그는 봇짐에서 가짜 무량과를 하나 꺼내 방금 무량과를 따낸 곳에 꼭지를 끼워 넣었다. 곧, 아주 작은 소리로 ‘딸각’하는 경쾌한 음이 울렸다. 그렇게 안에 있는 걸쇠가 무량과수의 가지를 꽉 물었다.

몇 번 잡아당겨 시험해 보니, 아주 단단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자라난 것 같았다. 별다른 이상함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오풍은 빠르게 주위를 관찰하더니, 그대로 몸을 날려 또 하나의 무량과를 땄다.

이미 하나의 무량과를 땄기 때문인지, 그 후로는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하나를 훔쳐도 훔친 것이고, 두 개를 훔쳐도 훔친 것이니, 전부를 훔친다 한들 무엇이 다르겠는가?

인제 와서 진짜와 가짜를 바꿔치기하기는 오히려 쉬웠다. 대부분의 일은 준비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로울 뿐, 진정한 어려움은 무량과를 따기 전과 후의 일이었다.

오풍 같은 수행자가 열두 개의 과일을 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두 개의 무량과가 모두 오풍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동시에 열두 개의 가짜 무량과가 신속히 나무에 달렸다.

무량과를 모두 손에 넣은 그는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고는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갔다.

나무에서 날아올라 땅으로 다시 내려온 오풍은 손을 휘둘러 순식간에 해골을 다시 봇짐으로 빨아들였다. 오풍은 이곳에 해골을 남겨 놓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땅에 발끝이 닿은 순간, 마치 쏘아져 나간 화살처럼 뒤돌아보지 않고 그곳에서 멀어져 갔다.

다시 무허루 뒤에 숨어든 오풍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더니, 법안을 열어 주위를 살폈다.

잠시 후, 나무 위에 있는 세 마리 까마귀 장군이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고개를 흔들며 주위를 둘러볼 뿐, 제자리에 멈춰선 채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몸을 돌려 벽에 등을 기댄 오풍은 두 눈을 감고 ‘후’하고 긴 숨을 내쉬었다.

곧 다시 눈을 뜬 그는 그대로 움직여,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가 다시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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