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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98화 (495/1,000)

1398화. 도망갈 걱정 (1)

문을 닫은 오풍은 다급히 모서리에 있는 구덩이 앞에 섰다. 이후, 그는 봇짐에서 해골을 꺼내 구덩이에 던져 넣고는 장력을 휘둘러 그 자리에서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는 신속하게 흙을 덮어, 철저하게 흔적을 지웠다. 이제는 자신에 거처에 해골을 숨겨 놓고 혹시라도 발견될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어졌다.

바닥을 원상복구한 이후, 궤짝을 원래 위치로 옮긴 오풍은 빠르게 침상 쪽으로 다가가 품에서 우르르 열두 개의 무량과를 꺼내 놓았다.

확실히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무량과는, 가짜와는 달랐다. 물론 이는 오풍이 아주 가까이서 살폈기 때문이었다. 대충 멀리서 보면 절대 구별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진짜 무량과는, 영성이 있어 보이는 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풍은 믿기지 않았다. 마치 눈앞에 있는 무량과가 여전히 가짜라는 착각이 들었다.

그 자신도 믿을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 그가 가진 것은 열두 개의 가짜였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모두 진짜가 되었다니? 이렇게 쉽게 손에 넣다니?

그의 경험이 그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틀림없었다. 진짜 무량과였다. 방금 그가 직접 따서 품에 넣은 무량과였다. 가짜일 리가 없었다.

그중에 하나를 들어 냄새를 맡아 보니, 그 특유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진짜였다! 그 순간 오풍은 그야말로 미칠듯한 기쁨에 휩싸였다. 온 천하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꿈에도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인가. 세상에 있는 모든 무량과가 지금 그의 손에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이어 그에게 들이닥친 공포가 그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건 비록 물건을 얻었지만, 살아 있어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물건은 그냥 먹는다고 소용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늦게 찾아온 끝없는 공포가 그를 덮쳤다. 그렇게 두려움에 벌벌 떨던 오풍은 검은 주머니에 열두 개의 무량과를 빠르게 주워 담았다. 그리고 장포를 젖히더니 검은 주머니를 그 속에 달고는 몸을 돌려 빠르게 거처를 벗어났다….

* * *

한편, 우유도는 대전에서 대원루의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그때 가정걸이 빠르게 안으로 들어오더니, 우유도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장로님, 나타났습니다.”

우유도는 차분하게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리고 붓을 들어 내용을 적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나누어 심문하던 세 사람을 불러오게 했다.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소. 여러분이 당직을 서는 곳은 특별한 곳이니, 더는 시간을 지체하는 것도 좋지 않겠지. 일단 돌아가시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으니,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는 여러분 모두 아직 격리 상태라는 것이오. 그러니 일단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말아야 할 것이오. 지금 이건 순전히 그대들의 특수성을 고려해 격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소.

그러니 당분간 다른 사람에게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이오. 만약 이걸 어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자에게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소. 아시겠소?”

“잘 알겠소.”

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가끔 어쩔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는 했다.

“왔던 길로 돌아가시오. 도중에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암시도 하지 마시오. 감찰 인원이 부족해, 그대들을 계속 따라 다닐 수도 없고, 그대들이 있는 곳이 특수한 곳이다 보니, 감찰 인원이 계속 그곳에 머물 수도 없소. 그러니 그대들은 돌아가서 서로를 감독하시오. 모든 것은 성존께서 최종 판결을 내려야만 완료될 것이오. 이만 돌아가도 좋소.”

세 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로 포권을 하고는 그곳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확인하던 우유도가 몸을 돌려 천천히 옆에 있는 편전의 입구로 가서 안을 살짝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는 진관이 위야를 심문하고 있었다.

우유도가 몸을 돌려 손짓을 해서 가정걸을 불러 그의 귓가에 조용히 지시를 내렸다.

“너는 지금 가서 진관을 도와 심문을 해라. 무슨 말이든지 간에 아무 말이나 만들어 심문을 이어가야 한다.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내 지시가 없다면 멈춰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진관이 대답하고는 그대로 편전 내부로 향했다. 우유도는 그 즉시 대전을 떠나 부근에 있는 한 건물로 빠르게 달려갔다.

오풍은 그 안에서 초조한 모습으로 배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들려온 발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지금 오풍은 사소한 것에도 크게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발소리의 주인이 우유도인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치 큰 짐을 내려놓은 모습이었다.

우유도가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손에 넣은 거야?”

오풍이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장포 아래에서 검은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그 주머니를 꺼내 손에 들더니, 의미심장한 얼굴로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툭툭 쳤다. 물건을 손에 넣었고, 물건이 안에 들어있다는 뜻이었다.

우유도의 두 눈이 반짝였다.

“깜짝 놀랐잖아. 두 손이 비어있어서 실패한 줄 알았지. 뭐하러 그걸 장포 안에 숨겨 놓은 거야? 이미 모든 사람이 내 통제를 받고 있으니, 그냥 들고 와도 상관없었어.”

“무섭단 말이야. 천 두 개로 가려서 안심할 수 있으면 괜찮은 것 아니야?”

“허, 한두 번 그 안에 물건을 숨기더니 재미 들린 건 아니고? 이런 시기에는 오히려 당당하게 물건을 들고 다니는 게 오히려 안전할 수 있어. 만약 그 아래 숨기고 있는 걸 다른 사람에게 들킨다면, 반대로 의심을 살 거야.”

우유도는 입으로 태연한 척 그런 말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우유도의 눈은 흥분으로 가득했다. 우유도는 주머니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오풍이 그런 우유도의 손을 막으며, 물건을 살짝 뒤로 뺐다.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뭐 하는 짓이야?”

“설마 토사구팽하진 않겠지?”

“무슨 얼어 죽을 토사구팽이야? 선생을 죽이면, 물건을 어떻게 밖으로 가지고 나가겠어? 이곳에서 나갈 때, 당연히 내 몸은 수색을 받아야 한다고, 그러니 물건은 여전히 선생이 밖으로 보내야 해.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야?”

오풍은 걱정이 됐다. 처음부터 성존에 반하는 일이었다. 자신을 죽여 살인멸구 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우유도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오풍이 없이는 우유도도 물건을 밖으로 빼돌릴 수 없었다. 물건을 우유도에게 건넨 오풍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긴장해서 한 말이야. 농담 한번 해본 거야.”

“긴장은 개뿔, 소인의 마음으로 군자의 마음을 가늠한 것이겠지.”

우유도는 그를 나무라며, 검은 주머니를 받아 들었다.

주머니를 벌리니, 내부에서 미약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입구를 통해 내부를 살펴보니, 과연 그 안에는 과일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당연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우유도는 그중에 하나를 꺼내 냄새를 맡아 보더니, 곧 빙그레 미소지었다.

“좋아, 좋아.”

사실 냄새를 맡을 필요도 없었다. 손에 든 순간, 즉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진짜와 가짜는 얼핏 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직접 살펴보면 그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물건을 다시 안에 넣은 우유도는 주머니의 입구를 조이고 다시 오풍에게 던져주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검은 주머니를 품에 안은 오풍은 다소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정말 조금도 두렵지 않은 거야? 내가 보기에 너는 조금도 긴장한 것 같지 않아서 말이야.”

“이미 저지른 일이야. 긴장하고 두려워할 필요 있을까?”

오풍은 우유도에게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동생은 아주 독한 사람이야. 천성적으로 못된 짓을 할 자질을 타고났군, 안색 하나 안 바뀌고 일을 처리하다니, 지금까지 두려워하는 모습을 못 본 것 같군. 나랑은 달라. 나는 나쁜 짓을 하면 아주 심장이 벌렁거리지. 너하고 비교하면 나이만 헛먹었군.”

“말조심해, 이게 어떻게 나쁜 짓이야? 천하가 성존으로 인해 고통받은 지 오래야. 우리는 지금 하늘을 대신해 정의를 행하고 있는 거야. 알았어? 하늘을 우러러보거나, 땅을 굽어보아도 양심에 부끄러울 것이 없으니, 귀신도 우릴 피할 것이야. 그러니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할까?”

오풍이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맞아, 맞아. 말 한번 잘했어. 하늘을 대신해 정의를 행하는 거지.”

“잠시 기다려.”

우유도는 그 말을 하고 바로 그곳을 떠났다.

오풍이 멈칫했다. 자신에게 뭘 기다리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물건을 들고 여기서 기다리는 건 안전감이 없었다. 오풍은 다시 주머니를 장포 속에 숨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유도가 어디서 났는지, 기둥 형태의 돌을 구해왔다. 그리고 오풍 앞에서 돌 위에 갈퀴처럼 세운 손을 올리고 법력을 두른 후 손을 빙글 돌렸다.

곧 손의 움직임을 따라 둥근 모양의 돌이 나선의 문양을 만들며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다시 손을 자신이 만든 둥근 원안에 넣어 법력을 이용해 돌 내부를 다듬었다. 곧 돌가루가 그 안에서 흘러나와 바닥에 작게 쌓였다.

오풍은 그 모습을 보고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돌 안을 파내서 물건을 숨기기 위한 용도였다. 물건을 밖으로 내보내는 건 여전히 오풍이 사용하는 그 방법을 써야 할 것 같았다.

“물건은?”

우유도가 손을 뻗었다.

오풍이 장포 안에서 다시금 검은 주머니를 꺼내더니, 우유도와 같이 주머니에서 과일을 하나하나 꺼내 돌 구멍 안에 밀어 넣었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수상쩍은 모습으로 수시로 주위를 살피는 모습을 보면, 딱 봐도 나쁜 짓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과일을 모두 돌 안에 집어넣을 수 있었고, 우유도는 혹시라도 물건이 안에서 흔들릴까 봐 법력으로 바닥에 쌓인 돌가루를 빨아들여 다시 돌 속에 밀어 넣어, 빈 곳을 모두 채웠다.

그렇게 안을 가득 채운 후 방금 전에 나선형으로 뽑아낸 돌을 다시 돌려 끼워 넣고, 그 표면을 갈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마지막에는 근처에서 흙을 한 줌 주워 표면에 문댔다. 그렇게 돌은 정말로 감쪽같이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얼핏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걸 보고 있는 오풍은 탄식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행운유수(*行雲流水: 하늘에 떠가는 구름과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다는 말)와 같이 아주 깔끔하군. 아주 대단한 솜씨야. 딱 봐도 경험이 있어 보여. 이런 일을 한두 번 해보는 것이 아니지?”

“하찮은 재주에 불과할 뿐이지.”

우유도가 겸손을 떨고는 돌을 들어 자세히 냄새를 맡아 보았다. 어떤 과일의 냄새도 나지 않는 것을 보고, 그제야 돌을 오풍에게 건네주었다.

“나중에 우리 일행이 무량원을 떠날 때, 기회를 봐서 하던 대로, 이 물건을 진법의 입구에 놓아두도록 해. 해가 진 후, 술시의 절반이 지났을 때, 호족이 가지러 올 거야. 선생은 하던 대로 같이 당직 서는 사람의 주의를 돌려주도록 해.”

오풍이 멈칫하더니 곧 놀랐고, 또 분노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들이 물건을 다 가져가면, 나는 어쩌지? 지금 당장 나가지도 못하고, 물건은 이미 너희들 손에 있으니, 만약 나를 토사구팽한다면, 누굴 찾아가서 하소연하지?

“나는 강호를 거닐면서, 도적질에도 도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또 나는 의리를 가장 우선시하는 사람이지. 나는 내 사람을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아! 나는 의리라는 깃발을 들고 있고, 그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은 다들 의리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지. 그런 의리 아래 있으니,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을 거야.

그것이야말로 나의 기반이라 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어! 황택사지에서, 나를 위해 증인으로 나선 그곳에서 호족의 사람이 선생을 마중할 거야. 그러니 선생은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바로 그곳으로 와. 선생이 그곳에 나타날 때까지, 호족이 쭉 기다릴 거야. 믿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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