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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02화 (499/1,000)

1402화. 생사의 갈림길에서 거닐다

허공, 무량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

우유도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사실 조금 전, 우유도는 도박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무쌍이 그 고결한 신분으로 자신과 쓸데없이 대화를 질질 끌지 않을 것이라는 도박을 한 것이다. 만약 그녀가 우유도에게 자세한 상황에 대해서 물어왔다면, 우유도의 헛소리는 그녀를 속여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거닐다가 온 느낌이었다.

마음을 다잡은 우유도가 손짓하자, 여덟 문파의 사람들이 그와 같이 한쪽에 있는 숲속에 내려앉았다.

“무슨 일인가?”

산에 내려온 태숙산해가 물었다.

“따로 움직이시지요. 저는 황택사지에 한번 들려야겠습니다.”

태숙산해가 호기심에 물었다.

“황택사지? 무쌍 성존께서도 알고 있는 일인가?”

“아닙니다. 어쨌든 저는 요호사의 감찰이 아니겠습니까. 요호사의 연례 소탕 작전이 내일이 끝납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한 번쯤 그곳을 방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여러분 같은 경우도 동시에 같이 돌아가지 마십시오. 각자 변명거리를 생각하고, 흩어져서 각기 다른 노선으로 문천성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만수문의 장로 안수귀가 물었다.

“어째서 말인가?”

“이번 사건에 얽힌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소식이 흘러나갔는지 아닌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물건은 어쩌면 누군가의 역린을 건드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같이 움직인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습니까?

흩어져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모두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문천성에 돌아간 후, 즉시 무쌍 성존의 이름으로 무쌍 성지의 인원들을 호령해 여러분을 보호하게 하십시오. 이건 성존께서 직접 권한을 주신 일입니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의 안색이 엄숙해졌다. 크게 긴장을 한 태숙산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알든 모르든 간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여무쌍이 이미 직접 법지를 내려, 그들에게 우유도의 명령을 따르라 했다.

지금 우유도는 여무쌍이 부여한 ‘영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유도가 무슨 명령을 내리든 간에 사람들은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일행은 돌아가는 노선을 서로 의논하고는 그곳에서 흩어졌다. 그들은 다들 주위를 크게 경계하며 돌아갔다.

비록 다들 참으로 큰일이라고 여기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우유도를 따라 움직인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무량원에 들어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성존 중 한 명인 여무쌍을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

그전에는 우유도가 남몰래 나추를 본 것 외에는, 다른 사람들은 성존을 본 적이 없었다.

일행을 이끌고 황택사지로 가던 우유도는 갑자기 중도에 멈추라고 명령하더니, 깊은 산에 숨어들어 밤을 지내게 되었다.

황택사지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이었다. 한 시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는데, 여기서 멈추는 이유를 다른 사람은 알 수 없었다. 곤림수 등 세 사람은 우유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살짝 물어봤지만, 우유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세 사람에게 휴식을 취하라고만 했을 뿐이다.

밤이 되었다. 세 사람은 우유도가 어둠 속에서 뭔가를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진관과 가정걸은 내심 마음속에 의문과 걱정이 가득했다. 이번 여정에서 우유도의 행동이 참으로 괴이해, 두 사람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걱정하는 것은, 그들이 아홉 누각의 당직자를 다른 곳으로 불러내는 일에 협조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돌아가면서 심문을 받았다고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아홉 누각의 사람들이 동시에 그곳을 벗어난 짧은 공백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일까? 무량과를 지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공백의 시간이 있었다는 말이었다!

더욱이 두 사람은 무량원 안에 오풍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우유도를 도와 위증을 한 오풍이 있으니, 원인과 결과를 결합해 생각해 보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두 사람은 생각만 해도 두려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그들이 무량원을 나올 때까지, 아무 이상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두 사람 또한 무량과를 봤지만, 그 어떤 이상도 없었다. 설마 자신들이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일까?

여명 전의 어둠, 하늘이 가장 어두울 때,

우유도가 세 사람을 불러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이 서서히 밝아올 때 황택사지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우유도는 소매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진관에게 주며 말했다.

“잠시 후, 너희는 이곳에서 앞으로 쭉 직진해라. 또 여기 표시된 곳에 날짐승과 날짐승을 조종할 수 있는 지령을 놔둔 후에, 여기 다음 지점으로 이동해 나를 기다리면 된다.”

진관이 종이를 받아 확인하니, 한 장의 지도였다. 지도에 표시된 목적지는 황택사지 안에 있는 어떤 장소가 그려져 있었다.

곤림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그는 그냥 따라가면 그만이었다. 다만 가정걸은 고개를 내밀어 지도를 확인하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장로님, 왜 여기로 가야 합니까?”

“시키는 대로 가면 그만이다. 때가 되면 다 알게 될 것이다.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말고…. 이건 다 너희를 위해서다.”

또 우유도는 곤림수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화봉황에게 성경 안에 있을 동안, 너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곤림수가 깜짝 놀랐다. 우유도가 갑자기 지금 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우유도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지금 같은 때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다소 이상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세 사람이 우유도의 안배를 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날짐승이 황택사지에 접어들었다. 우유도가 다시 말했다.

“너희 먼저 가라. 내가 나중에 너희를 찾아가겠다.”

말을 마친 우유도는 그대로 날짐승에서 뛰어내려 멀리 날아갔다. 세 사람은 같이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우유도는 이미 검은 점이 되어 끝없는 대지 위로 사라지고 있었다.

“도야가 뭘 하려는지 아시오?”

곤림수가 갑자기 물었다. 그는 여전히 우유도의 그 말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딘가 이상했다.

진관이 한숨을 내쉬었다.

“장로님의 행사를 그 누가 파악할 수 있겠소. 우리도 모르겠소. 하지만 분명 무슨 이유가 있으시겠지. 아무튼, 우리는 장로님의 안배를 따르면 그만이오.”

“맞소!”

가정걸도 고개를 끄덕였다.

곤림수는 여전히 복잡한 마음이었다. 이번에 자신이 외출한 것이 대체 무슨 목적을 갖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렵게 한번 나왔지만, 그저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만 할 뿐,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한편, 날짐승에서 몸을 날린 우유도가 한쪽의 산봉우리에 내려섰다. 그곳에는 풍화되어 눈에 띄는 해골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태숙산성이 죽은 곳이었고, 나름 우유도가 여러 번 방문한 곳이었다.

그곳 우뚝 선 바위 아래 작은 구멍이 있었고, 그 안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우유도가 집중해서 바라보니, 바로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는 호족의 족장 흑운이었다.

그 동굴은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어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작았다.

우유도가 검을 짚고 천천히 바위 곁으로 다가갔지만, 흑운은 감히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던 우유도가 그곳에서 물었다.

“살수들이 이미 도착했소?”

흑운은 동굴 안에서 사람의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이미 도착했소. 지금 마침 이 주위에 숨어 있소. 총 열다섯 명이오. 그런데, 대체 당신은 이곳으로 당신을 죽일 자들이 온다는 것을 어찌 알았소?”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그가 고의로 그들을 불러들인 것이니, 모를 수가 없었다. 이번에 우유도는 사여래를 통해서 일부러 자신의 여정과 움직임을 노출시켰다. 그렇게 한 이후, 문천성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금 한두 마디로 다 말하기 어렵소. 나중에 천천히 설명해 주지. 내가 말한 계획대로 준비해 놓았소?”

“걱정하지 마시오. 이미 다 준비되어 있소. 일단 움직이면 호족들이 즉시 반응할 것이오. 그대가 조금만 버티면, 그대가 계획한 대로 사람들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오.”

우유도가 이어 말했다.

“좋소. 물건을 손에 넣었소?”

거기까지 말했을 때, 흑운이 매우 흥분하며 말했다.

“어제저녁에 이미 성공적으로 손에 넣었다는 소식이 왔소. 지금 가지고 돌아오는 중이오. 우 형제, 정말 탄복했소. 정말로 수많은 사람이 가지고 싶어 했지만, 가질 수 없었던 물건이오. 하지만 그쪽은 아주 손쉽게 손에 넣었군. 정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소!”

“손쉽게?”

우유도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했는지 말하기도 귀찮았다.

“됐소. 족장의 아부를 더는 못 들어 주겠군. 날짐승은 이미 약속한 지점에 놔두게 했소. 빨리 사람을 시켜 날짐승을 타고 물건을 가져오게 하시오. 밤이 길면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오.”

“걱정하지 마시오. 모두 그대의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소. 단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모두 그대의 계획을 따르고 있소. 조심하시오, 누군가 다가오고 있소.”

말이 끝나자마자 흑운은 즉시 동굴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 간 후, 더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우유도는 누군가 바람을 가르고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곧 싸늘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휙휙 거리며 산 아래서 일단의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적지도 많지도 않고, 딱 열다섯 명의 흑의 복면인이었다. 그들은 두 눈과 두 손을 제외하고는 모두 천으로 둘둘 싸매고 있었다.

열다섯의 흑의 복면인은 이미 산봉우리를 포위하고 있었다. 우유도가 싸늘한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고는 천천히 바위 곁에서 물러났다.

“자라 새끼처럼 숨어있는 모습이 아주 수상쩍은 놈들이군. 너희는 누구냐?”

한 사람이 억지로 갈라진 목소리를 만들어 말했다.

“우유도, 오랫동안 기다렸다.”

새벽, 쌀쌀한 공기가 불어왔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우유도가 뒤돌아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성경 안에서 감히 그런 수상쩍은 모습을 하고 있다니, 분명 무슨 좋은 일로 온 것 같지는 않군. 나를 죽이러 온 것이 분명해. 누가 보냈지? 내가 한번 맞춰볼까? 지금 이럴 사람은 정위를 제외하고는 없지. 다만 정위는 외계에 나가 있으니, 아마도 직접 오지는 않았을 것이오. 혹시 현요? 여기 현요가 있나?”

그 말이 끝나자, 갈라진 목소리를 낸 남자의 두 눈이 흉악해졌다. 그가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죽여라!”

찰나의 순간, 십여 명의 사람들이 우유도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곧 검기가 사방에서 몰아쳤다.

챙! 우유도도 검을 뽑아 들고 쏜살같이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도검이 교차하며, 폭음이 울리는 가운데, 연달아 두 명의 복면인이 우유도의 공격에 뒤로 튕겨 날아갔다. 우유도는 그 기세를 살려 자신을 포위하는 사람들을 한 번에 돌파했다.

한쪽에서 관전하던 복면인은 다소 놀랐다. 자신들이 우유도의 실력을 너무 얕잡아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유도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포위망을 벗어날 줄이야!

하지만 우유도가 이미 그 이름을 입에 올린 순간부터, 기호지세였다. 일단 우유도가 이곳에서 도망친다면, 그 결과가 어찌 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러니 절대 이대로 놓아줄 수 없었다. 급히 몸을 날린 그 복면인은 직접 우유도를 공격해 들어갔다.

포위망을 돌파한 우유도는 그대로 산 정상에서 뛰어내려 산 아래 있는 황택사지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누가 봐도 도망을 치려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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