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5화. 나불나불
우유도가 계속 말했다.
“저자는 내 명령을 받고 고분고분 제압당했소. 어떠한 반항도 하지 못하고 있지. 상대방의 손발을 묶어놓고 복수하겠다는 것이 당신의 능력이오? 당당한 호족의 족장이 그 정도밖에 안 되오? 당신은 남의 위기를 틈타 뒤통수를 치는 짓밖에 할 줄 모르오?
그같이 좁은 도량과 편협한 수단을 가지고 있으니, 호족이 당신의 손에서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이 황택사지에서 구차하게 연명하는 것이 아니오! 죽이려면 죽이시오. 막지 않겠소. 하지만 당신이 호족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려면, 금제를 풀고, 정정당당하게 곤림수와 한판 붙어야 할 것이오!”
“결국 당신은 지금 당신의 힘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소! 곤림수를 죽이는 것이 당신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오? 아니오! 내가 당신 손에 곤림수를 내어줬고, 당신은 내 손을 빌려 내 사람을 죽이는 것뿐이오. 심지어 이건 내가 동의하지도 않은 것이지. 정말로 당당한 호족의 족장이라 할 수 있군.
이런 걸 일족에게 보여주면, 뭐가 달라지오? 정말로 당신네 일족을 이런 얄팍한 수단으로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그렇게 자기 얼굴에 대놓고 금칠을 해대니 나까지 창피할 지경이군! 그리한다면 살아 있는 호족이든, 죽어간 호족이든, 다 당신을 깔볼 것이오!”
“정말 자신 있으면 곤림수의 금제를 풀고, 그를 풀어주시오. 만약 정정당당하게 곤림수와 한판 붙어서 죽일 수 있다면, 나도 입을 다물겠소!”
거기까지 말한 우유도가 거친 기침을 하며, 입으로 피를 토해냈다. 그 모습을 본 진관과 가정걸은 우유도를 보고 걱정스러워했다.
하지만 격한 기침을 하면서도, 우유도는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설사 호족이 곤림수를 죽이는 것을 포기하도록 설득하지 못한다 해도, 최대한 곤림수를 위해 살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했다. 우유도는 자신이 진지하게 약속한 일에 대해서 반드시 최선을 다해야 했다.
설사 호족이 곤림수를 풀어주고 공평하게 결투를 한다 해도, 곤림수의 천화무극술이라면, 호족의 부시등으로도 곤림수를 묶어놓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 설사 결투에서 이기지 못한다 한들, 도망갈 기회는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거침 숨을 몰아쉰 우유도가 계속 말했다.
“사람은 내가 데려온 것이오. 또 내가 그냥 붙잡히라 명령을 내렸소. 만약 지금 저자를 죽인다면, 내가 그를 죽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이오! 흑운, 만약 당신이 그를 죽인다면, 난 그 원한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오! 만약 지금 나까지 같이 죽이지 않는다면, 감히 장담하건대, 아주 많은 호족이 곤림수와 같이 묻히게 될 것이오!”
흑운이 분노하며 소리쳤다.
“우유도, 그 지경이 되고서도 나를 위협하는 것이오?”
그는 바로 곤림수를 돌아보며, 서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우유도가 다급히 말했다.
“내가 왜 당신들과 호선과를 분배하는 일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아시오? 내가 어째서 호선과를 고르게 분배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는지 아시오? 또 내가 어째서 당신들을 이리 믿고, 호선과를 모두 당신들의 손에 건네줄 수 있었는지 아시오?”
그 말을 들은 흑운의 손이 멈칫했다. 그 문제를 들은 흑운은 확실히 의문이 들었고, 우유도를 돌아보았다.
“콜록, 콜록….”
우유도가 기침하면서 또다시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하지만 우유도는 입가에 흐르는 선혈을 무시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열두 개의 호선과를 당신들에게 모두 준다고 해도 뭔가 바뀌는 것이 있소? 그래 봤자 호족에게는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호족이 열두 명 늘어날 뿐이오. 그래 봤자 노족장을 회복시킬 수 있을 뿐이지. 하지만 고작 그것으로, 호족의 운명을 바꿀 수 있소? 과거 호족 중에 변신할 수 있는 자가 그리 많았지만, 성존과 싸워 어찌 되었소?”
“하지만 인간 수행자에게는 다르지. 법력과 경지가 크게 상승할 뿐만 아니라, 더욱 강한 육체를 주조하여, 원영기에 올라설 수 있고, 더욱 강대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소.”
“당신들은 호선과를 받아도 아무 쓸모가 없소. 전부 당신들에게 주어봤자, 호족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오. 오히려 더욱 많은 호족이 목숨을 잃겠지. 수천수만의 호족들이 여전히 참담하게 목숨을 잃을 것이오. 오히려 더 많이 죽겠지! 아무것도 모른 채, 호선과를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만만해하는 어리석은 호족 족장 때문에 말이야! 그러니 당신들의 운명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소!”
“당신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오. 성존을 넘어뜨리기 위해서는 인간 수행자의 힘이 필요한 법이오. 그러니 노족장이 과거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계로 향한 것이고, 호족도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노족장을 인간계로 보낸 것이 아니오.
그것은 바로 누군가 호족을 도울 사람을 찾아 호족의 비참한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였소! 노 족장이 자신의 수안을 파내면서까지 호족의 편을 든 것은 무엇을 위해서요? 그것이 바로 노족장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며, 이제는 흑운 당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인 것이오!”
“다만 과거에 노족장은 너무 천진난만했소.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을 믿었고, 그 결과가 어찌 되었소? 그것이 당신들 호족의 반면교사가 되었고, 그 후로 외족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니오!”
“당신들이 우리를 죽이고, 설사 그 호선과를 다른 인간에게 준다 한들, 그렇게 그들을 원영기로 끌어 올린다 한들, 그 결과가 어떨 것 같으시오? 설사 그들이 성존을 넘어뜨린다 해도, 그들이 호족의 존재를 인정해줄 것이란 보장이 있으시오? 아니면 확신할 수 있으시오? 어쩌면 힘들게 돌고 돌아, 호족의 비참한 운명이 여전히 재현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으시오?”
“하지만 나는 다르지. 내 사부가 누구요.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고, 무엇을 이루었는지 당신들이 직접 보았소. 당신들 두 눈으로, 모두 똑똑히 보았을 것이오! 설마 나를 다른 사람들보다 못 믿는 것이오? 아니면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 것이오? 더 마음이 놓이는 다른 사람이 있으시오?”
“호족의 족장이란 사람이, 한순간의 분을 풀 생각만 하고, 수천수만 호족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니, 그러고도 당신이 호족의 족장이라 할 수 있소? 당신을 믿고 일족을 맡긴 노족장께 죄송하지도 않으시오? 노족장의 생각을 물어본 적이 있기는 하오?”
만약 노족장 은희가 깨어날 때까지 시간을 끌기만 한다면, 은희의 딸 나방비 때문에 우유도는 그녀를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지금 당신이 죽이려는 자, 저 곤림수라는 자는 아무것도 모르오. 지금까지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지. 당시 그가 했던 모든 것은 그 입장 때문일 뿐이오. 마치 당신들이 처음에 나를 죽이려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지.
만약 내가 당신들의 일격을 버티지 못했다면, 당신들은 절대 나를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오. 그것이 당신들의 입장이었으니 말이오. 하지만 내가, 당신들이 나를 죽이려 했다고 해서 어떤 원한을 품은 적이 있소? 부끄러운 줄 아시오!”
“그는 내 사람이오! 난 그와 함께 앞으로 많은 일을 이뤄나가야 하지. 이 곤림수라는 자는, 이곳에서 죽으면 안 되는 사람이오. 난 그가 필요하지. 그리고 난 이미 약속하기도 했소. 이미 그의 아내에게 성경에서 그를 지키겠다고 약속했지!”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내가 무엇을 했는지 당신들은 다 알 것이오. 나는 성존에 대항하는 사람이고, 그는 내 사람이오. 그는 나를 따르는 사람이지! 그의 실력을 당신들 호족도 똑똑히 보았을 것이오. 그는 앞으로 나와 같이 성존과 싸울 사람이오.
그는 미래에 자신을 위해서, 또 호족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호족을 위해 싸울 것이오! 한사람이라도 실력 있는 사람이 급한 마당에, 그를 죽이겠다고? 성존에 대항할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리겠다는 것이오? 설사 죄가 있다 한들, 호족은 그에게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오!”
“그를 죽이면, 밖에 있는 사람 중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생길 것이오. 가장 먼저 그자의 아내가 호족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지. 그런 상황에서 내가 어찌 아랫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성존에 대항한단 말이오?”
“이미 곤림수를 공격해 그를 다치게 했으니, 화는 풀었다 할 수 있소. 또 경고의 의미는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소. 그러니 이치로 생각하시오. 감정으로 생각하지 말고! 일족 또한, 어느 정도 내 말을 들었으면 충분한 설명이 됐을 것이라 생각하오. 죽어간 호족을 생각해서, 나도 더는 곤림수를 변호하지 않겠소.”
수많은 호족 장로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흑운의 반응을 살폈다. 흑운은 서서히 손에 힘을 풀었다.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족장은 현명한 사람이오. 분명 호족을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 믿소. 콜록, 콜록….”
우유도가 또다시 피를 토해냈다. 기혈은 이미 꼬일 대로 꼬여있었다. 그저 억지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가슴을 부여잡은 곤림수는 우유도가 입으로 피를 토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매우 복잡하고 동요한 얼굴로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는 자신이 우유도가 말한 것처럼 그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우유도가 중상을 입은 몸으로 최선을 다해 자신을 지켜주었음을 알고 있었다.
이제, 그는 우유도가 그전에 자신에게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우유도는 얼마 전에 말하길, 화봉황에게 성경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킬 것을 약속했다고 했었다. 그 말은 헛것이 아니었다. 분명 우유도는 그 약속을 지키려 하고 있었다!
한편, 진관과 가정걸은 깜짝 놀랐다.
호선과? 열두 알의 호선과? 그것은 무량과를 말하는 것인가? 그럼, 열두 알의 무량과가 지금 이쪽에 있다는 건가? 두 사람은 우유도가 언급한 물건을 자신들이 잘못들은 줄 알았다. 정말로 무량과가 이쪽 손에 있단 말인가?
그들은 우유도가 무량원에서 보여준 일련의 이상행동을 떠올렸다.
한편으로, 그들은 그제야 과거, 우유도가 왜 호족에게 손대지 말라고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흑운은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석실의 천장을 바라보더니, 화제를 돌렸다.
“당신을 쫓는 사람들은 당신만 보고, 나머지 세 사람은 보지 못했지. 이들 세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표묘각 쪽에 뭐라고 설명한단 말이오? 그쪽에서 의심할 수도 있소!”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그리고 기세를 일으키더니 곧 다시 기운을 잃었다.
“걱정할 필요 없소. 설명할 필요도 없소! 나조차 죽임을 당했소. 저들 세 사람이 안 보이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 않소? 저들이 밖으로 나서지만 않으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오. 저들이 조사하고 싶은 대로 조사하게 하시오. 그걸 우리가 대신 걱정해줄 필요 있겠소?”
죽임을 당했다고? 세 사람은 우유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흑운이 그를 노려보며 다소 괴상한 어투로 말했다.
“빨리 요상이나 하시오. 그대로 시간이 지나면, 내가 죽이지 않아도 알아서 죽을 것 같소. 나불거리긴, 어서 요상하시오!”
그리고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장로들은 바로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괜찮소?”
진관이 다친 곤림수에게 물었다. 곤림수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세 사람은 우유도에게 같이 다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우유도는 천천히 눈을 감고, 양손으로 기운을 올려 단전으로 향했다.
“더는 못 버티겠다. 할 말 있으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더는 방해하지 못했다. 사실, 방금 우유도가 했던 말을 모두 소화시키는 데에도 한참이 걸릴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