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0화. 회복
바람이 없음에도 오상의 장발은 여전히 휘날리고 있었다. 잠시 후, 오상은 다시 서서히 두 손을 합장하고 가슴으로 당겼다. 그는 입으로 계속해서 단어를 중얼거렸다.
“귀래(歸來)…. 귀래…. 귀래….”
한편, 사람들은 이 모습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목도하고 있는 황반 일행은 속으로 감탄했다. 이들은 오상이 이런 법술을 시전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야말로 안계를 넓히는 일이었다.
“귀래, 귀래.”
그렇게 한참이나 중얼거리던 오상은 결국, 갑자기 한숨을 내쉬고는 합장을 풀고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거, 쓸모없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너무 늦었네. 천지 법칙의 한계가 있어, 그 혼은 이미 저승으로 떠났으니, 더는 이 세계에 있지 않네. 내 법력으로는 명계에서 혼을 불러올 수는 없군.”
쓸데없는 시간 낭비였지만, 사람들은 별말 하지 않았다. 법술을 펼친 사람이 제일 고생했기 때문이었다.
원색이 고개를 돌려 황반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모두 우유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친분도 있겠지. 죽은 자가 우유도가 맞느냐?”
황반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아마 그럴 것입니다.”
“아마? 어째 여무쌍의 말투와 같구나?”
원색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는 늘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너그러운 마음과 적당히 풍만한 풍채를 모여주었다.
황반은 크게 두려워하며, 빠르게 들것에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우선은 시신 옆에 있는 보검을 꺼내 양손에 들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검에 적혀있는 일련번호를 확인한 그는 다시 검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양손으로 시신의 옷섶을 젖혀 시신의 가슴을 확인했다. 시신의 가슴에는 눈에 띄는 흉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황반이 손을 뻗어 검사한 후 다시 옷섶을 여몄다. 그리고 다시 시신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바로 이때, 문밖에서 누군가 들어왔다. 정위였다. 소식을 들은 그는 비바람을 맞으며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이다.
두 사람이 그를 따르고 있었다. 그는 피풍을 펄럭이며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인사를 올렸다. 특히 그 사부에게 더욱 공손했다.
원색은 예를 거두라고 손짓했다.
정위는 알아서 옆으로 가서 섰다. 이후, 황반이 살펴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수시로 죽은 자의 용모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그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이때, 여무쌍의 두 눈이 가끔 정위를 향했다. 그리고 수시로 정위의 안색과 반응을 관찰했다.
잠시 후, 황반이 자리에서 일어나 시신을 보며 하나하나 짚어가기 시작했다.
“시신의 용모가 우유도와 조금이지만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후경직으로 인해 생전의 용모가 조금 비틀어지는 경우는 매우 일반적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각 문파의 사람들이 성경에 들어올 당시, 그들의 무기를 모두 외부 세계에 두고 오게 했습니다. 성경에서 그들이 갖고 있는 무기는 모두 표묘각에서 배분한 것이며, 모두 고유의 일련번호가 있습니다.”
“지금 이곳에 남은 사자의 무기는 바로 성경 내부에서 우유도에게 나누어줬던 그 무기가 맞습니다. 또한, 사자의 가슴에 한줄기 흉터가 있는데, 이 또한 우유도의 모습과 일치합니다. 과거, 각 문파의 인원이 성경에 들어왔을 때, 그 의복을 현장에서 갈아입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소신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에 저는 우유도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았고, 우유도의 가슴에 있던 커다란 흉터를 소신이 두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등에 나 있는 상처 또한 그 당시 목격자의 진술과 맞아떨어집니다. 등에 나 있는 상처는 아마 천검부의 강대한 공격에 적중해 생겨난 상처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사자는 우유도가 확실합니다. 틀림없습니다!”
정위가 눈살을 찌푸렸다. 원색이 다시 물었다.
“사건이 발생할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가 있느냐?”
“있습니다.”
황반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주천우에게 앞으로 나와 질문에 대답하라고 손짓했다.
주천우는 크게 긴장했다. 그는 더듬거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목격자가 아니라 말하면서, 황반의 말을 조금 수정했다. 그는 말하길, 자신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건이 종결된 후였으며, 우유도의 시체만 목격했을 뿐이라 했다. 이후, 그는 수하 두 명을 내세워 성존의 질문에 대답하게 했다.
한편, 주천우의 수하들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찌어찌 사건이 발생할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또한, 이들 둘 중의 한 명은 자객을 추격하는 일에 참여했던 자였다. 그는 추격 과정에서 자객이 어떻게 도망쳤는지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다.
상황을 모두 들은 원색은 그들에게 시신을 가지고 물러가라 명했다.
사람들이 공손히 인사한 후, 천천히 물러갔다. 모두 물러간 후, 오상이 갑자기 냉소를 지었다.
“인제 보니 사람들이 아주 우리를 안중에 두지 않는 것 같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리 뒤에서 수작을 부리고 있을까.”
나추가 그 말을 받았다.
“과거, 자네도 그러지 않았는가?”
오상이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다?”
나추가 소매를 한번 휘둘러 뒷짐을 지고 옆으로 돌아 오상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설파파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만두게. 나야 당신들 둘이 치고받고 싸우면 좋지만, 싸우지도 못할 거면서, 뭘 그리 거드름을 피우는 건가? 일단은 눈앞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좋겠어. 아무튼, 간덩이가 부은 놈들이야. 법도 하늘도 업신여기는 놈들이군. 흉수가 누구인지, 어떻게 조사할 거지?”
여무쌍이 갑자기 말했다.
“원 뚱땡이, 잠깐 이야기 좀 할까?”
그리고는 옆으로 움직이며, 힐끗 정위의 반응을 살폈다.
“미인의 요청이 있어, 잠시 실례하지.”
원색이 지방을 흔들며, 마치 둥근 공처럼 여무쌍의 뒤를 쫓았다.
사람들은 싸늘한 눈빛으로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저 둘이 배후에서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일남 일녀, 미녀와 돼지였다. 두 사람은 측원(側院)에 있는 한 공터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잠시 후, 여무쌍의 이야기를 들은 원색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여무쌍,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야. 내 제자는 아주 고분고분하다고, 내가 마음에 두고 있는 내 전인이지. 나중에 제자 덕을 보고 노후를 보내려는 내게, 제자와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것인가?”
“그래?”
여무쌍은 조롱하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헛소리를 하는 것인지, 네가 알아보면 되겠지. 그는 네 사람이니, 그의 신분과 네 비호가 있으면 다른 사람은 끼어들기 어렵겠지. 그게 아니라면 내가 조사해도 상관없어. 다시 말하는데, 이건 우유도가 생전에 내게 했던 말이고, 난 그걸 네게 전할 뿐이야. 믿든 말든 그건 네 마음이지.”
“우유도가 내민 증거에는 홍운법의 죽음도 있었어. 생각해봐. 왜 하필 홍운법이 그때 죽었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자 중에 정위가 가장 신분이 높은 자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만수문에 심어놓은 밀정이 실종된 사건도 있지. 모두 정위가 수하를 보내고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일어난 사고야. 그게 의심스럽지 않단 말이야?”
원색의 두 눈에 정광이 번쩍였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 원색은 여전히 유쾌하게 웃으며 정위에게 손짓했다. 그렇게 제자를 불러 지시를 내렸다.
“지금 네가 표묘각을 관리하고 있고, 빠르게 돌아온 것은 잘한 일이다. 네가 하는 일이라면 마음이 놓이지. 그러니 이번 일은 네가 조사하는 것이 좋겠다. 감히 성경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살인을 하다니, 절대로 이번엔 홍운법의 사건처럼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반드시 흉수를 잡아 사건을 해결해서 모두에게 합당한 설명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정위가 포권을 하며 대답했다.
“가보아라. 가서 일을 처리하거라.”
원색이 뚱뚱한 손을 내저었다.
정위가 물러갔다. 그는 문천성의 중추당으로 돌아가서 즉시 관련 인원들을 불러모아 사건의 당시 상황과 상세한 현황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 * *
지궁 내부,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중앙에 있는 옥침(玉寢) 위에는 아름다운 은색 여우가 몸을 만 채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 앞에 서 있는, 흑운의 손에는 영성을 띤, 붉은 빛을 뿜어내는 무량과가 들려 있었다. 그는 굳은 얼굴로 좌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열두 호족 장로 중에서 네 명이 앞으로 나와 옥침의 각 모서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동시에 부드럽게 양팔을 뻗었다. 그렇게 네 줄기 눈에 보이는 희끄무레한 요력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은호에게로 향했다. 잠에 빠져있는 은호는 네 줄기 요력에 의해 천천히 허공에 떠올랐다.
은호가 허공에 떠오르자, 네 장로는 흑운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무량과를 들고 있던 흑운의 열 손가락이 무량과의 껍질을 움켜쥐고는 힘을 주었다. 그러자 ‘탁’ 소리와 함께 껍질이 두 조각으로 쪼개졌다. 그 안에는 붉은 용암 같은 액체가 넘실거렸다. 껍질을 벗어던진 과즙은 붉은 빛을 맹렬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순식간에 석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과 물건들이 그 빛에 붉게 물들었다.
방관하던 우유도는 깊은숨을 들이켰다. 이상할 정도로 정신을 차리게 하는 기이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우유도는 지금 호족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흘러넘칠 것 같은 붉은 과즙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흑운의 요력을 따라 기다란 붉은 뱀처럼 변해 은호에게 헤엄쳐갔다. 그리고 은호의 입술을 통해 조금씩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껍질 안의 과즙이 하나도 남지 않았을 때, 비로소 붉은 빛이 허공에서 모두 사라졌다. 다시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모든 과즙이 은호의 뱃속으로 남김없이 들어갔다.
흑운은 두 손을 내렸고, 요력을 전개하고 있던 네 장로는 요력을 양손으로 조종하여, 은호의 몸속에 요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우유도는 그 장면을 잠시 바라보며, 아마도 지금 당장 결과를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유도의 시선이 다시 흑운의 손으로 향했다. 우유도는 흑운의 소매를 살짝 올리고 그의 손에 있는 껍질을 가리켰다. 의문이 있다는 손짓이었다.
흑운은 우유도의 질문을 알아들었다. 지금 우유도는 껍질에 무슨 효능이 있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흑운이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대답했다.
“껍질은 쓸모없소. 모든 약력은 과즙에 있지.”
우유도는 손을 뻗어 껍질을 달라고 했다. 껍질을 받아 살펴보니, 이미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원래 있었던 영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시 껍질을 비틀어 보았다. 매우 단단하다고 보긴 어려웠지만, 인성이 강해 법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무량과를 쪼개기 어려워 보였다.
대략 한 시진 후, 실내에 다시금 붉은 빛이 나타났다. 처음처럼 강렬한 빛은 아니었고, 부드러운 붉은 빛이었다.
우유도는 그 빛을 주목하고 있었다. 빛은 은호의 체내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붉은 빛은 털을 따라서 밖으로 천천히 흘러넘치듯이 반복적으로 털끝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잠든 은호는 빛으로 인해 분홍색으로 바뀌었다.
바로 이때, 흑운이 입을 열었다.
“교대!”
지금 요력을 뿜어내고 있는 네 장로는 요력을 다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흑운은 최대한 안정적으로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인원을 교대시켰다.
즉시 앞에 있던 네 장로가 물러났고, 재빨리 다른 네 장로가 옥침 곁으로 교대하며 위치를 바꾸었다. 그렇게 요력의 흐름이 끊기지 않은 채, 부드럽게 다시 연결되었다. 요력은 계속해서 천천히 은호의 체내로 흘러 들어갔다.
기존의 네 장로는 이 모습을 본 후에야 안심한 듯, 그들의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기존의 네 장로는 벽에 등을 기댄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회복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