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413화 (509/1,000)

1413화. 화국요비(禍國妖妃)

소평파의 당당한 태도를 보고, 태숙환아가 소리쳤다.

“내 앞에서 가식 떨지 마! 북주? 소평파, 네놈이 북주에서 쫓겨나 우리 진국으로 왔다고 들었다. 그렇게 패배한 개처럼 진국으로 도망 온 무능한 자가, 감히 여자를 이용해 높은 곳에 오르려고 하는구나. 네가 그러고도 남자라 할 수 있겠느냐?”

그녀는 소평파를 자극해 격노하게 하려 했다. 소평파를 자극해 이 방법을 포기하게 하려 한 것이다. 어찌 보면 마지막 발버둥이라 할 수 있었다. 이것이 그녀가 소평파를 만나려 한 목적이었다.

다만 그녀는 너무 천진난만했다. 소평파는 얼굴을 씰룩거리더니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담담히 말했다.

“공주님, 더는 소란피우지 마십시오. 설명해야 할 것은 폐하가 이미 모두 설명해 드렸을 것입니다. 자신을 위하지 않는다 해도, 어머니는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공주님이 어명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건 바로 귀비마마 또한 폐하의 말을 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공주님이 만약 폐하의 대사를 망친다면, 귀비마마가 어떤 처지가 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너….”

태숙환아가 소평파에게 삿대질을 하며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곧 천천히 손가락을 내렸다. 상대방이 자신의 어머니를 가지고 협박하니,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분노에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소평파가 담담하게 말했다.

“공주님, 밤이 깊었습니다. 일찍 주무시지요. 내일 공주님께서는 움직이셔야 합니다!”

소평파는 그렇게 포권을 하고는 뒤돌아 그곳을 빠져나가려 했다.

“거기 서!”

태숙환아가 소리쳤다. 소평파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등진 채로 말했다.

“더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내가 진장공에게 시집가는 것을 허락한 것은, 부황께서 내 조건을 들어주셨기 때문이다. 나중에 내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로 말이다! 오늘 이런 식으로 나를 대하다니, 나중에 내가 너를 용서할 것 같으냐?”

소평파는 여전히 그녀를 등진 채로 말했다.

“소신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폐하께선 공주님의 조건을 들어 주시기로 했지요. 하지만 전제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바로 과하지 않은 요구일 경우에만, 공주님의 소원을 들어주시겠다고 하셨지요! 그러니 공주님의 소원 갖고는 소신을 어쩌지 못합니다.”

이런 소녀의 협박을, 소평파가 안중에 둘 리 없었다. 태숙환아가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평파, 언젠가는 천벌을 받을 것이야!”

“수많은 나쁜 짓을 했지요. 천벌을 받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소신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공주님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럼 일찍 쉬십시오!”

소평파는 그 말을 남기고 그곳을 떠났다. 등 뒤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더는 돌아보지 않았다. 밤하늘 아래 소평파는 천천히 그곳에서 멀어져 갔다.

* * *

다음 날 아침,

깨어난 서병관의 장군 진장공은, 다소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좌우를 더듬어 보았다. 텅텅 비어있었다. 그 따뜻한 살결이 만져지지 않았다. 진장공은 결국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꿈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두 미인이 옷을 갖춰 입고 침상 곁에 공손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가 깨어난 것을 보고, 두 여인이 예를 표했다.

“대장군을 뵙습니다!”

그 모습이 아주 정갈했다. 작은 찌푸림, 작은 미소 하나까지 그 수위를 적당히 조절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몸을 일으킨 진장공이 멈칫하더니 의아해하며 물었다.

“너희가 어찌 궁중의 예를 아는 것이냐?”

두 사람이 앞으로 나와 진장공이 옷을 입는 걸 시중들며 한 여자가 말했다.

“저희는 원래 황궁의 사람이었습니다. 저희 자매는 원래 위군을 모시던 사람이지요. 소첩의 원래 이름은 상수아(常秀兒)입니다.”

다른 여자가 말했다.

“소첩의 이름은 창혜(唱慧)입니다.”

팔을 펼치고 시중을 받던 진장공의 얼굴이 그 순간 굳어졌다.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은 반응이었다. 그가 천천히 좌우를 살피더니 말했다.

“너…너희 두 사람이 바로 상귀비와 창귀비란 말이냐?”

상수아는 여전히 미소를 띤 얼굴로 그의 시중을 들며 말했다.

“저희 자매는 원래 대상을 따라 서병관을 나서, 위국에서 도망치려 했습니다. 그런데 관문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잡혀 장군에게 진상되었지요. 원래라면 저희 자매는 감히 신분을 밝히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군께서 저희 자매를 진심으로 아껴주시는 것을 보고, 감히 더는 숨길 수 없었습니다.”

확실히 두 사람의 말대로, 두 사람은 원래 대상을 따라 서병관을 나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관문을 지키던 장수들이 상인들을 수색하다가 그 안에 모습을 숨긴 두 미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상대방이 보통 대상이라는 것을 확인한 군관들은 그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결국, 대상의 주인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두 첩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 두 사람이 그저 일반인이라는 것을 확인한 아래 장수들은, 두 사람을 진장공에게 진상했다. 사실 곧 전쟁을 앞둔 진장공은 그들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미모를 확인한 후, 결국 참지 못했다. 최근에 이 둘을 끼고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진장공은 이 두 사람이 전 황제의 총애를 받던 귀비였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장공은 어째서 이들이 이렇게 아름다웠는지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황제의 귀비였다니!

정신을 차린 진장공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 털썩 침상에 주저앉았다. 그는 두 여자를 가리키며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현승천이 비록 자리에서 내려왔다고는 하나, 결국은 위국의 황제였던 남자다. 또 현 여황의 친동생이기도 했다. 그리고 눈앞에 도망친 이 두 귀비는 그야말로 화국요비(禍國妖妃)라 할 수 있었다. 자신이 그런 두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다니! 만약 이 소식이 퍼져나간다면, 도대체 얼마나 큰 공을 세워야 정적이 이걸 빌미로 자신을 공격해도 버틸 수 있을까?

불안에 떨었다. 자신이 건드리면 안 되는 여인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주위를 훑어보더니 곧 한쪽으로 가서 자신의 보검을 뽑아 들고 두 여자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두 여인은 산전수전 다 겪어 본 여인들이었다. 그녀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상귀비가 웃으며 말했다.

“장군은 지금 살인멸구하시려는 겁니까? 저희 두 사람을 죽인다고, 저희가 이곳에 나타난 것을 숨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진장공이 흉악한 얼굴로 검을 들어 그들을 가리켰다.

“너희는 진국의 첩자가 분명하다! 폐하께서는 현명하시니, 내가 누군가의 함정에 빠진 것을 헤아려 주실 것이다!”

창귀비가 말했다.

“이건 어찌 생각하십니까? 만약 장군께서 이번 일이 장군의 출세에 조금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신다면, 저희를 마음대로 처리하시면 됩니다!”

상귀비가 이어 말했다.

“출셋길에 영향을 주는 것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장군께서는 나중에 위국 내부에서 이 일을 가지고 누군가 트집을 잡지 않는다고 장담하실 수 있으십니까? 조정의 사람들이 어떠한 사람들입니까. 장군께서 제일 잘 아시겠지요. 지금은 장군을 진정시키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겠지만, 나중에는요? 장군께서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도박을 하시겠습니까?”

창귀비가 말했다.

“진국은 장군께 부귀영화를 약속하겠습니다. 과거는 따지지 않고, 칠 공주를 보내 약속할 것입니다. 그 전의 약속 또한 여전히 유효합니다! 밀사께서 산 아래에서, 장군께서 부르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장공의 얼굴이 복잡해졌다. 믿을 수 없었다. 어쩌다가 이리되었단 말인가? 왜 하필이면 이 두 여자란 말인가. 차라리 어디 다른 고관의 마누라와 잠을 잤으면 잤지, 어쩌다가 이 두 여자와 잠자리를 했단 말인가?

다만,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두 여자의 내력을 의심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들이 황제의 여인이라고는 의심하지 못했다. 과거라면 직접 나서서 이런 짓을 할 귀비가 있다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때려죽여도 말이다.

이것이 진국의 함정임을 그도 모르지 않았다.

그전에 그가 진국으로 기울었던 것은 위국의 상황이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두 남매가 위국을 이 지경으로 만든 덕분에 사기가 곤두박질쳤고, 그는 위국과 같이 순장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곧 후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정리되었고, 위국의 기세가 다시 올라갔다.

이에 그는 다시 위국을 지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서병관을 지키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그것은 위, 제, 후진 삼국의 연합이 이미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반전되었고, 군의 사기가 다시 올랐으니, 이곳을 당분간 지키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얼마 안 있어 제국의 지원군이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무튼,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는 모두 자신의 미래를 위해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반면 지금 진국의 행동은, 위국에서 그가 이곳을 지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최대한 줄이는 행위였다. 상황이 바뀌었고, 이대로 있으면 그는 위국에서 큰 이득을 얻을 수 없었다. 이득은커녕, 좌천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렇게 한순간의 욕망을 참지 못해, 그의 미래가 불확실해지고 말았다. 진국의 속임수에 완벽히 걸려들었다.

진국은 거미줄을 친 채 자신이 걸려들길 기다렸고, 자신은 보기 좋게 거미줄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이제, 위국 편에 서는 게 애매해지고 말았다!

“장군께서 원하시기만 한다면, 앞으로 저희 자매가 계속 장군을 모시겠어요. 만약 장군이 원하시지 않으면 저희 자매는 이대로 사라질 수도 있지요. 칠 공주의 명예를 위해서, 장군님과의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에요. 당연히 칠 공주도 모르시겠지요.”

손에 든 검이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그는 검을 짚고 섰다.

철썩!

진장공이 갑자기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얼굴에는 참담한 미소가 걸렸다.

“진국이 이처럼 악독한 계획을 세우다니, 내가 졌음을 인정한다!”

그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는가? 없었다.

다른 어느 여자랑 자도 상관이 없었다. 다만 유일하게 귀비 신분을 가진 여자를 건드려서는 안 됐다.

이 두 여자가 무슨 짓을 했든, 화국요비였든 상관이 없었다. 설사 위국 조정에서 이 모든 것이 진국의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추후에 이번 일에 대해서 더는 추궁하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해도, 위국 황제의 여인과 몸을 섞은 장군이었다. 위국 조정에서 그의 공을 칭송하며, 기쁘게 그를 승진시키고 작위를 내리기라도 하겠는가?

일단 위국이 위기를 벗어나면, 일단 위국의 상황이 안정되면, 그에 대한 구설수가 천천히 사람들 사이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그를 곤란하게 하지 않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후, 더 이상 위로 올라간다는 건 꿈도 꿀 수 없게 될 것이 뻔했다.

그와 경쟁하는 사람들은, 그의 옛 행적에 침을 뱉으며, 그에게 쉽게 길을 비켜주지 않을 것이다.

두 여인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미소지었다. 다만 그녀들의 미소 속에는 조금의 씁쓸함 또한 섞여 있었다. 그녀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잠시 후, 옷을 차려입은 진장공이 심복 수하를 불러 일을 처리하게 했다.

내부에서 수작을 부리니,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속여 한 사람을 안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었다. 산 아래에서 물건을 운반하는 인부 중에 진국 밀사가 섞여들었다.

그는 진국 밀사와 밀담을 나누었다. 진국은 이번에 그에게 더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에게 진국에 의탁한다는 글을 적게 했고, 위국 조정이 그에게 수여한 서병관 수비 장군의 관인을 가져갔다!

그 후, 진장공은 직접 부대를 이끌고 관문 통로를 순찰했고, 마침 또 다른 대상을 지나치게 되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