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5화. 새로운 작전계획
밤하늘 아래,
산꼭대기에 우뚝 선 소평파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병관의 불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평파의 좌우에는 소삼성과 일부 흑수대의 인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 그들은 모두 한곳을 빤히 노려보며 침묵하고 있었다.
다들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그들이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충분한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전장에는 항상 각종 불확실성이 가득했다. 그러니 이 중요한 전쟁을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는, 지휘관이 얼마나 임기응변을 잘하고, 군대를 잘 통솔하느냐에 달려있었다.
“대인!”
한 흑수대의 인원이 나타나 크게 기뻐하며 보고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윤여 장군이 이미 군대를 이끌고 서병관을 점령했습니다! 위군은 항복하거나 도망쳤습니다. 도망치거나 죽은 병력을 제외하고, 삼십만의 수비군 중 절반이 항복했습니다!”
동시에 두 여자가 나타났다. 상귀비와 창귀비였다. 그들은 동시에 소평파에게 인사를 올렸다.
소평파는 그 두 여자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가 다급히 물었다.
“아군의 피해는 어떠한가?”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습니다. 다만 대략 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주력을 보존했다고 합니다!”
소평파는 하늘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큰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소평파가 갑자기 비틀거렸다. 그는 이미 이틀 동안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대공자님!”
소평파가 다급히 소평파를 부축하며 소리쳤다.
“대인!”
좌우에 있는 사람들도 대경실색했다. 수행자들은 빠르게 다가와 법력으로 소평파의 기혈을 틔워주었다.
부축을 받은 소평파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난 괜찮소! 서병관을 점령한 것이 최종의 승리가 아니오. 후진과 제국의 지원군으로부터 그곳을 지켜야 할 것이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소. 나머지는 윤여 장군에게 달렸소. 진정 어려운 전투가 남아 있는 것이오….”
* * *
서병관,
화광이 주위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일단의 수행자들과 장병들이 열심히 불을 끄고 있었다. 위국 수행자들이 도망치기 전에 누군가 방화를 해, 물자를 태우려 한 것이다.
하지만 방화 시기가 너무 늦은 나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에 의해 불길이 잡혔다.
불에 탄 곳을 둘러본 윤여는 진장공을 불러 같이 서병관이 비축해 놓은 물자를 시찰하고자 했다.
수북이 쌓인 군량을 확인한 윤여는 크게 기뻐하면서 손뼉을 치며 연신 좋다고 소리쳤다!
군량뿐만이 아니었다. 산처럼 가득 쌓인 화살도 있었다. 윤여의 얼굴이 기쁨으로 물들었다. 그는 ‘좋아’를 연신 남발했고, 진장공의 공로를 크게 치하했다.
사실 윤여의 군대는 빠른 속도를 위해 군수품을 얼마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고 움직인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앞으로 서병관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병관에 보관된 물자가 매우 중요했다.
충분한 군량과 화살이 있으니, 윤여는 진국이 맡긴 임무를 완수할 확신이 생겼다. 이제 윤여는 밖에 나가 적을 맞이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곳을 지키기만 하면 됐다. 그저 진군이 위군을 격파할 때까지 이곳을 지키기만 하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진장공은 그야말로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전공을 세운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설사 서병관을 지키지 못했더라도, 수비군은 분명 모든 물자를 불살라 적군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장공 덕분에 손실된 물자는 많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모두 지킬 수 있었다. 그러니 어찌 큰 공로라 하지 않을까?
다만 서병관을 점령했지만, 윤여는 휴식할 생각이 없었다. 제국의 병력이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
방어 병력을 다시 배치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윤여는 사람을 시켜 산 위에 구멍까지 뚫어, 군량 등 쉽게 훼손될 수 있는 물자를 지하에 묻어 보관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적군이 화공을 가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윤여는 이미 이곳을 장기간 사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동시에 장병들에게 돌을 쌓아 올려, 적군을 향해 굴릴 낙석을 준비하게 했다. 또한, 추후 적군의 양동작전에 대응할 전면적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항복한 위군 같은 경우에는, 진군은 진장공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고, 남을 사람은 남고, 이곳에 남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저 무장을 해제하고 보내주었다. 그들에게는 하루 치의 식량을 해산비로 주었고, 그를 위해서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다. 이것은 나름 어느 정도 진장공의 뜻을 따른 것이기도 했다.
떠나간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항복한 십오만의 병력 중에 근 십만이 떠나기를 원했다. 어쨌든 남아 있어봤자 서로 불편할 뿐이었다. 게다가 남아 있는다 해도 좋은 꼴을 당할 것이라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어쨌든 좀 전까지 서로 적이었으니, 경계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부는 위국에 가족이 남아 있었기에, 혹시 자신 때문에 그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봐 서병관을 떠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조금 전까지의 적과 동침해야 한다는 사실에, 불편해하거나 불안해하며, 다들 떠나갔다.
진장공은 눈물을 흘리며 직접 그들을 배웅했다. 또 이르길, 만약 위국이 패배하고 그들이 갈 곳을 잃는다면, 자신에게 찾아오라며, 그들에게 약속했다.
일부 무기를 놓은 장수들은 갑주를 벗고 밤을 틈타 서병관을 떠났다.
이 모든 일을 마쳤을 때,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제야 윤여는 칠 공주를 만나러 갔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태숙환아를 보며 윤여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장군은 만족하시나요?”
태숙환아는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윤여에게 이 한마디만 했다.
윤여는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물러날 뿐이었다. 그곳을 떠날 때 뒤돌아본 윤여는 방 안에 남아 문을 닫는 진장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늘을 보고 눈을 감은 그는 장탄식을 내뱉었다!
* * *
오후가 되었다.
제국의 오만 기병이 산 아래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병관이 이미 뚫렸다는 것을 알았고, 서병관을 무리하게 공격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퇴해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 후속 부대가 모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사실 서병관이 뚫렸다는 소식을 전해 듣기 전에, 위국 조정은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중요한 관문을 지키는 장수 같은 경우는 조정에서 그들의 가족을 우대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일종의 인질로 그들을 관리했다.
하지만 진장공의 아내와 아들에게 갑자기 일단의 고수들이 들이닥쳤고, 큰 대가를 치르고는 그들을 납치해갔다. 이런 시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위국 조정의 경각심을 일으키지 않을 리 없었다.
나중에 서병관이 뚫렸다는 소식을 들은 조정은 휘청거렸다. 현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진장공에게 분노를 토해냈다.
진국 쪽에서는 진장공의 직계가족을 납치해갔지만, 나머지까지 고려할 수는 없었다. 현미는 즉시 남아 있는 모든 사람을 잡아들여 진장공의 구족을 멸하고, 일벌백계하라 명했다!
* * *
서병관이 뚫렸다는 소식을 들은 각국은 모두 크게 술렁거렸다!
진국은 크게 기뻐했고, 황제 태숙웅도 마찬가지였다.
후진의 지원군이 올 수 있는 길을 끊어냈으니, 한쪽은 더는 걱정이 없었다. 사방에서 적을 마주할 걱정을 덜게 되었다. 총군을 지휘하는 진국 대사마 고품도 드디어 전면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서병관이 뚫린 일이 위국 내부에 전해졌다.
이 소식이 가져온 여파는 당연히 적지 않았다. 각지에 있는 병력이 이 소식 때문에 얼마나 크게 흔들렸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사실, 원래부터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사기였다. 이제 다시 이런 일이 생겼다. 게다가 후진이 지원을 오는 것이 느려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강맹한 진국의 공세에 패색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묵묵히 지도 앞에 서 있던 호연무한은 서병관을 한참 동안 노려보았다. 곧 깊은숨을 들이쉰 후, 그는 다시 새로운 작전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동쪽에서 윤여의 대군을 치려 했던 대부분의 병력이 우회했다. 이들은 위국의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대병력을 모아 진군과 승부를 가리려 한 것이다.
호연무한은 일부 병력만을 남겨 서병관을 공략하게 했다. 사실 공략이라기보다는, 교란에 가까웠다. 그렇게 계속해서 서병관을 괴롭혔다.
호연무한의 계획은 아주 간단했다. 서병관의 수비군들이 편히 쉬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호연무한은 그들을 계속 피곤하게 해서, 나중에 후진군이 주력이 도착할 때까지 그들을 괴롭히려 했다.
호연무한은 진국이 서병관을 점령한 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곳을 지킬 것을 알고 있었다. 제국은 넓은 평원에서 지내왔으니, 제국 병력은 산지의 전투에서 익숙하지 않았다. 당연히 서병관을 공략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서병관에서 병력을 소모하느니, 힘을 모아 진군 주력과 싸우는 것이 나았다.
그렇지 않고 진군이 위국을 휩쓰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제국에게 좋을 것이 없었다.
서병관의 변은 전체적인 전쟁의 정세를 뒤바꾸었다. 수많은 사람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얼마 후, 후진군의 주력이 드디어 서병관에 도착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상태였다. 만약 빠르게 움직였다면, 어쩌면 정세는 또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진국을 압박해 그들을 철수하게 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늦었어도 싸워야 했다.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서병관을 차지해야 했다. 곡식이라는 후진국의 목줄이 산 너머에 붙들려 있었다.
후진국 상장군 전정앙이 대군을 지휘해 맹렬히 공격했다. 큰 대가를 치르면서도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그처럼 맹렬한 공세하에, 그 단단한 서병관마저 뚫릴 뻔했다. 효월각이 사용한 천기파강전의 위력이 너무 대단했다. 덕분에 진국 수행자들은 어마어마한 손실을 보았다.
하지만 천기파강전은 매우 정교한 물건이었고, 그 위력이 대단하긴 했지만, 결코 만들어내기 쉬운 물건이 아니었다. 당연히 가지고 있는 수량이 많지 않았고, 대군의 작전 중에 빠르게 소모되었다.
사실 천기파강전은 소규모 교전에 적합한 무기였다. 결국, 천기파강전이 떨어졌다. 진국 수행자들의 목숨을 도외시한 분투와 기운종 제자들의 거의 도검불침에 가까운 능력 앞에, 대군 앞에서 길을 열던 후진국의 수행자들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듯이 떨어져 내리는 낙석 앞에 후진군도 공세를 거둬들였다.
다만, 수행자들의 손실이 너무 컸다. 이대로 간다면 서병관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았다. 윤여의 두 눈이 벌게졌다. 그는 급히 본국에 수행자들을 보충해줄 것을 요청했다.
산 아래, 전정앙은 다시 병력을 정돈해 다음 공세를 준비하고 있었다.
산 위, 진국도 수행자 중에 사상자 숫자를 파악하고 있었다.
순시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사상자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진장공은 안절부절못하고, 윤여에게 수차례 물었다.
“이곳을 윤 장군에게 넘기고, 소장은 공주와 진국으로 돌아가기로 했소. 어째서 아직 소장의 요구를 들어주시지 않는 것입니까?”
그는 정말 두려웠다. 후진이 한번 공격한 것만으로 이쪽은 이토록 큰 타격을 입었다. 앞으로 몇 번이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는 반역자인 자신이 적군의 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편히 죽지도 못하고, 아주 참담하게 죽어갈 것이었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서병관이 다시 뚫리면, 수행자들은 분명 진국의 주요인원들을 데리고 도망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반역자인 자신까지 신경 쓸지는 알 수 없었다.
윤여는 그저 괜찮다며, 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진장공이 어찌 걱정하지 않을까. 그는 태숙환아를 찾아갔다. 태숙환아는 여자였다. 이곳의 격렬한 살기만 해도 그녀를 두렵게 했다. 그녀도 돌아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