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7화. 단서를 찾다 (1)
다 무너져 가는 농가,
그곳에 있던 소평파는 지도를 빤히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우리도 움직여야겠다.”
소삼성이 옆에서 말했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서병관은 대대적인 전투가 일어나는 곳이다. 그런 정면 대결은 전략이 아니라 장병들의 목숨으로 싸우는 것이니, 우리가 여기 남아 있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지금 위국 쪽 상황을 보면, 우리 진국에게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고 있다. 서병관 내부의 전투가 곧 전면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소평파는 지도에서 행군의 형세를 표시했다. 그는 호연무한의 대군이 있는 곳을 두드리며 말했다.
“정말로 큰 위협이 되는 것은 호연무한이다. 만약 호연무한을 처리할 기회가 있다면…. 여기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죽이고 있는 것보다야 낫겠지. 그러니 차라리 주전장을 따르며, 손을 쓸 기회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소삼성이 끄덕였다.
“노신이 바로 가서 흑수대에게 준비하라 전하겠습니다.”
그때 소평파가 뒤돌아 소리쳤다.
“잠깐, 지배인 쪽에서 대답이 있었느냐?”
소삼성이 발걸음을 멈추며 대답했다.
“저번에 연락을 취한 후,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뒤돌아선 소평파가 말했다.
“회신조차 없단 말이냐?”
소삼성이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내가 급히 보자고 했으니, 분명 중요한 일임을 알 것이다. 그런데 회신조차 없다니….”
소평파가 침음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설마 표묘각에 무슨 문제가 생겼단 말인가?”
* * *
산 중, 협곡 내부,
검은 피풍을 뒤집어쓴 사여래가 예전에 우유도와 만났던 그곳에 나타났다. 다만 이번에는 낮이었다.
급하게 만나려다 보니, 시간까지 맞출 수는 없었다.
그가 나타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근 절벽에 움푹 들어간 곳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사여래가 돌연 뒤돌아보았다. 나타난 사람은 표묘각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으로, 사여래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곧 상대방에게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접니다. 긴장 푸셔도 됩니다.”
그 남자는 가까이 다가와 얼굴의 가면을 벗었다. 바로 우유도였다.
사여래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면 여전히 동요하는 얼굴로 우유도에게 다가가 그 주위를 몇 바퀴 돌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뭐 하는 겁니까?”
우유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얼굴을 잊어버렸습니까?”
사여래는 다시 우유도 정면에 서서 말했다.
“난 우유도를 두 명 보았네, 자네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찌 알겠는가?”
우유도가 그런 사여래를 비웃더니 말했다.
“어째, 설마 제가 정말 죽기라도 했을 것 같습니까?”
“우선 자신을 증명해 보게.”
우유도는 눈을 치켜뜨더니 말했다.
“사 선생님, 그만하십시오. 별로 재미없는 장난입니다. 제가 아니라면, 또 누가 선생님과 비밀 연락을 취하는 방식을 안단 말입니까. 설마 제가 이런 비밀까지 가짜에게 알려주었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 나니, 의심할 바가 없었다. 곧 사여래는 다소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
“자네는 이게 별로 재미없는 장난이라는 것을 아는가? 우유도, 도대체 무슨 꿍꿍이속인가? 이번 일 때문에 앞으로 자네는 더는 얼굴을 드러내놓고 돌아다닐 수 없게 되었네. 그것을 모르진 않을 터, 이렇듯 중한 결정은 내리기 전에 나와 의논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선생님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의논하지 않았지요.”
“앞으로 계속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할 건가? 항상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는군. 이렇게 나를 계속 위험에 처하게 한다면, 우린 더는 협력하기 어려울 것 같군.”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탓하려면, 선생님의 부인을 탓하십시오. 제가 성경에 들어왔을 때, 선생님 부인께서 제게 이상한 짓을 했고, 덕분에 이미 수많은 세력에게 찍혀버렸습니다. 덕분에 조용히 지내려고 해도, 조용히 지낼 수가 없었습니다.
사 선생님, 제가 두 번째 성경에 들어온 순간부터, 언젠가는 한번 죽어야겠다고 결정을 내렸었습니다! 많은 세력이 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도 제 처지를 아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성존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성존의 관심 아래 제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었겠습니까?”
“사 선생님, 저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면서, 제 처지가 아주 위험해졌습니다. 언제든지 제가 꾸미는 일이 폭로될 가능성이 생기게 된 것이지요. 뭔가를 이루기가 어렵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방법도 없었고, 유일하게 생각난 방법이 바로 이 방법입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했지요!
제가 죽어야지만, 수많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사실 이것도 사 선생님을 위해서입니다. 제가 죽어야, 선생님 부인으로 인해 생겨난 수많은 추측을 끊어낼 수 있지요!”
거짓이 아니었다. 우유도가 두 번째 성경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우유도는 중대 결정을 내렸었다. 그리고 당시 그가 내렸던 중대 결정이란 바로 자기 자신의 죽음이었다!
사여래가 침묵했다.
“자네의 죽음 덕분에 성존이 직접 움직여 자네의 사인을 찾고 있지. 나보고 현요의 움직임을 감시하라고 하더니, 자네를 죽이려 한 자가 설마 현요인가?”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그를 제외하고, 누가 있겠습니까?”
“죽을 거면 곱게 죽지, 무량원에 가서 난리를 피운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제, 구대성지 모두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우유도가 죽기 전에 많은 사람을 이끌고 무량원을 조사하기 위해 움직였었다는 사실 또한 이미 퍼진 지 오래였다. 구대성지의 고위층에게 이제 그건 비밀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유도가 안에서 내통자를 조사한 일은, 성존이 소식을 봉쇄시킨 덕분에 사여래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죽으려면, 저들을 최대한 곤란하게 하고 죽어야지요. 성존 내부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입니다.”
“무량원을 감찰하는 것으로 그들 사이를 흔들 수 있는 것인가?”
“제가 함정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칼날이 정위를 향하고….”
우유도는 대략적인 상황을 일러주었다. 하지만 무량과를 훔친 일은 당분간 사여래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
사여래는 아연실색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자네 말을 들으면 성존은 정위를 의심할 수밖에 없네. 하지만 조금 이상하군. 지금 성존은 자네의 사인을 조사하는 사람으로 정위를 임명했거늘….”
말을 멈춘 사여래가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성존의 마음이 참으로 악독하구나. 정위는 이제 큰일 났구나!”
그가 뒷짐을 지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요가 자네를 죽이기 위해, 분명 정위의 세력을 동원했을 것이네. 더욱이 지금 정위가 표묘각을 관리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 조사하면 단서를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정위가 조사를 시작하면, 분명 뭔가 단서를 찾아낼 것이네.”
“현요가 자네를 죽이려고 한 사실을 정위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그는 주모자 중의 한 명이니, 분명 현요의 죄를 덮으려고 하겠지. 반대로 만약 정위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진실을 밝혀낸 정위는 그걸 숨길 것인지, 아니면 드러낼 것인지 심히 고민하게 될 것이네.”
“다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네. 그것은 바로 정위가 성존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네. 지금 성존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아주 자세히 감시하고 있을 터, 정위는 꿈에도 이를 모르고 있겠지.
그러니 그가 사실을 알게 된 후, 이 사실을 숨기려 하든지, 아니면 드러내려 하든지 간에, 정위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매우 어려워질 것일세. 어쩌면 이번에 정위는 자네 때문에 죽을 수도 있겠어….”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이번 일은 어쨌든 필연적으로 일어났어야 하는 일입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일을 벌이지 않았다면, 정위는 계속해서 제게 보복하려 했을 겁니다. 저는 살해 위협을 계속 받아가면서 일을 치를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해야만 했지요. 물론,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직접 그를 저격하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단지 우연히 여무쌍과 맞닥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된 이상, 제게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게 돼버렸지요.”
사여래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우유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것이다. 우유도는 원래부터 현요를 끌어들여 손을 쓰게 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이는 원래 우유도가 계획하고 있었던 성경 내에서 일어날 그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우유도는 무량원 내부 내통자의 일을 원래 현요에게 떠넘기려는 생각까지 갖고 있었다. 무량과와 관련이 있는 일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너무나 중요한 문제였으니, 무량과와 관련된 문제가 현요와 연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정위라고 쉽게 넘어갈 수 있겠는가? 당연히 얽힐 수밖에 없었다.
사여래는 이러한 일에 대해 이해했고, 우유도의 행동이 다소 과격하기는 하나, 잘못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쨌든 정위와 현요의 살해 압박은 성경 내에서 우유도가 계속 피해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명확했다.
다만 사여래는 자신이 쓸데없이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건 다만 우유도가 사여래를 설득하기 위해 늘어놓은 이유에 불과했다.
지금 사여래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우유도가 무량원에서 무량과를 훔쳤다는 사실이었다. 현요의 복수심을 이용한 것은 단지 무량과를 훔친 후, 순조롭게 몸을 빼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사여래는 이 사실을 몰랐기에, 우유도가 왜 이렇게까지 과격하게 했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확대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우유도 또한 이렇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우유도도 이번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었다. 무량과를 훔치는 자체도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보니, 우유도는 문제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그 당시에는 그저 조용하게 성경에서 빠져나오려고만 했지, 현요와 관련된 일을 괜히 거기서 만들려고 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한다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여무쌍이 나타나 그를 압박했다. 덕분에 우유도는 임기응변으로 그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지금처럼 문제가 복잡해진 것이다!
다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자면, 사실 지금 이 상황이 우유도의 입장에서 보자면, 꼭 나쁜 일이라 할 순 없었다.
어쨌든 나중에 조금 여유가 생겼을 때, 반드시 해야 했을 행동이었다. 원래 우유도는 성경에서 빠져나온 후, 현요가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는 단서를 다른 사람에게 조금 흘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무쌍이 개입한 이후, 단지 그 시기가 조금 빨라진 것뿐이었다.
“자네, 보복심리가 아주 강하군. 죽어서까지 저들을 내버려 두려고 하지 않다니.”
상황을 파악한 사여래가 우유도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하아, 저도 참 난처합니다.”
사여래는 우유도와 더는 다투지 않고, 원래의 주제로 돌아갔다.
“앞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낼 수 없으니, 이제 어쩔 생각인가?”
“저를 밖으로 내보내 주십시오!”
사여래가 깜짝 놀랐다.
“미쳤는가? 지금 자네는 얼굴을 드러낼 수 없네. 일단 행적이 들통나면 끔찍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야!”
“반드시 나가야 합니다! 제가 죽었다는 소식을 계속 숨길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성존이 일단 현요 등 사람들을 처리하게 되면, 더는 비밀이랄 것도 없는 상황이 되지요. 결국은 밖으로 소식이 전해질 것입니다. 만약 제가 죽었다는 소식이 밖에까지 퍼지게 된다면, 그래서 밖에 있는 제 세력이 제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듣게 된다면, 즉시 분열할 것입니다. 제가 나가야지만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