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8화. 단서를 찾다 (2)
사여래가 분노하며 말했다.
“진정시키긴 뭘 진정시킨단 말인가. 지금 자네는 얼굴을 보이면 안 되네, 고분고분 황택사지에 숨어있게. 절대 자네가 살아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 되네!”
“사 선생님, 저보고 숨어있으라고 하는데, 정말 이대로 손을 떼라는 말씀입니까? 제가 심혈을 기울여 경영해온 국면이 이대로 무너지는 걸 지켜보기만 하란 말입니까? 그게 저와 선생님께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의미가 왜 없는가. 최소한 여기에 호족이 있지 않은가.”
“어차피 선생님은 절 막지 못합니다. 선생님이 절 도와주지 않아도 저는 마찬가지로 나갈 수 있습니다. 저런 입구는 저를 막을 수 없지요. 그래 봤자 조금 번거로울 뿐입니다! 제가 죽었을 당시, 전 선생님께 연락하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연락을 했습니다. 그것은 혹시라도 다른 파란이 생기길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여래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자신의 딸까지 납치하는 놈이다. 당연히 상대방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사여래는 한발 양보하며 말했다.
“만약 자네가 기어이 저 외부의 상황을 유지하고 싶다면, 지금까지 사용하던 연락 통로를 이용하면 되지 않는가? 내가 계속 자네를 도와 연락을 유지해 주겠네.”
“그렇게 된다면, 밖에 있는 사람들은 마찬가지로 제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습니까? 그것이 제가 나가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어쨌든 자네는 여기 남아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게 아니었는가?”
“이제 대부분의 일은 다 처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밖에 있는 제 심복들이 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오랫동안 지금 이 상황을 유지하기는 힘듭니다. 그들의 능력으로는 현재 상황을 주관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나가서 그들을 이끌어줘야 합니다.
전 그들을 아주 오랫동안 이끌어왔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직접 나서서 상황을 통제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소식을 주고받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아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소식을 주고받는 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니, 적시에 상황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나가야 합니다!”
“사 선생님, 제 목숨입니다. 선생님보다 제가 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쉽게 죽을 생각 없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생각이 있으니,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사여래의 안색이 매우 복잡해졌다. 중요한 것은, 그가 우유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유도의 말대로, 만약 그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도, 우유도는 어떻게 해서든지 나갈 방법을 찾을 것이다.
“상황을 보고 다시 계획을 세우세나.”
사여래가 한마디 했다. 일종의 승낙이었다.
“더는 볼 상황도 없습니다. 성존이 정위에게 제 죽음을 조사하게 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의 말씀대로, 현요의 일은 오래 숨기지 못할 것입니다. 이미 성존의 이목을 끌었으니, 지금이 바로 제가 순조롭게 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사여래가 이를 악물었다.
“자네는 정말 통제가 불가능한 사람이군, 언젠가 자네 때문에 내가 죽고 말 것이네!”
사여래는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결국 그의 분노는 우유도의 말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승낙이기도 했다. 우유도는 더는 별말 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꽤 오랫동안 제게 외부 소식을 전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외부는 무슨 상황입니까?”
“자네가 죽지 않았는가. 성존이 직접 나서기까지 했네. 자네를 만나기 전에, 그리고 자네의 생사를 확인하기 전에, 어찌 소식을 전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 밖은 별다른 큰 변화가 없네, 변화라고 해보았자 전장의 일이지. 위국이 서병관을 사수하지 못하고 진국에게 빼앗겼네…….”
사여래는 서병관이 진국에게 점령당한 상황을 대략 알려주었다. 지금 사여래의 입장에서는 표묘각에 너무 많이 간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사여래는 아직 진장공의 배반에 두 귀비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유도는 관련된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아쉽군요!”
사여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뭐가 아쉽다는 말인가?”
“소평파가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나타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뭔가를 이루려고 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소평파가 단지 두 가지 일을 하고는 다시 숨어들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 진국과 싸우고 있는 두 나라에서 일련의 괴상한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열에 아홉은 분명 소평파와 관련이 있겠지요.
그놈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직접 자신이 움직여야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서병관이 넘어갈 당시, 소평파는 분명 서병관 부근에 있었을 겁니다. 다만 제가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이 아쉽습니다. 사전에 알았다면, 소평파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건 둘째 치고, 분명 그에게 대가를 치르게 했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은 너무 늦은 것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하아!”
사여래는 우스웠다. 우유도 이놈이 일개 범부에게 이처럼 집착하는 것을 보니 정말로 그를 적수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정말 그럴 필요가 있는가?
속세의 일들은 결국 수행계의 손에 통제되고 있었다. 그러니 수행계만 처리한다면, 겨우 소평파 하나 처리하지 못하겠는가?
그러니 우유도가 아무리 그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해도, 그는 사실 소평파를 안중에 두지 않고 있었다.
* * *
문천성, 중추당.
황반은 안절부절못하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내부로 향했다.
고개를 숙이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던 정위는 누군가 다가와서는 침묵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황반이었다. 정위가 말했다.
“할 말 있으면 해라.”
황반은 다소 무거운 얼굴로, 심각하게 말했다.
“선생님, 자객이 다섯 마리 날짐승을 사용했고, 구대성지의 전격적인 협조 아래 의심스러운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위는 그의 안색과 반응을 살펴보고는 뭔가를 깨달은 듯 천천히 말했다.
“대원성지와 관련이라도 있다는 말이냐?”
황반이 망설였다. 마치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모습이었다.
정위는 문밖을 한번 보고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말했다.
“외부인은 없다. 그러니 내 앞에서 못할 말이 무엇이 있단 말이냐? 성존께서 법지를 내리셨다.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성존께서 막아주실 것이다.”
황반은 눈 딱 감고 말했다.
“선생님, 우리 쪽 사람이 얽힌 일인 것 같습니다.”
정위가 깜짝 놀랐다. 자신 앞에서 ‘우리 쪽 사람’이라고 했다는 것은, 바로 정위의 사람이라는 말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확실한가?”
“지금은 단지 혐의만 발견했을 뿐입니다. 아직 마지막 확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확인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생님의 결정을 듣고자 찾아왔습니다.”
정위는 답답한 마음에 천천히 숨을 내쉬고는 한껏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어찌 된 상황인지 말해 보아라.”
“처음에 저도 이번 일이 우리 쪽과 관련이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일단 다른 세력을 우선 조사하고…….”
황반은 자신이 어떻게 조사를 진행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위가 직접 이번 사건을 맡게 된 후, 그는 요호사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상황을 직접 확인했다. 이후, 자객이 다섯 마리 날짐승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건 조금 예외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참으로 뜬금없고 영문을 알 수 없었던 홍운법의 죽음과는 달랐다. 과거, 홍운법 사건은 그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성경 내부에서 금시와 대형 날짐승이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 특히 날짐승이 그러했다.
그 크기가 작지 않은 데다가, 성경에서 갖고 있는 날짐승의 출입 목록, 사용 목록이 하루하루 엄격히 기록되고 있었으니, 누가 날짐승을 가지고 들어온다면 금세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쉽게 가릴 수 있는 크기도 아니었다.
그러니 성경 안에 있는 대형 날짐승의 수량은 숨길 수 없었다. 한 마리도 허투루 관리되지 않았고, 황반은 당연히 그 단서를 찾아 조사를 진행했다. 구대성지의 협력 아래, 사건이 발생할 당시 대형 날짐승이 모두 어디로 향했는지 조사한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금세 단서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자세히 조사한 결과, 비록 누군가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지는 일단 모두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황반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날짐승이 그 당시 어디에 있었는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는 사여래가 우유도와 대화를 나누며 했던 이야기 그대로였다. 만약 다른 사람이 조사하는 것이라면, 정위 세력은 최대한 그 사실을 숨기려 했을 것이다. 당연히 조사하는 사람이 받아들일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하지만 정위가 직접 조사하니, 상황이 달랐다. 자신이 자신의 세력을 조사하는 것이다. 아무리 가리고 숨겨도, 어찌 이상하다는 것을 모를 수가 있겠는가. 당연히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황반은 대략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알려주었다.
내용을 모두 들은 정위는 호흡이 다소 무거워졌다. 한참 침묵한 후, 그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쪽에 어떤 사람이 그 기간에 자리에 없었는지 알아보아라.”
황반이 다시 망설이더니 머뭇거렸다.
“선생님,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정위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하기 싫으면, 그렇게 계속 숨기고 있어라! 너와 나의 목 중, 누가 먼저 달아날지 나도 궁금하구나!”
황반은 정위의 말에 크게 당황하고는 급히 포권을 했다.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요…. 사건이 있었을 때 현요가 자리에 없었습니다. 당시 연우루 쪽에 있었다는 증언이 있기에, 그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위를 확인해봤습니다. 그쪽 사람들은 현요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다들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다만 제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이길 바랄 뿐입니다.”
말했다시피, 식구는 식구를 알아보기 마련이다. 다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우루의 사람들이 하는 말에 대해, 현요는 아주 미묘한 위화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만약 다른 세력이 조사했다면, 연우루의 사람들은 그들을 속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식구다 보니, 그 위화감을 완벽하게 감추지는 못했다.
“현요?”
정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다시 침묵하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날짐승을 사용할 때, 그 날짐승들이 알아서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그를 조종하는 사람들이 있었겠지. 그들은 특정했느냐?”
“다섯 명을 특정했습니다….”
황반이 힘없이 대답했다. 정위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을 보아야겠다. 네가 적당한 시간과 장소를 알아보아라.”
황반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이대로 계속 조사를 진행합니까?”
정위가 분노한 얼굴로, 하지만 최대한 그 분노를 억누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소한 어찌 된 상황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냐? 가만히 있으면, 성존들이 참으로 우리를 의심하지 않을 것 같으냐? 지금 즉시 가서 처리해라. 일단은 조용히 처리해라. 절대 현요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황반이 명을 받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