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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24화 (520/1,000)

1424화. 살아도 산 것이 아닌 나날

“무엄하다!”

덕분에 다소 억울하게 된 여무쌍은, 결국 참지 못했다. 크게 소리치더니, 그대로 팔을 휘둘러 정위에게 장력을 방출했다.

정위가 대경실색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거기에 여무쌍의 경지에 그 속도와 위력이란, 정위가 감히 반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위는 자신이 여무쌍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죽지 않는다고 해도, 중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 원색이 마치 귀신처럼 정위 앞에 나타나 소매로 그 앞을 휘저었다.

쾅!

두 거대한 힘이 부딪혔다. 강맹한 강풍이 누각 주위에 휘몰아쳤고, 탁자와 의자 같은 것들이 마치 이쑤시개처럼 힘없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비록 그 공격력의 상당 부분을 원색이 이미 해소했다고는 하지만, 그 힘이 퍼져나가는 여력 또한 매우 굉장한 것이었다. 지금 금제를 당해 법력을 사용할 수 없는 황반 등 사람들은 매우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무릎을 꿇고 있던 일곱 사람은 강풍에 의해 누각에서 튕겨 나가, 바닥에 나뒹굴었고, 여기저기 부딪혔다.

강풍이 줄어들었다. 누각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끼익하는 비명을 토해냈다.

원색과 여무쌍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원색은 유쾌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여무쌍은 싸늘한 눈을 하고 있었다.

“여 미인, 내 앞에서 내 제자를 공격하다니, 나를 너무 무시하는 건 아닌가?”

원색이 웃으며 물었다. 여무쌍이 호통쳤다.

“아주 입이 날카로운 제자를 키웠군! 원 뚱땡이, 정말 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믿는 것이냐?”

그녀가 보기에, 정위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었다. 여무쌍은 자신이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유도가 그녀에게 아주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무량과를 노리는 그 사람이 바로 정위라고 말이다. 지금 정위는 사실을 왜곡시키며 궤변을 늘어놓고 있었다!

확실히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다. 너무 명확한 죄증이 있는 일이 이 지경이 되다니! 하지만 우유도가 죽기 전에 한 행동은, 여무쌍이 생각해도 확실히 참으로 수상했다. 정위가 그 부분을 지적하자, 그녀조차 변명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청자자청이요, 탁자자탁(깨끗한 자는 가만 있어도 깨끗하고, 더러운 자는 가만 있어도 더럽다는 뜻)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말로 하면 되지, 뭐하러 손을 쓴단 말이야?”

“무슨 일이지?”

그때, 한사람이 누각 안으로 들어왔다. 상반신을 드러내고, 머리는 산발한 모습을 지닌 채, 위엄있는 호목을 가진 오상이었다.

곧이어 설파파와 나추 등, 성존들이 하나둘 누각 안으로 들어왔다. 문천성에 머물고 있던 성존들이 방금 천둥과 같은 격돌 소리를 듣고선 이곳을 찾아온 것이었다.

성존들을 둘러본 원색이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 일도 없어. 우리 여 미인이 성질을 부려서 말이야. 아랫사람이 실수했지 뭐야.”

그리고는 여무쌍을 향해 말했다.

“여 미인, 대원성지의 아랫사람들을 교육하는 것은 내 일이니, 여 미인이 나설 것까지는 없을 것 같군!”

여무쌍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원색의 의미심장한 눈빛을 확인하고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후, 그녀는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다들 모르고 있었지만, 무량원 안의 무량과에는 구대성지 사이에 세워진 규칙이 하나 있었다. 만약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경거망동한다면, 그 성지는 무량과를 지키는 명단에서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무량과의 통제권을 그대로 내놓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여무쌍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원색을 만나러 온 것은, 바로 이를 빌미로 원색을 협박해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이제는 정위에게 반격을 받아, 그녀 자신도 결백을 주장하기 어려워졌다.

이제는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공개하기 어려워졌다. 일단 공개하게 된다면, 나머지 칠대 성지는 누가 잘했든 못했든, 온갖 트집을 잡아서 원색과 여무쌍을 함께 무량원에서 쫓아낼 것이 분명했다. 일곱 세력이 손을 잡는다면, 둘이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이번 일은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없는 일이었다.

한차례 일어났던 큰 소동이, 이렇게 두 사람에 의해 얼렁뚱땅 넘어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흩어지고, 원색이 여전히 화가 가시지 않은 여무쌍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정말 무량원의 물건을 손에 쥘 방법이 있는 거야?”

성존이 연합해서 감시하는 물건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성존 자신들조차 손에 쥐기 어려운 물건이었다.

여무쌍이 분노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무슨 뜻인지 모른단 말이야? 만약 정말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우리 둘이 연합해서, 천하를 우리 손 아래 둘 수 있게 되는 것이지. 그때가 되면 지금 같은 잡스러운 견제를 받을 것도 없지.”

그러면서 둘이 반으로 가르자는 손짓을 해 보였다.

무량과는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수량이 제한되어있는 상황에서, 성존도 얻고 싶어 하는 물건이었다.

만약 정말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암중에 자신에게 소속된 열두 명의 원영기 고수를 키울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정말로 쉽게 속는군, 제자의 말 몇 마디에 넘어가다니.”

여무쌍은 그 말을 남기고 냉소 지으며 떠나갔다.

원색은 정위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위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여무쌍은 혐의를 벗지 못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지금 같은 문제를 일으킨 정위를 원색은 더 이상 신임하지 않았다.

정위는 표묘각 각주라는 대권을 빼앗겼다. 원색은 우유도가 살해당한 사건을 확실히 조사하기 전에는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며, 정위에게 그 사건에 집중하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얼핏 보기에는 정위의 조사 진도가 불만족스러워 처벌을 내린 것으로 보였다. 대원성지는 이후, 표묘각의 각주를 정위의 사형인 곽공(霍空)으로 바꾸었다.

정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실권을 잃게 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결국, 연금될 것이고, 마지막에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정위를 과하게 건들지 않는 것은 다른 일곱 세력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당하고 목숨을 건진 것만 해도, 이미 불행 중 큰 다행이었다.

* * *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

고문을 당해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돼버린 현요가 다시 감옥으로 던져졌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현요는 벽까지 기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벽에 상반신을 기대앉았다.

그는 목숨을 구할 수 없었다. 우유도를 죽인 일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던가. 당연히 피해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밖에 있는 정위가 어떤 상황인지 몰랐다. 다만 이쪽에서 그를 계속 고문하며, 정위가 우유도를 죽이라고 명령했는지 캐물었다. 그 외에도 과거 정위가 했던 은밀한 일들을 토로하라 강요했다.

하지만 그가 정위의 심복이 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 때문에 그는 죽어도 정위에게 불리한 말을 하지 않았다.

현요가 천천히 손에 든 종이 뭉치를 펼쳤다. 방금 붙잡혀 감옥으로 돌아올 때, 그를 압송하던 사람이 그의 손에 몰래 쥐여준 종이 뭉치였다.

종이를 펼치자 그 위에는 간단한 한마디가 적혀 있었다.

‘밖의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그는 어쩌면 살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원색이 이번 일을 대외적으로 알리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어쩌면 목숨을 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종이를 확인한 그는, 자신이 더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밖에 있는 사람은 그를 구할 힘이 없었다. 또 그가 계속 살아서 후환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얼굴에 서서히 참담한 미소가 떠올랐다. 현요는 종이를 뭉쳐서 입에 넣고, 천천히 삼켰다.

“흑흑….”

참담한 미소를 지은 그가 울었다. 눈물이 흘렀다.

그는 정말 후회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겨우 우유도 한 명 때문에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였고, 자기 목숨까지도 잃게 돼버렸다.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그는 힘겹게 벽에서 몸을 떼어냈다. 쿵!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힘을 내서 벽에 머리를 박았다….

* * *

중추당 내부,

정위는 사형 곽공에게 업무를 인계한 후, 예를 올리고 물러나려 했다. 무표정한 얼굴의 곽공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정위가 뒤돌아 그곳의 대문을 막 지날 때, 황반이 정위를 마중하더니 조용히 보고했다.

“현요가 떠났습니다.”

정위가 깊이 숨을 들이켰다. 그는 복잡한 얼굴로 별말 하지 않고, 그저 성큼성큼 걸어갔다.

* * *

무량원,

오풍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는 천천히 무허당 안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지금 오풍은 자신의 사부인 엽념을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오풍은 청가를 내고 무량원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록 우유도가 죽었다 해도, 이미 물건을 호족에게 넘긴 후였다.

그 전에만 해도 오풍은 줄곧 안절부절못했다. 우유도와 한 약속이 아직 유효한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 깨달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효력이 있든 없든 시도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실패한다면 돌아오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혹여나 성공한다면, 그대로 도망쳐서, 숨어있을 수 있을 때까지 숨어있으면 되었다.

그러지 않고 그냥 계속해서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은 너무 두려웠다. 온종일 조마조마한 심정이었다. 일단 나무에 있는 가짜 물건이 폭로되고, 물건이 누구 손에 있는지 알아낼 수 없다면, 무량원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한 명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우유도는 예전에 오풍이 잡혀 들어가면, 무량과를 이용해서라도 그를 구할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우유도가 죽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제 당직을 설 때, 오풍은 다시 한번 호족이 전해오는 소식을 받았다. 그 소식에는 지금 이것이 마지막 소식이라는 것이 아주 명확하게 적혀 있었고, 앞으로 이런 식으로 그에게 연락할 일이 없을 것이라 했다. 물건을 이미 손에 넣었으니, 당연히 폭로될 가능성을 없애야 했다.

또 마지막 소식에는 그에게 최대한 빨리 철수하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이는 호족이 우유도의 안배를 따를 것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 소식이 오풍에게 믿음을 주었다. 결국, 오풍은 떠나기로 결심을 내렸다.

그리고 오늘 아침 교대한 후, 오풍은 사부를 찾아가 청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엽념은 오풍의 청을 거절했다!

이는 엽념이 아주 명확하게 그에게 알려주는 것과 같았다. 내통자의 일이 확실히 밝혀지기 전에, 무량원은 봉쇄당한 상태와 같다고 그는 말했다. 이에 엽념은 지금은 그 누구도 이곳을 떠날 수 없으며, 설사 그의 제자라 해도 특혜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엽념은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뜻을 전했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오풍은 조마조마했다. 지금처럼 불안한 나날을 얼마나 버텨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외부인은 오풍의 공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무량과수 쪽에 바람만 불어도 오풍은 깜짝깜짝 놀랐다. 이건 살아도 산 것이 아닌 나날이었다!

그런데도 또 하필이면 자신의 죄를 고백할 수 없었다. 그가 열두 개의 과일을 딴 그 순간부터, 더는 되돌아갈 수가 없었다….

* * *

협곡 내부,

늘 만나던 그곳에서 우유도와 사여래가 다시 만났다.

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이 이곳에서 만나는 것은 이걸로 마지막이었다. 사여래는 이미 모든 일을 안배해 놓았다. 지금 만난 것은 우유도를 데리고 성경을 나가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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