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3화. 가치 있는 물건 (1)
원강은 대역이 대신 죽은 일은 일단 제쳐놓고 물었다.
“도야, 성경 안의 사람들은 모두 도야가 죽었다고 알고 있습니까?”
우유도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말을 들은 관방의가 걱정스러워서 하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는 숨어 살아야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성경 쪽에서 진실을 알게 되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숨어 살면 그만이지. 사실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일이 이 지경이 되어서, 이미 수많은 세력이 나를 주시하기 시작했고, 성존조차도 나를 감시하기 시작했지. 만약 그대로 버텼다면,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졌을 거야. 아무리 어떻게든 대응한다 해도 갈수록 위험해졌겠지. 그러니 난 어떻게 해서는 한번은 죽어서 그 안에서 빠져나와야 했어!”
현장이 조용해졌다. 관방의는 어째서 원숭이에게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오라고 한 것이, 그녀를 신임한다는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야가 대역을 성경으로 데리고 들어갈 수 있고, 또 성경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성경 안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야?”
“맞아!”
우유도가 끄덕이며 화제를 전환했다.
“홍랑이 질질 짜는 것을 보니, 자금동이 홍랑을 서럽게 했나 보지?”
일단은 사여래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건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일을 주도면밀하게 진행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였다.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행동 방식이 바뀌고는 했다. 예를 들어 사여래를 만났을 때 이상한 행동을 할 수 있었고, 누군가가 그 이상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니 차라리 알려주지 않는 것이 더 나았다.
관방의는 우유도가 입을 다물면 물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오히려 우유도의 질문에 대답하며 코웃음을 쳤다.
“자금동은 아주 사람을 업신여기더군. 도야의 사망 소식이 들리자마자, 엄입이 기다렸다는 듯이….”
관방의는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예상했던 일이지. 신경 쓸 것 없어. 오히려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죽이지 않는 것만 보아도, 너무 과하게 대하진 않은 거라 할 수 있지.”
관방의가 눈을 부릅떴다.
“엄입은 사람을 계속 압박하고, 궁임책은 우릴 피했지, 도야의 사부조차도 우릴 만나려 하지 않았어. 우리 날짐승을 그렇게 모두 압류했단 말이야. 온 자금동이 우릴 이렇게 대하는데 웃음이 나오는 거야?”
우유도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저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옳은 행동이라 할 수 있으니, 이해할 수 있어. 자자, 그만 화 풀어. 이 일은 내가 처리하지.”
“대단한 호인 납셨네, 도야는 도대체 누구 편인 거야? 그 날짐승은 이미 원숭이와 내가 저들에게 주겠다고 증서까지 써서 주었어. 도야는 또 숨어있어야 하니 어떻게 돌려받을 거야?”
“내가 돌아왔으니 우리 걸 누가 가져가겠어.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자금동 때문에 서러움이 폭발한 관방의는 입술을 삐죽거리고 있었지만, 우유도가 연달아 알아서 처리한다고 하는 말만으로 그녀 마음속에 있는 그림자를 치워 버릴 수 있었다. 도야가 돌아왔다. 그 전에 갖고 있었던 수많은 걱정과 어려움이 순식간에 더는 아무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관방의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우유도는 담담히 미소지었다. 그리고 등에 지고 있는 봇짐을 풀어 그 안에서 주먹만 한 돌멩이를 꺼내 관방의에게 건넸다.
“그만 화 풀어. 자, 성경에서 가져온 선물이야.”
관방의는 순간 크게 흥분했지만, 건네받은 것이 돌멩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불만을 표했다.
“이런 돌멩이가 무슨 선물이라고….”
하지만 곧 관방의는 무게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돌멩이를 손에 들고 흔들어 보았다. 그리고 깜짝 놀라고 말했다.
“안에 다른 물건이 들어 있는 거야?”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돌멩이를 갈라 보려 했다. 우유도가 손을 뻗어 그런 관방의를 저지하며 말했다.
“쉽게 꺼내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일단 지금은 참았다가, 나중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몰래 열어 보도록 해.”
“무슨 물건이길래 이리 수상쩍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다고 하는 거야?”
관방의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법력을 이용해 돌멩이 안을 살펴보니, 확실히 다른 물건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도대체 뭐란 말인가.
우유도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가치 있는 물건이지.”
가치 있다는 말을 들은 관방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런데도 입으로는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봤자 얼마나 한다고.”
우유도가 웃으며 말했다.
“돈 얘기하면 눈빛이 바뀐다니까. 걱정하지 마, 아무튼 자금동에 빼앗긴 날짐승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거라는 것만 알면 돼.”
관방의가 대경실색했다.
“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지?”
“정말이야! 나중에 돌아가서 확인해보면 뭔지 알 수 있을 거야.”
우유도는 여전히 가볍게 놀리는 말투로 말했다. 그는 자신의 봇짐을 원강에게 건네며 당부했다.
“잘 챙겨놔,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안 돼.”
원강은 봇짐을 받고 나서 관방의가 들고 있는 돌멩이와 같은 물건이 봇짐에 한가득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걸 본 원강은 도야가 관방의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허풍을 쳤다고 생각했다.
다만 우유도가 줄곧 가지고 다닌 것을 보면, 쓸모있는 물건인 것은 분명했다. 원강은 봇짐을 짊어지고 꽉 묶었다.
아주 가치 있는 물건이라는 말에 관방의도 물건을 잘 갈무리했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물건인지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서 확인하고 싶어 했다. 물건을 품에 넣은 관방의가 다시 물었다.
“도야, 이제 어찌할 거야?”
“내 사망 소식이 퍼졌으니, 일단은 인심을 수습하고 자금동의 일부터 처리해야지.”
“어떻게 할 건데?”
“일단은 궁임책을 만나서 자금동을 진정시켜야지.”
한쪽에 있던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관방의가 다급히 말했다.
“도야, 이대로 얼굴을 드러내고 궁임책을 만나러 간다고? 도야의 사망 소식이 도착하자마자 저들이 어떻게 했는지 듣지 못한 거야? 어째서 저들에게 도야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거야? 도야 너무 위험해!”
“이익을 좇는 사람은 결국 이익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거야. 걱정하지 마.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위험하지 않아. 내게 다 상대할 방법이 있어.”
원강이 침음하며 말했다.
“도야, 만약 변장한다면, 신분이 명확하지 않아. 조사를 받게 될 것이고 신분이 탄로 날 거예요. 그러니 자금동에 가서 궁임책을 만날 방법이 없습니다.”
우유도는 그건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궁임책이 나와서 나를 만나게 하면 되겠군.”
“우리는 궁임책을 만나지조차 못했어. 설사 다른 사람을 통해 말을 전한다 해도, 그의 신분과 지위로는 확실하지 않은 일에 쉽게 모험을 할 리가 없어. 그러니 아마 나와도 수많은 호위를 대동하고 나올 거야. 그렇게 되면 너무 많은 사람이 도야를 보게 되지 않겠어? 도야. 표묘각의 사람이 없는 곳이 없어. 일단 의심을 사게 되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거야. 신중하게 움직여야 해.”
“그 부분은 내게 다 방법이 있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 알아서 할 테니 말이야. 어쨌든지 궁임책은 나를 만나러 올 거야. 너희는 일단 돌아가도록 해. 나중에 다시 나와서 만나도록 하지.”
“우리가 다 돌아가면 도야 혼자 남는 거 아니야?”
우유도가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초려별원의 인원을 동원하지 않고, 궁임책을 불러낼 수 있다니, 그건 지금 누군가 다른 세력이 우유도에 협력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관방의와 원강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갈수록 우유도가 측량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도야는 아무 근거 없이 확신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줄곧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도야가 그렇게 명령을 내렸으니, 두 사람은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곳을 떠나갔다.
멀리 밤하늘 너머로 사라지는 두 사람을 보고도, 우유도는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달빛 아래 홀로 외로이 서서 다시 변장하기 시작했다….
자금동으로 돌아와 날짐승을 엄입에게 돌려준 두 사람은 우유도를 만난 덕분인지, 이미 마음의 안정을 찾은 후였다. 그러니 더는 엄입의 안색을 살피지 않게 되었다. 나중 일은 우유도가 알아서 처리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엄입은 도야의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엄입의 낯짝은 확실히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도야가 엄입을 어떻게 요리할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초려별원에 돌아온 두 사람은 각자의 거처로 돌아갔다.
이후, 그들은 그곳에서 최대한 자신의 사람들을 다독였다. 두 사람의 달라진 표정에, 사람들은 연유를 몰랐음에도 다소 안심했다. 아마 두 사람이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모두 머물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찾아낸 것 같다고 추측했을 뿐이었다.
그 후, 관방의는 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과 창문을 굳게 닫았다. 우유도가 자신에게 준 선물을 한시라도 빨리 열어보고 싶었다.
우유도가 아주 가치 있는 물건이라고 했다. 심지어 저 많은 날짐승을 모두 합친 것보다 가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관방의는 궁금해 가슴이 간질간질할 정도였다. 만약 우유도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당부하지 않았다면, 오는 길에 열어봤을 것이다.
지금 관방의는 완전히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우유도 본인을 확인했고,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관방의는 더는 초려별원이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런 걱정이 없으니, 원래 성격으로 돌아와 이런 물건에 마음을 쓰게 된 것이다.
이 세상에서 대체 어떤 물건이 초려별원의 수많은 날짐승보다 가치 있을까?
월접이 비추는 방 안에서 관방의는 돌멩이를 들고 여기저기 살펴보고 있었다. 정말로 그렇게 가치 있다면, 이 돌멩이가 천검부 몇 개 정도의 가치가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슨 물건이길래? 관방의는 두 손으로 돌멩이를 잡고 법력을 이용해 쪼개기 시작했다. 하지만 힘을 주지는 못했다. 만약 정말 무슨 대단한 물건이라면, 혹시라도 자신이 힘을 줬다가 부서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쩍….
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나며 돌멩이가 천천히 반으로 갈라졌다. 아주 작은 틈이 생겨났고, 그 틈으로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은 마치 영성을 가진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 빛을 본 관방의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번에는 우유도가 정말로 자신을 속이지 않은 것 같았다. 어쩌면 정말로 크게 가치 있는 보물일 가능성이 있었다.
관방의는 갈라진 돌멩이를 천천히 두 손으로 잡고 열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는 붉은 빛이, 부드럽게 퍼져나가며 주위를 밝혔다.
“이게 뭐지?”
관방의가 중얼거렸다. 주먹만 한 크기의 물건이었다. 심장처럼 생겼으며, 그 표피는 마치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투박했다. 부드러운 빛은 이 물건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이 물건은 은은한 향기가 났는데, 그 냄새만 맡아도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다만 이러한 물건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물건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딱 봐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법력으로 내부를 살펴보니, 안에는 액체가 들어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다가 관방의의 시선에 그 물건의 아래쪽 움푹 들어간 부분을 보게 되었다. 과일의 꼭지 같은 물건이 달려 있었다.
“과일? 이 세상에 빛을 내는 과일이 어디 있단….”
그렇게 중얼거리던 관방의의 두 눈이 갑자기 커지기 시작했다. 관방의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성경의….”
똑똑.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허노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님, 괜찮으십니까?”
갑작스러운 소리에 관방의는 허둥지둥거렸다. 그녀는 급히 돌멩이 껍질로 과일을 다시 감쌌고, 방 안을 밝히던 빛이 순간 사라졌다.
관방의는 손에 돌멩이를 든 채, 혼란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치 이걸 어디에 숨길 줄 몰라 크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결국, 그녀는 돌멩이를 이불 속에 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