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6화. 사부로 모시는 것을 천지가 보았습니다
궁임책이 끄덕였다.
“그렇군. 자네는 자금동의 손을 빌려, 배후에 숨어 원래 세력을 유지하려는 것이군.”
“이렇게 한다 해도 자금동의 이익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금동의 이익에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죠. 게다가 장문인에게는 이 무량과라는 큰 이익까지 따로 주어지는 것이니, 장문인께서는 분명 저를 도와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날 참으로 난처하게 하는군. 자금동은 나 혼자만의 자금동이 아니네. 자금동에 있는 모든 제자가 다 자금동이라 할 수 있지. 그러니 자네 세력이 겉으로 우리 자금동에 의탁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다들 좋아하지 않을 것이네. 어쨌든 다른 장로들이 보기에는, 내가 하는 짓이 큰 살코기를 다른 장로들과 제자들이 먹지 못하도록 하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네.”
“생각해 보게. 자네 세력은 지금껏 자금동의 다른 사람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따로 떨어져 생활했네. 게다가 자네를 만나기 전에, 자네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직접 나서서 그들을 자금동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장로들에게 말하기까지 했었네.
그런데 갑자기 내가 태도를 바꿔 그들을 자금동 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면, 장로들과 제자들이 뭐라 생각하겠는가? 우유도의 세력이 탐나서, 장문인이 우유도의 세력을 집어삼키려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내가 그들을 받아들이고자 하면, 다른 장로들은 감히 대놓고 자네 세력에 손을 대지 못하게 될 테고, 나만 그들과 친해지게 되는 모양새가 될 확률이 높네. 그러니 먹음직스러운 고기를 나 혼자 독차지하려고 하는 모양새로 보일 테니, 그들이 좋게 보겠는가. 그러니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무슨 좋은 말이 나오겠는가.”
“그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상조종 쪽에서 장문인께 변명거리를 드릴 것입니다. 먼저 상조종 측에서 자금동에게 협상하자고 제안할 것이고, 상조종 측에서 장문인께 변명거리가 될 만한 조건을 내걸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상조종은 우유도의 세력을 자금동 안에 내버려 둘 때만, 상조종 측이 자금동 안에 속하겠다는, 그런 조건을 내걸 것입니다. 그러니 장문인께서는 변명거리가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상조종의 세력을 자금동 안으로 흡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유도의 세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변명하면, 다들 불만을 가질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상조종은 자금동 안에 있는 우유도의 세력을 충분히 존중해줘야 한다고, 만약 그들의 권한을 묵살해 버리면, 우린 절대 자금동 측에 속하지 않겠다고, 아마 그런 조건도 내걸 것입니다. 그러니 장문인께서는 우유도의 세력을 받아들이고, 또 그들이 어느 정도 자금동 내에서 자기들 뜻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하면 됩니다.
만약 장로들이 이에 반발한다면, 상조종이 실제로 위협을 할 것입니다. 또 필요하면 제가 영검산과 소요궁의 힘을 빌려 압박을 가하면 됩니다. 상조종 측이 영검산이나 소요궁으로 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자금동의 장로들은 더 이상 불만을 표하지 못할 것입니다. 모두들 절대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을 테니까요.”
“자네는 상조종 측에 미리 그러한 대비를 해둔 것인가?”
“저는 제가 성경에 들어갈 당시, 제가 살아서 돌아올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미리 이런 이야기를 상조종 측에 해뒀었지요.”
궁임책은 혀를 찼다. 정말 이 우유도라는 놈은 치밀하기 그지없었다.
“어쨌든 장문인께서는 자금동에 대한 충분한 장악력이 있지 않으십니까. 게다가 이처럼 좋은 변명 거리도 생기게 될 테니, 장문인께서는 분명 내부의 잡음을 깔끔하게 처리하실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또 앞으로 원활한 일 처리를 위해서, 앞으로 상조종 세력은 명목상으로 오직 장문인의 말만 듣게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상조종이 협박했다는 변명을 둘러대면, 자금동의 다른 사람들도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정말로 자네는 이 모든 것을, 예전부터 계산했었단 말인가?”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저는 세력을 보존해야 합니다. 또 저를 따르는 형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저를 따랐던 그들이 패배한 개꼴이 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저를 따랐습니다. 저를 위해 죽음을 불사했으니, 그들을 위해 살길을 마련해 주어야지요. 아직 그들의 힘을 빌려야 할 곳이 많습니다. 그들에게도 할 일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오래된 사람이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이런 조건이 아니라면, 이 무량과는 장문인께 드릴 필요 없지요. 제 손에 무량과가 있으니, 살길을 찾고자 하면 자금동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어쨌든 살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네가 무량과를 성경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는 사실을, 내가 표묘각에 고하면 자네 꼴이 어찌 될지는 생각 안 해본 것인가?”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그건 자금동과 장문인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전 확실히 죽겠지만, 자금동 또한 제 세력과 상조종의 세력을 차지하지 못하게 될 테니, 앞으로 연국 삼대 문파 중에 자금동은 가장 약한 세력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장문인께서 절 죽인다면 상조종은 당연히 자금동에게 원한을 품고 소요궁이나 영검산으로 갈 것입니다. 그렇게 된 이상 상조종은 당연히 소요궁이나 영검산의 힘을 얻어 자금동을 괴롭히려 하겠지요. 그리되면 자금동이 연국 삼대 문파에서 사라질 날도 머지않을 것입니다. 누구에게도 좋을 것이 없는 일이지요.”
이해관계가 너무나 명확한 일이었다. 궁임책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물건을 어떻게 얻었는지, 구체적인 과정을 알고 싶군, 확실히 안전한지 알지 못한다면, 안심이 되지 않을 것 같군.”
“물어보지 마셔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저도 대답하지 않을 것이고 말입니다. 장문인은 한 가지만 아시면 됩니다. 저는 제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장문인이 제 입장이어도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한발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알면 어떻고, 또 모른다면 어떻습니까. 장문인은 그 물건을 다시 내놓을 수 있으십니까?”
동굴 밖 산바람이 거칠게 불고 있었지만, 동굴 속 두 사람은 어둠 속에 깊이 침묵하고 있었다. 이 하찮은 곳에서 나누는 한마디 한마디가 두 사람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고,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한참이 지난 후, 궁임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염치 불고하고 받도록 하겠네. 다만 성경에서 자네가 뒤처리를 깨끗하게 했기를 바랄 뿐이네. 마지막에 내가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군.”
“강호를 거닐면서, 바람을 만나든 비를 만나든, 앞날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저도 제 목숨을 걸고 지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지요. 사실 어떤 일들은 아무리 큰 위험을 감수한다 해도 가치 있는 일일 것입니다. 결국, 장문인께는 더는 돌아갈 길이 없습니다.”
“자네를 자금동으로 불러들인 것이, 정말로 좋은 일이었는지 모르겠네. 자금동은 이제 완전히 자네에게 발목이 잡혀 버렸군. 하아, 지금 자네는 나서기 어려운 처지니, 앞으로 어찌할 참인가?”
“천천히 움직일 것입니다. 우선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하시지요. 일단 제 날짐승을 모두 빼앗아간 것 말입니다. 너무 추잡스러운 것 아닙니까? 모두 뱉어내시지요. 나중에 일을 처리하고, 제 사람들이 일을 처리할 때 필요합니다. 돌려주십시오.”
궁임책이 침묵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쉽지 않네.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게. 인제 와서 내가 자네 것을 탐내 뭐하겠는가. 다만 관방의와 원강이 이미 자금동에 날짐승을 주겠다는 증서를 써주었네. 자금동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니, 인제 와서 어떻게 돌려준단 말인가?
그 큰 이익을 돌려준다면, 자금동의 수많은 제자에게 할 말이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심을 살 수도 있네. 알고 있겠지만, 지금 자네가 살아 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의심하거나 알아서는 안 되네.”
우유도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좋습니다. 그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제가 장문인께 합리적인 이유를 제공할 터이니, 그때가 되면 장문인께서는 그저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처리하시면 될 것입니다.”
“그러길 바랄 뿐이네. 어쨌든, 여기 너무 오래 있었군. 슬슬 돌아가야 하네. 자네는 어디로 갈 것인가?”
“제가 자금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처리해 주십시오.”
궁임책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지금 자금동으로 갈 수 없네.”
“한 사람을 반드시 만나봐야 합니다.”
“누구 말인가?”
“귀면각, 종곡자! 장문인께서는 그렇게 처리해 주십시오.”
궁임책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미쳤는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분을 만나러 간다니, 그럴 필요가 있는가?”
우유도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표묘각의 사람입니다. 일찍이 표묘각이 자금동에 심어 놓은 밀정입니다!”
“뭐라?”
궁임책이 대경실색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가?”
“저도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꽤 놀랐습니다. 하지만 성경 내부에서 표묘각의 기밀문서를 살펴본 사람이 그 일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아무 소용없는 종곡자를 가지고 저를 속일 이유는 없으니, 거짓은 아닐 겁니다!”
자금동의 태상 장로가 표묘각의 밀정이라니!
궁임책의 안색이 침중해졌다.
“정말로 표묘각은 없는 곳이 없군! 한데, 그의 신분을 알고 있다면, 더욱 그를 만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흠, 그리 생각하면, 과거에 그분이 자네를 도운 것이, 설마 자네의 어떤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인가? 어쨌든 자네는 그럼 지금 가서 살인멸구 하려는 것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곧 있으면 천수가 다해 곧 죽을 사람입니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표묘각에서도 별 소용이 없는 사람이지요. 표묘각에서는 진작에 그를 버렸습니다. 곧 죽을 사람을 제가 가서 죽일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럼 어째서 위험을 무릅쓰고 가서 만나려는 것인가?”
“한 분을 사부로 모시는 것을 천지가 모두 보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향하는 곳이 바로 도의(道義)가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 길을 가기로 결정했으니, 제가 가는 길이 갈수록 좁아지는 길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저는 이미 제가 흑인지 백인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없다면, 도의도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디로 향해야 합니까? 사부와 제자가 되었습니다. 시시비비와 수많은 은원은 일단 제쳐놓고, 다만 마음에 거리낌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다시 한번 사부님께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궁임책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도대체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네. 내 말 잘 듣게. 자네는 지금 굳이 더 큰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단 말일세.”
“자금동 내부에서 이 정도 일을 처리하시는 것은 장문인께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 계획이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궁임책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어떻게 귀면각으로 들어갈지, 우유도는 궁임책 대신에 이미 방법을 생각해 놓은 후였다.
우유도는 궁임책을 데리고 동굴을 나왔다. 그리고 산자락 아래 수풀이 우거진 곳에 이미 조각해 놓은 거대한 나무 조각을 찾아냈다. 장수를 기원하는 상서로운 노인이 그려진 목상이었다. 마치 구름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이 목상은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목상의 몇 군데를 조작하니, 금세 목상이 열렸고, 우유도는 그 안으로 쑥 들어갔다. 목상이 닫히자 아주 감쪽같았다. 궁임책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 목상을 가지고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