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8화. 중대한 결정
과연, 종곡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틀렸네. 표묘각이 나를 찾아온 것은, 거의 120년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네…. 당시 나는 자금동에 들어온 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때였고, 나이도 약관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네. 당시 네 사조조차도 아직 장문인이 아니셨지.”
궁임책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그 이야기를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종곡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란, 권력이든 돈이든 간에, 자신에게 없는 것을 보면 그것을 얻고 싶어 하지. 하지만 때로는 얻고 나면 자신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음을 발견하고는 한다네. 과거의 일들을 생각해 보면, 난 마치 가난뱅이와 같았다고 할 수 있네. 가난할 때가 나쁜 길로 빠지기 가장 쉬울 때이지. 자신이 가난뱅이일 때는, 돈을 벌 수만 있다면, 누가 돈을 주기만 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지. 뭐든지 승낙할 수 있는 것이야.”
“내가 자금동에 들어오고 얼마 되지 않았을 당시, 난 가난했고 욕심에 눈이 멀었었네. 그래서 표묘각의 제안을 승낙했지. 그렇게 표묘각이 주는 힘과 돈에 취했고, 그걸 힘입어 점점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었네. 하지만 정말 돈을 많이 벌고 권력을 얻은 후에는…. 후회하기 시작했네. 자신이 걸어온 흔적을 뒤돌아봤고, 그 길에 눈살이 찌푸려졌지. 하지만 이미 지우려 해도 늦었고, 되돌릴 수 없었다네.”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선 후 뒤돌아볼 때,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네. 난 그제야, 표묘각이 나를 찾아온 것에 아무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네. 그들이 진정으로 목표로 삼은 것은 내가 아니라, 자금동 그 자체였다는 것을 말일세.”
“젊었을 때의 나를 이해해주게. 나는 그때 너무 젊었다네. 마음이 조급했지, 멀리 보지 못했네. 실망과 막막함을 견디지 못한 것이지….”
종곡자는 수십 년 동안 마음에 홀로 간직해오고 있던 무거운 짐을, 이제야 털어놓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종곡자는, 젊었을 때의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표묘각에 가입했고, 자금동에 심어놓은 표묘각의 밀정이 되었다. 그렇게 표묘각에 그가 접할 수 있는 각종 정보를 제공했고, 표묘각은 그가 문파의 임무를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도록 암중에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종곡자는 자금동 내에서 높은 위치까지 순조롭게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종곡자는 그렇게 서서히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중에 종곡자의 사부는 자금동의 장문인이 되었고, 종곡자는 드디어 자금동의 진정한 기밀에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종곡자가 장문인의 심복 제자인 덕분이었다.
그때부터, 표묘각은 좀 더 많은 것을 그에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표묘각은 장문인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정보를 종곡자에게 요구했다. 쉽게 말해 표묘각에게 보내는 자신의 밀서가 자금동을 멸망시킬 수도 있게 돼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종곡자를 괴롭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부가 그를 연마시키기 위해 각별히 마음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종곡자 또한 나이가 들었기에, 이를 서서히 깨달을 수 있었다. 종곡자의 사부는 사실 그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장문인의 지위를 그에게 전해주려는 생각까지 있었다.
그걸 알게 됐을 때, 종곡자는 진심으로 후회했다. 그가 위험에 처하면, 온 문파의 제자들이 나서서 그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도외시하기까지 했다. 또 문파에 있는 모든 귀중한 자원마저 그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종곡자는 갈수록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어졌고, 매일 후회하며 살았다.
이제 그는 자신이 일단 장문인이 된다면, 자금동이 어찌 될지 모를 수가 없었다. 표묘각은 자금동 제자들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자금동을 이용해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하지만 그가 자금동의 장문인이 되는 건, 이제 시간문제였다. 이는 필연적인 일이었다!
젊을 때는 일득일실에 전전긍긍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자기가 손에 그러쥔 권력 때문에, 자금동이라는 거대한 세력이 파멸할 수 있었다. 종곡자는 젊을 때 자신이 했던 짓을 돌이킬 순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그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술에 취해 동문의 여 제자를 범하고, 장문인이 될 자격을 스스로 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표묘각에서는 진노했다. 하지만 이미 실수를 저질렀으니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아직 그에겐 이용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표묘각에서도 그를 어쩌지는 못했다.
장문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자금동의 장로는 될 수 있었다. 당연히 이용가치는 여전히 있었고, 표묘각은 그를 계속해서 이용했다. 일부 일을 겪으면서, 그는 일부 일이 표묘각의 결정이 아니라, 표묘각 내부에 있는 아주 높은 사람의 결정이라는 것은 은연중에 깨닫게 되었다.
종곡자는 탄식했다. 비록 장문인은 되지 못했지만, 아직도 자금동 내에서 그가 가진 힘은 적지 않았다. 그러니 자금동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이용해 표묘각이 일을 벌이고자 한다면, 여전히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 게다가 자금동은 서서히 일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일을 종곡자에게 시켜 처리하게 했다.
그렇게 끝이 없이 나락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그는 더 이상 이대로 있을 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자금동이 영문도 모르게 표묘각의 일에 얽혀들어 파멸하게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에 그는 또다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표묘각의 압박하에, 한 흉험한 문파를 처리하기 위해 출동하게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종곡자는 문파에 요청하여, 오직 종곡자 일파의 사람들만 총출동하게 했다. 이후, 일부러 거짓 정보를 제자들에게 퍼뜨려 심각한 손실을 보게 했다. 이를 통해, 자금동 안에 있는 그의 세력이 전멸하다시피 했고,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이 와중에 그 자신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심각한 상처를 입은 그도 한참을 정양하고 나서야 회복할 수 있었다.
그 일을 겪고 난 이후, 종곡자는 그제야 문 내에 있는 모든 세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종문 내부에서 발언권을 잃어버렸다. 그제야, 표묘각이 원하는 이용가치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종곡자는 그 당시, 참으로 낙심했었다. 표묘각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제자의 목숨을 희생했는지 몰랐다. 그는 기회를 봐서 그곳에서 죽어 모든 것을 끝내려 했다. 하지만 제자들이 목숨을 던져 자신을 구해냈다.
그 후, 문 내 세력 경쟁에서, 그 실패를 빌미로, 수많은 경쟁에서 계속 패했고, 다시는 자신의 세력을 일으키지 못했다. 표묘각도 더는 그에게 뭔가를 강요할 수 없었다.
종곡자는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다시 세력을 일으킨다면, 자신이 있는 한, 그 아래 제자들은 표묘각에게 아주 쉽게 통제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는 아래 제자들이 다시 같은 일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귀면각으로 들어갔다. 이후, 표묘각에서도 더 이상 많은 연락을 취해오지 않았다. 그에게 있던 최후의 금시가 죽은 후, 표묘각은 다시 연락용 금시를 보내오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아주 오랫동안 표묘각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 궁임책이 생각하는 것처럼, 곁에 있는 거안을 이용해 소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짧은 이야기 속에 전해졌다. 백 년의 인생, 백 년의 조마조마한, 백 년의 투쟁이 모두 이 귀면각 안에 숨겨져 있었다.
거북이는 고개를 숨기며 침묵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우유도는 탄식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우유도는 자금동의 태상 장로가 어째서 홀로 고독하게 문 내에 자신의 세력을 일으키지 않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랬구나.
궁임책은 침묵했다. 종곡자가 장문인이 될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이는 그가 알아서 포기해 준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사부가 장문인이 될 수 없었을 것이고, 궁임책의 인생도 바뀌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만약 종곡자가 알아서 장문인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궁임책은 장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종곡자의 말을 믿었다. 그 당시, 종곡자가 자신의 세력을 전멸시킨 일에 대해서 궁임책도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는 바가 있었다. 궁임책의 사부가 그에게 말해주길, 왜 종곡자 같은 분이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나가는 말로 궁임책에게 말했던 적이 있었다.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종문을 위한 희생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종곡자가 종문에 해온 일이 적지 않았기에, 다들 종곡자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지 않을 순 없었다. 그 당시에 종곡자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제자가 앞으로 나서 목숨을 버린 것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그가 직접 귀면각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이를 욕하지 않았다. 그 어떤 이도 감히 종곡자에게 세력이 없다고 비웃지 않았다.
그렇게 종곡자는 자금동을 위해 큰 희생을 치렀다. 어찌 보면 큰 공로를 세운 것이다. 종곡자는 다시 자신의 세력을 일으킬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니, 종곡자는 다시 세력을 일으킬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커다란 희생을 치르고 무능해지길 선택한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자금동에게 가해지고 있던 거대한 표묘각의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었다.
과거의 일들을 담담히 설명하던 종곡자의 말이 끝났을 때,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한 번의 실수가 천고의 한이 되어 돌아보니, 이미 백 년이 흘렀구나!”
“대충 이런 일이 있었네. 장문인은 문규를 집행하시게, 나는 반항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일 것이네. 다만 갑자기 종문에서 나를 죽이게 된다면, 이는 표묘각의 의심을 불러올 수 있으니, 옳지 않네. 그러니 내가 스스로 자진할 수 있도록 해주게. 그럼 종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니, 내가 끌어들인 문제를 내가 가지고 가게 해주시게. 또 한 가지, 거안과 다른 아이들은 표묘각과 아무런 관련이 없네, 그들은 무고하네.”
“인제 와서, 내가 거짓말을 할 리도 없고, 더욱이 표묘각을 위해 뭔가를 숨길 이유도 없네. 곧 죽을 사람이니, 표묘각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겠는가?”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제자들의 목숨으로 바꾼 것이네. 내가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그나마 아래 손 제자들을 조금이라도 더 돌보아 주기 위해서였을 뿐이네. 이것이 그나마 죽어간 제자들에 대해 도의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네. 하지만, 나 스스로에 대한 위로일 뿐이었네. 내가 죽은 후에, 장문인은 그들을 곤란하게 하지 말아 주시게. 그들은 권력을 탐하지도 않았고, 잘못한 것도 없으니, 그들에게 살길을 마련해 주시게.”
궁임책은 침묵했다. 자금동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토록 큰 희생과 대가를 치르다니. 하지만 그는 배신자였다. 그러니, 자금동의 장문인으로서 어떻게 그를 정의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한 궁임책이 우유도를 돌아보며 물었다.
“우 장로는 어찌했으면 좋겠는가?”
우유도가 부드러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마십시오. 이제 우 장로는 없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는 얼굴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자금동에게 이제 우 장로는 지나간 사람인 것이지요.”
“하지만, 사실 장문인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자금동에 들어온 것은 우리 양측의 이익이 들어맞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금동에 가입한 것은 가짜라 할 수 있지요. 다만 사부님께 구배를 올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제게 의견을 물으면, 제가 어느 편에 설지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궁임책이 코웃음을 쳤다. 우유도가 참으로 뻔뻔한 놈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자신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두 저놈의 입에 달려있게 된 것이 아닌가.
종곡자는 그 말을 듣고 다소 의외라는 듯이 우유도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 날 찾아온 의도가 무엇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