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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39화 (535/1,000)

1439화. 성경에서 훔쳐 온 것입니다

우유도가 아직 입을 열지 않았을 때, 궁임책이 끼어들었다.

“어쨌든 사제 간의 인연을 맺었으니, 사백님께 한 번의 기회를 더 드리겠다고 합니다. 저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종곡자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게 기회를 준다고?”

“저는 단지 사부님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제 알았으니, 제자도 선택하기 쉬워졌습니다.”

그리고는 소매에서 돌멩이 하나를 꺼내 법력을 이용해 종곡자에게 날려 보냈다.

돌멩이가 천천히 종곡자를 향해 날아갔다.

그 물건을 보고, 궁임책이 눈을 부릅떴다. 맹렬히 고개를 돌려 우유도를 바라본 그는, 드디어 우유도가 말한 한 번의 기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다가와 자신의 가슴 앞에 멈춰선 돌멩이를 본 종곡자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돌멩이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다.

“돌멩이? 설마 노부에게 이 돌멩이로 머리를 내리쳐 자진하라는 말이냐?”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까진 몰랐는데, 농담도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우유도가 웃더니, 허공에 밀어내고 있던 손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돌멩이 껍질이 허공에서 박살이 났고, 그 안에서 마치 심장처럼 요동치며 붉은빛을 뿜어내는 물건이 나타났다. 그 물건은 은은한 향기까지 뿜어내고 있었다.

“이게 무엇이냐?”

종곡자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도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궁임책은 얼굴을 씰룩거렸다. 그는 무엇인지 알았다. 또 그 물건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하마터면 앞으로 나와 물건을 가로챌 뻔했다.

하지만 그건 머릿속을 한번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가로챌 수 있을지 확신도 못 할뿐더러, 더 중요한 것은 그럴 수도 없었다. 일단 손을 쓰면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킬 것이고, 그가 이미 얻은 그 한 알마저 삼키기 어려워질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우유도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들킨 것만 해도, 궁임책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다만 궁임책은 다소 안절부절못했다. 이처럼 귀중한 물건을, 우유도는 마치 가치 없는 배추처럼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주고 다녔다. 정말로 이 물건이 그렇게 가치 없는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통이 큰 것 같았다.

하지만 덕분에 한가지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우유도의 말대로, 나무에 있는 열매를 이놈이 모두 따버렸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우유도가 가볍게 툭 말했다.

“성경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무량과입니다. 사부님께 드리고자 특별히 가져온 것입니다!”

“뭐?”

종곡자가 대경실색했다. 수십 년을 담담하게 지냈지만, 드디어 더는 담담할 수 없었다. 마치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으며, 입이 아니면, 눈만을 조금 움직이던 그가 드디어 손을 움직였다. 물건을 잡아 손에 쥔 그가 물건을 살펴보았다. 꼭지를 보니, 과일이 맞는 것 같았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종곡자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대체 이게 어디서 났느냐?”

궁임책이 대답했다.

“이놈이 성경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어디서 났겠습니까. 성경에서 훔쳐 왔다고 했습니다.”

“훔…. 훔쳤….”

종곡자는 한참이나 말을 더듬었다.

“그…. 이토록 귀한 물건을 어찌 쉽게 훔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자금동이 이놈을 들인 것은 그야말로 제 무덤을 판 것이었습니다. 성존이 이놈을 성경으로 불러들인 것도, 도끼로 자기 발을 찍은 것이지요. 불가능할 것은 또 무엇입니까. 사백이 참 좋은 제자를 들이셨습니다. 도둑놈이 되었으면 크게 대성했을 텐데, 참으로 아쉽습니다. 우 사제, 갑자기 생각나는 일이 있군. 과거 자네가 대설산의 적양주과를 훔쳤다고 소문이 난 적 있네. 혹시 그것도 정말 자네가 훔친 것인가?”

우유도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장문인, 지금 저를 칭찬하는 겁니까, 아니면 욕하는 겁니까? 제가 뭐 섭섭하게 했습니까? 자금동도 제 이득을 보았으니, 손해 볼 것도 없지 않습니까?”

궁임책은 얼굴에 짜증이 한가득했다. 종곡자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성경에서 이 귀중한 물건을 잃어버렸으니, 성존이 그냥 내버려 두겠는가?”

우유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곳엔 가짜를 달아두었으니, 한동안 들킬 염려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성존이 날뛰든 말든, 그게 사부님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어차피 곧 돌아가실 분 아닙니까. 그게 두려우십니까? 조금 더 오래 사는 것이 일찍 죽는 것보다 낫지 않습니까? 이 물건은 사부님께 더 적합합니다. 장문인이 이 물건을 쓰려면 이리저리 숨으며 폐관을 해야 하지만, 사부님은 그러실 필요가 없으시지요. 어차피 이 귀면각에 계속 숨어계셨으니,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뒤돌아 궁임책에게 말했다.

“장문인, 어차피 문규에 따라 사부님 같은 배신자가 계속 자금동에 머무를 수도 없지 않습니까. 이미 천수가 가까워 왔으니, 그냥 서거했다고 하시지요. 물론, 일단 귀면각에서 원영기에 먼저 올라야 하겠지요.

원영기에 오르기 위한 자원은 장문인이 암중에 방법을 생각해 보십시오. 자금동에서 매우 많은 자원을 관리하고 있으니, 장문인께서 이를 조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제가 사부님을 데리고 여길 떠나겠습니다.”

궁임책이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 자금동의 사람이 원영기의 고수가 되었는데, 자네가 데려가겠다고? 김칫국을 시원하게 들이켜는군.”

우유도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제가 데려가지 않으면 어찌하시려고요? 이미 천수가 가까워지신 분입니다. 계속 자금동에서 살아가신다면, 그게 말이 됩니까? 괜찮으시겠습니까?”

“…….”

궁임책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그건 큰 문제였다. 하지만 쉽게 허락하지는 않았다.

“자금동에서 알아서 비밀리에 잘 모실 것이네.”

“어떻게 비밀리에 한다는 것입니까? 표묘각에 심어놓은 자금동의 인물이 단 한 명일 것으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장문인, 표묘각이 자금동에 심어놓은 인원은 한두 명이 아닙니다. 누가 누구인지, 왕왕 상상을 뛰어넘고는 하지요. 지금만 해도 종곡자 선배님께서 표묘각의 사람인지, 장문인께서는 예상조차 못 하셨지 않습니까?”

“그러니 장문인이 배치한 인원 중에 표묘각의 사람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이건 표묘각이 그냥 눈감아 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정말로 자금동이 멸문이라도 당하길 원하는 겁니까?”

궁임책은 참지 못하고 종곡자를 힐끗 보았다. 눈앞에 있는 이 분조차 표묘각의 밀정이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확신이 조금도 없었다. 덕분에 한순간 우유도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우유도가 계속 이어 말했다.

“하지만 저는 다르지요. 성경에 있는 사람이 이미 제 주변을 확실히 살펴보았습니다. 누가 표묘각의 사람인지, 누가 표묘각의 사람이 아닌지 전 명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을 피할 수 있지요.”

“사부님이 원영기를 돌파하신 후, 자금동은 장례식을 준비하고, 늦지 않게 장례를 치르면 그만입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자금동의 태상 장로가 천수가 다 차서 상을 당했습니다. 그 누가 그걸 의심하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죽었습니다. 제가 사부님과 같이 있다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두 죽은 사람이 같이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궁임책이 눈살을 찌푸렸다.

“거짓으로 죽는다고?”

“거짓이 아니면, 진짜 죽기라도 하란 말입니까?”

하지만 궁임책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냉소를 지은 그가 말했다.

“제자가 거짓으로 죽어 몸을 빼더니, 이제는 사부님도 그런 식으로 빼내려고 하는가. 두 사람은 정말 처음부터 스승과 제자가 될 운명이었던 것 같군.”

“어….”

우유도가 멈칫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종곡자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하아, 장문인, 이상한 소리 그만하십시오. 이건 다 우리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사부님이 자금동을 얼마나 위하시는지 직접 듣지 않으셨습니까. 자금동에 문제가 생긴다면, 사부님이 설마 그걸 못 본 척하시겠습니까? 이제 저희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입니다. 자금동이 사부님을 돌보나, 저와 같이 가나 다 똑같습니다.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주 많이 다르지! 궁임책은 연신 냉소 지었다. 그는 이미 우유도의 계략을 간파하고 있었다. 이건 분명 자신 곁에 원영기 고수를 데리고 있으려는 계획이 분명했다.

너무나 간단한 이치였다. 종곡자가 거짓으로 죽은 후에 감히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겠는가? 일단 자금동의 통제를 벗어나 우유도와 같이 떠난다면, 분명 우유도의 통제하에 놓이게 될 것이다. 종곡자의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쉽게 다른 사람과 연락을 할 수 없고, 주위에 자신의 세력이 없으니, 외부 상황에 대한 이해는 우유도의 판단에 달린 것이 된다. 종곡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만 알려주고, 알려주기 싫은 것은 모두 우유도의 통제하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궁임책은 그 사실을 가지고 뭐라고 하지 않았다. 우유도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어떤 일들은 표묘각도 못 본 체하고 지나가곤 했다. 하지만 절대 방임할 수 없는 일들이 있기도 했다. 자금동 내부에 표묘각이 얼마나 많은 밀정을 심어놓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종곡자를 계속 자금동에 남겨 놓는다면, 문제가 아주 심각해질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도 이미 무량과를 한 알 얻었으니, 그런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종곡자는 처음에 무량과를 손에 넣고, 격정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옆에서 두 사람이 주절주절하는 것을 듣다가 다시 서서히 정신이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건 들을수록 이상했다.

본인이 아직 여기 멀쩡히 살아 있는데, 이 두 놈은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으면서 그의 후사를 정하고 있지 않은가. 마치 자신의 의견을 처음부터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처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종곡자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노부가 아직 승낙하지 않았고, 이 과일이 효과가 있는지도 알지 못하네. 그런데 자네들은 벌써 노부가 어떻게 죽을지 의논하고 있는 것인가?”

궁임책은 자신이 무례했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숙여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우유도는 즉시 화제를 돌려 그에게 말했다.

“사부님, 후사를 어찌 처리할지, 당연히 과일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 후의 일입니다. 다만 사부님께서 계속 자금동에 머무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사부님도 계속 자금동에 머물러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으시겠지요.”

“조국이 멸망하기 전에 기운종의 고수들이 밤중에 몰래 조국 황궁을 습격했습니다. 당시 세 명의 태상 장로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습니다. 이 사건이 성존의 의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성존은 해무극 곁에 있는 총관 내시 제갈지가 원영기를 돌파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또 이미 천하에 천라지망을 펼쳐 그를 잡아들이려 하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반면교사입니다.”

“사부님, 저, 그리고 장문인. 눈앞의 비밀은 온 자금동에서 오직 우리 세 사람만이 알고 있습니다. 또 우리 세 사람만이 서로 마음을 놓을 수 있지요. 잘 생각해 보십시오. 제자와 같이 자금동 밖으로 나가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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