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0화. 사적인 복수
종곡자가 궁임책을 바라보았다.
“장문인께서는 무량과를 얻었는가?”
우유도가 즉시 궁임책을 대신해 대답했다.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어제저녁에 한 알을 얻었습니다. 아마 아직 품에 가지고 있을 겁니다.”
궁임책이 우유도에게 쓸데없는 말을 한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종곡자가 다시 물었다.
“장문인께서는 내게 어떤 처분을 내리시겠소?”
궁임책이 침묵했다.
“사백님, 이미 어찌 된 일인지 잘 들었습니다. 인제 와서 다시 추궁한다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공으로 죄를 덮은 것으로 하시지요.”
종곡자는 우유도를 빤히 바라보며 손에 든 과일을 들고 말했다.
“누구든 이것을 먹는 사람은, 이제 철저하게 성존에게 반기를 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너와 같이 어울릴 수밖에 없게 되겠지. 내 말이 맞느냐?”
“사부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지요. 그건 이 제자의 효심입니다. 더욱이….”
우유도가 궁임책을 입술로 가리키며 말했다.
“먹지 않으시는 것도 안 됩니다. 만약 안 드시면, 장문인이 가장 먼저 사부님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궁임책은 우유도의 말을 무시하고, 종곡자의 반응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그는 정말로 고집을 부릴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종곡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걱정할 것 없네. 곧 죽을 사람은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이지. 이 물건을 보고 이미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네. 꿈에도 그리던 물건이, 그냥 내 손에 들어왔네. 시도해볼 기회를 놓칠 수 없지. 그래서 이 물건은 대체 어찌 사용하는 것이냐?”
우유도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 다가가 손짓하며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었다.
궁임책도 반쯤 일어나서 고개를 쭉 내밀고,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도 사용법을 모르니, 보고 배우려는 것이다.
확실하게 알려주자 종곡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갑자기 손을 들어 한쪽을 향하더니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곧 대전 한쪽에 있는 상자가 날아와 손에 잡혔다. 종곡자는 상자를 열어 그 안에 무량과를 넣었다. 상자가 닫히자, 붉은빛이 상자에 가려 사라졌다.
무량과는 사용하고 싶다고 그냥 사용해도 되는 것이 아니었다. 최소한 조용한 환경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고, 방해를 받아서도 안 됐다. 그러니 준비를 하지 않고는 경거망동하게 복용할 수 없었다.
대충 일이 끝나자 우유도와 같이 서 있던 궁임책이 목상을 보며 말했다.
“저 물건은 어떡하지? 자네는 어찌 나갈 것인가? 또 어디로 갈 것인가?”
“그건 쉽지요! 장문인께서 나가신 후, 사부님이 목상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시면 됩니다. 또 마침 제가 초려별원으로 가야 하니, 가서 홍랑을 불러와 이 물건을 초려별원으로 가져가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종문을 떠나는 거야, 자금동에서 저들에게 3일 안에 떠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가 되면 저들과 섞여서 떠나면 되고, 장문인이 조금 살펴주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게 보지 마십시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어제저녁에 장문인을 만나기 전에 이미 홍랑과 만났었습니다. 제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초려별원에 간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은 저를 보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홍랑과 만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적당한 안배를 하려는 것입니다.”
“정말 조심해야 하네, 절대 일을 망치지 말게.”
“이쪽은 별일 없을 겁니다. 오히려 장문인이 문제지요. 성경으로 보내야 하는 사람을 선별하셨습니까?”
그 이야기를 하자 궁임책은 머리가 아팠다.
“자네조차 저 안에서 죽었는데, 누가 가려고 하겠는가? 가고자 하는 사람이 없네. 다들 나름의 이유를 들어 거절하니,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네.”
“혹시 제가 한 가지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우유도는 확실히 꾀가 많은 사람이었다. 궁임책이 그를 잠시 훑어보더니 말했다.
“어디 한번 말해보게.”
“제가 보기에 말입니다. 엄입이 성경에 들어가는 게 가장 적당해 보입니다.”
우유도는 엄입의 행동이 아주 마음에 안 들었다. 자신이 죽어도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다니, 만약 계속 밖에 내버려 둔다면, 나중에 기회를 봐서 초려별원을 곤란하게 할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든 자기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 발악을 할 것 같았다. 그러니 그냥 깔끔하게, 성경에 보내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거기서 계속 조마조마한 상태로 지내며, 고통이나 받으라지.
궁임책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적당하다고? 어디가 적당한가? 내 눈에는 지금 자네가 사적인 복수를 하려는 것으로 보이는군.”
종곡자도 그를 훑어보았다. 엄입이 수차례 초려별원을 곤란하게 한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그도 우유도가 복수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복수를 좋아하는 건 엄입이지요. 왜 절 거기다 비교하십니까.”
“인제 와서, 자네와 에둘러 말할 필요도 없겠지. 엄입은 내 사람이네. 그를 그런 곳에 보낼 순 없다네. 보낼 사람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자네가 걱정할 필요 없네.”
우유도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천도비경은 뭡니까. 거긴 안 위험합니까?”
“그게 다 자네 때문이지 않은가? 천도비경에서 자네를 보호하기 위해서, 혹시 다른 사람이 수작을 부릴까 봐, 심복을 들여보낼 수밖에 없었네. 그가 자네를 위해 그 큰 위험을 감수했단 말이야. 그전에는 잘만 지내더니, 그 작은 양보를 하지 못해, 서로 이렇게 반목할 필요가 있었는가?”
“장문인,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지요. 제가 그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겁니까, 아니면 그가 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겁니까?”
“엄입이 왜 자네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정말 모르는가? 북주에 심어놓은 엄입의 사람을 어찌했는가? 만약 엄입 아래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죽어 나가면, 앞으로 누가 그를 찾아오겠는가? 처음에 그의 사람을 죽였을 때, 엄입은 자네가 모르고 했다는 말을 믿고, 더는 문제 삼지 않았네.
그런데 자네에게 명단을 준 두 번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자네가 죽여버렸지. 이건 그의 얼굴에 대놓고 침을 뱉는 것이 아닌가. 엄입이 기분이 좋겠는가? 그의 체면을 얼마나 구겼는가. 무슨 낯짝으로 제자들을 보겠는가. 자네라면 어찌하겠는가?”
우유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됐습니다. 가치관이 다르니 그만하시지요. 북주의 일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인제 와서 더 말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장문인, 엄입을 성경으로 보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장문인의 심복이기 때문입니다.”
궁임책이 눈살을 찌푸렸다. 우유도가 성경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걸 생각해 보면, 혹시 뭔가 다른 숨겨진 속사정이 있단 말인가? 궁임책이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인가?”
“지금 이 지경까지 와서, 성경 내부의 일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아직 성경 내부와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좀 더 편하게 움직이기 위해서, 성경 내부에 제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믿을 만한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내야 하는 겁니다. 보통 상황이라면, 저는 제 사람을 들여보내야 안심이 될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초려별원의 사람은 자금동을 대표해 들어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도 언급하지 않았을 겁니다.”
궁임책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입을 안에 들여보내 무슨 일을 시키려는 것인가?”
종곡자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도 관심이 동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을지 지금 어찌 알겠습니까. 하지만 만약의 상황에서, 그는 분명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일이란 자고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눈앞에 반드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장문인, 다른 사람을 안에 들여보네, 일단 기밀에 관련된 일을 시켜야 한다면, 믿고 맡기실 수 있습니까? 그를 부릴 배짱이 있으십니까?”
궁임책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한참이 지나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처리하기 쉽지 않은 일이네, 그를 어떻게 보낸단 말인가. 아직 우리의 계획을 엄입에게 알려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엄입이 내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만약 내가 내 사람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아래 제자들이 날 어찌 보겠는가?”
“사소한 문제입니다!”
우유도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
“제가 한가지 묘책을 알려드리지요. 제비뽑기를 하시면 됩니다! 공평하고, 공정하지요. 엄입이 걸린다면,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제비를 뽑는 과정에서 수작을 부리란 말인가?”
우유도가 음흉한 모습으로 궁임책에게 알려주었다.
“이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한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장문인이 수작을 부렸는지 의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쉽게 들킬 것입니다. 하지만 엄입은 다르지요. 엄입은 장문인의 심복입니다.
장문인께서 수작을 부렸다고 엄입이 의심이나 하겠습니까? 결과가 나오면, 엄입이 뭘 어쩌겠습니다. 반면 다른 사람은 장문인의 공명정대함을 칭송하겠지요. 장문인, 이건 일거양득의 좋은 방법입니다!”
바둑을 둘 때, 종종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대국을 더 잘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것처럼 지금 옆에서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종곡자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비록 우유도가 한 말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엄입이 수차례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적대시하니, 우유도가 이번에 엄입을 성경으로 쫓아내려 하는 것이 바로 진실이었다. 아무리 봐도 우유도가 엄입을 처리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궁임책의 반응을 보니, 이번에 엄입은 그 재난을 피할 길이 없어 보였다!
비록 뭔가를 눈치챈 종곡자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유도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니었고, 굳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자금동은 장로를 한 명 파견해야 했고, 엄입이 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가야 했다.
하지만 엄입을 보낼지 말지에 대해서 궁임책은 거절하지도, 승낙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미 그것으로 자신의 결정을 알려준 것과 다름이 없었다.
엄입의 일은 일단 제쳐놓고, 우유도가 떠난 후의 일에 대해서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우선은 연락 방법을 확인했다.
그 후, 우유도는 종곡자에게 작별을 고하고, 다시 목상 안으로 들어갔다.
궁임책은 대문을 열고 거안을 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에게 지금 당장 초려별원으로 가서 관방의를 불러오라 했다.
장문인의 명령이었다. 거안은 당연히 발 빠르게 움직였고, 곧이어 관방의가 왔다.
관방의는 궁임책이 자신을 왜 찾는지 몰랐다. 이건 그녀가 처음으로 귀면각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녀는 궁임책을 보자 인사를 하고는 결국 참지 못하고, 비꼬듯이 말했다.
“수차례 장문인을 뵙고자 했지만 보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장문인께서 돌아오셨군요.”
도야가 돌아왔다. 관방의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녀의 말투에 거침이 없었다.
관방의의 말에 궁임책은 가타부타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이기지 못할 싸움이기도 했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 궁임책은 그녀와 드잡이질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 궁임책은 확실히 관방의를 사모한 적이 있었다. 다만 인연은 없었다. 젊은 시절의 마음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과거의 일이 되었다. 다 지나간 것이다. 이게 궁임책은 관방의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당연히 뭐라 반박하는 것조차 귀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