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1화. 아녀자의 생각
관방의는 종곡자에게 예를 올렸다. 그때 궁임책이 입을 열었다.
“홍랑, 이 물건을 초려별원으로 가져가시오.”
그리고는 옆에 있는 목상을 가리켰다. 관방의가 돌아보더니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게 뭡니까?”
“본좌가 종노께 선물로 드린 것이오. 다만 종노께선 이걸 다시 초려별원에 하사하셨으니, 가져가시오.”
관방의는 목상에 다가가 주위를 돌며 살펴보고 쓰다듬어 보았다. 아무 특징 없는 목상이었다. 관방의는 즉시 종곡자에게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종노, 초려별원에 보여주신 호의에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만, 이제 곧 쫓겨날 처지라서 이런 큰 물건을 받아도 어찌 처리해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거절이었다. 종곡자가 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종문의 결정에 노부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가져가게, 만약 누가 자네들을 곤란하게 한다면, 이 물건을 시험해 보면 좋을 것 같네. 이는 노부의 물건이고, 장문인의 마음이니, 쓸모가 있을 수도 있겠지.”
관방의는 깨달았다. 이건 자신들이 자금동을 떠나는 도중에 곤란에 처할 수 있으니, 자신들에게 주는 호신부였다.
하지만 도야가 이미 돌아왔다. 더는 별걱정을 하고 있지 않았다. 움직이면서 이런 큰 물건을 가지고 가는 건 정말 번거로웠다.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상대방의 성의인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망설이게 되었다.
사실 관방의가 모르는 것은, 방금 종곡자의 그 말은 관방의에게 한 말이 아니라, 거안에게 들려준 말이라는 것이었다.
거안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일들은 사실 신뢰와 상관이 없었다. 다만 이 물건은 그 크기 때문에 너무 눈에 띄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에게 합당한 설명을 해준 것이다.
관방의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관방의에게 다가간 궁임책이 그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우유도가 안에 있소.”
관방의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리고는 곧 종곡자의 호의에 감사를 표하고는 목상을 들고 귀면각을 벗어났다.
돌아가는 와중에 법력을 이용해 안을 살펴보니, 과연 안에 사람이 있었다. 관방의의 얼굴에 다소 괴이한 미소가 걸렸다.
초려별원 안에 있는 자신의 거처에 돌아온 관방의는 다른 사람들을 모두 물리고,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 안에서 걸어 잠갔다. 그리고 그대로 목상을 바닥에 내리쳤다.
견고한 목상은 부서지지 않았고, 바닥을 잠시 굴러다녔다.
쾅!
목상 안에 있던 사람은 뭔가 이상함을 즉시 감지하고, 그대로 목상을 부수고 안에서 기어 나왔다. 어지러운 머리를 흔든 후, 자신을 보고 깔깔 웃고 있는 관방의에게 소리 질렀다.
“빌어먹을 여자 같으니, 나하고 무슨 원수를 진 거야?”
아무런 방비 없이 당한 일이다 보니, 확실히 충격이 작지 않았다. 관방의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아이고, 도야, 그 안에 숨어서 뭐하셨습니까?”
“조용히 해.”
우유도가 바깥을 손짓하며 당부했다. 혹시 다른 사람이 들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관방의가 부드럽게 웃으며 다가와 두 손으로 우유도를 더듬으며 말했다.
“어디, 다쳤나 한번 보자.”
“저리 꺼져, 어디서 허튼 수작질이야.”
우유도가 관방의의 손을 쳐내며, 침상에 가서 털썩 앉더니 바닥에 부서진 목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중에 깨끗이 치워.”
“알겠습니다!”
관방의가 마치 말 잘 듣는 숙녀처럼 무릎을 살짝 굽히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걸어와 우유도 옆에 앉더니 바로 우유도와 어깨동무했다.
“뭐 하는 짓이야? 남녀수수불친이라는 말도 몰라?”
우유도는 관방의가 자꾸 달라붙는 게 썩 유쾌하지 않았다. 연신 그의 팔을 밀어내며 말했다.
“그만해,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호오, 몰래 본녀의 규방에 들어와서, 지금 본녀에게 남녀수수불친이니 뭐니 한단 말이야?”
관방의가 냉소를 짓더니 갑자기 출수했다.
두 눈이 마주쳤다. 한 사람은 위에, 한 사람은 아래 있는 자세였다. 갑작스러운 관방의의 공격에 아래 깔린 우유도는 멈칫하더니, 곧 유쾌하게 두 손으로 관방의의 허리를 감싸며, 놀리듯이 말했다.
“발정이라도 난 거야? 설마 영계를 먹으려고?”
“개 같은 소리!”
관방의는 갑자기 태도가 급변했다. 그대로 우유도의 양 손목을 잡고 바닥에 딱 붙이더니 정색하며 물었다.
“사실대로 말해, 내게 준 물건이 뭐야?”
관방의는 어제 밤새도록 그 물건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것이야말로 고통이었다. 우유도에게 크게 당한 것이다.
“난 또, 갑자기 달려들기에 정말 발정이라도 난 줄 알았지.”
우유도가 유쾌하게 웃으며 관방의를 놀렸다.
“정말 몰라? 그렇게 멍청했던가?”
관방의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거칠게 말했다.
“모르긴 개뿔, 말해! 그게 뭐지?”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비켜! 내 위에 올라탄 채, 나보고 어떻게 말하라는 거야?”
“먼저 말해! 말 안 하면, 치한이라고 소리칠 거야.”
“이 모습을 봐봐, 누가 치한 같아?”
“말할 거야 안 할 거야?”
관방의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우유도는 기분이 썩 유쾌했다. 처음부터 이 여자를 놀라게 하려 했다. 지금 보니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것 같았다. 우유도의 머릿속에 밤새도록 고민했을 관방의가 그려졌다. 다만 관방의의 표정이 당장이라도 미쳐 날뛸 것 같았기에, 우유도는 장난을 그만두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량과!”
관방의의 두 눈에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정말?”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우유도가 발버둥 치며 말했다.
“싫으면 다시 내놔.”
“저리 꺼져!”
관방의가 손을 놓고, 그대로 우유도의 얼굴을 손을 밀어내며 다시 침상에 내리눌렀다. 그리고 그대로 일어나면서, 우유도의 앞섶을 잡아당겼다.
관방의는 다시 침상에 앉았고, 우유도가 마치 한 마리 개처럼 그녀 앞에 무릎을 꿇은 자세가 되었다. 아무튼, 썩 우아한 모습은 아니었다.
“무량과를 먹으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던데, 정말이야?”
관방의가 우유도의 앞섶을 계속 당기며 물었다.
“손 치워!”
우유도가 강제로 관방의의 손을 쳐내고는 침상 아래로 뛰어내려, 흐트러진 옷을 정리했다. 그리고 관방의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조용히 말했다.
“여무쌍을 직접 봤지. 수백 살 먹은 사람이, 말도 못 할 정도로 젊어 보이더군. 얼핏 보기에도 서른 정도밖에 안 되어 보였어. 홍랑은 어떻게 생각해?”
관방의가 두 손을 가슴 앞에 마주 그러쥐고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정말 늙지 않을 수 있는 거네!”
우유도가 한 손으로 관방의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정신 차려! 철 좀 들어. 그 얼굴 말고 다른 건 머릿속에 없는 거야? 경지에 오르지 않고, 원영기를 돌파하지 못하면, 먹어도 소용이 없어.”
“아, 그….”
관방의가 자리에서 일어나 초췌한 얼굴로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며 말했다.
“내가 경지에 오를 때쯤에는 지금보다 더 늙었겠지?”
우유도가 코웃음을 쳤다.
“평소에 얼굴에 분칠이나 하고 허송세월하더니, 이제야 조급해진 거야? 일찍이 뭐 했을까? 지금 나이가 몇이야. 수련자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면서, 지금까지 금단기 절정에도 오르지 못하다니, 누굴 탓하겠어?”
관방의가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이런 물건을 얻는 날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어. 평생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일이야. 좋은 시절, 앉아서 수련이나 하며 낭비하기에는 아쉽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아녀자의 짧은 생각이라니!”
우유도가 관방의를 무시하듯이 한번 바라보고는 손을 흔들고 이어 말했다.
“어쨌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쪽 별원은 어느 정도 정리했지?”
“큰 물건들은 가져가기가 쉽지 않아.”
“그럼 내버려 둬, 정리할 수 있는 물건들만 챙기도록 해.”
관방의가 눈을 크게 떴다.
“저 물건들을 장만하는 데 적지 않은 돈을 썼어. 다 계산하면 못해도 수백만 냥은 되는데, 이대로 그냥 버린다고?”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이 시기가 무슨 시기인지 모르는 거야? 돈이 중요해, 목숨이 중요해?”
“말은 쉽게 하는군. 수백만 냥을 그냥 버리다니, 나중에 다시 새로운 곳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잖아. 버린 건 둘째치고, 처음부터 다시 다 사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든단 말이야. 넌 신경 쓰지 않으니, 이 많은 사람이 생활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그만!”
우유도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홍랑, 지금 돈이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가 자금동을 떠났다는 소식이 아직 퍼지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해. 아니면 연국의 각 주를 지나는 긴 여정 동안 각종 예측 불가한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저런 물건들을 모두 가지고 갔다간, 시간이 지체될 거야. 그런 위험은 감수할 가치가 없어!”
관방의가 침묵하더니 물었다.
“어디로 갈 거야?”
“남주, 앞으로는 왕야 옆에 머무를 거야.”
관방의가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남주는 자금동의 사람들이 꽉 잡고 있어. 안 그래도 엄입이 줄곧 복수하려고 벼르고 있지. 앞으로도 우릴 곤란하게 할 거야. 그렇다고 도야가 나설 수는 없잖아.”
“엄입은 신경 쓸 것 없어. 내가 돌아왔으니, 그자가 날뛰는 걸 그냥 지켜볼 생각 따윈 없어. 이미 처리했으니, 곧 있으면 성경으로 가게 될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엄입이 성경으로 간다고?”
관방의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곧 크게 기뻐했다. 그야말로 분풀이를 제대로 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놀리듯 말했다.
“과연 도야는 도야군.”
우유도는 칼이 걸린 곳으로 다가가더니, 익숙한 보검을 들어서 한번 뽑아 보았다. 검신에는 익숙한 ‘검혈단심’이라는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관방의가 줄곧 잘 관리를 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먼지 한 톨 묻어 있지 않았다. 보검을 다시 검집에 넣은 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검도, 아마 앞으로 긴 시간 동안 뽑을 수 없겠군. 동곽, 늙은이가 내게 준 유물이…. 하아, 상청종, 위국 쪽은…. 어쨌든 검을 잘 챙겨놔.”
관방의 다가가 검을 받아 들고 칼 걸이에 돌려놓고 조용히 물었다.
“도야, 그 과일을 몇 개나 얻었어? 설마 유일한 한 알을 내게 준 건 아니지?”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
우유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원숭이를 불러와.”
관방의가 우유도를 한번 째려보았지만, 여전히 우유도의 명령에 따라 원강을 부르러 갔다….
* * *
“원방이 나를 만나고자 한다고? 초려별원의 그 승려가?”
누각 안에 있는 궁임책은 보고를 듣고 의아해했다.
“맞습니다. 바로 그자입니다. 그자의 말에 따르면, 그전에 찾아오고 싶었지만, 안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금까지 못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니 오늘 찾아와 뵙기를 청했다고 합니다.”
궁임책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가 날 왜 만나고자 하는 것이냐?”
“모르겠습니다. 다만 연신 굽실거리는 것을 보면, 부탁할 것이 있어 보였습니다.”
궁임책은 다소 수상쩍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상대방이 왜 찾아왔는지 궁금한 마음에 말했다.
“들여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