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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42화 (538/1,000)

1442화. 선을 긋다

제자의 보고와 같았다. 안에 들어온 원방은 과연 열심히 궁임책에게 굽실거리고 있었다.

물론, 궁임책의 신분이 신분이기 때문에 온 천하에 그에게 굽실거리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연국 황제조차도 그를 정중하게 대했으니, 이런 대우는 그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다만, 원방은 좀 달랐다.

궁임책은 원방에 대한 인상이 남아 있었다. 멀리서 보면 득도한 고승 같아 보였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그 즉시 못난 곰탱이가 되니, 참 흥미롭다고 느꼈었다.

“사양하지 말고 말해보아라, 왜 본좌를 보자고 했지?”

궁임책이 담담히 말했다.

“장문인, 이렇습니다.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자금동을 떠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빈승을 포함한 남산사의 사람들은 다른 생각이 있습니다. 자금동에 남아 계속 자금동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허리를 잔뜩 굽힌 원방은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며,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계속?”

궁임책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마치 지금까지 자금동을 위해서 일한 것처럼 말하는구나. 그런 일이 있었더냐? 어째 본좌는 잘 모르겠구나?”

털썩! 원방이 갑자기 몸을 숙이더니, 궁임책 앞에 바로 무릎을 꿇었다.

아무런 징조가 없이 일어난 일이라 궁임책은 하마터면 손을 들어 출수할 뻔했다. 그런 추태를 보일 뻔한 후, 잠시 멈칫한 궁임책이 그를 보고 말했다.

“어찌 이런 대례를 보이는 것이지?”

원방의 두 눈이 붉어졌다. 마치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장문인, 빈승은 일찍이 무지몽매하였습니다. 저희는 출가인이다 보니, 세상사에 어두웠습니다. 덕분에 초려별원 사람들의 현혹에 빠져 그들에게 이용당했지요. 이제 우유도가 죽었으니, 나무가 쓰러지면 원숭이도 흩어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빈승은 드디어 저들의 추악한 민얼굴을 보게 되어, 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제 자금동에 의탁하고 싶으니, 장문인께서는 빈승에게 속죄할 기회를 주십시오.”

원방은 말을 하면서 흘리는 눈물과 콧물을 계속 닦아 냈다. 보기에 얼마나 서러워 보이는지 몰랐다.

궁임책은 참지 못하고 멍청한 얼굴로 원방을 잠깐 바라보았다. 곧 다시 정신을 차린 그가 물었다.

“추악한 얼굴? 어떤 추악한 얼굴인지 어디 한번 말해보아라.”

원방이 연신 끄덕이며 애원했다.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악의 수괴 우유도만 해도 몹시 나쁜 놈입니다. 그야말로 짐승만도 못한 놈이지요! 저희는 원래 산중에서 청빈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유도가 저희를 강제로 세상으로 끌고 나왔습니다. 저희는 절밥이나 먹고, 영불이나 외우던 승려였습니다.

그런 저희가 매일 살생을 하고, 그걸로 이런저런 피비린내 나는 요리를 하게 되었으니, 덕분에 저는 매일 밤 부처 앞에서 끝없이 회계합니다. 심지어 저희를 시종 부리듯이 부리며, 각종 심부름을 시키고, 그의 의식주를 시중들게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욕설을 퍼부었으니, 그 악행이 필설도 다 표현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또 우유도 옆에는 원강이라는 앞잡이가 있는데, 그는 더욱 악독한 놈입니다. 수차례 빈승을 구타했습니다. 거짓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이 직접 목격한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빈승은 그야말로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그야말로 피눈물을 흘리는 호소였다. 한쪽에 있는 자금동 제자의 입술이 씰룩거릴 정도였다.

궁임책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렇군, 그야말로 정말 가증스러운 사람이다. 그럼 너는 왜 진작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지금은 너무 늦은 것 같지 않더냐?”

원방이 흐느끼며 말했다.

“장문인께서는 현명하시니 잘 아실 겁니다. 그 우 잡놈이 살아 있을 때는 그의 세력이 너무 거대한 나머지, 빈승은 그 폭거에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남산사 승려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구차하게 연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이처럼 값진 기회를 얻었으니, 장문인께서는 저희를 받아 주십시오!”

궁임책이 뒷짐을 지고 담담히 말했다.

“원방, 네가 방금 욕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느냐? 우유도, 우 장로, 그는 바로 우리 자금동의 장로다. 감히 본좌 앞에서 그를 그토록 모욕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

원방이 아무리 뭘 모른다고 해도, 여기에 그토록 오래 지내면서, 우유도와 자금동의 가식적인 관계에 대해서 당연히 모를 수가 없었다. 원방은 눈물을 닦아 내고는 힘차고 신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장문인 앞에서 빈승이 어찌 망언을 내뱉겠습니까. 제가 한 말은 모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말입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만약 그 전에 우 잡놈의 세력이 크지 않고, 만약 승려들의 목숨을 살리고자 하지 않았다면, 빈승은 차라리 직접 목숨을 걸고, 우 잡놈의 음식에 독을 풀었을 것입니다. 그놈을 독살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입니다! 이제 그놈이 처벌을 받았으니, 참으로 잘 죽었습니다!”

궁임책은 눈을 치켜떴다. 정말 자금동에 의탁하려고 못하는 말이 없었다. 그야말로 우유도와 철저하게 선을 그으려는 것 같았다.

궁임책은 심정이 조금 복잡했다. 우유도는 나름 대단한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얻고 싶어도 얻지 못했던 무량과를 성경에서 훔쳐 오기까지 했다. 그런 우유도가 눈이 삐었는지 이런 박쥐 같은 자를 받아들이다니, 이 땡중을 곁에 그토록 오랫동안 데리고 있으면서, 우유도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곁에서 시중들게 했단 말인가?

침묵하고 있는 궁임책을 본 원방은, 궁임책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다시 이어 말했다.

“빈승의 손에는 초려별원의 술 담그는 비법이 있습니다. 장문인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장문인, 저희를 받아 주십시오!”

궁임책의 두 눈이 번뜩였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물었다.

“우유도…. 음, 초려별원에서 자네가 떠나는 걸 허락했는가?”

원방이 우렁차고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초려별원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자금동에서 그들의 의견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빈승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원래는 관방의가 호의로 그에게 자금동에 의탁하라고 말한 것이지만, 원방은 초려별원과 정확히 선을 긋고 싶었다. 그러니 초려별원과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딱 잡아뗐다.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자신의 의견이라고 아주 강하게 말했다.

궁임책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음, 좋아. 네 마음은 잘았으니, 일단 돌아가서 기다려라.”

“장문인….”

원방은 확실한 대답을 원한다는 듯, 망설였다.

“우선 돌아가라. 네 일을 처리할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이다. 본좌는 바쁘니, 너와 이럴 시간이 없다.”

“네! 알겠습니다!”

원방은 궁임책이 허락했다고 생각하고는 활짝 웃으며, 다시 한번 절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굽실거리며 물러났다.

원방이 떠나자, 궁임책이 혼자 중얼거렸다.

“뭐 하는 놈이더냐!”

그리고는 뒤돌아 곁에 있는 제자에게 말했다.

“방금 했던 말을 모두 들었느냐?”

“모두 들었습니다.”

“너는 지금 초려별원에 가서 홍랑을 찾아 방금 들은 말을 모두 그녀에게 일러 주어라. 그리고 그녀에게 알아서 처리하라 일러라.”

“그것이….”

제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사부님, 그 술 담그는 비법은 큰 돈줄입니다. 이 땡중이 알아서 자금동에 들어오겠다고 하니,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궁임책이 반문했다.

“무슨 돈줄 말이냐? 지금 후진이 어떤 지경에 처했는지 보이지 않느냐? 내게 다 생각이 있느니라!”

“알겠습니다!”

제자가 포권을 하며 명령을 받고는 빠르게 그곳에서 벗어났다.

곁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궁임책은 뒷짐을 지고 잠시 주변을 배회했다. 사실, 그라고 해서 저 돈줄을 가지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남기는 것이 별로 좋지 않았다.

당연히 그 원인은 우유도에게 있었다. 우유도는 몇 마리 날짐승조차 달라고 했다. 아마 저 돈줄도 쉽게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우유도는 쉽게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니, 이런 시기에 굳이 난리를 칠 필요 없었다….

* * *

관방의의 방 안,

지금 관방의는 원강, 우유도와 함께 한참 일부 사항에 대해서 토의를 하고 있었다.

이때, 자금동의 제자가 찾아와 관방의를 만나고자 했다. 잠시 후, 관방의가 방으로 돌아왔다. 우유도가 물었다.

“궁임책의 제자가 홍랑을 왜 찾아온 거야?”

관방의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

“원방, 이 자식은 정말 못쓰겠군. 그전에 내가 호의를 베풀어 자금동에 머물라고 하면 될 것이라 말한 적이 있었어. 그런데 이 땡중이 자금동에 의탁하기 위해서, 궁임책에게 달려가서 눈물 콧물 흘리며 헛소리를 늘어놓았더군….”

관방의는 궁임책의 제자가 자신에게 해준 말을 다시 우유도에게 전해주었다. 그쪽에서 알려준 것은 처음부터 우유도와 원강에 대한 욕설이었다.

원강의 두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고,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우유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하하, 이 곰탱이는 정말 변하는 게 없군!”

관방의는 다소 의아해하며 말했다.

“궁임책이 제자를 시켜 내게 이 일을 알려주는 의도가 무엇일까?”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관방의는 모르지만, 우유도는 알았다. 듣자마자 궁임책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지금 우유도와 궁임책의 상황은, 조금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곁에 원방 같은 사람을 두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일단 가까이서 접촉한다면, 우유도가 살아 있다는 비밀이 쉽게 폭로될 수 있었다. 궁임책은 그에게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으니, 빨리 이 위험을 처리하라는 의미로 말해준 것이었다.

이건 관방의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우유도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원강이 입을 열었다.

“제가 가서 처리할게요.”

우유도가 끄덕였다. 다만 원강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숲이 크면 온갖 새가 모여드는 법이지. 다양성이 있어야, 여유롭게 조율할 여지가 있는 거야. 누가 욕 한 번 안 해봤겠어. 곰탱이는 원래 그런 꼬락서니의 사람이니, 너무 과하게 하지 말고, 적당히 해!”

원강은 별말 하지 않고 그대로 그곳을 떠났다. 관방의의 입꼬리가 움직였다. 쓴웃음이었다. 이제 원방은 큰일 났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원방이 뭐라도 되는 양 점잔을 떨며 원강의 거처로 불려갔다. 곧 한 손에 삼후도를 들고 마당에 우뚝 서 있는 원강을 볼 수 있었다. 삼후도는 지금 빛을 머금은 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원방은 그 즉시 점잔 떨던 모습을 버리고, 즉시 굽실거리며 종종걸음으로 원강에게 뛰어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

“원야, 부르셨습니까?”

원강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당장 떠날 것이다. 그쪽은 다 정리했느냐?”

“어…. 그게….”

원방은 매우 난처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원야, 홍랑이 저희보고 자금동에 남으라 했습니다.”

“만약 내가 너보고 우리를 따르라 한다면?”

원방은 순간 매우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원야, 꼭 그래야 합니까? 홍랑의 말에 따르면, 저희가 뒤를 따르면 초려별원에게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홍랑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저희는 확실히 짐입니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왔으니 정든 사람들의 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상관없다. 도야가 없으시지만, 그렇다고 너희를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원방이 한숨을 내쉬었다.

“원야의 뜻은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습니다. 하아, 비록 도야는 안 계시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남산사의 승려들은 반드시 매일 도야가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기도할 것입니다!”

원강이 바닥을 짚고 있던 칼을 돌려 칼끝으로 원방을 가리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칼이 섬뜩하게 빛났고, 원방의 간담이 싸늘해졌다. 크게 두려운 마음에 뒤로 한 발짝 물러선 원방이 큰소리로 외쳤다.

“갑니다! 원야가 따르라 하면 당연히 따라야지요. 목숨 걸고 따를 것을 맹세합니다. 장담하겠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끙끙 앓고 있었다. 궁임책과 이미 약속하지 않았던가. 만약 남지 않고 이대로 떠난다면, 상대방을 놀려 먹은 것이 되지 않은가. 저 대단한 자금동의 장문인이 분노하면, 어찌 감당하겠는가! 하지만 원강의 폭력적이면서 급한 성격도 마찬가지로 원방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원방은 주제를 알았다. 나중에 홍랑을 찾아가든지, 아니면 늦지 않게 궁임책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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