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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44화 (540/1,000)

1444화. 제비뽑기

방 안에서 차를 마시던 우유도가 한참을 듣고 있더니, 이번에는 좀 너무 과하게 때린다는 생각이 들어 옆에 있는 관방의에게 말했다.

“홍랑이 가서 한번 봐봐. 다 같은 가족이니, 인제 그만하라고 해.”

하지만 관방의가 나섰을 때, 원강 쪽도 이미 소강상태에 접어든 후였다. 아직 원강의 거처에 도착하기 전에 원강이 이미 한 사람을 질질 끌고 나오고 있었다.

원방은 이미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얻어맞은 후였다. 얼굴에는 멀쩡한 곳이 한군데도 없었고, 얼굴이 퍼렇게 부어올라 있는 것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또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있었고, 피에 물든 의복도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다. 원강은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이, 그저 한쪽 다리가 원강에게 잡힌 채, 질질 끌려 오고 있었다.

원강은 그렇게 원방을 질질 끌고 그대로 남산사의 승려들이 머무는 거처로 향했다.

관방의는 살짝 비켜서며 기침을 한번 하고는 당부하듯이 말했다.

“그만하면 충분해.”

원강은 관방의가 기침한 의미를 알고 있었다. 아마도 도야의 뜻인 것 같았다. 원강은 별말 하지 않고, 그렇게 바닥에 혈흔을 남기며 원방을 질질 끌고 갔다.

다른 곳에 머무는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밀고 그 모습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원강이 저 땡중을 쥐어박은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다들 익숙한 일이었다. 다만 저렇게 심하게 때린 건 처음이었다.

원방을 데리고 ‘남산사’에 도착하자, 승려들이 다들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초려별원에서 그들에게 누굴 가장 두려워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원강을 가장 두려워했다. 이는 당연히, 원강에게 원방이 매일 두들겨 맞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원강은 팔을 휘둘러 인사불성 상태의 원방을 승려들 발아래 던져 놓고는 말했다.

“지금 당장 짐을 싸라, 곧 자금동을 떠날 것이다. 지체하지 말아라!”

원강이 소리쳤다. 승려들은 담담히 합장하고 허리를 숙였다. 잘 알겠다는 말이었다.

원강이 그곳을 떠난 후, 승려들은 크게 당황하면서 인사불성의 원방을 급히 안으로 둘러업고 들어가 치료했다.

원방이 얻어맞는 것은 이들 승려에게도 이미 습관이 된 일이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가. 줄곧 이래왔다. 다만 이번에는 확실히 너무 심했다.

예전에는 얻어맞고 와서는 뒤에서 원강을 욕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

다만 그 덕분에 잠잠해졌다. 원방은 더 이상 자금동을 뛰어다닐 여력이 없었고, 더는 쓸데없는 짓을 할 가능성이 없어졌다. 그저 고분고분 들것에 실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원방은 나중에 자신이 어떻게 자금동을 떠났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 * *

의사대전,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원래는 누가 성경에 갈지 의논하는 자리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상대방을 공격하며 비판하는 자리가 되어 버렸다.

상석에 앉아 있는 궁임책은 중립을 지키며, 누구의 편을 들어 주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다투는 것을 지켜보던 궁임책이 갑자기 소리쳤다.

“그만!”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싸우던 장로들이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궁임책이 천천히 대전 내부를 배회하더니 다시 상석으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말했다.

“성경에 가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소. 하지만 이건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니, 반드시 장로 한 명은 제자들을 이끌고 성경으로 가야 하오!”

“다들 서로 자신의 상황이 어렵다고만 하니, 어쩌겠소. 그러니 진짜 어려움이 있든 아니면 그저 변명에 불과하든, 더 이상 이렇게 시간만 끌 수는 없소. 오늘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하오. 오늘 반드시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단 말이오!”

궁임책의 단호한 말투에, 부군량이 말했다.

“장문인, 이 일은 마땅히 모든 자금동의 장로가 자리한 후에 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일단 다른 분들을 모두 부르시지요.”

“맞습니다!”

그의 말에 윤이덕 등의 사람들도 분분히 동의하고 나섰다.

궁임책은 그들이 그러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저 밖 각 주부에 자리하고 있는 장로들은 모두 궁임책의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각 주부는 모두 궁임책의 통제 아래 있다는 말이었다. 만약 그들 중 한 사람이 성경에 가게 된다면, 그 빈자리를 채울 사람은 자신들 중에 한 사람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건 궁임책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 이렇게 한다면 그의 실권이 분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궁임책이 담담히 말했다.

“삼 일의 시간 중 하루가 지났소. 지금 전서를 보낸다 해도 그들이 확인하는 데 반나절이 걸릴 것이고, 또 그들이 오는 데 한나절, 와서 토의하는 데 한나절이 족히 걸릴 테니, 그렇게 의논한다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군.”

원안이 말했다.

“장문인, 태상 장로분들의 의견을 들어 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대로 태상 장로분들을 모시지요. 시간 안에 사람을 고르기만 한다면, 설사 외지에 있다 한들 성경에 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부군량이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궁임책이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임책이 모를 수가 없었다. 각자 배후에 있는 사부들을 불러 자신에게 압박을 가하려 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저들이 저렇게 하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만약 저들 배후에 태상 장로들이 없었다면, 궁임책은 진작에 의사대전 안을 쓸어 버리고, 모두 자신의 사람으로 채워 넣었을 것이다.

물론 당연히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혹여 정말로 장문인이 그렇게 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개파 조사께서는 문규를 정해놓았었다. 개파 조사는 혹시라도 누군가 독단적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경계해, 어느 정도는 장문인의 권력에 제약을 만들어 둔 것이었다.

하지만, 개파 조사는 반대로 장문인의 권력을 태상 장로들이 너무 압박하지 못하도록, 반대의 규율도 만들어두었다. 이는 태상 장로의 힘이 너무나 막대하기에, 간혹 태상 장로가 힘을 합쳐 장문인을 압박하는 경우가 다른 문파에서 종종 일어나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궁임책은 자신의 입장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태상 장로와 관련된 문규를 들먹였다.

“문규에 따라, 태상 장로들은 더는 의사대전에 들어와 종문의 결정에 간섭할 수 없소.”

윤이덕이 말했다.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선배님들의 의견을 들어 보는 것이지요.”

지금은 과거와 달랐다. 성존에게 어떤 의도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성경에 가게 된다면, 마지막에 성존의 목적이 달성됐든지 안 됐든지 간에, 목숨을 잃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러니 이런 요행이 없어 보이는 일은 천도비경보다 더 위험한 일이었다. 노력한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간다면, 결국은 죽어서 나올 게 거의 확실시된다고 볼 수 있었다. 당연히 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궁임책이 말했다.

“그럴 필요 없소. 모두 어렵다고 말하니, 설사 다른 장로들을 부른다 한들, 각 주부에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하군. 그들도 문제가 있을 것이고, 그들이 자리를 지켜야 할 일이 생길 것이오. 당연히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고, 이대로 간다면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오.”

“내가 말했다시피, 성경에 가는 일은 반드시 오늘 결과를 내야 하오.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본좌가 누군가를 편든다고 할 수 있으니, 본좌는 중립을 지킬 것이오. 그러니 인원을 선발하는 것은 제비뽑기로 하는 것이 좋겠소. 당첨된 사람이 성경으로 가는 것으로 합시다. 이 방법은 공평하고 공정하니, 하늘에 맡기는 것이오. 아마 태상 장로분들도 다른 의견은 없을 것이오.”

“제비뽑기?”

사람들이 중얼거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막영설이 물었다.

“어떤 방식으로 제비를 뽑으실 겁니까?”

궁임책이 현장에 있는 다섯 장로를 둘러보더니 옆을 돌아보며 말했다.

“죽통과 젓가락 다섯 개를 가져와라.”

“알겠습니다!”

모서리에 대기 중이던 제자가 움직였다.

잠시 후, 죽통과 젓가락을 가지고 제자가 돌아왔다. 궁임책은 건네받지 않고, 제자에게 신호를 보냈다.

“장로분들께 보여드려라.”

제자가 뒤로 물러나 물건을 장로들 앞에 놓았다.

이들 장로는 다들 별로 내켜 하지 않았다. 하지만 궁임책은 얼핏 보기에 아주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가지고 나왔다. 그러니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다른 의견을 내기가 힘들었다. 만약 지금 누군가 동의하지 않으면, 성경에 가지 않겠다는 의도가 너무 명확하게 드러나게 됐다.

결국, 다들 돌아가면서 물건을 확인해보았다. 이왕 살펴보는 것, 당연히 아주 자세히 살펴보았다. 다들 조금이라도 알아볼 수 있는 문양을 찾아내거나, 젓가락 사이의 차이를 기억하려 했다. 나중에 제비를 뽑을 때 선택에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장로들이 젓가락과 죽통을 모두 확인하자, 제자는 다시 젓가락과 죽통을 궁임책에게 건네주었다. 이후, 궁임책은 한 손으로 죽통을 잡더니 거꾸로 뒤집어 책상 바닥에 놓았다. 이후, 젓가락 하나를 들어 죽통의 바닥에 박아 넣었다.

푹! 제자에게 다시 젓가락 하나를 받은 궁임책이 다시 한번 죽통의 바닥에 젓가락을 박아 넣었다.

그렇게 연달아 다섯 개를 모두 박아 넣었고, 죽통 바닥에 다섯 개의 젓가락이 꽂혀 있는 모습이 되었다.

이후, 궁임책이 죽통을 들어 그 속을 보여주었다. 죽통 안에는 꽂힌 다섯 개의 젓가락이 확연히 보였다.

그리고 궁임책은 장로들을 등졌다. 곧 ‘뚝’하는 소리가 들렸고, 궁임책은 다시 몸을 돌려 장로들을 보았다. 궁임책은 부러진 젓가락 하나를 보여주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섯 개의 젓가락 중에 하나를 부러뜨렸소. 짧은 젓가락을 뽑은 사람이 바로 우 장로를 대신해 성경에 감찰로 가야 할 것이오!”

사람들은 침묵했다. 젓가락의 미세한 문양을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은 넋이 나갔다. 이런 방식으로 제비를 뽑을 줄은 몰랐다.

다섯 개의 젓가락이 모두 절반 이상 죽통에 들어가 있었다. 이 중에 단 하나의 젓가락만 반으로 부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걸 볼 순 없었다. 당연히 죽통을 거꾸로 들고 있었으니, 죽통을 다시 뒤집지 않는 이상, 눈으로 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문양을 기억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젓가락은 서로 죽통에 들어가 있는 높이도 달라 뭐가 뭔지 알아보기는 어려워 보였다. 막말로 죽통 안에 어떤 젓가락이 부러져 있는지 어찌 안단 말인가.

“제비를 뽑을 때, 법력으로 내부를 살펴보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오. 다들 같이 감시하도록 합니다! 누가 먼저 할 것이오?”

궁임책이 담담히 물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궁임책이 천천히 말했다.

“아무도 없으니, 본좌가 직접 호명하겠소. 엄입, 자네가 먼저 하게.”

“알겠습니다!”

엄입이 대답했다. 그는 아주 담담했다. 장문 사형이 자신에게 어떤 것을 뽑으라고 할지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깐!”

이때, 윤이덕이 갑자기 저지하며 말했다.

“장문인, 제 나이가 더 많으니, 제가 먼저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가 먼저 나선 의도를 깨달은 것이다. 다섯 개 중에 하나만 부러져 있으니, 먼저 뽑을수록 당첨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먼저 뽑은 사람이 먼저 당첨될 수도 있었다. 일단 부러진 젓가락을 뽑게 되면, 뒤에 사람들은 뽑을 필요도 없었다.

“좋소! 그럼 본좌가 결정을 내리겠소. 나이에 따라서 뽑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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