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6화. 왔다, 떠나다
엄입의 심정은 매우 참담했다. 반면, 이번 일을 피한 장로들은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 자신의 제자들에게 아래 제자들을 잘 관리하라며, 당분간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했다. 또 그들은 절대 엄입 쪽을 건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설사 상대방이 도발해도 참아야 했다. 아무튼, 엄입에게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됐다.
일단 엄입이 빠져나가면, 이제 재수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되는 것이다. 엄입이 성경에 갈 때까지 참아야 했다. 엄입의 배후에는 장문인 궁임책이 있었고, 장로들은 그 부분이 다소 꺼려졌다.
갈 사람은 갔다. 엄입이 성경에 가기 전에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우선 철수했다. 일부 살림을 포기하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움직였다. 우유도의 결정이었다!
엄입은 초려별원에 찾아가서 행패를 부리지 않았다. 그럴 심정이 아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엄입은 냉정하게 현실을 마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엄입은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떠난 후의 일들을 계획하고, 떠나기 전에 자신의 제자들을 위해 최대한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려 했다.
이런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사용하지 않으면 너무 아쉬웠다. 지금이 바로 흥정을 할 때였다. 과거, 우유도 또한 성경으로 떠나기 전에 마찬가지로 종문과 흥정을 하지 않았는가.
사실 이러한 부분은 어느 정도 궁임책이 허용해준 것이기도 했다. 어쨌든 엄입은 궁임책의 사람이었으니, 어느 정도는 엄입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 맞기도 했다. 게다가 다른 장로들 또한, 어쨌든 성경 행을 피해갔다는 안도감이 더 컸기에, 엄입에게 보상을 해주는 궁임책의 모습을 보고도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괜히 불똥이 튈까 두려워한 것이다. 사실, 죽으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에게 이 정도 보상도 해주지 못하는 것은 조금 매정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구태여 다들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엄입에게 보상을 해준다는 의미는, 종문 내부에서 엄입의 사람이 요직에 들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는 사실 어느 정도는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엄입이 떠나면, 장문인의 발언권이 다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엄입의 사람을 요직에 넣어야 했다. 그래야만 계속 종문 내부에 장문인이 가진 발언권의 힘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어쨌든 이번에는 엄입이 종문을 위해 죽으러 가는 것이기도 했으니, 다른 사람들은 도리에 따라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엄입을 위한 보상이 다른 장로들이 눈감아주는 가운데 소리소문없이 부드럽게 행해졌다.
엄입 장로의 밑에 있던 제자들은, 한편으로는 울고 싶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솔직히 조금 기쁘기도 했다. 이들은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이들이 느끼고 있는 슬픔은 자신들의 사부가 성경에 가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아마 가면 돌아오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반대로 기쁨도 있었으니, 이는 엄입의 제자들이 몇 명이나 요직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각각 일부 집행 제자의 위치에 올랐다. 사부가 목숨을 건 대가이긴 했지만, 어쨌든 자신들이 꽤나 높은 지위를 얻었으니, 이들이 어찌 기쁘지 않을까?
한편, 궁임책도 한참 바빠졌다. 엄입이 성경에 간 후의 일을 안배해야 했고, 종곡자의 일을 안배해야 했다.
종곡자가 무량과를 얻었고, 이미 돌파를 준비하고 있었다. 궁임책은 이미 일부 자원을 빼돌려 종곡자에게 제공해주고 있었는데, 이 공급은 아주 비밀리에 처리해야 했다.
또 서삼국 쪽의 전쟁이 연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위국의 지원요청이 그러했다. 그가 처리하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오늘날 연국에서 자금동의 발언권은 아주 컸다. 자금동이 동의하지 않으면, 위국이 누구에게 부탁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니 위국은 자금동을 붙잡고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설사 무량과가 있다 해도, 궁임책은 조용히 그걸 복용할 시간이 없었다.
* * *
자금동 산자락, 관도 옆,
거안과 문묵아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산에서 내려가고 있었다. 떠나는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배웅하려 한 것이다.
거안은 귀면각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고, 문묵아는 궁임책을 대신한다고 할 수 있었다. 양녀였다. 궁임책과 자금동을 대표해 배웅하는 것이었다.
궁임책이 바쁜 것은 둘째치고, 우유도가 없는 이들은 자신이 직접 와서 배웅할 가치가 없었다. 그저 양녀를 보낸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 정도면 체면치레는 한 것이었다. 자금동의 다른 사람들은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시렵니까?”
거안이 결국은 물었다. 사실 물어보았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관방의는 다소 비통해하며 말했다.
“어디든 가야지요!”
사실 관방의는 겉으로만 연기했을 뿐, 속으로는 조금도 비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속에 기쁨이 가득했다. 도야가 돌아왔다. 성경 안에 갇혀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를 때보다 훨씬 나았다.
그리고 사실 그녀는 도시의 번화함을 좋아했다. 남주부성으로 돌아간다고 이미 우유도에게 들은 바 있었다.
남주는 상조종의 올바른 통치하에, 몇 번이나 확장되었다. 이미 번화한 정도로 보면 연국 경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이런 산골짜기에 머무는 것보다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그러니 관방의가 어찌 기쁘지 않을까? 그런데도 그녀는 일단 다른 사람들 앞에서 슬픈 얼굴을 보여야 했다.
지금 관방의는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이에 대해 아직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없었다. 결정을 내리는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하아!”
문묵아가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출발!”
멀지 않은 곳에서 대오를 다시 한번 검사하던 원강이 소리쳤다.
“이만 가보겠소. 인연이 있다면 다음에 다시 만납시다.”
관방의도 부부에게 포권을 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두 사람이 대답했다.
“가는 길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그들은 더는 지체하지 않았고, 억지 미소를 보인 관방의가 그대로 몸을 돌려 말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부방원의 사람들을 이끌고 대열 앞으로 가서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이끌었다.
대오의 인마가 정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량의 말들과 마차들이 있었다. 모두 자금동에서 준 것이다.
그 날짐승은 당분간 자금동에 주는 것으로 했다. 지금은 우유도라 하더라도 다시 가져오고 싶다고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궁임책도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궁임책이 강제로 날짐승을 돌려준다면, 자금동의 수많은 제자에게 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 그렇게 일을 성급히 처리했다간 이 일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었다.
또한, 이 정도 날짐승으로는 이 많은 사람과 물자를 한 번에 옮길 수도 없었다. 그러니 우유도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 대신에 일부 말과 마차를 자금동에서 받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자금동의 사람들에게 인정이 있는지 없는지, 이 말과 마차들을 줄지 말지, 어차피 모든 것은 궁임책의 한마디에 달린 것이었다. 이런 사소한 일로 장문인과 대립각을 세울 사람은 없었다. 궁임책이 주라고 하자, 자금동은 그냥 주었다.
자금동에서 받은 마차는 두 종류로, 물품을 실을 수 있는 마차가 있었고,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마차가 있었다.
한편, 얼굴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화봉황과 혜청평은 마차에 타고 있었다. 또 인사불성의 원방도 마차 안에 누워있었다. 아직 비몽사몽하고 있었기에, 남산사의 승려들이 옆에 붙어 돌아가며 간병하고 있었다.
오량산의 제자들은 다들 등에 새장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수많은 금시를 같이 옮겨야 했다.
이 장면을 보던 공손포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우유도가 죽었다. 이제 오량산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그는 고민해야 했다. 일단은 당분간 이들을 따라 움직이며,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어디에 자리 잡는지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자금동은 몇몇 제자를 파견해 그들을 호위하게 했다. 우유도는 비밀리에 이들과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대오 사이에 숨고, 천하에서 숨어들어, 수많은 사람의 시선 아래에서 사라졌다. 수많은 사람에게 우유도는 이미 과거의 일이었다.
관방의와 원강의 협조가 있으니, 자금동의 제자들은 우유도가 초려별원의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초려별원의 사람들은 우유도가 자금동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행은 거의 하나도 빠짐없이 크고 작은 봇짐을 짊어지고 움직였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이사의 모습이었다.
왔다가, 또 떠나갔다. 초려별원의 사람들은 나름 정식으로 자금동을 떠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앞날에 대해 걱정을 했다.
거안과 문묵아 부부는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서로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은 저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저들의 미래가 어찌 될지도 알지 못했다. 마치 짧은 시간 자금동에 손님으로 있다가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다른 어떤 것이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두 사람은 저들이 있었기 때문에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우유도가 하늘 높이 우뚝 솟아, 수행계와 속세 양계를 종횡무진으로 활약할 때, 얼마나 눈부셨나요. 만약 그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와 같은 연배의 사람 중에 감히 누가 우유도를 제치고 영웅을 자처할 수 있겠어요? 이제 온 천하에 우유도보다 뛰어난 동년배를 찾을 수 없으니, 젊은 나이에 수행계에 큰 이야기를 남긴 것 같아요. 참, 젊은 나이에 무엇이 그리 급한지 빨리도 갔네요. 높이 솟아오른 구름이 이렇게 흩어지다니.”
문묵아가 서글픈 목소리로 탄식했다.
그녀는 처음에 우유도와 만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그걸 원하게 되었다가, 결국은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었다. 이제는 평생의 반려를 만났으니, 다른 생각하지 않고 아내의 본분을 다하고자 했다.
하지만 우유도는 결국 문묵아의 마음속에 뭔가를 남겼다. 어쩌면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여한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녀의 마음속에는 담담한 서글픔이 남아 있었다. 이건 그녀의 남편이 줄 수 없는 것이었다.
특정한 사람만이 특정한 물건과 감정을 줄 수 있었다.
그녀는 잘 알았고, 깨닫고 있었다. 그녀는 우유도 곁의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일 뿐이었다. 비록 자금동의 많은 남자가 그녀를 사모했지만, 우유도 같은 사람은 그녀를 대수롭지 않게 대했다. 어쩌면 단 한 번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그녀의 짝사랑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거안은 알지 못했다. 그저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없소. 그저 축복을 빌 뿐이지. 돌아갑시다.”
문묵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거안과 손을 잡고 그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떠나간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빠르게 달리고 있을 때, 우유도가 성경에서 죽었다는 소식이 천하 각지에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