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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54화 (550/1,000)

1454화. 군주님과 같이 가겠습니다

왕비가 어디 있는지 물은 상숙청은 그대로 방 안으로 뛰어들어갔고, 깜짝 놀라 자신을 쳐다보는 봉약남을 보며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새언니,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왔나요?”

봉약남은 손에 들고 있던 자수를 내려놓았다. 그녀가 비단에 놓고 있는 새가 마치 닭처럼 볼품이 없었다. 봉약남이 놀라 물었다.

“그걸 어디서 들은 거야?”

“방금 왕부 안에 있는 두 법사님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알았어요.”

상숙청이 이를 악물었다.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 봉약남이 눈알을 한번 굴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음,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남주부성에 찾아왔어. 무슨 문제가 있어?”

상숙청은 기분이 나빠졌다.

“왜 제게 그 일을 숨긴 거죠?”

군대를 지휘하던 사람의 임기응변이 나쁠 리 없었다. 봉약남은 마치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한마디로 넘어갔다.

“누가 숨겼다는 거야? 오늘 부 공자랑 만나기로 했다면서, 만약 알려주면, 두 사람이 만나는 것에 차질이 있을까 봐 그런 거지. 지금 두 사람의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

봉약남이 자연스럽게 한 변명이었다. 게다가 사실 봉약남의 변명은 궁색하지 않았고, 매우 그럴듯했다. 집안에서는 모두 그녀의 혼인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었으니, 정말 그렇다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니, 봉약남의 변명을 상숙청은 믿었다.

의문을 내려놓은 상숙청은 다시 요조숙녀로 돌아갔다. 방금 새언니에게 조금 따지듯이 물어봤기에,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말투가 퍽 무례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다시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럼 지금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어디에 묶고 있는지 아시나요?”

“그건, 나도 정말 모르겠어. 그저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왔다는 말을 네 오라비에게 들었을 뿐이지. 청아야. 그게 무슨 눈빛이야. 정말이야. 이런 걸 거짓말할 이유가 있어? 그들이 왔다는 것도 다 알게 되었는걸. 조금만 발품을 팔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니, 속이고 싶다고 속일 수나 있겠어?”

상숙청이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았다. 그녀는 즉시 작별을 고하고는 그곳을 벗어났다.

봉약남이 뒤에서 소리쳤다.

“만약 나가려면 반드시 호위를 데려가야 해.”

“알겠어요.”

상숙청이 그대로 그곳을 떠나갔다. 이때, 봉약남이 다시 문을 나서며 소리쳤다.

“청아야, 부 공자님은 돌아가신 거야?”

“어….”

상숙청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그리고는 민망한 얼굴로 돌아보며 말했다.

“아직이요. 아직 화원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 가서 이야기를 해줘야겠어요.”

그 말을 들은 봉약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 꼬마 아가씨가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 공자님을 내팽개치고 잊어버렸단 말인가? 심지어 초려별원에는 우유도도 없었다. 얼마나 무심해야 그리할 수 있단 말인가? 평소에는 별말 없었지만, 이 한 가지 일만 보아도, 상숙청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부군란의 위치가 어떠한지 알 수 있었다.

“하아!”

떠나가는 상숙청의 모습을 보고, 봉약남은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상숙청의 마음이 얼마나 고달픈지 말이다. 저 아가씨의 학식과 재능, 그리고 식견을 고려한다면, 부군란은 절대 상숙청의 이상형이 아니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상숙청의 조건을 보면, 못생기고, 나이도 많았다. 정말로 인중지룡(人中之龍: 사람 가운데 있는 용이라는 뜻으로,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인 조건의 남자라면, 왕부에 기댈 필요도 없는 남자라면, 상숙청을 마음에 들어 할 리 없었다.

하지만 집안에서 강요하니, 상숙청은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저 고만고만한 놈들 사이에서 그나마 괜찮은 사람을 골라, 대충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지금 상숙청의 마음이 부 공자에게 크게 동하지 않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안에서 이러는 것 또한 모두 상숙청을 위한 것이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시집을 가는 것이, 나중에 집안에서 홀로 늙어가며 눈칫밥을 먹는 것보다는 나을 것 아닌가.

“빨리 가서 왕야께 알려라.”

정신을 차린 봉약남이 갑자기 하인에게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남자가 빠르게 뛰어나갔다.

화원,

상숙청은 다시 빠른 걸음으로 넝쿨이 무성한 긴 복도로 돌아왔다. 부군란은 아직 그 복도 안에서 고분고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상숙청이 오는 것을 보고, 다시 아주 예의 바르게 포권을 했다.

상숙청도 답례했다.

“오래 기다리셨지요.”

부군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다만 그는 다소 의아해하며 물었다.

“방금 군주님께서 초려별원에 대해서 들으시더니, 다소 급한 모습으로 떠나셨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

상숙청은 마침 부군란에게 이 일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오늘 만나기로 했었다. 게다가 부군란은 상숙청을 오래 기다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제 와, 자신이 다른 곳에 가고 싶다고, 아무 변명이나 하며, 부군란을 돌려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설사 그렇게 한다 해도, 부군란은 별다른 불만이 없을 것이다. 자신에게 다른 일이 생겼다고 하면, 부군란도 아마 계속 여기서 시간을 죽이지 못하고, 떠날 것이다.

하지만 상숙청이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무리 초려별원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고 한들, 정신을 차렸는데도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무례히 행동할 사람은 아니었다. 부군란에 대해서, 상숙청은 상숙청만의 생각이 있었다.

이미 집안에서 눈앞의 남자를 선택해주었고, 자신도 그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그러니 부 공자는 바로 미래에 있을 자신의 남편이었다. 평생을 같이 지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상숙청은 진심으로 대하고 싶었다. 상대방의 집안이 부족하고, 신분과 배경이 자신보다 낮다고 상대방을 기만하고 속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상숙청은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찾아가고 싶은 생각을 숨기기 어려웠다. 오랜 친구들과 다시 만나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다른 한 가지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초려별원의 사람은 직접 왕부에 올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직접 온 것일까?

그리고 그전에 여기에 있던 두 수행자는 그녀의 곁을 급히 떠나갔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마치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그러던 참에 부군란이 먼저 그 이야기를 꺼냈다. 상숙청은 오히려 쉽게 입을 열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별일 아니었어요. 초려별원의 사람들과 안면이 있었지요. 다들 친구 사이에요. 이미 못 본 지도 꽤 오래되었군요. 방금 그들이 부성에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혹시 괜찮으시면 공자님도 같이 가시겠어요?”

상대방에게 숨기지 않았다. 상숙청은 지금 자신 앞에 있는 남자를 속이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미래에 남편이 될 사람이니,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할 사람이었으니, 상숙청은 그를 초려별원에 데려가 소개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여기엔, 겸사겸사 부군란의 식견을 조금이라도 높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최소한 다음에 다시 만나더라도, 너무 어색해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상숙청은 혼인한 후에도 초려별원의 사람들과 완전히 교류를 끊을 생각이 없었다. 지금 같은 난세에 부군란을 그들에게 소개해 주는 것은 부 가에게도 나쁠 것이 없었다. 저들이 어쩌면 나중에 부 가를 도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부 가에 시집간 후, 그녀는 진정으로 부 가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왕부를 따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왕부는 군정대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이익이 있었다. 부 가를 돕는다고 해봤자 왕부 덕에 부군란이 조금 출세하는 것뿐일 것이다. 결국에 왕부는 왕부이고, 부 가는 부 가였다. 일단 문제가 생기면, 부 가는 자신밖에 의지할 곳이 없었다. 왕부는 대국에 영향을 미치면서까지 부 가를 돕지 않을 것이다.

상숙청은 이와 비슷한 일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예를 들어 오라버니와 새언니 집안의 사건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만약 새언니가 상 씨 쪽에 서지 않았다면, 상 씨 집안은 새언니를 용납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왕부의 사람들이 새언니를 어느 지경까지 몰아붙였던가?

상숙청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정세의 큰 흐름에 휩쓸린다면…. 자신과 혼인하게 된다면, 부 가는 반드시 그 큰 태풍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사실, 이러한 상황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라버니는 반드시 남 선생님을 통해서 부군란에게 관직을 주고 단련을 시키기 시작할 것이다. 그녀의 남편을 평생 일반 백성으로 살도록 내버려 둘 리 없지 않은가. 도리를 따져보아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부 가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게 될 것이고, 그때 만약 자신이 부 가의 편에 서지 않으면, 부 가는 절대 그녀를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이건 매정한 것이 아니었다. 어느 집안에서 마음이 다른 곳에 있는 며느리를 용납하겠는가. 그건 매국노와 다르지 않았다!

한 사람의 부인이 되어서, 이 이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친정과 시댁 양쪽에서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숙청은 초려산장에 오랜 시간 머물렀다. 저들이 행한 일을 조금은 알고 있었다. 초려별원의 사람들은 그 능력이 절대 작지 않았다. 조정에 대항할 수 있고, 남주 위에 군림하며, 여러 개의 주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만약 부 가가 그들과 교분을 맺을 수 있다면, 크나큰 이익이었다!

일단 지금 당장은 다른 쪽, 예를 들어 남주의 군정과 관련된 사람이나, 군정 기밀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식견을 높일 수는 없었다. 법도가 있었다. 상숙청은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그나마 괜찮았다.

만약 부군란이 낯을 가려,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상숙청도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상숙청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부군란은 알아서 물러갈 것이고, 알아서 돌아갈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자신이 이번 약속을 깬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었다.

다만, 부군란의 성격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 그가 시원하게 대답했다.

“군주님과 같이 가겠습니다.”

상숙청이 미소지으며 끄덕였다.

“그럼 가실까요.”

군주가 왕부를 나서려 했다. 또 사전에 봉약남이 상조종에게 이 일을 알렸기 때문에, 상숙청이 나가지 못하도록 막을 수 없었다. 왕부는 어쩔 수 없이 즉시 수호 법사와 마차를 준비하고, 인원을 평소보다 더 많이 배치해 안전에 대비할 뿐이었다.

마차는 왕부의 후문에서 출발했다. 왕부에서 나온 마차 안에 어떤 사람이 앉아 있는지, 밖에 있는 사람은 알 수 없었다. 이는 명확한 목표가 있는 암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조금씩 흔들리는 마차 안에 일남일녀가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서로 예의를 다하며, 감히 조금도 서로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았다.

부군란은 겉으론 담담했다. 그런데도 상숙청은 그가 속으로는 다소 긴장하고 있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상숙청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공자는 저희가 누굴 만나러 가는지 아시나요?”

“군주님이 친구라 칭하시는 분들이니 분명 보통 분들이 아니시겠지요.”

과연 그것 때문에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상숙청이 미소지었다.

“좀 전에 공자님께서 초려별원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없다고 하셨지요?”

부군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확실히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초려산장에 대해서는 조금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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