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5화. 미래에 대한 막연함
“공자님께서는 초려산장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부군란이 정색하며 말했다.
“민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초려산장은 왕야가 배후에 갖고 있는 큰 힘이며, 산장의 주인 우유도는 수행계의 고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분은 호풍환우의 신통을 갖고 있고, 신출귀몰하신 분임에도, 인자하신 분이라 했습니다. 남주가 지금처럼 지내는 것에는 그분의 공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남주가 지금처럼 과중하고 잡다한 세금이 없이 태평성세를 구가하며, 평온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모두 그분 때문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수많은 집에서 그분의 위패를 모시고, 남주의 수호신이라 말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상숙청이 빙그레 웃었다. 남주의 백성들이 도야를 거의 신화 속 인물로 만들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적으로 딱히 틀린 말은 없었다. 물론, 조금 과장된 부분이 있기도 하고, 백성들이 위패를 들어 모신다는 이야기에는 상숙청도 조금 황당하기는 했다. 하지만, 어쨌든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데에는 오라버니 쪽에서 선전한 공로도 없지 않아 있었다.
사실 일부분은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다. 어쨌든 상 씨는 도야가 일으켜 세운 세력이었다. 다른 사람이 주는 밥을 얻어먹고 있으니, 당연히 밥그릇을 두 손으로 바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마침 백성들도 그쪽으로 수요가 있었다. 난세에 마음속 불안을 위로할 수 있는 위안이 돼준 것이다.
백성에게는 사실,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일종의 ‘신’이 필요했다. 그런 대상에 우유도가 참 걸맞았다. 아니면, 남주의 백성들이 어디 다른 세력의 신선을 모시기라도 하란 말인가?
물론, 부군란이 했던 말 중에 터무니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상숙청은 일단 지금 당장 설명하지는 않고 당부하며 말했다.
“초려별원이 바로 초려산장이에요. 초려별원은 초려산장의 분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후에 이름을 바꾼 것이지요. 사실은 다 같은 분들이에요.”
간단하게 설명했다. 다만 그들이 자금동으로 옮겨 갔느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부군란은 오히려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설명할수록 설명해야 할 것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니 다른 설명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충분했다.
“헉!”
부군란이 대경실색했다. 그가 그런 걸 어찌 알았겠는가. 남주의 일반 백성이 그런 일을 알 리가 없었다. 초려산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째서 그들이 자금동으로 옮겨갔는지, 자금동의 어느 장원이 초려별원인지 하는 것들은 모두 속세에서 떠드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다. 아니면 백성들에게 누가 잘못했고, 누가 마땅히 죽을 사람인지 떠들썩하게 의견이라도 나누게 하란 말인가?
그래 봤자 속세의 백성들은 뜬구름 잡는 소문을 가지고, 말도 안 되는 전설 같은 허풍들이나 떠들 뿐이었다.
“군주님! 저희가 정말로 그 전설로만 듣던 초려산장의 주인을 만나는 것입니까?”
부군란은 방금 전보다 더욱 불안해진 듯했다. 이제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조종을 만난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압박과 불안을 느꼈었다. 이제 그 상조종보다 더 높이 있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 어찌 긴장하지 않겠는가. 사실 상숙청 앞에서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도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지금 상조종이 가진 모든 것이 그분이 준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 인물이니, 지금 부군란이 느끼는 압박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는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 만약 그런 인물을 보러 가는 것이라면, 차라리 오지 말 것을.
그 때문에, 부군란은 자신과 상숙청의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다만 이 모습을 본 상숙청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하며 말했다.
“산장의 주인인 도야께서는 지금 인간계에 있지 않으세요. 지금 다른 세계에서 수행하고 계시지요. 저희가 만나러 가는 사람은 그분의 수하에요. 그러니 공자님은 걱정하실 것 없어요. 그분들은 그 능력이 보통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것 외에, 보통 사람과 별다른 것이 없는 분들이세요. 겉으로 보나, 그 생각으로 보다, 그 언행으로 보나, 일반인과 똑같지요. 다들 흉신악살과 같지 않고, 선하신 분들이에요. 공자님은 그저 평소처럼 그분들을 대하시면서, 무례만 범하지 않으시면 돼요.”
부군란의 마음속에 생겨난 불안은 상숙청의 한마디에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부군란은 억지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리하면 군주가 대체 그를 어찌 보겠는가. 부군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중에 만약 제가 실수하는 부분이 있다면, 군주님께서 일깨워 주시기 바랍니다.”
“괜찮아요. 공자님께서는 언행이 올바르신 분이시니 아무 일 없을 거예요. 다른 분들을 평소에 대하듯이 하시면 됩니다.”
상숙청이 웃으며 부군란을 다독였다.
마차 안이 잠깐 침묵에 휩싸였다. 상숙청이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초려산장의 주인인 우유도를 다른 분들은 도야라고 부르세요! 산장의 모든 사람들, 오라버니와 새언니를 포함해 모두 그분을 그리 존칭하지요.”
“사실 전 초려산장에서 오랫동안 지냈었어요. 청산군에서 초려산장이 지어진 이래, 저는 초려산장에서 오랫동안 살았지요.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초려산장에 사는 기간 동안, 저는 도야의 시녀나 다름이 없었어요….”
그 말을 들은 부군란이 멈칫했다. 다소 넋이 나간 것 같았다. 시녀?
“아, 오해하진 마세요. 그분이 저보고 그렇게 하라고 명령을 내렸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무슨 과한 시중을 든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매일 도야가 아침에 일어나시면, 제가 그분의 머리를 빗어드렸어요. 그것뿐이었어요. 그렇게 도야의 머리를 빗겨드린 것도 십 년이 넘었군요. 아니, 사실 십 년이라고 하는 건 너무 과한 것 같네요.”
“도야는 산장에 머무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요. 한번 나가면 아주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또 수시로 폐관 수련을 하셨고, 그럴 때는 아침에도 그분을 뵐 수 없었지요. 또 가끔은 이곳으로 돌아와 오라버니 곁에서 지내기도 했고요. 그러니 계산해본다면, 도야를 위해 머리를 빗겨 준 것은 겨우 몇 년에 불과할 수도 있겠네요.”
상숙청의 얼굴은 마치 과거를 회상하는 듯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부군란의 안색과 반응을 살폈다.
그 말을 다 들은 부군란의 안색이 다소 굳어져 있었다.
“군주님…. 군주님의 신분으로 어찌 그런 천한 일을 하신 겁니까. 다른 이의 시녀가 되시다니요?”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로 제게 강요한 사람이 없었어요. 제가 기꺼이 한 것이지요. 일찍이 상황이 조금 특수했지요. 과거, 알고 있다시피 저희 남매는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연국 조정으로부터 심한 핍박을 받아 살길이 끊어질 지경에 이르렀었지요. 그런데 우연히 그분을 만나게 되었고, 그분의 도움을 받게 되었어요. 그렇게 저희는 살길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점점 도야와 매우 깊은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도야에게 부탁할 것이 생길 때가 있었고, 그분의 힘을 빌리고자, 제가 스스로 신분을 낮춰 그분의 시녀가 된 것이에요. 그리고 나중에는 도야가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저 그것이 습관이 되었기에 제가 계속한 것이에요. 부 공자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비록 제가 도야 곁에서 그분을 모셨지만, 양쪽 모두 어떠한 무례한 일도 하지 않았어요. 도야께서는 군자의 풍모가 있으신 분으로 무례한 행동을 하시는 분이 아니시지요.”
이건 상숙청이 고민한 끝에 부군란에게 사실을 말하기로 한 것이었다.
사실 이 일은 상조종이든, 봉약남이든, 다들 이래저래 부군란에게 알리지 말라고 상숙청에게 당부한 바 있었던 일이었다.
대갓집에 시녀가 있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고, 시녀가 남자 주인에게 봉사하는 것도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아주 정상적인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있었으니, 남자 주인과 시녀가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 보면, 둘 사이에 외부 사람들이 모르는 일들이 쉽게 일어나고는 했다.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상숙청의 오라버니인 상조종만 해도, 곁에서 그의 시중을 드는 시녀들과 모두 동침했음을 상숙청은 알고 있었다.
그 일은 새언니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새언니도 집안에 오래 머무를수록 그런 일을 어찌해야 할지 알았고, 알아도 모르는 척하고 지냈다. 물론 그렇게 모른 척해야 할 때는 모른 척하고 지냈지만, 만약 그 시녀들이 헛된 욕심을 품게 된다면, 새언니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대충 이유를 가져다 붙여 처리해 버릴 것이고, 도리상 열세에 있는 오라버니도 아마 뭐라 하지 못할 것이다.
상숙청은 방관자의 입장에서 그런 것들을 명확히 볼 수 있었다. 다만 묻지 않고, 모르는 척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건 상숙청이 간섭할 일이 아니었다. 입에 올리면 다들 입장만 난처해질 뿐이었다.
사실 이러한 일은 왕부뿐만이 아니었다. 이름있는 대갓집이라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다들 그저 겉으로 대놓고 밝히지 않았을 뿐이다. 어릴 때, 어머니는 상숙청에게 여인의 덕에 대해서 가르쳤다. 그러면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당시 어머니는 그녀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찌 처리해야 하는지 가르쳤다.
오라버니와 새언니가 그녀에게 이 사실을 숨기라는 것은, 모두 그녀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초려산장에 관해서 이야기하면서, 상숙청은 독단적으로 그 이야기를 부군란에게 알려주었다.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 어느 날 혹시라도 이 일이 폭로되기라도 한다면, 그 얼마나 처지가 난처하겠는가. 그때가 되면 더 설명하기 곤란할 것이다.
사실, 그 당시에 상조종 등의 사람들은 오히려 기대하는 마음까지 있었다. 그들은 상숙청이 우유도의 머리 빗는 것을 고의로 내버려 두었고, 두 남녀가 그렇게 오래 접촉하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기길 바라마지 않았었다. 다만 그 결과가 실망스러웠을 뿐이다.
상숙청은 부군란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부군란의 생각을 알고자 했다. 만약 그가 받아들일 수 있다면 관계를 계속 이어갈 것이고, 만약 받아들일 수 없다면, 상대방에게 강요할 필요 없었다.
상숙청은 혹시라도 상대방이 믿지 않을까 봐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만, 공자께서는 저를 내치지 않았지만, 도야는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셨어요.”
그 말은 우유도는 자신 같은 못생긴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말이었다.
부군란은 잠시 얼떨떨해하며 잠시 넋을 잃었다가, 곧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굳이 그렇게 설명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군주님을 믿습니다. 단지….”
잠시 망설이던 부군란은 조용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군주님의 명성에 해가 될 수 있으니, 이 일은 저희 집안의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집안의 일부 사람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는 과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숙청이 멈칫했다. 하지만 곧 부군란의 깊은 뜻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부 가가 비록 왕부보다 못한 곳이지만, 남주의 이름있는 집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집안에서 다른 사람의 시녀가 되었다는 사람을 정실부인으로 들이는 것은 별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만약 이 이야기가 퍼져나간다면, 다른 사람이 뒤에서 손가락질할 수 있었다.
상숙청은 침울해졌다. 그런데도 겉으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공자님께서 저를 마다하지 않으시니, 좋아요. 공자님의 말에 따르겠어요.”
부군란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곧 마차 안은 전보다 조용해진 것 같았다. 상숙청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고, 마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이 보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