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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59화 (555/1,000)

1459화. 도야는 성경에서 잘 지내시나요?

다만 뒷짐을 지고 있던 두 손은, 계속 그러고 있기도, 그렇다고 내려놓기도 뭐 했다.

누각에 있는 창문,

몸을 반쯤 내놓은 운희가 숨죽이고, 두 눈을 반짝이며 조용히 연못가의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원강이 경계를 선다고 하지만, 진짜 우유도를 보호하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운희였다. 이게 바로 우유도가 운희 곁에 있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무조행을 포함해 초려산장의 대부분 사람은 우유도의 신분을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은 우유도를 보호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니 상황을 알고 있는 운희는 당연히 우유도를 지키기에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

연못 곁에 있는 두 사람은 매우 가까웠다. 남자는 연못에 비친 달을 보고 움직이지 않았고, 여자는 그 뒤에 서서 남자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겨우 두 걸음 정도의 거리만 떨어져 있었다.

“선생님!”

상숙청이 다소 불안한 어투로 조심스럽게 우유도를 불렀다. 결국은 그녀가 먼저 침묵을 깨트렸다.

우유도가 천천히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뒤돌아 의아한 모습으로 포권을 하며 말했다.

“군주님을 뵙습니다.”

그리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찌 연회에 참석하지 않으시고, 이 늦은 밤에 여길 오셨습니까?”

상숙청은 살짝 무릎을 굽혀 인사하고는, 다시 일어나 우유도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녀가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어,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우유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군주님, 저는 도운산의 사람입니다. 초려별원의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니, 뭔가 물으신다면, 홍랑에게 묻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아직 소녀가 뭘 물으려는지 모르시면서, 어찌 모르신다고 하십니까?”

우유도가 멈칫하더니 말했다.

“그럼 군주님께서 하시고자 하시는 질문이 무엇인지요?”

“초려별원은 자금동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절대 일반적인 외출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모든 인원을 이끌고 나온 것을 보면, 마치 자금동에서 철수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혹시 선생님께서는 이 이유를 아십니까?”

우유도는 상숙청의 질문에 모른 척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단지 운 산주님 곁의 심부름꾼에 불과합니다. 산주님 곁을 멀리 떠나지 않으며, 일을 처리할 뿐, 말을 하지 않습니다. 또 함부로 들쑤시고 다니지도 않지요. 그러니 군주님의 질문에 뭐라 대답을 드려야 할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산주님의 수련도 곧 끝날 때가 되었으니, 저도 이만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다른 분부가 없으시면,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그곳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상숙청이 갑자기 큰 결례를 범했다. 갑자기 손을 뻗어 우유도가 가는 길을 막아선 것이다.

우유도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군주님, 자중하십시오. 군주의 신분으로는 본인을 위협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숙청은 부드럽게 손을 내리고 우유도 앞으로 움직이며 말했다.

“또 한 가지 선생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유도는 매우 불쾌한 모습으로 말했다.

“말하십시오!”

“수행계의 사람들은 법력을 이용해 용모를 바꿀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얼굴을 보면 표정이 딱딱한 것이 혹시 역용을 하신 것인지요? 만약 역용을 하셨다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혹시 소녀에게 선생님의 진짜 얼굴을 한번 보여주실 수는 있으신지요?”

그건 상숙청의 말이 맞았다. 보통 사람이 가면을 사실적인 얼굴로 만들려면 퍽 힘이 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수행자에게는 비교적 간단했다. 가면을 붙일 때 법력으로 원하는 위치에 빨아들일 수 있고, 미세하게 이상한 부분을 찾아내기도 더 쉬웠다. 가면을 이리저리 조정하는 것도 훨씬 신속했다.

가면을 벗어달라고? 장난하는 것인가? 우유도가 어떻게 이런 곳에서 가면을 벗을 수 있단 말인가. 그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개인적인 일입니다. 어찌 사람에게 그런 것을 강요한단 말입니까. 비키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군주도 내 무례를 탓하지 못할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제가 알고 있는 분과 너무 닮아 그렇습니다.”

“도야 말입니까?”

우유도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군주님은 설마 제가 우유도와 닮았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설마 선생님의 진짜 얼굴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는 것인가요?”

“개인적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얼굴을 보일 수 없습니다. 지금 군주의 생각이 그야말로 가소롭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우유도는 이미 죽었습니다. 설마 죽은 사람이 부활하기라도 한단 말입니까? 이 세상에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정말 모르겠군요.”

“…….”

상숙청이 넋을 잃었다. 곧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도야가 이미 죽었다니요?”

이번에는 오히려 우유도가 멈칫했다. 이상했다.

“우유도가 성경에서 살해당해 이미 죽었습니다. 설마 모르십니까?”

상숙청이 갑자기 화를 냈다.

“허튼소리! 선생님,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저주하다니, 어떻게 이리도 무례하단 말입니까! 설사 선생님의 운 산주님도 그런 식으로 도야를 저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오히려 우유도가 의아하게 되었다.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정말 모른단 말인가?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우유도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로 했다.

그 전에 상숙청이 자신이 죽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을 보고 죽지 않았다고 의심한다고 여겼다. 당장이라도 간파당할까 봐 매우 놀랐다. 그런데 인제 보니, 상숙청은 우유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우유도는 당연히 이 기회를 이용해 빠져나가려 했다.

“군주님, 우유도는 이미 성경에서 죽었습니다. 수행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실이지요.”

“또 우유도가 죽었기 때문에, 자금동은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수용하지 못하게 되었고,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자금동에서 쫓겨난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단체로 여기 나타날 이유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 일은 왕야도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대는 어째서 이런 일을 모르는 척한단 말입니까?”

“거짓말….”

상숙청이 반박했다. 믿기를 거부한 것이다. 하지만 안색은 이미 바뀌어 있었고, 호흡은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어리석지 않았다. 일전에 있었던 왕부의 이상한 행동들과 마치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온 것을 숨기려 한 것 등, 생각할수록 수상했고, 서서히 그것들이 뭔가를 증명하는 것 같았다. 진실을 생각할수록 두려웠고, 더욱더 받아들이길 원치 않았다.

상숙청은 차라리 새언니 봉약남이 그전에 왕부에서 했던 말이 사실이길 빌었다.

우유도가 계속 말했다.

“이런 일은 알아보면 그 진위를 바로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왜 허튼소리를 한단 말입니까? 초려별원에 변고가 생겼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산주께서 나를 곁에 두신 것입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이런 큰일을 군주님은 어찌 모르고, 내게 달라붙어 귀찮게 하시는 겁니까?”

상숙청은 더는 우유도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의 말이 끝났을 때, 호흡은 이상할 정도로 가빠져 있었다. 상숙청은 즉시 치마를 붙잡고 몸을 돌려 뛰어갔다.

어두운 밤이었다. 고르지 못한 계단에 걸려 바닥에 넘어지기까지 했지만, 몸이 더러워지는 것을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달려 멀어져갔다.

그렇게 상숙청이 멀리 사라졌을 때, 우유도가 돌연 원강이 숨어 있는 곳을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렇게 잠시 빤히 바라보던 우유도가 그대로 뒤돌아 누각으로 들어갔다.

창문에 기대앉아 있던 운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손톱을 정리했다. 그저 가끔 고개를 들어 묵묵히 서 있는 우유도를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후, 발소리가 들렸다. 원강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다시 닫았다. 조용히 우유도 곁으로 다가온 원강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 옆에 우뚝 섰다.

한참이 지나 우유도가 갑자기 몸을 돌려 운희를 빤히 바라보았다.

운희는 마치 자신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숨기려는 것처럼 여성스럽게 우유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으니, 누군가 다가오면 바로 알 수 있다.”

우유도는 그제야 원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숭아. 여기에 너무 오래되어서, 긴장이 풀렸나 보구나.”

원강이 침묵했다.

“방금, 보고 있었지?”

“네!”

“저 큰 사람이 접근하는 걸, 네 능력으로 놓칠 리가 없었겠지. 수행자도 아니고 말이야. 못 봤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봤어요.”

“그럼 네 능력으로도, 막을 수 없었던 거야?”

“막을 수 있었어요.”

“그럼 어째서 그 앞을 막아서서 내게 경고하지 않았던 거지?”

“그녀가 도야를 의심하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우리 관계를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지금 겉으로 왕소와 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그런데 만약 제가 직접 나서서 그녀의 앞을 막는다면? 제가 왜 그녀 앞을 막아선다고 생각할까요? 제가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녀의 의심은 확신이 될 거예요. 그러니 막을 수 없었어요. 대답이 되었습니까?”

우유도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변명에 불과해!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원강은 다시 침묵했다. 우유도가 손을 들어 그의 가슴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그게 바로 네 고질병이라는 걸 알고는 있는 거야? 머리에 열이 쉽게 차오른다는 거지. 간섭하면 안 되는 걸 간섭한다는 거야. 죽었다 살아나서, 아주 오만 사고는 다 치고 다니는군. 내가 네 뒤처리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르는 거야? 이번에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아 몰라?

일단 폭로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잘 들어, 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녀를 죽여 입을 막을 것이야! 알고 있겠지만,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너도 날 막을 수 없을 것이야!”

쾅! 갑자기, 우유도가 원강의 가슴에 주먹을 내리쳤다.

원강이 비틀거리며 두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는 다시 우뚝 서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주의할게요.”

“너….”

우유도가 원강에게 삿대질을 했지만, 원강의 당당한 대답에 화가 나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렇다고 그런 원강을 어떻게 할 수도 없으니 그저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꺼져!”

원강은 잽싸게 뒤돌아 그대로 나가버렸다.

“아이고, 아무 일도 없었잖아. 평소에 그렇게 차분한 사람이 오늘은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운희가 옆에서 자기 일 아니라고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우유도가 돌연 그녀를 노려보았다.

“큼큼.”

운희가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달이 참 밝다는 듯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 * *

연회가 열리고 있는 대청 내부,

사람들이 화기애애하게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술이 들어가자, 왕비 봉약남의 호쾌한 성격이 다시금 튀어나왔다. 만약 얼굴의 화장을 지운다면 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녀는 관방의를 붙잡고 연신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왕비의 그런 모습을 부군란은 오늘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질척이는 봉약남 때문에 관방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끝없이 각종 이유를 들어 봉약남의 권유를 사양할 뿐이었다.

“왕비님, 이미 날이 늦었네요. 수호 법사들이 아직 밖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요. 슬슬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왕야도 걱정하시지 않겠습니까!”

“술 몇 잔 더 마신다고 별 차이 없습니다. 기다리라고 하지요!”

봉약남은 그렇게 한마디를 내뱉고는 관방의의 팔을 붙잡고 풀어주지 않았다.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술을 먹이고 말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그때, 돌연 대청 안이 조용해졌다. 관방의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돌아보았는데, 깜짝 놀라 한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봉약남 또한 무슨 일인지 궁금해져서 돌아보니, 그곳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상숙청이 대청 입구에 서 있었다.

의복은 더러웠고, 얼굴의 안색은 창백했다. 마치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청아야, 어찌 된 일이야?”

봉약남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상숙청은 대답하지 않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대로 상석으로 향하더니 탁자를 돌아 관방의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물었다.

“도야는 성경에서 잘 지내시나요?”

그 질문에 관방의는 당황하더니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한쪽에 있던 봉약남도 그 질문에 깜짝 놀라, 술잔을 들고 있던 손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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