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2화. 울지도 웃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
영무당,
상숙청이 그 안으로 뛰어들어와 지도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상조종과 몽산명이 그런 그녀를 다소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기별을 넣지도 않고 다짜고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상숙청은 절대 이렇게 행동할 사람이 아니었다. 이상을 감지한 상조종이 천천히 다가와 물었다.
“청아야, 무슨 일이냐?”
상숙청이 물었다.
“어째서 제게 도야의 일을 숨기셨나요?”
그 말을 들은 상조종과 몽산명이 멈칫하더니 서로를 바라보았다. 상조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청아야, 혹시 무슨 이상한 소문을 들은 것이냐? 소문이란 믿을 것이 못 된다….”
“왕야!”
그때, 저 멀리서 봉약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빠르게 안으로 들어와 상조종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영무당 안의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졌다. 하지만, 상조종은 굳은 얼굴로 상숙청에게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쉽사리 답을 얻어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은 상숙청은, 이내 참담한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 그곳을 벗어났다.
“어찌 된 일이오?”
상숙청이 돌아간 후, 상조종이 봉약남에게 물었다.
“하아! 저도 어찌 된 일인지 몰라요. 너무 갑작스러웠어요. 영빈관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했지요….”
봉약남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상숙청이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를 도야로 오해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조종과 몽산명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나중에 일어난 일들을 들으면서 두 사람은 그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한참 침묵하던 상조종이 한숨을 내쉬었다.
“부인, 오늘은 수고 좀 해주시오. 청아를 좀 지켜봐 주시오. 또, 여법사 한 분을 모셔와 청아 곁을 지키게 해주시오. 혹시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되는군.”
“알겠어요!”
봉약남이 대답했다. 그녀는 몽산명에게 포권을 하고는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곧이어 상조종은 남약정을 불러 상황을 설명해 주고는, 그에게 직접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머무는 영빈관을 찾아가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게 했다.
어떤 일들은 기밀이기 때문에 진실을 모르는 다른 사람을 시킬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자신들 세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이 심부름해야 했다. 몽산명은 다리가 불편하니, 그 심부름을 할 사람은 사실 남약정밖에 없었다.
남약정이 다급히 떠난 후, 영무당 안에 있는 두 사람은 더는 군사 상황에 관한 토론을 할 생각이 들지 않아, 토론을 멈추고 그저 기다렸다.
남약정이 진실을 가지고 돌아왔다. 사실을 들은 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 변장한 도야를 상숙청이 한눈에 알아보다니, 또 하필이면 도야는 상숙청이 도야의 사망 소식을 모른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일이 꼬이다가 지금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상조종은 참으로 답답했다. 누굴 원망한단 말인가? 설사 우유도가 원망스럽다 해도 감히 입에 담을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집사가 직접 상조종을 찾아봐 보고했다. 상숙청이 그에게 성 문밖 양지바른 곳을 찾아, 목관을 준비하고, 묘를 만들 장인을 수소문하게 했다는 것이다.
집사가 상숙청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상숙청은 말하지 않았고, 집사도 더는 묻지 못했다고 했다.
묘를? 상조종은 당황했다. 이런 일이 있었고, 오랫동안 속여온 것만 생각해도, 지금 그가 가서 상숙청을 설득하는 건 안 좋은 선택 같았다. 오히려 그녀를 더욱 반발하게 할 수도 있었다.
봉약남도 어제 밤새도록 상숙청 곁에 있었지만, 그녀의 입에서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상조종은 부탁할 사람이 단 한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하고는 직접 그 사람을 찾아갔다….
아침이 막 밝았을 때, 나대안이 륜의를 밀고 상숙청의 거처로 찾아왔다.
바퀴 굴러가는 소리를 들은 것일까. 방문이 열리고 봉약남이 걸어 나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몽산명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하룻밤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습니다. 집사를 불러 몇 가지 지시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울지도 웃지도, 그렇다고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 그저 밤새 앉아 있었습니다.”
몽산명이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왕비님도 밤을 새우셨으니, 돌아가서 좀 쉬십시오.”
봉약남이 뒤돌아 방안을 한번 돌아보았다.
“하아!”
한숨을 내쉰 그녀가 인사를 하고는 물러갔다.
“대안아, 너도 돌아가거라.”
몽산명이 조용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나대안이 륜의를 놓고, 그대로 뒤돌아 그 자리를 벗어났다. 군령에 망설임 없이 따르는 모습이 아주 익숙한 듯 보였다.
마당이 조용해졌다. 열린 방문을 조용히 바라보던 몽산명이 소리높여 말했다.
“군주님, 몽산명이 뵙기를 청합니다!”
하지만 방 안에서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몽산명이 다시 한번 소리를 높였다.
“군주님, 몽산명이 뵙기를 청합니다! 군주님, 몽산명이 뵙기를….”
그렇게 몇 번을 불렀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었고, 몽산명은 계속 그렇게 소리높여 불렀다. 방 안에서 상숙청을 보호하는 여 법사조차도 참지 못하고 밖을 몇 번이나 내다볼 지경이었다.
결국, 한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상숙청이 드디어 방 안에서 나온 것이다. 그녀는 아침 바람을 맞으면서 륜의에 앉아 있는 늙은이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한참을 서로 마주 보았다.
결국, 상숙청이 밖으로 나와 다소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몽 어르신.”
몽산명은 물고기의 배처럼 서서히 그 둥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태양을 바라보며 말했다.
“날이 밝았습니다. 저와 좀 걸으시겠습니까?”
상숙청은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었다. 그러자 몽산명도 조용히 그저 그렇게 앉아서 상숙청을 기다렸다.
결국, 상숙청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몽 어르신, 먼저 옷을 갈아입을게요.”
상숙청은 어제 입었던 옷을 계속 입고 있었다. 쉬지 않고 밤새도록 그저 앉아 있었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지 못했다.
“괜찮습니다. 보기 좋습니다.”
“저는 이렇게 입기 싫어요. 새언니가 제게 강요한 것이에요.”
“왕비님이 갈수록 억지를 부리는 것 같습니다. 예복도 아니고 일상 의복일 뿐이니, 편하게 입는 것이 중요하지요. 싫다면 앞으로는 입지 마십시오. 왕비님께는 제가 가서 말하겠습니다. 앞으로 강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상숙청이 몸을 돌렸다.
“계집아, 오늘은 군주라 부르지 않으마. 가거라, 기다리마. 단지 나도 늙어 몸이 하루하루가 다르구나. 앞으로 몇 년을 기다려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네 아비가 내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구나.”
상숙청의 신영이 흠칫하며,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이번엔 몽산명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문이 다시 열렸다. 다시 나타난 상숙청은 간편하고 다소 펑퍼짐한 점잖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대로 몽산명의 뒤로 간 그녀는 직접 륜의를 밀었다.
“어제 물도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일단 물이라도 마시는 것이 어떻겠느냐?”
“괜찮아요.”
상숙청이 거부하니, 몽산명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쪽을 보고 말했다.
“우리끼리 좀 걸을테니, 따르지 않아도 괜찮소.”
뒤따르던 여법사들이 그 말을 듣고 멈춰 섰다.
그렇게 둘이 마당을 나섰다. 둘이 가는 곳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상황을 보니 그들보다 먼저 움직이며 누군가가 사람들을 물리는 것 같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바쁘게 움직이던 일꾼들이 분분히 자리를 비켰고. 급한 일이 있는 사람들은 길을 둘러서 움직였다. 아무튼, 최대한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움직이는 길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몽산명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제 밤새도록 물 한 모금, 밥 한 숟갈 먹지 않고, 울지도 웃지도, 그렇다고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다고 들었다. 그렇게 날이 밝을 때까지 앉아 있었다던데, 힘들지 않더냐?”
“괜찮아요.”
“근심이 있으면 시간이 빨리 가고는 하지, 몸은 힘들지 않다고 해도, 마음은 힘들 것이다.”
“오라버니가 가보라고 해서, 절 다독이기 위해 오신 건가요?”
“나이가 많은 것이 벼슬이지. 나이가 많다 보니, 네가 내 체면을 그나마 세워줄 것이라 다들 믿고 있는 듯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전 괜찮아요. 다만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을 뿐이에요. 그런데 밤새도록 새언니가 옆에서 시끄럽게 굴었어요.”
“도야에 대한 일을 숨긴 것은 모두 널 위해서였다.”
“알고 있어요. 제가 별 탈 없이 부 공자와 혼인하기를 바란 것이겠지요. 예상치 못한 문제 없이요.”
“너는 어렸을 때부터 철이 너무 빨리 들었지. 사실 그걸 보다 보면 조금 가슴이 아프기도 했단다. 사실 어떤 때는 네가 좀 더 제멋대로 고집을 부리길 바랐을 때도 있었단다. 군주라고 거드름을 피우면 좀 어떻단 말이냐. 기쁘면 웃고, 기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조금 제멋대로 하는 것이, 늘 마음속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것보다 낫겠다고 생각했었다.”
“제가 철이 든 것이 아니에요. 그저 어렸을 때부터 얼굴이 못생기다 보니, 다른 사람이 싫어 할까 봐 두려웠을 뿐이에요.”
“상 가의 핏줄로 태어난 여인 중에 아름답지 않은 여인이 없었다. 너도 사실은 마찬가지일 것이야. 다만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단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선왕이 계시던 시절에는 내게 알려주시지 않으셨지. 너희가 경성에서 도망쳤을 때, 너를 다시 만났을 때, 과거의 일이 생각 나더구나.
나중에 남약정에게 과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았다. 하지만 남약정이 하는 말이 낙소부와 똑같더구나. 역천의 운명을 바꾼다느니, 어려움을 겪은 후, 달콤함을 누린다느니 하는 말 말이다.”
“내가 가만히 보니, 그놈도 어찌 된 일인지 모르는 것 같더구나. 아무튼, 나는 그런 이상한 말들을 믿지 않는다. 동곽호연 그 늙은이는 줄곧 신비로운 척하는 걸 좋아했지. 만약 정말 운명을 점칠 능력이 있었다면, 선왕께서 어찌 돌아가셨겠느냐? 나는 동곽호연과 낙소부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민다고, 너를 이런 모습으로 만들었는지 알지 못하겠구나. 참으로 벌 받을 짓이야!”
“다 옛날 일이에요. 저는 이미 익숙해요.”
“계집아, 네 오라비는 너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왕야보다 너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야의 일을 숨긴 것은, 왕야의 입장에서 정말로 너를 위한 일이었다.”
“사실 숨길 필요 없었어요. 도야가 살아계시든, 돌아가셨든, 도야가 저를 받아 들여주시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어요. 이미 혼인하기로 약속을 했으니, 도야께서 돌아가신 것이 무슨 상관이겠어요? 살아서 바꿀 수 없는 일은, 죽으면 뭐가 달라질까요? 쓸데없는 걱정이에요. 저도 오라버니가 다 저를 생각해서 그리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다만, 어르신께 여쭤보고 싶은 일이 있어요.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
“말해보아라.”
“당시 호수의 전투에서 제가 적의 손에 납치당했을 때, 적군은 저를 인질로 연군에게 병력을 물리라고 했지요. 만약 도야가 저를 구하지 않았다면…. 만약 제가 구출 받지 못했다면, 오라버니는 저를 위해 군대를 철수했을까요?”
그 질문을 받은 몽산명은 말문이 막혔다. 수백만의 대군이 생사를 걸고 대치하는 중이었다. 그전까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던가. 만약 상조종이 자신의 누이를 위해 군대를 철수시킨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