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9화. 와룡출산!
관방의는 흥미가 생겼다.
“어떻게 도와?”
우유도는 손에 든 정보를 내려놓고 느긋하게 말했다.
“태숙환아를 소평파에게 시집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야. 다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손을 쓰는 건 좋지 않아. 분명 흔적이 남을 것이니, 오히려 소평파에게 빌미를 주는 것이지. 태숙환아를 소평파에게 시집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야. 진짜 목적은 소평파를 드러내는 거야.”
“내가 없을 때 마음껏 날뛰었을 거야. 소평파의 적수는 고사하고, 심지어 소평파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조차 없었지. 하지만 이제 내가 돌아왔으니, 커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만은 없지. 소평파에게 충분한 힘이 모이는 것은 절대 좋은 일이 아니야.”
“그놈은 오랫동안 숨어 있다가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있어. 그런데 지금 우리의 가진 정보로도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단 말이지. 이건 참으로 이상한 일이야.”
“아마 그놈도 자신의 수단이 음험하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제국과 위국의 암습을 받을까 봐 숨어 있는 거겠지. 아마 서부의 대국이 안정되기 전에는, 또 제국과 위국의 힘이 철저하게 붕괴하기 전에는 쉽게 나타나지 않을 거야.”
“또 그 일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놈은 반드시 전력으로 진국을 이용해 제국과 위국을 쓸어 버리려 할 거야. 호연무한이 비록 전쟁에 능하다고 하지만, 바로 그래서 소평파의 눈엣가시가 되었을 거야. 호연무한이 진국의 공제를 막으면 막을수록, 소평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호연무한을 죽이려 하겠지. 그리고 호연무한이라는 대들보가 쓰러지면, 제국과 위국도 철저히 끝장나는 거지.”
“그러니 소평파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그놈을 처리해야 하는 거야. 어디 태숙환아와의 혼인이 그놈을 끄집어낼 수 있는지 보아야겠어. 설마 혼인하는 날에도 숨어 있지는 않을 것 아니야? 일단 얼굴을 보이면, 꽉 물고 놓치면 안 돼. 후환을 영원히 없애버려야 하는 거야!”
관방의가 혀를 찼다. 적수는 과연 적수였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 번에 파악하다니.
“그럼 이제 말해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가 어떻게 하냐고?”
우유도가 관방의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면 안 돼. 고분고분 남주에 앉아서 정보를 수집하고, 결정을 내리면 그만이야. 절대 경거망동하면 안 돼. 겉으로 보이는 그 어떤 일도 다른 사람의 의심을 불러올 수 있어. 내가 없는데도,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며 정세를 좌우한다면, 누군가의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말 거야.”
“다른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고 해도, 소평파는 다를 거야. 일단 조금이라도 흔적을 발견하면,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소평파는 속이지 못할 거야. 오래된 적수의 수법이지. 아마 내가 움직여 소평파와 겨루는 그 순간, 소평파는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어! 이미 소평파에게 된통 당한 적이 있어. 반드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해!”
“지금부터, 우리 초려산장은 막후로 숨어들 거야. 구성이 막후에서 천하를 통제하듯이, 우리도 막후에 숨어들어야 하지. 그래야 그나마 그들과 겨룰 수 있는 자격을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이야. 어쨌든 정세가 어느 정도 안정되기 전까지는, 그들의 이목이 혼란스러워지기 전까지는, 절대 전면에 나서면 안 돼! 약자는 살얼음판을 걷듯이, 그저 이렇게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어!”
우유도를 바라보는 운희의 두 눈에 경악이 스쳐 지나갔다. 우유도가 그녀 앞에서 정식으로 구성과 겨룰 것이라 진실을 토로한 것이다. 얼핏 듣기에는 가소로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우유도의 말투에는 그들과 자웅을 겨루고자 하는 기백이 있어 차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인제 와서 우유도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지 못했다. 우유도는 반드시 구성을 적대할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가 무량과를 훔친 그 순간부터, 거짓으로 죽음을 가장하고, 성경을 벗어난 그 순간부터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사실 우유도는 구성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우유도를 두렵게 하는 것은 구성이 만들어 낸 천하를 뒤덮는 방대한 세력이었다.
개인이 뭐가 두렵겠는가. 이 넓은 천하에, 이 많은 사람 사이에 아무 곳이나 골라 숨어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제갈지는 어째서 숨어야 할까? 운희는 또 어째서 지금처럼 조용히 사는 것일까?
그게 안 되기 때문이다. 구성의 세력을 넘어뜨리지 않고는, 구성의 눈을 멀게 하지 않고는, 구성의 주목을 받는 세력은 절대 그 세력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구성의 이목은 어디 있는가? 바로 표묘각이고, 구성이 조종하는 천하의 정세가 바로 구성의 이목이었다. 우유도가 남주에 돌아와 자신의 세력을 꽉 붙들고 있는 것은, 바로 천하 정세를 놓고 경쟁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이 정세를 자신의 통제하에 놓기 위한 투쟁 말이다.
일단 구성이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면, 이목은 흐트러질 것이고,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면, 그들이 듣는 것은 거짓일 것이고, 그때 저들을 상대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구성이 표묘각을 정돈하는 지금, 천하가 쉽게 동요할 것이고, 천하 정세에 대한 구성의 반응을 둔하게 할 것이다. 이건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였다!
관방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태숙환아를 돕는다는 거야? 어쨌든 그녀와 연락할 사람이 필요하긴 할 거 아니야? 맞아. 혹시 제국과 위국에 연락해 손을 쓰게 할 거야?”
“우리가 만약 제국과 위국에 연락했을 때, 우리가 끼어들었다는 것을 표묘각이 모른다는 확신이 있어? 표묘각이 각지에 얼마나 깊게 침투해 있는지 홍랑은 상상도 못 할 거야. 성경에 가본 내가 더 잘 알겠지. 또 한 가지, 누구든지 소평파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오히려 역으로 당할 수도 있어. 그러니 충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을 내세워야 그나마 싸워볼 수도 있는 거야!”
관방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가 전면에 나설 수도 없고, 도야는 더욱 나서면 안 된다면, 이런 말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
우유도가 서탁에 있는 정보를 하나 다시 들고는 말했다.
“성경에 갔을 때 알게 된 사실들이 몇 가지 있지. 소평파를 위해 적수를 만들어 주지. 와룡을 산에서 모시고 나올 준비를 해!”
관방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도야에게 와룡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라니, 누굴 말하는 거야?”
운희도 그를 바라보며 궁금해했다. 우유도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지! 그 사람을 얻는 사람은 송국의 정세를 좌우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소평파를 상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해. 일단은 소평파를 상대로 얼마나 잘 드는 칼인지 시험해 보자고!”
관방의가 더욱 의아해하며 물었다.
“도대체 누구길래?”
우유도가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말을 할 수 없는 벙어리야!”
“벙어리?”
관방의가 아연실색했다. 그리고 더욱 의아해하며 고민에 빠졌다.
“송국과 관련이 있고 벙어리라….”
갑자기 멈칫한 그녀의 머릿속에 송국 쪽에서 보내온 소식에 언급된 한 인물이 언뜻 떠올랐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은상이라고 불리는 가무군을 말하는 거야?”
우유도가 끄덕였다.
“맞아, 바로 은상으로 불리는 그 사람이야. 최근에는 다른 사람들이게 혀가 없다는 가무설(賈無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가무군이지.”
“그자가?”
관방의가 의아해하더니 반문하며 물었다.
“나도 송국에서 보내온 소식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 송국 승상부 깊숙이 지내고 있다고 하더군. 사람들 앞에 거의 나서지 않는다고 했어. 소문에 의하면 송국 승상 자평휴에게 아주 큰 영향력이 있다고 해.”
“하지만 그 사람이 자평휴에게는 영향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 봤자 한가로운 식객에 불과할 뿐이야. 자평휴를 위해 계략이나 책략을 고민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솔직히 말해, 도대체 그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밝혀진 것이 없어. 그러니 수많은 비바람을 이겨낸 소평파의 상대로 그를 지목하는 것은, 그 사람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관방의의 말에 우유도가 하하 웃었다.
“그건 홍랑이 그 사람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야. 나도 예전에는 홍랑과 같은 생각이었지.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말로 주목하지는 않았어. 너무 조용한 사람이다 보니, 그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드러내는 법이 없었거든. 큰일을 하고도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고, 어떠한 공명과 이익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지낼 뿐이었어. 이렇듯 외부와 거의 접촉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눈에 들지 않았지. 그 때문에 사람들은 그 사람을 간과한 것이지.”
“하지만 사실은 어떠할까? 나도 이번 성경 행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야. 과거, 내가 천도비경에 들어간 것은 다른 사람이 뒤에서 수작을 부린 덕분이지. 그리고 하마터면 어찌 된 일인지도 모르고 그 안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어.”
“놀라운 사실이 뭔지 알아? 그 당시에 각국의 전쟁이 동결된 것도, 모두 그자가 한 일이라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은 자만한 가무군이 표묘각에 쳐들어갔다가 표묘각의 노여움을 사서 혀가 뽑혔다고만 알고 있지, 그들은 가무군이 표묘각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지 못했어. 당시 송국이 목숨을 건지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의 공이야.”
“또 송국의 목 씨 황권이 뒤집힌 일의 배후에도 그 사람이 있지!”
“오공령이 황제가 된 일의 배후에도 그자가 있어!”
“자평휴가 승상이 된 일의 배후는 말할 것도 없겠지. 사실상 자평휴가 송국 조정에서 지금까지 굳건하게 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자의 공로라 할 수 있지.”
관방의가 대경실색했다.
“그 한 사람이 배후에서 어찌 그 많은 큰일을 할 수 있었던 거지?”
우유도가 다소 음흉하게 웃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들 가무군의 아버지가 자부에서 선생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가무군이 어렸을 때부터 자부에서 자라 자평휴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 서로 신뢰가 있다고만 알고 있지!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도 소문이 나지 않고, 자부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아리송하게 만드는 그것이 능력이 아니면 뭐겠어? 아직도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정보들은 모두 표묘각에서 들은 소식이야?”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그가 너무나 철저히 숨어 아직 범인으로 보이기에, 표묘각은 너무 오만한 나머지 그를 안중에 두지 않은 것뿐이야. 물론, 그의 행동방식이 다른 자와 다투지 않고, 어떠한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다 보니, 이용하기 쉽지 않은 것도 있지. 어쩌면, 그것이 바로 자신을 지키는 또 다른 방법일 수도 있겠지!”
“사실대로 말하자면, 만약 그가 야심가였다면, 차마 이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거야. 어쨌든 그가 야심이 없이 명리에 초연하기 때문에, 그를 반드시 데리고 나오려는 것이지!”
운희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도야는 어떻게 그를 끌어들이려는 것이지?”
관방의가 동의하며 끄덕였다. 우유도가 담담히 웃었다.
“내가 오라고 하는데 감히 어찌 거절하겠어? 머지않았어. 곧 남주로 오게 될 거야.”
곧 온다고? 운희와 관방의는 서로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 특히 관방의는 우유도가 뭔가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언제 이처럼 소리소문없이 일을 처리한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