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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71화 (567/1,000)

1471화. 왠지 어디서 본 것 같구나

고견성이 납환을 받아 깨뜨렸다. 그러자 그 안에서 종이 뭉치 하나가 나왔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고 하니, 고견성을 그대로 뒤돌아 두 사람의 시선을 피해 종이를 펼쳐 보았다. 그리고 그 안의 내용을 확인한 그는 그야말로 몸이 빳빳하게 굳어 버렸다.

그리고는 두말하지 않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대낮에 촛불이나 등불이 있을 리 없었다. 고견성을 곧바로 종이를 여러 번 찢더니 다시 하나로 뭉쳐 입에 넣었다, 그리고 옆에서 차를 한잔 따라 밀서와 같이 그대로 삼켜 버렸다.

고소명과 범전은 아연실색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떤 기밀이길래 저분이 저리도 신중하게 처리한단 말인가.

“아버지, 서신에….”

고소명이 막 입을 열었을 때, 고견성은 즉시 손을 들어 말을 끊고 말했다.

“많이 알아서 너희에게 좋을 것이 없다. 방금 일은 기억에서 지워버려라.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이 문을 나서는 순간 잊어버려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대답했다. 분위기가 굳어진 것을 보고 고견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명아, 그쪽에서 지낸 시간이 짧지 않다. 어찌 지냈느냐?”

고소명이 민망해하며 웃었다.

“아주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남자는 밭을 갈고, 여자는 베를 짰습니다. 세상의 분쟁과는 상관이 없는 마치 별세계 같았습니다. 그곳에서 지내는 것이 어찌 편했는지 살도 많이 쪘습니다.”

고견성이 크게 웃었다. 고개를 끄덕이기를 잠시, 갑자기 한숨을 내쉰 그가 말했다.

“소명아, 너도 알겠지만, 넌 이제 다른 사람 앞에 나설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너를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할 것 같구나.”

고소명이 쓴웃음을 지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이미 죽은 사람일 뿐이지요. 고가의 장자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조정이 알게 할 수 없습니다.”

* * *

위국 조정이 내리지 못한 결정은 제국의 상장군 호연무한이 그들을 대신해 결정을 내려주었다.

진국에게 붙잡힌 위국 백관의 수천 식솔이 모두 수많은 돌무더기와 불바다 사이에서 쓰러져 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망갈 곳 없는 기다란 협곡의 불바다 사이에서 도망가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양쪽 협곡 위에서는 바위가 굴러떨어지고 화실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야말로 처참한 참상이었다.

진국의 십만의 정예 선봉대도 그들과 같이 협곡에 갇혔다.

그제야 진군은 제군이 인질을 보고 후퇴한 것이 그저 미끼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을 인화성 재료들이 수없이 묻혀있는 기다란 계곡까지 끌어들였을 때, 돌연 공격이 시작되었다.

사실상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고품은 진작부터 호연무한의 계략을 밀정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렇게 십만의 정예 선봉대를 미끼로 적에게 거짓으로 함정에 빠진 척했다.

호연무한의 주력군이 빠르게 뒤돌아 협곡을 포위 공격하며 진군의 십만 정예군을 공격해 들어갈 때, 고품은 즉시 주력군을 움직여 저들을 구하려는 것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사실은 호연무한의 중군이 텅 비어있는 틈을 타서 이미 비밀리에 일부 병력을 호연무한의 중군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 번에 적의 머리를 잘라버리려 한 것이다. 그를 위해서 고품은 자신의 직속 부대와 수많은 수행자 고수들을 동원했다.

기습을 하기로 한 부대는 계획대로 갑작스럽게 기습을 했다. 하지만 중군에 남아서 방어를 하던 호연무한의 군대를 물리친 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호연무한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수많은 군막이 모두 비어있었다.

반면, 고품의 중군은 같은 시간에 적의 습격을 받고 있었다. 호연무한의 효기군이 고품과 똑같이 적의 머리를 치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고품이 십만의 선봉대를 지원하기 위해 움직인 병력은 사실 거짓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다 해도 호연무한을 속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적지 않은 병력을 움직여야 했다. 거기에 호연무한을 치기 위해서 곁에 있어야 하는 고수들을 대거 딸려 보냈기 때문에, 이 순간 고품은 극도로 위험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만약 곁에서 그를 지키는 수호 법사들이 목숨 걸고 고품을 지키지 않았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죽을 뻔했다. 고품은 투구와 갑주를 버려두고 낭패한 모습으로 도망을 쳤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호연무한의 중군을 공격한 행동은 호연무한의 주력군을 끌어들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이 공격받았기 때문에, 최악의 수가 돼버리고 말았다. 고품의 주력군은 호연무한에게 갔다가 헛걸음을 하게 되었고, 게다가 고품을 구하기 위해 다급히 되돌아와야 했다. 그러다가 중간에 다시금 호연무한의 습격을 받게 되었다.

호연무한은 자신이 원하던 바를 그대로 이루었다. 적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그들을 기습하여 당황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렇기에 적군은 호연무한의 군대에 대비하지 못했다. 호연무한은 몽산명과 똑같은 방법을 쓴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습 작전을 통해 적의 주력을 쓸어 버리는 작전을 펼친 것이다.

다만 호연무한은 최대한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신중하게 하기 위해, 많은 병력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저 소부대의 병력으로 그들을 습격했다. 그러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진군의 주력부대는 그 자리에서 전멸했을 것이다.

그 후, 효기군이 호연무한에 합류해 도망치는 진군의 주력부대를 끝까지 뒤쫓아 무수한 병력을 참살했다.

고품은 위국의 대여섯 개 도시에 불을 지르게 했고, 보급과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된 호연무한은 그제야 더는 뒤를 따르지 않았다. 패배한 진군은 그 후에야 다시 집결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진군은 위국 백성의 생사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반면, 협곡에 갇힌 십만의 선봉대는 그야말로 고립무원이었다. 제국은 그곳을 물 샐 틈 없이 봉쇄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렇게 선봉대는 전멸하고 일부분의 병력만이 살아남아 도망칠 수 있었다. 대부분은 위국의 인질들과 같이 호연무한의 명령 아래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 전투가 벌어진 후, 진군은 총 삼십만의 병력 손실을 보았다!

사기가 꺾였고, 원래 소속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부대가 적지 않았다. 시간을 들여 병력을 정비해야 했다. 덕분에 진군을 공격할 힘을 잃었고, 제군의 압박에 연신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고품은 그제야 호연무한이 고의로 자신의 계획을 밀정에게 흘렸다는 것을 알았지만,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발길질하고 가슴을 치며, 하늘을 보고 울부짖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거짓으로 검을 뽑아 자진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가, 곁에 있는 수호 법사들의 저지에 실패했다.

그 후에 고품은 진국 조정에 죄를 청했다!

진국 황제 태숙웅은 고품의 죄를 사해주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 하며, 진국이 위국에서 대량의 군량을 얻었고, 국내에서 이미 새 부대를 조직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전장에 도착해 고품을 도울 것이라 했다!

이후, 몽산명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일이 드디어 나타났다. 충분한 곡식을 얻은 진군은 드디어 전 국민을 병사로 만들 것 같은 기세로 움직였다. 짧은 시간에 삼백만 명의 청장년을 모집했고, 전장으로 향하면서 병력을 훈련 시켰다.

* * *

승전보가 제경에 전해졌다. 제경의 수많은 사람이 춤을 추며 기뻐했다. 다들 호연무한을 칭송했다.

하지만 종군하고 있던 적지 않은 위국의 관원들은 대승에 기뻐할 수 없었다. 오히려 회의할 때도 상복을 입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집안의 사람들이 깡그리 죽어버렸다. 모두 호연무한에 의해 죽임을 당했으니, 어찌 기뻐하겠는가?

어떤 사람은 분노해 호연무한에게 따지려고 달려들었다가, 호연무한은 만나보지도 못하고, 대군영의 궁수들의 화살에 고슴도치가 되었다.

얼굴도 보지 못하고,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다. 감히 와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있다면, 여지없이 죽임을 당했다!

호연무한은 그 사람들과 말싸움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그 후 누군가 호연무한에게 화가 난들, 감히 그 앞에서 소란스럽게 굴지 못했다. 물론, 위국에서는 제국에 전서를 보내 제국 황제에게 호연무한의 잔혹한 죄상을 알렸다.

물론 전서는 전해졌지만, 호운도는 그저 한번 읽고 말았을 뿐 답장도 하지 않았다. 다른 서신은 모두 회신을 보냈지만, 유일하게 호연무한을 성토하는 그 전서에만 회신하지 않았다. 호운도는 마치 그 서신을 보지 못한 것처럼 행동했다. 오히려 호연무한 등 장병들을 크게 치하해, 제군의 사기를 크게 올렸다. 위국이 이쪽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서, 제국의 태도는 명확했다. 마음대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위국은 제국과 협상을 할 권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 * *

“당당한 진국의 총사령관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다니. 하아!”

고품이 패배했고, 하마터면 호연무한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소식을 들었다. 폐허가 된 성곽 위에 서서 고품에 의해 불타버린 폐허를 바라보며 소평파는 하늘을 보고 장탄식을 내뱉었다.

탄식한 후에는 현실을 마주 봐야 했다. 성곽 위를 배회하는 소평파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뭔가 생각에 잠겨서 혼자 계속 중얼거렸다.

“호연무한, 네가 무적일 리가 없다….”

“대공자님!”

소삼성이 어두운 얼굴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

소평파가 다소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귀의의 제자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입니다.”

소삼성이 접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진군이 주전장에서 패배했다. 소평파는 귀의의 제자든 뭐든 간에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 내용을 보지도 않은 그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냥 말로 보고해라.”

하지만 소삼성은 들고 있는 손을 내리지 않고 말했다.

“그래도 한번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소삼성이 돌연 그를 돌아보았다. 소삼성의 안색이 이상해 보인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 종이를 받아들었다. 이건 정보가 적힌 밀서가 아닌 것 같았다. 평소 받아보는 정보는 이런 식으로 접혀 있지 않았다. 종이를 펼쳐 보니, 한 장의 초상화였다. 어딘가 눈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이 사람이 바로 귀의의 제자인 것이냐? 왠지 어디서 본 것 같구나….”

소삼성이 물었다.

“대공자님은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시겠습니까?”

소삼성이 망설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언제 본 적이 있는 것 같군.”

“초상화는 분명 본인과 조금은 다를 것입니다. 노신도 초상화를 보고 공자님과 같은 의문을 느꼈습니다. 확실히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노신은 아가씨와 연관이 있다는 생각에 연상해 생각해 보니, 즉시 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보시기에 이 사람이 북주에 있던 아가씨의 옛 지인을 닮지 않았습니까?”

“북주? 유아의 지인이라….”

초상화를 빤히 바라보던 소평파가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더니 말했다.

“설마 이 자는…담요현? 이미 죽지 않았느냐? 그럴 리가?”

“과거, 아랫사람들의 보고를 확인했었습니다. 화살이 심장을 관통했었습니다. 그러니 죽었어야 맞습니다. 몇 사람에게 재차 물어 확인한 사실입니다. 살아 있을 리가 없습니다. 다만, 시신을 찾지 못했습니다. 늦은 저녁에 강에 빠졌기에 시신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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