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2화.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소평파의 두 눈이 밀서를 이리저리 훑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죽은 사람이 부활했다는 말이냐? 세상에 정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그것이….”
소삼성도 사실 정확히 어찌 된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 그 당시에 손을 쓴 사람이 뭔가 거짓 보고를 한 것은 아니냐?”
소삼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노신이 당시 보낸 사람들은 모두 공자님의 친위대로, 공자님의 심복입니다.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그들 모두가 거짓 보고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틀림없습니다.”
소평파가 초상화를 빤히 바라보고는 말했다.
“혹시 생긴 것만 비슷한 것은 아니냐?”
“노신도 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부 일들이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참으로 공교롭습니다. 사실, 대공자님께서도 어떤 의심이 들어 제게 조사를 명령하시지 않았습니까? 다른 사람이 아무리 애원해도 잘 들어주지 않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유독 아가씨가 부탁했을 때, 사람을 구해주었습니다….”
“네 말이 맞다….”
소평파가 눈살을 찌푸렸다.
“심장이 뚫린 채로 강으로 떨어졌는데, 마침 그 시신을 찾지 못했다니…. 인제 보니 화살이 가슴을 관통하고도 죽지 않은 것은, 귀의의 제자가 된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 같구나. 아마 귀의가 어떤 연유로 인해 그를 치유해준 것이겠지.
그런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사람이 귀의 말고 세상에 누가 있겠느냐? 정말 그렇다면, 그놈의 기연이 부러울 지경이다. 큰 고난에 죽지 않는다면 복이 찾아온다는 옛말이 틀림이 없구나! 어쨌든…. 설마 이놈이, 지금 와서 다시 유아에게 접근하려 하는 건 아니겠지?”
소삼성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사실, 노신도 그게 걱정스럽습니다. 혹시 과거의 인연을 잊지 못하여,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닐까 하여….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 사실을 영왕이 알게 된다면, 아가씨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소평파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귀의의 제자…. 무심…. 유아가 제경으로 시집가고, 그가 마침 제경에 자리를 잡았다. 단순한 우연인가, 아니면 계획적인 일인가?”
“지금 아가씨가 이미 그자와 만나보았습니다. 그 사람이 정말 맞다면, 아가씨는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소평파가 담담히 말했다.
“유아가 내게 진실을 알려줄 것 같으냐?”
“…….”
소삼성이 침묵했다. 알려줄 리 없었다. 담요현의 일은 차마 물어보기도 힘들 것이다.
“귀의의 제자?”
소평파가 초상화를 찢어 던지며 말했다.
“그놈이 사람이든 귀신이든, 쓸데없는 짓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놈을 다시 한번 죽일 것이야!”
소삼성은 소평파가 쓸데없는 짓을 할까 봐 당부했다.
“대공자, 귀의는 쉽게 건들 수 없는 사람입니다.”
소평파가 냉소 지었다.
“귀의가 뭐라고? 그저 여기저기 숨어다니는 겁쟁이에 불과할 뿐이야. 일부 소인배나 겁먹게 할 수 있을 뿐이다. 어디 한번 나와서 날뛰어 보라 해라!”
소삼성이 다시 설득하며 말했다.
“대공자님, 신중하셔야 합니다!”
“걱정하지 말아라. 그놈이 귀의의 제자가 되었으니, 아직 이용가치가 있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도 그놈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으니, 나도 그자와 드잡이질할 겨를이 없구나. 사람을 붙여라. 그리고 그 옆에 사람을 심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
“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 * *
높고 깊은 산천이 펼쳐진 곳,
지저분한 복장을 한 남자가 수많은 언덕과 협곡을 발아래 두고 허공을 날고 있었다.
“어흥….”
갑자기 아래 있는 깊은 협곡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모후가 협곡에서 튀어나왔고, 그 위에 깔끔한 흑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흑의 남자 뒤로는 각각 절반씩 흑백을 이루는 장발이 뒤로 나부끼고 있었고, 펑퍼짐한 소매가 바람을 타고 휘날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시원시원하고 우아해 보이는 모습으로, 보는 사람의 감탄을 자아냈다.
금모후는 산 위를 마치 평지처럼 뛰어다녔다. 몸을 웅크렸다가 가볍게 뛰어오르면 수십 장씩 이동했으니, 그 속도가 가히 하늘을 나는 새들과 비교할만했다. 절벽을 만나면 날카로운 발톱으로 쑥 하고 기어올랐으니, 아무리 험준한 지형을 만나도 금모후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
조웅가가 한 절벽에 내려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모후도 휙 그 옆으로 뛰어오르더니 조웅가의 곁을 천천히 맴돌았다.
금모후 위에 앉아 있는 남천무방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술이라도 사러 가려는 건가? 내게 좋은 술이 있는데 말이야.”
“그냥 산책이나 하려고 그러네.”
남천무방이 허리를 숙여 금모후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말했다.
“그럼 이 아이는 왜 내게 맡겨놓고 간 것인가?”
“그놈을 데려가면 불편하지 않은가.”
“자네가 이 아이를 데려가지 않을 때는 보통 날짐승을 타고 움직일 때지.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군, 어딜 가려는 건가?”
조웅가가 입을 다물었다. 금모후 위에서 내려선 남천무방이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혹시 위국의 상청종을 찾으러 가는 것인가?”
조웅가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상황이 위국에 불리하군. 상청종은 현미 곁에 있으니, 어쩌면 멸문을 당할 수도 있네. 상청종의 제자로서,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어!”
호연무한이 아군의 사람들에게 손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조웅가는 결국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상황을 본다면, 일단 전쟁이 일정 상황까지 전개된다면, 제국은 위국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남천무방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천군만마가 서로 부딪히는 전장이네, 고수들이 구름처럼 많지. 자네가 나선다고 그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나? 설사 구한다 한들, 몇이나 구할 수 있겠나?”
“어흥….”
이때, 금모후는 마치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조웅가를 향해 나지막하게 울었다. 잠시 멈췄던 바람이 다시 휙휙 불어왔다.
“최선을 다할 뿐이네.”
“지금 자네 처지를 보면, 그런 일에 참견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가?”
“나도 원래는 피할 생각이었네, 하지만 우유도가 죽고 말았지. 이 때문에 더는 좌시할 수 없게 되었네. 그놈이 상청종을 위국으로 보냈는데, 그것이 오히려 화가 되었군. 이제 더는 우유도의 도움을 바랄 수 없게 되었으니, 내가 나설 수밖에.”
남천무방이 담담히 말했다.
“그들을 구하면 뭐가 바뀌는가? 다들 칠칠치 못한 사람들뿐이니, 중임을 맡을 수 없음이야. 그들의 손에 있는 상청종에게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보는가?”
“향불(香火)이 남아 있기만 하면 충분하지. 이번 세대에서 안 되면, 다음 세대가 있으니, 언젠가는 인재가 나오지 않겠는가.”
남천무방이 조웅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네는 상청종의 향불이 아니란 말인가? 사실 우유도의 말이 틀린 것 하나 없지. 자네와 우유도,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살아 있기만 한다면, 상청종은 언제든지 다시 세울 수 있네. 하지만 우유도가 죽었네. 그러니 만약 자네까지 죽는다면, 상청종은 정말로 끝장나는 것이야.”
“하지만 저들이 죽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나중에 죽어 상청종의 조상님들께 뭐라 변명한단 말인가?”
“대군의 정벌은 무정하다네. 국가 사이에 다툼이 인다면,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이루게 되는 것이지. 저들은 자네 조웅가를 안중에 두지도 않을 거야. 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더는 날 설득할 생각 말게.”
“난 지금 자네를 설득하고 있는 것이 아니네. 난 지금 자네를 저지하고 있는 것이야.”
조웅가가 그를 돌아보았다.
“한판 하려고 온 것인가? 어디 한번 나를 막을 수 있는지 시도해 보게나.”
“그럴 필요가 있는가? 나는 단지 자네에게 알려주려 할 뿐이네. 상황이 안 좋게 변하면, 저들은 알아서 도망갈 것이야. 그 자리에서 죽음을 기다릴 정도로 어리석진 않겠지. 만약 자네가 가지 않으면, 어쩌면 저들은 살아남을 수 있겠지. 하지만 자네가 간다면, 저들은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야. 왜냐하면, 자네가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 내가 그들을 모두 죽여 버릴 것이니 말이야!”
반백의 장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그가 몸을 살짝 숙이고 조웅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잘 알겠지만, 자네가 죽으면…. 일단 그분이 기대를 접으면, 거리낌 없이 손을 쓸 것이고, 우리 마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네. 자네가 상청종을 지키려 하듯이, 나는 마교를 지켜야 하네. 자네가 두고 본다면, 나도 두고 볼 것이야. 성녀도 자네가 살아 있기를 바라겠지. 그래도 나서려는가? 내가 그런 짓을 하도록 강요하지 말게!”
“자네가 만약 그들을 죽인다면, 나는 남주에 있는 그 여자를 죽여 버리겠어!”
“알고 있겠지만, 난 이런 일로 단 한 번도 농담을 한 적이 없네.”
남천무방의 신영이 휙 움직이더니, 금모후의 위에 올라탔다. 항상 그 얼굴에 걸려 있었던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그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두 시진 안에 만약 자네가 요마령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즉시 상청종을 멸하라 명령을 내릴 것이야!”
“어흥!”
금모후가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뛰어올라 흑백발의 남자를 태우고 빠르게 멀어져갔다.
조웅가는 저 멀리 떠 있는 구름을 보며,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 * *
위국 조정의 임시 주둔지이자, 위군의 대군영 외부.
일단의 사람이 기마를 타고 도착해 있었다. 서문청공과 당희가 돌아왔다.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이 그들을 보고는 포권을 하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하지만 서문청공은 그 모습을 보고 호통쳤다.
“비켜라!”
“서문 선생님, 군대에는 군대만의 규율이 있습니다. 저희를 난처하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병사가 애원했다. 하지만 서문청공은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말을 타고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서문청공은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혹시라도 위국 삼대 문파가 중간에 서문청공이 들어가지 못하게 수작을 부릴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의 군사들이 창칼을 들고 서문청공을 겨누고 있었지만, 감히 경거망동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그와 현미의 관계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주춤주춤 물러서던 병사들은 결국 길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는 당직을 서는 수행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도 서문청공을 꺼렸다. 평소에 그를 얕잡아 보았든 아니든, 서문청공이 금단방 제일의 고수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정말로 싸움이 벌어진다면, 대문파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당희 등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뒤를 따랐다.
병사들은 곤란해했고, 그중에 한 사람이 빠르게 안으로 뛰어들어가 기별을 넣었다.
서문청공은 말을 타고 무표정한 얼굴로 전방을 주시하며, 황제의 깃발이 걸려 있는 방향을 향해 천천히 나아갈 뿐이었다. 그 모습을 수많은 장병이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