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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73화 (569/1,000)

1473화. 내게 검을 뽑게 하지 말아라!

그렇게 황제의 깃발이 꽂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현미가 소식을 듣고 이미 밖으로 나와서 안장 위에 앉아 있는 서문청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좌우의 군막에서 삼대 문파의 고위층들도 소식을 듣고 분분히 나오고 있었다.

이때, 영허부의 장문인 상임선이 돌연 호통쳤다.

“서문청공, 이곳은 전장의 군영이다. 어찌 이곳에 어떠한 연통도 없이 난입한단 말인가!”

챙!

말 안장에 앉아 있던 서문청공의 신영이 갑자기 푸른 거검으로 화하더니, 벼락과 같은 기세로 상임선을 향해 쏘아져 갔다.

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 상임선은 미처 그 공격을 방어하지 못했다. 서문청공이 갑자기 이처럼 손을 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창촐간에 다급해진 상임선은 양손을 들어 자신에게 쏘아져 오는 검강을 합장으로 막아서려 했다.

후! 갑자기 광풍이 휘몰아쳤다.

푸른 검강이 멈췄다. 그 거대한 칼끝이 상임선을 꿰뚫으려는 그 순간, 서문청공이 멈춰 선 것이다.

칼끝이 서서히 녹아들더니 그 안에서 서문청공의 신영이 나타났다. 그곳은 바로 상임선과 한걸음 떨어진 곳이었다. 서문청공의 뒤편에 보이던 푸른 검강도 광풍이 되어 주위의 깃발과 흙먼지를 휘날리며 서서히 사라져갔다.

상임선은 들어 올린 양팔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서 있었다. 서문청공이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게 검을 뽑게 하지 말아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를 부리느냐!”

곧 호통 소리가 들리더니, 영허부의 태상 장로들이 나타나 서문청공을 포위했다.

그러나 서문청공의 동작은 그 무엇보다 신속했다. 그는 즉시 등 뒤의 검 손잡이를 붙잡고는 전투태세에 임했다!

적지 않은 수행자들이 깜짝 놀랐다. 서문청공이 감히 공개적으로 삼대 문파와 대적하다니!

한 군막 안에 숨어서 그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던 호승은 서문청공이 살아 돌아온 것을 보고 매우 놀라 그 즉시 안으로 숨어들었다.

당장이라도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았다. 서문청공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라 잠시 넋을 잃었던 현미가 다급히 소리쳤다.

“멈추시오! 사전에 연락이 있었소. 사전에 짐에게 연락이 왔고, 짐이 그에게 직접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소!”

현미가 뛰어와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영허부의 사람들에게 호통쳤다.

“대적이 코앞인데, 내분이라도 일으키려는 것이오? 다들 물러나시오!”

그리고 다시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호위군은 어디 있느냐!”

부근에 있는 군대가 명령을 받고 신속하게 주위를 포위하고는 활의 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흥!”

상임선이 코웃음을 치더니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 그대로 뒤돌아 영허부의 사람들을 이끌고 그곳을 벗어났다.

현미도 서문청공의 손목을 붙잡고 그를 자신의 군막으로 끌고 가며 소리쳤다.

“모두 물러가시오!”

군막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물러갔다. 당희도 현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했다. 그걸 보고 현미가 즉시 질책했다.

“동생, 내가 당부한 말을 잊은 것이야? 돌아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당희가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폐하, 서문 선생님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당 장문인과 무관한 일이오.”

현미가 서문청공을 보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왜 돌아온 것인가요? 왜 돌아왔어요! 저들은 절대 당신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일단 패배하면, 저들은 당신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오. 오히려 패전의 책임을 당신에게 뒤집어씌울 수도 있지. 적군이라면 더욱더 당신을 살려 두려 하지 않을 것이니, 그때가 되면 내가 당신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겠소!”

서문청공은 그녀를 데리고 떠나겠다고 약속했었다. 비록 떠나기 전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떠나지 못했지만, 그의 약속은 변하지 않았다. 서문청공은 현미의 모든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현미는 웃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런 미소였다.

“당신도 위국이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서문청공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이번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그녀에게는 중요할지 몰라도, 그에게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내심은 오히려 이기적인 마음이 들기도 했고, 그렇기에 차라리 이 모든 것이 빨리 끝나기를 원하기도 했다. 설사 위국이 지는 것이 그 결과라 할지라도, 이번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기까지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현미가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현미가 어떻게든 힘을 끌어모아 상황을 바꾸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그는 현미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도 현미를 돕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구름과 같은 고수와 천군만마가 마치 해일처럼 밀려오는 곳에 그가 뛰어들어 보아야, 조금 큰 물장구를 치는 것 정도에 불과했다. 능력이 부족했다. 현미를 도울 수 없으니, 현미의 환심을 살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바로 자신의 힘으로 현미를 지키는 것이다!

다만, 현미조차 입을 다문 채 별 말 하지 않았다. 물론 서문청공 또한 이를 묵인했다. 그저 현미만 참담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위국이 거의 끝장났다는 것을 현미가 어찌 모르겠는가!

비록 위국에게 아직 점령당하지 않은 많은 영토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그저 위국의 영토가 크기 때문이었다. 진국이 한 번에 그 많은 영토를 모두 점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각지의 요충지는 이미 모두 진군에게 점령당했으니, 아직 점령당하지 않은 곳도 이젠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위국의 각 지역은 진군에 의해 서로 격리당했고, 진군은 각 지역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요로를 꽉 움켜쥐고 있어, 위국은 각지의 병력을 모아 대부대를 이루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사실상, 조정은 위국에 대한 통제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어수선한 시기에 조정은 더는 백성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진군의 병력이 도착하여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면, 그들은 전전긍긍하며 진군의 말을 들었다. 당연히 조정 같은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종군하는 조정의 백관들도,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차라리 지금은 같은 숫자의 병사들이 더 쓸모 있을 지경이었다.

과거 현미는 위국에서 그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승상이었고, 지금은 위국의 여황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례 없이 비참한 처지에 처해있었다.

그녀는 매일 아직 점령되지 않은 지역의 신하들에게 전서를 보내, 옛일을 추억하게 했고, 감정에 호소했다. 심지어 계속해서 관직과 작위를 올리며, 나중에 승리한 후에는, 절대 그 공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남발했다. 막말로, 영지를 가진 신하들에게 제발 버텨달라고, 항복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신하들은 그저 겉으로는 따르는 척하는 회신을 보낼 뿐이었다.

현미 또한 그저 자신이 하는 짓이, 발악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까지 진군에 항복하지 않은 신하들이라고 해서, 그들이 위국에 충성하는 신하들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물론 어쩌면 그 안에 일부분 충신이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이것은 생사가 걸린 일이었고, 온 집안사람들과 수많은 수하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이익을 놓고 다투는 사람들에게 충심이라는 것이 있겠는가? 아직 항복하지 않은 것은, 그저 좀 더 상황을 관망하고자 하기 때문이었다.

제국이 나서서 위국을 돕고 있었으니, 그 호연무한의 전쟁 능력을 고려해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뿐이다. 혹시라도 한순간의 잘못된 결정이 천고의 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진국이든 위국이든 간에, 일단 어느 쪽이든 간에 버틴다면 더 큰 약속을 받아낼 수 있을 가능성이 제법 컸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윤여가 진장공을 죽인 일이 폭로된 후, 그 사건이 일부 위국 인사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진장공 한 사람의 죽음이 위국이 무너지는 것을 지연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소평파가 복장이 터진 이유였다.

진국은 진장공의 부인과 아들에게 큰 상을 내려, 최선을 다해 그 일을 수습하고 있었다. 아직 젊은 진장공의 아들은 이미 대장군에 봉해졌고, 고관의 녹봉을 받고 있었다. 이건 모두 흔들리고 있는 위국의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 모든 일에 대해 현미도 내심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현미는 허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위국에 대한 통제능력을 상실한 조정은 이미 제국에 큰 쓸모가 없었다. 만약 진국에 대한 저항 능력을 재정비할 수 없다면, 그들이 제국에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제국이 힘을 허비해 이들을 지킬 필요가 있겠는가?

호연무한이 위국 백관의 식솔을 죽이고, 심지어 공개적으로 위국의 조정 대관을 죽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호운도는 그걸 보고도 무시했고, 이는 위국에 대한 가장 큰 경고라 할 수 있었다. 마치 우리가 죽이고 싶어서 죽였는데, 뭘 어찌할 거냐는 태도였다. 일단 가치가 없어지면, 너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협박이기도 했다.

그러니 아직 점령당하지 않은 영지가 바로 현미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리고 제국이 현미 일행에게 바라는 마지막 가치이기도 했다. 일단 호연무한이 전쟁을 반전시키면, 현미가 그들 세력을 끌어들이길 바라는 것이다.

지금은 제국의 일개 장수가 감히 위국의 수석 대신 금영찬을 꾸짖을 정도였다. 반면 금영찬은 그런 처지에 처하고도 웃으며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한 제국 장수가 눈이 벌게져서, 위국 병력이 제대로 전투를 하지 않았다며, 덕분에 자신의 형제들이 수없이 죽었다고 성토한 적이 있었다. 그는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채로 달려왔고, 수많은 사람 앞에서 위국 삼대 문파의 장문인에게 무능력한 쓰레기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삼대 문파는 크게 분노했지만, 그렇다고 그를 붙잡기라도 하란 말인가? 잡아들이면, 죽일 수 있는가?

지금 제국이 위국을 대신해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 위국 삼대 문파를 위해 영토를 수복하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삼대 문파의 이익을 지키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덕분에 삼대 문파가 비 맞은 개꼴로 쫓겨나는 것을 피하고 있었으니, 만약 지금 그들이 제국의 장수를 죽인다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게 분명했다. 이 초라한 장군의 목숨 하나 때문에, 위국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제국은 절대 위국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장병들이 전장에서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었다. 군대의 사기는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기가 오른다면 전장에서 목숨을 걸 수 있지만, 사기가 땅에 떨어지면, 군대는 마치 산사태처럼 무너져 내린다. 만약 제국의 장수가 위국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면, 호연무한조차 밑의 장병들에게 합당한 변명을 해야 할 것이고, 당연히 위국에게 그 대가를 내놓으라 요구할 것이다!

결과를 고민하던 위국 삼대 문파는 분을 삼키고 그 장수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감히 털끝 하나 건들지 못했다.

그러니, 위국 삼대 문파라 해도 지금은 힘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국 삼대 문파에 대한 존엄이라는 것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미가 여황제의 체면을 내려놓고 어찌 애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현미가 이미 찾아온 서문청공에게 뭐라 할 수 있겠는가. 현미는 서문청공을 더는 질책하지 않고 당희에게 말했다.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 이제 왔으니 떠날 수는 없을 거야.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삼대 문파는 상청종이 떠나게 놔두지 않을 거야.”

당희가 멈칫했다. 잠깐 동안 현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깨달을 수 있었다. 확실히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상청종은 현미 곁을 지키는 사람들로, 심복이라 할 수 있었다. 만약 현미 곁에 있는 심복 수호 법사조차 도망친다면, 지금 그나마 남아 있는 군대의 사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다. 지금처럼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삼대 문파가 그들을 놓아줄 리 있겠는가?

그전에는 이미 떠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돌아왔으니, 삼대 문파는 절대 그들을 그냥 보내주지 않을 것이다.

“일단 물러가. 나중에 연락하도록 하지.”

현미가 말했다.

당희가 현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못 본 사이에 많이 초췌해진 것 같았다. 머리에는 군데군데 새치도 보였다. 당희는 현미가 서문청공과 시간을 갖길 원한다는 것을 알고, 포권을 하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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