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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75화 (571/1,000)

1475화. 저와 우 형제는 친분이 깊었습니다!

“혹시 빙설각의 천영 선생님 되십니까?”

이때, 상임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돌아보니, 위국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천영은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상대방을 확인했다. 세 장문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대악산의 장문인 낙언진이 다소 질책하는 얼굴로 당희에게 말했다.

“당 장문인, 이건 그대가 잘못한 것이오. 천영 선생님이 오셨는데, 어찌 군영 밖에 세워두는 것이오?”

그리고는 천영에게 말했다.

“천영 선생님, 안으로 드시지요!”

“드시지요!”

상임선과 장봉이 같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 반면 천영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괜찮소! 다만 이곳을 지나던 중, 옛 친구인 당 장문인이 이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 들렸을 뿐, 다른 의도는 없소. 그러니 여러분도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소.”

친구? 당희의 두 눈이 번뜩였다. 자신이 언제 이 사람의 친구가 되었단 말인가? 그런데도 그녀는 상대방이 고의로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자신을 도우려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이기에, 침묵을 지켰다.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일문의 장문인으로 그 정도 심계는 있었다.

이때, 장봉이 다시 그를 안으로 모시고자 이야기했다.

“그래도, 이렇게 오셨으니 안으로 들어와 차라도 한잔 마시시지요.”

천영은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고 싶지 않았다. 마치 인내심의 한계가 있다는 것처럼 한마디 내뱉었다.

“본인은 여러분과 안면이 없소!”

그 말을 들은 세 장문인의 얼굴이 민망해졌다. 그런데도 뭐라 할 수 없었다.

원래 세 사람은 이번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빙설각의 세력을 이용해 진국을 다소 꺼림칙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다. 이건 천영이 알아서 찾아온 것이니, 나중에 이를 문제 삼는다고 해도, 자신들이 이용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영은 처음부터 이런 흙탕물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조금도 그들의 체면을 고려해 주지 않았다.

천영은 그들을 무시하고, 다시 당희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잠시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겠소?”

당희가 묵묵히 끄덕이며, 그를 따라 좀 먼 곳으로 움직였다.

크게 실망한 세 사람은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중에 상임선이 중얼거렸다.

“설마 저 여자가 천영과 붙어먹은 것은 아니겠지?”

장봉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천영 같은 사람이 저 여자를 안중에나 둘 것 같소?”

낙언진이 말했다.

“그건 모르지. 지금은 그렇지만, 빙설각에 들어가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잖소? 저 여자의 미색도 평범하지는 않으니, 남자가 저 여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 또 저 남자의 얼굴을 보니, 저자가 접근한다면, 감히 허리띠를 풀지 않을 여자는 없어 보이오만?”

상임선이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소. 그렇지 않다면, 지나가는 길에 여길 들려서 만날 이유가 없지 않소. 그 전에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인연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소. 과거 천영의 신분은 천한 반면에 당희는 한 문파의 장문인이니, 당희가 자신의 신분을 낮춰 천영에게 접근했을 것 같지는 않소. 반대로 당시 당희의 신분을 보고, 천영이 당희에게 접근했을 가능성이 크지. 두 사람이 친구라. 하하. 열에 아홉은 그렇고 그런 사이일 것이오.”

나름대로 제법 그럴듯하다고 할 수 있는 분석이었다. 장봉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데도 입으로는 두 사람에게 경고했다.

“소문이 나면 큰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는 법이오. 두 분께서는 발언에 신중해 주시오!”

그의 당부를 들은 상임선과 낙언진의 가슴이 철렁했다. 당연히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감당하지 못할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사실, 그들이 말한 것은 모두 그들의 추측일 뿐이었고, 이렇다 할 증거 같은 것도 없었다. 그저 지금 천영에게 무시당한 것에 대해 불만이 생긴 나머지, 아무 말이나 지껄인 것에 불과했다. 그들에게는 빙설각에 대해서 품평할 자격이 없었다.

세 사람은 떠나지 않고, 혹시라도 기회가 있을까 봐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았다….

* * *

세 장문인과 조금 떨어진 곳,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두 사람은 멈춰 섰다.

당희는 방금 있었던 일에 관해서 설명해야 했다. 방금 상대방이 ‘친구’라고 한 것에 대해서 묵인한 일을 설명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그녀를 얕잡아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천 선생님께서 방금 친구라고 하셨는데, 감히 감당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천영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우리가 친구인 것은 어찌 보면 사실이오.”

당희가 이해하지 못했다.

“저는 천 선생님을 오늘 처음 뵙습니다만….”

천영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본인과 우 형은 친분이 깊은 좋은 친구였소. 당 장문인은 그런 우 형의 부인이니, 이 관계가 보통 관계입니까. 그러니 장문인과 나도 친구라 할 수 있지 않겠소.”

그 논리에 당희는 아주 민망해져 다급히 말했다.

“선생님,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우유도와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그러니 부인이라는 말은 감히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천영이 쓴웃음을 지었다.

“당 장문인은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 형은 당 장문인을 잊지 못했소. 생전 성경에 있을 때, 자신이 성경을 나가지 못할 상황을 걱정하기도 했지. 그 안에 있는 동안, 외부에 있는 일들을 미처 신경 쓰지 못한다며, 만약 당 장문인에게 어려움이 닥치면 몰래 도움을 주라고 내게 부탁했었소. 그러면서, 자신이 부탁한 것을 모르게 해 달라고 특별히 당부했었소. 다만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더는 숨기고 할 것도 없게 되었지.”

사실 이러한 일은 당희도 모르고, 다른 사람도 모르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우유도와 조웅가가 상청종을 뒤에서 얼마나 돕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

이번에 당희는 정말로 크게 놀랐다. 우유도가 암중에 그녀를 도왔다고? 당희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농담이 아니오. 설마 당 장문인은 내가 이런 곳을 찾아와 있지도 않은 농담을 늘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만약 부탁을 받지 않았다면,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오.”

천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당희는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았다. 상대방의 신분을 고려해 보면, 그녀를 찾아올 필요조차 없었다. 그 귀한 신분으로 직접 찾아올 이유가 있을까?

상대방의 안색을 잠시 살피던 천영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났으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명복? 당희는 왜 그 말을 자신에게 하는지 몰랐다. 그와 자신은 허명뿐인 부부였다. 그것도 예전에 관계를 청산한 사이였다. 그런데 왜 자신에게 고인의 명복을 빈단 말인가?

다만 한 가지 내심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우유도의 부고를 들은 후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마음속에 어떤 애통함이 계속 존재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상청종은 우유도에게 못 할 짓을 많이 했다. 그녀도 우유도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정말로 엄격하게 말한다면, 상청종의 장문인은 우유도의 것이 되었어야 했다. 그녀가 그 자리를 빼앗았을 뿐이다.

원래 상청종의 장문인이 되어야 했던 사람은 죽었다. 상청종의 사람 중에 탄식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특히 위충은 아주 가슴 아프게 울었다.

다만 그런데도 다른 사람에게 우유도를 대신해 명복을 받을 만한 입장은 아니었다. 그렇게 그녀는 우유도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지만, 상대방이 굳이 관계를 만들려고 하니, 당희도 딱히 변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방이 주려는 도움에 더 관심이 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유도가 정말 선생님께 저를 도와주라고 했는지요?”

이 문제는 당희도 사적으로 궁금한 문제였다. 우유도가 죽기까지 혼인하지 않은 것은 혹시 정말 자신에게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까?

천영이 웃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찾아왔겠소? 설마 거짓말을 늘어놓기 위해 찾아왔단 말이오?”

하긴, 당희가 남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선생님과 우유도가 생전에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어찌 우유도와 친분이 깊다고 하시는 겁니까?”

천영이 바로 대답했다.

“우 형이 성경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우 형을 알지 못했소. 그 전에 그저 우 형의 명성을 들어보았을 뿐, 만나볼 수는 없었지…. 본인은 원래 진국 천지문의 사람이오. 혹시 당 장문인께서는 아시오?”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당희가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성경에서 조사한 사실을 포함해 일부 일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은 사람들이 천영의 신분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당희가 모르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그녀가 모르는 것을 보고 천영이 다시 물었다.

“천지문의 장문인 영호추와 우 형의 관계에 대해서는 혹시 아시오?”

“영호추?”

당희가 멈칫했다. 곧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우유도와 의형제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인연이오. 본인과 락아가 성경에 들어가 혼인을 앞두고 있을 때, 영호 장문인께서 우 형이 성경에서 잘 지낼까 염려되어 나를 찾아오셨소. 그리고 내가 성경에 들어가게 됐을 때, 내 신분과 지위를 이용해 우 형을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지. 또 우 형이 오해할까 봐, 영호 장문인께서는 특별히 서신까지 적어 내게 들려주셨소. 어찌 보면 영호 장문인께서 나와 우 형이 만날 수 있도록 이어준 것이라 할 수 있소.”

“서신을 가지고 성경에 들어간 후, 처음 들어간 성경이다 보니, 내부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소. 서신도 당연히 우 형에게 전해줄 수 없었지. 하지만 인연이라는 것은 참으로 기묘한 것이오. 우 형이 락아와 아는 사이일 줄이야. 알고 보니, 과거 빙설각에서 만난 적이 있는 것이 아니겠소.”

“빙설대지에서 본인과 설락아의 혼인이 있던 날, 성경 외부에서 온 손님은 우 형을 빼고는 아무도 없었소. 축하를 위해 직접 그린 그림을 들고 찾아왔었소. 그가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침 잘 됐다는 생각에 그를 찾아갔고, 영호 장문인이 준 서신을 전해주었소. 그렇게 서로를 알게 된 것이오.”

“평생을 알아도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즉시 지기가 되는 사이도 있는 법 아니겠소. 이것이 인연이 아니면 무엇이겠소? 그렇게 나와 우 형은 서로 인연이 닿았던 것이오. 그 후로 우리 둘은 성경에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냈소.”

“그가 빙설대지에 온 적도 있었고, 내가 그가 거주하는 문천성으로 간 적도 있었소. 그렇게 몇 번 만나다 보니, 막역지우가 된 것이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가 기억나는군. 락아와 같이 성경을 떠나 빙설각으로 돌아가던 중이었소. 우리 부부가 같이 문천성에 들러 그를 방문했었소.”

“그는 내가 성경을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에게 성경을 나갈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했소. 당시 나는 너무 비관하지 말라며, 반드시 나갈 수 있게 돕겠다고 했지. 그때만 해도 나는 상황을 너무 몰라, 시간이 좀 더 필요했소. 바로 그때, 그가 나를 붙잡고 당 장문인과 상청종에 대해 부탁을 했었소.”

“당시 난 별생각이 없이, 알았다고 승낙했고, 성경을 떠났었소.”

“하아, 정말 생각도 못 했소. 그것이 나와 우 형의 마지막 만남이었을 줄이야. 당시 성경에 없었던 나 자신이 너무 밉소. 내가 만약 그 안에 있었다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최선을 다했을 것이오. 다만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 없는 법이지. 그렇고 지금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당시 우 형에게 약속했던 것을 지키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소. 그것이 우 형과의 인연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소!”

말을 마친 그의 얼굴은 그야말로 서글퍼 보였고, 여한이 가득해 보였다.

그렇게 된 것이군. 당희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속으로 우유도가 성경 안에서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한 말을 이분이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냐며 내심 중얼거렸다.

아무튼, 그 진실이 어떠하든, 상대방의 신분과 지위로 자신을 찾아와서 이처럼 거짓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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