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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77화 (573/1,000)

1477화. 의심이 너무 많아!

우유도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

“천영과 당희 사이에 무슨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 봤어. 그런데 그자가 당희를 왜 보러 간 것이지?”

천영이 공개적으로 당희를 찾아간 것은 무슨 비밀도 아니었다. 소식을 들은 오량산이 매일 정보를 모아 초려산장으로 보냈었다.

“어쩌면 두 사람이 예전부터 알던 사이일 수도 있지. 당희가 어떤 남자랑 만나는지 도야가 다 알 수는 없는 것 아니야?”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어째 이 천영이라는 사람, 뭔가 꺼림칙해.”

“그자를 알아?”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경에 있을 때 만났었어. 그자와 설락아의 혼인식이 있던 날. 내가 그 먼 거리를 찾아가서 축하해줬지. 그때 만나자마자, 영호추의 서신을 들이밀더군. 영호추의 서신에는 만약 힘든 일이 있으면 천영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라고 되어 있었어.”

관방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뭐가 꺼림칙하다는 거야? 내가 알기로 천영은 원래 영호추가 만들었던 천지문의 사람이었어. 그 전에 어떤 은원이 있었든, 네가 영호추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잖아. 마침 천영이 설락아와 혼인하고, 설파파 손녀의 사위가 되었으니, 송경 안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가 된 것 아니야. 그러니 영호추가 천영에게 널 좀 부탁할 수 있는 거지. 아주 정상적인 일 아니야?”

“홍랑 같은 사람이나 그런 거에 홀딱 넘어가는 거야!”

우유도가 코웃음을 쳤다. 우유도는 손가락 두 개로 자신의 두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강호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이 두 눈이 멀었다면, 진작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야. 사람과 사건을 보는 나만의 경험이 있다는 말이지. 그러니, 정상이라고? 절대 그럴 수 없어. 이런 행동은 아주 비정상적이지!”

“아이고, 몇 살이나 먹었다고 내 앞에서 나이를 따지는 거야. 그래, 어디 한번 계산해 볼까. 엄마 뱃속에서부터 계산해봐도 강호에서 몇 년을 구른 거야? 어디 나랑 비교나 할 수 있을까?”

“하, 이봐, 홍랑. 최근에 나랑 드잡이질하는 것이 아주 재밌나 봐?”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관방의가 즉시 우유도의 어깨를 내리누르며 말했다.

“뭐가 비정상인지 말해야지. 나는 그걸 모르겠단 말이야!”

“보면 안 되는 일들을 그렇게 많이 봤으면서, 아직도 뭐가 비정상인지 몰라? 나와 영호추의 일을 홍랑은 아주 잘 알고 있겠지. 나와 영호추의 관계가 어떻지?”

관방의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좋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 부방원에 있을 때 사이가 틀어졌다가. 나중에 도야가 이래저래 보상을 해주어서 그나마 사이가 좀 좋아진 정도? 굳이 말하자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사이지?”

“효월각 사건만으로도 영호추는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어. 그러니 성경은 말해 뭐해. 성경이 어떤 곳이야? 누가 성경에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설사 그 사람이 문파의 사람이라 한들, 그 사람에게 서신을 전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아? 만약 그 서신을 들킨다면 성경에서 어떤 험한 꼴을 당하게 될지, 불 보듯 뻔한데 말이야, 그러니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은 이상에야, 아마 그런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걸?”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좀 이상해 보이긴 했다. 관방의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그쪽은 상황이 다르잖아. 천영은 설락아와 혼인을 한 사람이야. 도야에게 연락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있으니, 천영에게 서신을 맡기지 못할 이유는 뭐야?”

“그게 바로 문제라는 거야! 성경이 어떤 상황인지 외부인들이 알 수 있어? 나도 들어가고 나서야, 그나마 상황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어. 영호추는 성경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 그런데 누군가에게 나를 부탁한다고?”

관방의가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고민했다. 뭔가 우유도가 핵심을 짚은 것 같으면서도, 이해가 안 갔다. 결국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천영이 있잖아?”

우유도가 반문했다.

“천영? 천영도 그때 성경에 처음 들어가는 사람이었지. 그래 봤자 설락아의 입에서 정보를 좀 들었겠지. 그자라고 성경의 상황에 대해서 뭘 얼마나 알았겠어? 일반적으로 처음 성경에 들어가는 사람은, 분명 두렵고 조심스러웠을 거야. 스스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영호추에게 날 돕겠다고 약속했다고?”

관방의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확실히 도야의 말을 듣고 나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긴 하군.”

우유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을 들어 가슴 앞에서 이리저리 손짓하며 말했다.

“설락아와 혼인하기로 했지만, 성경에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안절부절못했겠지. 만약 영호추와의 관계가 이런 부탁을 주고받을 정도로 좋았다면, 성경에 들어가기 전에 영호추를 만났을 때, 자신의 불안함을 토로했을 거고, 영호추는 오히려 천영의 처지를 걱정했을 거야. 통상적으로 나를 돕고 싶다 한들, 일단은 천영에게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난 다음에 이야기할 일이라는 거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가 아무리 내게 열정적으로 다가와도 그를 의심하게 됐던 거야. 그의 열정이 마치 나를 안심시키려는 것 같았거든. 마치 나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는 느낌이었어. 심지어 나중에는, 그들 부부가 성경을 떠나기 전에 같이 나를 찾아오기까지 했어. 여전히 열정적이었지.”

“게다가 나보고 외부에 전할 서신이 있느냐고까지 물었지. 덕분에 나도 당시 생각이 많아졌지. 내가 아는 영호추라면, 기본적으로 먼저 내게 연락을 할 리가 없어. 그 때문에 나는 당시 영호추의 서신이 혹시 천영이 영호추에게 적어달라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지.”

“그렇다면, 영호추에게 사실을 확인하면 그만 아니야?”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의심스럽기 때문에, 오히려 영호추에게 상황을 물어볼 수 없는 거야. 그 둘이 도대체 무슨 사이인지 모르니, 당연히 신중해야지. 혹시 정말 뭐가 있다면, 타초경사 할 수 있으니 말이야! 특히 지금 내 상황에서 그런 걸 물어볼 수 있겠어? 홍랑도 물어보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서신을 받은 상황을 어떻게 알았는지 저들이 의심하지 않겠어?”

관방의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이네. 그런데, 그래서 도대체 뭐가 그렇게 큰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바로 내가 고민하는 부분이야. 정말 문제가 있다면, 그 이유가 뭘까? 동기가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거지. 심지어 내가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야.”

고개를 숙인 그가 정보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당희를 찾아가 만났다고? 이게 나와 연관이 있을까? 만약 나와 연관이 있다면, 난 이미 죽었는데, 당희는 뭐하러 찾아간 거지?”

관방의가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

“도야는 의심이 너무 많아!”

우유도는 관방의의 비아냥을 무시하고 마치 무슨 결정을 내린 것처럼 말했다.

“아무튼, 뭔가 아주 꺼림칙해! 당희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알아낼 방법을 찾아봐.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파악할 수 있다면, 뭔가 단서를 찾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관방의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떻게 알아보라는 거야? 두 사람이 사적으로 나눈 대화야. 천영에게 물어볼까. 당희에게 물어볼까. 도야가 좀 가르쳐주지?”

확실히 곤란했다. 우유도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원숭이를 불러와 줘, 원숭이는 방법이 있을 거야.”

“허!”

관방의가 같잖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원숭이가 자신보다 더 능력 있다는 말을 가장 싫어했다. 관방의는 아주 불쾌하다는 듯이 방을 나섰다.

우유도 또한 관방의를 따라 방을 나섰다. 그렇게 누각에서 나왔을 때, 운희가 여전히 그 창문에 걸터앉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운희가 뒤돌아 신호를 보냈다.

“원숭이가 왔군.”

문이 열리고 원강이 우유도에게 다가와 우뚝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우유도가 그에게 정보가 적힌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

“이거 봤지?”

원강이 그 내용을 살짝 살펴보고는 말했다.

“봤어요. 제가 홍랑에게 말해서 도야에게 보낸 거예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알고 싶어.”

“좀 어려운 문제군요.”

“조웅가에게 연락해서, 상청종 내부에 있는 사람과 암중에 연락하라고 해. 그자가 움직이면, 그와 연락하는 사람이 알아서 내용을 알아 올 거야.”

“알겠어요!”

바로 그때 관방의가 다시 빠르게 안으로 들어왔다. 우유도는 뭔가를 눈치챈 든 눈살을 찌푸렸다.

관방의가 다가와 통보했다.

“왕야 쪽에서 사람을 보냈어. 도야가 원하는 송국의 그 은상이 왔다는군!”

우유도가 끄덕였다.

“좋아. 지금 바로 가지. 홍랑은 가서 준비를 좀 해줘.”

관방의가 바로 누각을 나섰다. 우유도는 외출할 준비를 했다. 우유도가 다시 원강을 돌아보며 말했다.

“소평파에 관한 자세한 자료를 준비해줘.”

“어느 정도까지 자세해야 하나요? 도야와 관련된 일도 다 적어야 하나요?”

“상세할수록 좋아! 난 어차피 죽었으니, 나와 관련된 일도 상관없어. 기밀을 제외하고는 다 적어넣어.”

“알겠어요!”

원강이 끄덕이며 그곳을 빠져나갔다. 우유도는 운희를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 보니 저 두 사람이 맨날 여길 찾아오는 건 좋지 않은 것 같군요. 지하에 길을 하나 파주십시오!”

운희는 별말 하지 않았다. 즉, 승낙이었다.

사실 운희에게 지하에 길을 파는 건 별로 어려울 것 없는 일이었다. 지상 인원을 적절히 배치해, 지하도를 뚫을 때 들키지만 않게 하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건 운희가 걱정할 것이 아니었다. 우유도가 부탁했으니, 다른 부분은 우유도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었다.

다만 지하도는 나중 일이고, 지금은 우유도와 같이 움직여야 했다.

두 사람이 떠나는 것을 보고, 관방의는 ‘칫’하고 불만을 표시했다. 예전에 우유도를 따르는 사람은 항상 자신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사람이 운희로 바뀌었으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다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우유도는 운희의 수행원 신분이었다. 당연히 어디를 가나 운희와 같이 움직여야 했다. 운희 뒤에서 마치 그녀를 따르는 것처럼 말이다….

남주 자사부와 왕부는 붙어 있었다. 공적인 일은 앞에서 처리하고 거주지는 뒤에 있었다.

자사부의 의사당 내부.

후진국, 한국, 송국이 모두 사람을 보냈다. 각국의 수행자들과 조정의 대신들이 모두 자리했고, 이곳의 주인인 상조종은 당연히 나서서 회의를 주관해야 했다.

다만 연국 조정은 이곳에 자리하지 않았다. 이는 상조종이 처음부터 그들을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즉, 지금 이건 대놓고 그 자신이 연국 조정을 대표한다는 의미였다!

후진, 한, 송은 그에 대해서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사람을 보냈다는 것부터가, 이미 상조종의 실력과 영향력이 연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다들 진국이 위국과 제국을 삼키고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뭔가 헌신해야 하는 부분이 나오면, 온갖 트집을 잡으며, 그 누구도 손해 보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렇게 논쟁을 벌일 때, 상조종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남약정이 대신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들과 싸웠다.

송국 사신단 쪽에서는 그들과 같이 온 가무군이 뒤에 조용히 앉아서 냉담한 눈으로 상황을 관찰했다. 물론,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송국 사신단의 수행자 대장을 제외하고는 후진국과 한국의 사람들은 가무군이 왔는지 몰랐다. 심지어 송국 사신단 안에서도 대부분이 그 사실을 몰랐다.

가무군은 상조종의 언행을 관찰하고 있었다. 각국 대표들이 서로 다툴 때는 더욱더 상조종의 반응을 살폈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상조종 뒤에 있는 한 호위가 자신을 수시로 살피는 것 같았다. 단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상조종 곁에 저런 인물이 있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 가무군은 나중에 그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가무군이 주목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우유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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