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9화. 일찍 결단을 내려주시길
남주는 우유도의 영역이었다. 가무군에게 물건을 비밀리에 보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가무군은 무슨 물건인지 몰랐기에, 이를 받은 후에 곧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곧 빠르게 그 문서 안으로 빨려들었다. 그렇게 그는 한참이나 그걸 들여다보았다.
나중에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해가 진 후였다.
‘소평파….’
등불을 켠 가무군이 입을 열어 소리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방 안을 서성였다. 문서 안의 내용을 확인한 가무군은 수차례 탄식했다. 소평파와 연관된 일이, 이렇게 많다니! 또 이토록 대단하다니!
여기에는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무군 또한 당사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본 후, 당시 우유도와 소평파의 싸움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또 북주의 주인이 어떻게 해서 바뀌었는지, 그 배후의 과정을 알 수 있었다.
또 우유도가 어떻게 소평파를 뒤쫓았고, 소평파가 어떻게 도망을 쳤는지도 알 수 있었고, 제경에서 호운도가 소평파를 잡아들이고자 한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소평파는 그 속에서 빠져나갔지만 말이다.
그는 인제야 위국 현미 남매의 분쟁을 알게 되었고, 제군의 연락 중추가 공격을 당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아가 제국 황실이 중독된 일과, 태숙환아가 진장공에게 몸을 바친 일과, 서문청공이 중독된 것,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전에 이 일들에 대해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야 이 일들의 뒤에 있는, 진정한 실체를 알게 되었다. 이 모든 일련의 일은 소평파가 암중에 벌인 일이었다!
가무군은 소평파의 치밀함과 대단함, 영민함, 영악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야말로 그 수법이 아주 악독했다!
다만, 우유도 또한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소평파 같은 사람이 우유도에 의해서 북주에서 쫓겨나고, 어쩔 수 없이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었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또 귀의의 제자, 그자가 소평파의 누이인 소유아의 정인이었으며, 소평파의 독수에 의해 죽을 뻔했다가 귀의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제경에 있는데, 일찍부터 우유도가 그 옆에 사람을 심어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싸움은 그야말로 감탄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오랫동안 서로를 죽이려고 했다. 그걸 확인한 가무군은 소리 없는 감탄을 입으로 내뱉었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천하에 둘도 없을 적수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이제 우유도가 죽었으니, 가무군은 소평파에게 혹시 외롭지 않은지 그 심정을 묻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가무군을 의아하게 하는 것은, 대체 왜 이 모든 것을 알려주었느냐는 것이었다. 우유도가 귀의의 제자 옆에 사람을 심어 놓은 것 같은 일은 사실 그에게 알려줄 필요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유도와 소평파 간에 있었던 일은, 아주 사소한 것이든지 간에 전부 빠지지 않고, 다 적혀 있었다. 상조종은 우유도와 소평파와 관련된 모든 것을 그에게 알려주고자 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송국과 무관했다. 상조종이 자신에게 이런 정보를 제공한 것은, 도대체 자신에게 뭘 원하기 때문일까?
그렇게 한참을 서성이던 그가 서탁 앞에 멈춰 서더니, 서탁을 손으로 탁탁 치다가 마지막에 힘을 춰 쿵 내리쳤다. 마치 뭔가 결심을 내린 것 같았다. 창가에 다가간 그가 양손으로 창문을 열어, 화초를 하나 창틀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창문 앞을 서성이며 기다렸다.
대략 반 시진이 지난 후, 누군가가 찾아와 그를 마차로 안내했다. 마차는 한적한 곳에 있는 민가로 향했다. 민가 안에는 등불이 켜져 있었다.
마차를 나와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마부가 그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마차에서 내린 그가 천천히 입구를 향해 한 손으로 문을 살짝 밀자,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안에는 한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바로 상조종 곁에 서 있던 왕소였다.
그리고 탁자 위에는 그가 평소 사용하는 문구가 놓여 있었다. 묵향이 맡아지는 것을 보니, 먹도 이미 갈아 놓은 것 같았다.
우유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기를 청하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선생님, 앉으시지요.”
가무군은 그대로 문을 닫고, 천천히 탁자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우유도가 차를 따라 대접했다.
가무군은 우유도의 행동을 잠시 관찰하더니, 붓을 들어 먹을 묻히고는 글을 적었다.
‘왕야 곁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초려산장에도 당신이라는 사람이 없었지요. 운희의 수하가 어찌 왕야를 대표하는 것입니까?’
그를 지긋이 바라본 우유도가 미소지으며 차를 권했다.
“운희를 따르는 것은 눈속임에 불과합니다. 저는 원래 영왕을 따르던 사람으로, 왕야가 연경에서 탈출하신 후, 그때부터 왕야를 모셨습니다. 이번에 우유도가 죽고, 초려산장의 사람들이 따를 사람이 없자, 왕야의 명을 받고 남몰래 개입해 그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초려산장의 사람들이 통제를 잃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런 것인가? 가무군이 잠시 생각하더니, 소매에서 문서를 꺼내 상대방에게 건네주고는 다시 붓을 들었다.
‘제게 이걸 보여준 의도가 무엇입니까?’
우유도가 문서를 들고 내용을 확인하고는 물었다.
“모두 읽어보셨습니까?”
가무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퍽!
우유도가 양손을 합장하자, 문서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한쪽에 쌓였다.
이 한수로 우유도는 자신이 수행자라는 것을 밝힌 것이 되었다. 가무군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런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선생님께서 내용을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진국이 위국을 공격하기로 한 것은, 분명 확신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었겠습니까? 위국, 제국의 내부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건 소평파가 만들어 낸 것이지요.”
“이제 서쪽의 전쟁이 어떻습니까? 위국은 무력하고, 기본적으로 제국이 진국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호연무한은 이번에 처음으로 진국과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또 수차례 그런 진국을 물리쳤지요. 저번에는 고품이 호연무한에게 패배했고, 하마터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것만 보아도 호연무한의 능력이 어떠한지 알 수 있습니다. 제국에 호연무한이 있으니, 당분간 승부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눈에 보이는 창은 두렵지 않으나, 누군가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선생님도 내용을 보셨으니, 소평파의 수법을 아실 겁니다. 이런 상황까지 왔으니, 소평파는 절대 실패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소평파라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든 전쟁에 개입하려 하겠지요.”
가무군이 붓을 들어 적었다.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소평파를 조금 곤란하게 한다면, 그는 자신의 정력을 온전히 전쟁에만 쏟을 수 없을 것입니다!”
가무군이 손으로 글자판을 툭툭 쳤다. 여전히 자신과 무슨 상관이냐는 말이었다.
“왕야께서는 태숙환아가 소평파의 아내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가무군이 멈칫했다. 그 의도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소평파의 계책 때문에 태숙환아가 진장공에게 몸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진장공이 죽었으니, 다시 태숙환아가 소평파에게 시집가게 된다면, 이건 소평파가 자신의 손으로 돌을 들어 자신의 발을 찍은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소평파를 역겹게 하려고 작정한 것인가?
그 내막을 깨달은 가무군의 얼굴이 살짝 떨렸고, 그 얼굴에는 아주 재미있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가 붓을 들어 적었다.
‘왕야께 그런 악취미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소평파와 관련된 상세한 상황을 보여드렸습니다. 정보를 모두 선생님께 제공해 드렸으니, 선생님의 능력으로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만약 선생님께서 소평파를 확실하게 처리하신다면, 왕야는 오히려 기뻐하시겠지요. 다만 선생님께서는 분명 너무 깊게 얽히려 하지 않으실 것이니,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저를 부른 것이 바로 이 일을 위해서입니까?’
우유도가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 일 때문입니다.”
‘왕야가 직접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어째서 저를 부른 것입니까?’
우유도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왕야는 오공령을 안중에 두지 않으십니다. 자평휴는 더욱 말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선생님…. 왕야는 선생님을 높게 평가하십니다. 송국, 언젠가는 왕야께서 얻으실 땅입니다. 그야말로 주머니 속의 물건과 다를 바 없지요!”
‘너무 뻔뻔한 말은 아닙니까. 왕야께서 가지신 것이라고는 남주뿐입니다. 연국조차도 손에 넣지 못하셨으면서, 어찌 송국을 주머니 속의 물건이라 하십니까?’
“왕야는 잠룡이십니다. 선생님께서는 왕야를 얕잡아 보시는군요. 연국 조정은 그저 장식에 불과합니다. 왕야가 원하시면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말은 언제나 거짓이 될 수 있으니, 말로만 지껄여 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연국 각지 관료 중, 상건웅의 사람 중에서 선생님께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그 이름을 말씀해 주십시오. 왕야께서 즉시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버리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가무군이 깜짝 놀랐다. 그의 두 눈은 놀라움으로 크게 흔들렸다. 거짓이라고 하기에는 상대방의 말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일단 그 일을 제쳐둔 가무군이 다시 붓을 들었다.
‘왕야께서 본인을 좋게 봐주셨습니다. 다만 본인의 신분으로 그런 일을 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어려운 부분을 왕야께서도 아십니다. 선생님께서는 승상과 얽혀 있으니, 만약 이번 일을 행하게 된다면 송국이 연루될 수 있겠지요. 다만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왕야는 오공령과 자평휴를 안중에도 두지 않으신 분입니다. 그들이 이번 일에 참여하든 말든, 왕야는 신경도 쓰지 않으십니다.
왕야가 신경 쓰시는 것은 선생님이 그 일을 하느냐 마느냐입니다. 선생님께서 원하시면, 가서 그 일을 처리하십시오. 왕야께서 고수를 파견해 선생님을 보호해 안전을 보장해 줄 것입니다. 그 일에 송국이 연루될 수도 있는 것은, 선생님께서 능력을 발휘해 주셔야 하지요.”
가무군이 다시 붓을 들었다. 하지만 중간에 우유도가 그를 저지하며 말했다.
“선생님, 왕야는 하기 싫다는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선생님도 일단 너무 급하게 대답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선생님께서 원하시면 지금 송국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물론, 날이 어두우니 밝아진 후에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지금은 내리지 마시고, 일단 송국으로 돌아가 한번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단 돌아가면, 다른 걱정거리가 없으니,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왕야께서는 선생님의 대답을 기다릴 인내심이 있습니다. 다만…, 서쪽의 전쟁에서 왕야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결정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늦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가무군이 의아해했다. 그냥 이렇게 돌려 보내준단 말인가? 정말 그렇다면, 이번 일을 승낙할지 말지, 그 주도권이 온전히 그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닌가.
우유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무군을 배웅했다.
“선생님, 먼저 돌아가십시오. 마차가 선생님을 안전하게 모실 겁니다.”
가무군이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붓을 들어 종이에 두 글자를 썼다.
‘두해(竇海)!’
붓을 내려놓은 가무군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두해?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렸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이후, 그의 말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방주의 자사이자, 변경을 지키는 상건웅의 심복이었다. 그 급이 절대 낮지 않은 자였다!
상대방의 의도를 깨달은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종이 위의 글자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선생님, 천하에 풍운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자부도 언젠가는 영향을 받을 것이니, 언제까지 숨어 계실 수 있겠습니까? 자부가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할 때…. 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일찍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빗장을 잡고 있던 가무군이 잠시 멈칫하더니 우유도의 권고를 다 듣고 문을 열고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그리고 그대로 마차에 올라탔다.
곧 마부가 마차에 올라타 채찍을 휘두르며 말을 재촉했다.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 마차 안에 앉아 있는 가무군은 침묵하며 조용히 한 곳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