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0화. 수상한 일
방 안,
우유도는 글자판을 빤히 바라보며 천천히 문밖의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곧 그가 손을 휘두르자, 등불이 꺼지고, 글자판과 종이가 가루가 되었다.
곧 민가에서 뛰쳐나온 우유도의 신영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우유도가 다시 남주부성의 한 곳에 나타났을 때, 그는 이미 운희의 수행원이 되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운희와 같이 거처로 돌아갔다.
관방의는 우유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돌아오자 곧 운희에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언니, 돌아왔나요?”
그러면서 뒤에 있는 우유도를 힐끗 바라보았다.
운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옆을 지나갔고, 곧이어 뒤따르는 우유도가 관방의 옆을 지나갈 때 조용히 속삭였다.
“원숭이에게 날 보러 오라고 전해.”
관방의가 잠시 멈칫하더니, 곧 목적지를 바꿔 움직이기 시작했다.
외출 후 돌아온 우유도는 바로 수련을 위한 공간에 들어가 조용히 원강을 기다렸다.
얼마 후 원강이 찾아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우유도 앞에 서서, 아무 말도 묻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고견성에게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삼 일 안에 방주자사 두해를 그 자리에서 쫓아내라고 전해!”
“또 다른 일이 있나요?”
“없어.”
“알겠어요.”
원강이 즉시 그곳을 빠져나갔다.
* * *
가무군은 급하게 남주를 떠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 우유도에게 끌려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유도가 그에게 떠나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이렇게 그냥 떠난단 말인가? 아니, 그는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당연히 상대방의 규칙에 따를 생각이 없었다.
그는 혹시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몰라 남주에 남기로 했다.
그는 더는 그 쓸모없는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안전문제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일단의 사람들을 이끌고 남주부성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고, 가끔은 말을 타고 성 밖으로 나가 주위에 있는 마을들을 살펴보았다. 마치 이곳에 놀러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그는 백성들의 생활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가 중점적으로 확인한 것은 우유도가 죽은 후에 상조종의 정책 시행 방향이 바뀌었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정책이 막힘없이 시행되고 있는지, 다른 수행계 세력의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은지, 그는 꼼꼼히 확인했다.
동시에 그는 자평휴에게 연락을 취해, 상조종 일파 세력의 정보를 모으게 했다.
가무군 같은 사람들은 어떤 결정이라 해도 그리 쉽게 내리지 않았다. 또 쉽게 다른 사람에게 끌려다니지도 않았다.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후에 결정을 내리곤 했다.
가무군은 우유도가 주목하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그의 행적이 당연히 우유도의 눈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를 감시하며 얻는 모든 정보는 관방의를 통해 가장 빠르게 우유도에게 전해졌다.
우유도가 정보를 확인하자, 옆에 있는 관방의가 중얼거렸다.
“그에게 돌아가라고 했더니,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이네. 그뿐만이 아니야. 회의에는 얼굴도 비추지 않고, 종일 놀러 다니고, 먹고 마시고 말이야. 도야가 한 말을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아. 이번에는 계산을 잘못한 것 같은걸?”
우유도는 종이를 들고 미소지었다.
“바닷가에 도착한다고, 아무 배에나 오르진 않는 법이지. 저자는 겨우 근해를 몇 바퀴 돌고 말 생각이 아닌 것 같아. 일단은 배의 상태를 확인하는 거지, 항해에 적합한지 말이야…. 과연 재미있는 사람이군.”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서 그저 먹고 마시고, 놀고 있는 걸 보고, 재미있다니, 뭐가 그리 재미있는 거야?”
우유도는 종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여기 보면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지 않아? 홍랑, 수행계의 안목으로 사람을 보지 마. 어떤 사람들은 겉으로 보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만약 그가 그렇게 쉽게 다른 사람에게 간파당했다면, 지금까지 숨어 살 수도 없었을 거야. 고수일수록, 행적을 남기지 않는 법이지!”
관방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니까 도야의 말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말이야?”
우유도가 빙그레 웃었다.
“최소한 풍경을 보기 위해 바닷가에는 간 것 같아…. 천군은 얻기 쉬워도, 한 명의 장수는 얻기 힘들다는 말이 있지! 계속 감시하고, 혹시라도 더는 어슬렁거리길 원치 않는다면, 즉시 왕야께 연락을 하도록 해. 그때가 되면 그 결과 없는 회의를 끝내고, 각국 사람들을 돌려보내도록 하지.”
사실, 상조종 또한 원래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건 완전히 우유도에게 협조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우유도의 전언이 전해지자 그 즉시 깔끔하게 회의가 완전히 종료되었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더 이상 이어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각국 사신들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고, 가무군도 송국 측 인원을 따라 같이 돌아갔다….
자평휴는 가무군의 이번 여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상조종이 겉으로 사람들을 초청하고, 암중에 가무군을 따로 초청한 이유가 무엇인지,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알고 싶어 했다. 송국 인원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자평휴는 시간을 계산하고는 일찍 퇴청해 집으로 돌아와 가무군을 기다렸다.
가무군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자평휴는 즉시 가무군이 거주하는 거처로 찾아갔다.
두 사람은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은 후, 즉시 정원에 자리 잡고 앉았다. 자평휴는 더는 못 기다리겠다면서 물었다.
“상조종의 의도를 알아 오셨습니까?”
가무군이 붓을 들어 답을 적으려고 하다가 순간 멈칫하고 멍하니 붓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벼루를 만지고 마지막으로는 눈앞에 있는 새로운 글자판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두 눈이 반짝반짝 번득였다.
자평휴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의 문구가 너무 오래된 것 같아 집사를 시켜 새것으로 바꾸라 했습니다. 어디 한번 마음에 드시는지 써보시지요.”
가무군은 다소 떨리는 얼굴로 그를 보더니 붓을 들어 글을 적었다.
‘승상께서는 어찌 이걸 새것으로 바꿀 생각을 하셨습니까?
자평휴가 물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낡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가무군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다시 글을 적었다.
‘아닙니다. 반드시 승상께서 그런 명령을 내린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사소한 일이었다. 가무군은 이런 사소한 일을 이렇게 따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평휴는 그가 왜 이런 일에 신경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상대방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면서 분명 자평휴가 그런 결정을 내린 외부 요인이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자평휴가 고민해 보았다. 확실시 원인이 있었다. 그가 설명했다.
“얼마 전에, 근처를 지나는 하인들이 선생님의 문구가 낡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쓰기 불편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선생님께서 문구를 확실히 너무 오랫동안 사용했다는 생각이 들어, 집사에게 새로운 것으로 바꾸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어째, 선생님께서는 예전 것이 더 마음에 드시는 것입니까?”
가무군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다시 붓을 들어 적었다.
“당시 그 대화를 나눈 하인들은 어디 있습니까?’
그걸 자평휴가 어찌 알겠는가. 그는 매우 바쁜 사람이었다. 하인들까지 신경 쓸 시간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평휴는 가무군의 반응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찌 그러십니까?”
가무군이 다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승상께서는 그 하인을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가무군이 그리 말하니, 자평휴는 이번 일의 배후에 분명 무슨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즉시 뒤돌아 집사를 불러들였다.
다만 자평휴가 그 하인의 이름까지 알 리가 없었다. 이에 집사에게 대략적인 용모를 설명해 주었다.
집사는 의아해했다. 갑자기 두 분이 하인들에게 관심을 가지다니. 그런데도 자평휴의 설명을 들은 집사는 그가 누구를 말하는지 감을 잡고는 대답했다.
“승상. 그자의 이름은 오소보(伍小寶)입니다. 얼마 전에 휴가를 내고 잠시 고향에 돌아갔습니다.”
“뭐?”
자평휴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조정에서 오랫동안 구른 몸이었다. 그는 절대 어리석지 않았다.
가무군이 갑자기 이 일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 하인이 돌연 사라졌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하면 여기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깨달은 자평휴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누가 그놈의 휴가를 허락했단 말이냐? 고향이 어디냐? 지금 즉시 사람을 보내 당장 잡아 와야….”
“허허….”
이때, 가무군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 다만 그의 웃음소리는 혀가 없었기에, 마치 바람 빠지는 소리처럼 기괴하게 들릴 뿐이었다. 게다가 거기에는 뭐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이제 남주에서 자신이 사용한 문구가 어찌 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똑같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렇게 똑같이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물건들은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 맞았다. 저들이 수작을 부려 이곳에서 가져간 것이었다. 다른 곳에서, 자신이 쓰던 물건이 그대로 나타났다. 그 바람에 그는 매우 놀랐었다!
당시 가무군은 정말 매우 놀랐었다. 자신이 곁에 놓고 오랫동안 사용한 물건조차 똑같이 모방할 수 있다니,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똑같이 만든 것을 보고, 자부에 저들이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 모르겠다는 걱정을 했었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저들이 모르는 자부의 비밀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덕분에 당시 그는 추태를 보였고, 상대방 앞에서 어찌 방어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마치 상대방 앞에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
결국, 지금 보니 그것이 남주가 자신에게 장난을 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장난이 아니면 뭐겠는가. 상대방은 계속 그를 속일 생각이 없었다. 또 그걸 가지고 그에게 뭔가 약속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가무군이 돌아가면 분명 진실을 알게 될 것을 그들이 몰랐겠는가.
그렇게 근심한 결과가, 결국에는 단순한 장난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가무군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비록 장난에 불과하다고는 했지만, 가무군은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 장난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상대방이 문구를 가지고 이런 장난을 친 것이 무엇을 설명하는 것인가? 이는 상대방이 그에게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건 장난이 아니었다.
한편, 집사는 옆에서 멍한 얼굴로 그런 가무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무군이 이런 추태를 보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심지어 저처럼 어이없다는 듯이 쓴웃음을 짓는 모습이라니.
자평휴 또한 깜짝 놀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선생님은 어찌 그리 웃으십니까?”
가무군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붓을 든 그가 말했다.
‘문구는 잊어버리시지요. 더는 추궁할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자평휴는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수상한 일입니다. 분명 뭔가가 있습니다. 반드시 조사해야 합니다!”
자평휴가 놀란 것은 이 사소한 일 뒤에 얼마나 큰일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만 가무군이라고 그 일의 수상함을 모를까. 그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어찌 된 일인지 그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가 붓을 들었다.
‘어찌 된 일인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승상께서는 제 말을 들어 그 하인을 용서하시고, 없었던 일로 하십시오. 더는 조사할 것도 없습니다!’
조사할 필요도 없었다. 그 하인이 고향으로 돌아갔을 리 없었다. 남주 쪽에서도 겨우 이런 일 때문에 살인멸구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일을 크게 벌일 필요 없었다. 그 하인은 분명 큰돈을 받고 이미 도망쳤을 것이다. 그러니 다시 잡아들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 봤자 그 하인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가무군이 이런 사소한 일로 승상부에서 한 사람을 조사하길 원치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일로 인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었다.
이번 일이 승상부 내부에 퍼진다면, 오히려 손해였다. 그의 문구 때문에 승상부가 움직인다고?
그가 긴 시간 동안 자신을 숨길 수 있었던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가무군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자평휴가 잠시 침묵하더니, 집사에게 말했다.
“선생님의 뜻대로 하게. 자넨 일단 물러가게.”
집사는 다소 불안해했다. 각종 추측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런데도 포권을 하며 조용히 물러났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