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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83화 (579/1,000)

1483화. 와룡이 드디어 산을 나섰군!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

자금동, 귀면각 내부,

갑자기 ‘웅’ 하는 깊은 울림이 전해졌다. 밖에서 귀면각을 지키던 수행자들이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곧이어, 법력을 한껏 머금은 창노한 목소리가 안에서부터 들려왔다.

“자금동의 선조들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제자 종곡자가 절을 올립니다!”

그 말을 들은 제자들이 대경실색했다. 하지만 귀면각의 대문은 장문인의 엄명 하에 봉인되어 있었으니, 감히 그 누구도 안에 뛰어들어 어찌 된 상황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 소식은 빠르게 자금동의 장문인 궁임책의 귀에 들어갔다. 그가 다급히 달려오니, 자금동의 고위층이 모두 그 자리에 모여 있었다.

태상 장로 춘신량은 대문 앞에 서서 귀면각 안을 향해 소리 지르고 있었다.

“사형, 사형, 사형….”

아무리 불러도, 안에서는 어떠한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춘신량이 사람들을 마주 보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장문인, 문을 열라고 명해주시오!”

궁임책이 단호하게 말했다.

“문을 열어라!”

즉시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봉인을 뜯고 자물쇠를 풀어 대문을 열었다. 자금동의 고위층이 빠르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곧, 안에서 비통한 고함이 들려왔다.

“사형!”

그날,

자금동의 제자들은 상복을 입었다. 자금동의 태상 장로 종곡자가 천수를 다하고 소천한 것이다.

거안은 소리 없이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종곡자의 죽음이 천하에 전해졌다. 그 전에 은원이 어떠하든 간에, 은원 때문에 곱게 죽을 수 있는 수행자들은 실로 적었다. 다툼이 끝이 없는 삶이야말로 수행자들의 삶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처럼 천수를 다해 죽을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천하 각지에 있는 대문파에서는 모두 사람을 보내 조문을 하게 했다.

연국 황제 상건웅 또한 직접 자금동을 방문해 조문했고, 남주의 상조종도 마찬가지로 찾아왔다. 다만 두 사람이 마주치지 않도록 서로 은밀히 시간을 조정했다.

* * *

송국 경내, 소원산(小元山).

부근을 순찰하던 송국 승상 자평휴가 산을 올랐다. 소원산은 금단방 팔 위의 고수 간산월(間山月)의 거주지였다.

과거, 일찍이 호승심이 강했던 간산월은 출세하기 위해 수많은 살업을 행했었다. 두 손에 수없이 많은 피를 묻힌 그는 추후 금단방에 이름을 높이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갑자기 그는 개과천선했다는 듯, 모든 일을 그만두고 이곳에 은거를 시작했다.

확실히 은거라 할 만했다. 하나의 초가집에 두 명의 시녀만을 거느리고는, 외부의 은원에 더는 연연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에 송국 승상이 직접 방문한다는 말에도 원래는 신경 쓰지 않으려 했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신분이 신분이다 보니, 그리고 자신이 은거한 곳이 송국 경내에 있다 보니, 얼굴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만나 무슨 대화를 했는지, 외부인은 알지 못했다.

자평휴가 떠난 그 날 밤,

한 복면인이 조용히 소원산의 초가집을 방문해 두 시녀를 납치했다. 이후, 간산월은 그의 뒤를 쫓아 산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뒤를 쫓던 간산월은 자신의 두 시녀가 이미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발견했고, 분노한 나머지 복면인과 싸우게 되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스치고 지나간 순간, 간산월은 분노한 얼굴 그대로 자리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 후, 소원산의 초가집엔 먼지가 쌓였고, 그 주인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 * *

남주부성 밖,

한 대의 마차가 성문을 나섰다. 그 마차를 끌고 있는 마부는 변장한 원강이었다.

마차 내부, 그 안에는 우유도, 관방의 그리고 운희가 앉아 있었다.

그렇게 성문 밖 조용한 산자락에 도착하니, 두 사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으로, 자칭 원종(元從)이라고 하는 사람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바로 송국 경성에서 데려온 가무군이었다.

마차에서 우유도 혼자 뛰어내려 가무군과 인사를 나눴다.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가무군이 몸을 살짝 틀자, 원종이 앞으로 나섰고, 가무군이 그 등에 손가락으로 글을 썼다. 원종이 가무군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

“선생님께서 다른 분부가 있으십니까?”

우유도가 물었다.

“먼 길을 오신 선생님을 지금 여기로 모신 것은, 선생님과 마주하고 여쭈어볼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이번 여정에 다른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최대한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가무군이 등에 글을 쓰고, 원종이 대신 말했다.

“소평파는 보통사람이 아닙니다. 선생님이 제게 준비해 주신 호위가 너무 적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십니까?”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선생님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야는 선생님의 목숨으로 장난치시는 분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신분과 배경을 보면, 소평파가 대놓고 선생님을 죽이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암살 같은 경우는 원종 선생님이 충분히 선생님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습니다.

원종 선생님의 진짜 신분은 수행계의 진정한 고수입니다. 설사 이기지 못하는 사람을 만난다 해도, 선생님을 데리고 도망가는 것 정도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선생님을 따르며 의식주 등의 잡일을 담당할 하인입니다.”

“그러길 바랄 뿐입니다. 그 외에 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말을 마친 가무군이 손을 내렸다.

“좋습니다! 그럼 멀리 배웅하지 않겠습니다.”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원종에게 공손하게 예를 올리며 말했다.

“원종 선생님께서는 가 선생님의 안전을 꼭 지켜주십시오. 절대 쉽게 그 곁을 떠나서는 안 됩니다. 만약 어려운 일에 처하게 된다면, 가 선생님께 해결 방법을 물으십시오!”

원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말을 아끼는 사람이었다.

같이 있다 보니, 가무군도 그걸 알 수 있었다. 마치 벙어리인 자신처럼 평소에 거의 말이 없는 듯했다.

우유도가 포권을 하며 작별을 고했다. 원종이 손을 흔들자, 하늘에서 한 마리 날짐승이 날아왔다.

원종은 바로 가무군을 부축하고 가볍게 허공으로 날아올라 날짐승 위에 올라탔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하늘을 날아 멀어져갔다.

우유도는 떠나가는 두 사람을 배웅했다. 그때, 관방의가 마차의 주렴을 열어 고개를 내밀고는 말했다.

“이대로 소평파와 싸우라고 보내는 거야? 너무 대충대충 처리하는 거 아니야?”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금린(金鱗)이 어찌 못에 살까. 일단 풍운을 만나면 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야. 군대에 중요한 것은 그 숫자가 아니라, 병사가 얼마나 잘 훈련되어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지, 그와 같은 이치야. 와룡이 드디어 산을 나섰군!”

관방의가 두 눈을 반짝였다. 우유도의 웃음 속에 득의양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가무군에 대해서 크게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관방의는 그것보다 더욱 의구심이 들었다. 만약 가무군이 정말 도야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능력이 있다면, 이처럼 쉽게 포섭할 수 있을 리 없는 것 아닌가. 그녀가 우유도를 따라 다녔다고 해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우유도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가볍게 수작을 부렸을 뿐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가무군이 정말로 우유도를 찾아왔다. 그러더니 직접, 우유도를 위해 일을 처리하게 되었다. 관방의는 지금까지도 가무군이 우유도의 명령에 따르는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 또한 관방의가 우유도에게 감탄하는 부분이었다. 평소에 입으로는 불만이 가득해도, 우유도 없이는 진행이 안 되는 일이 수없이 많았다. 심지어 어떤 일들은 자세히 설명해 준다 해도, 배울 수 없었다. 이런 차이는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우유도는 확실히 지금 다소 득의양양해하고 있었다. 곁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다 한들, 가무군을 포섭한 것만큼의 성취감을 주지는 못했다.

초려산장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초려산장의 사람들은 우유도가 한 명 한 명 끌어모은 사람들이었다.

남산사의 승려들, 흑모란 일행. 오량산, 부방원, 유선종을 포함한 세 문파, 도운산의 요수 등등. 비록 적지 않은 사람이지만, 정말로 인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듣기 좋은 말은 아니지만, 우유도는 사실 자신 곁에 인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들 평범한 사람들이며, 명령에 따르는 일꾼들일 뿐, 혼자서 뭔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오늘날 초려산장은 우유도가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기 때문에 이 정도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우유도는 딱히 큰 걸 원하지 않았다. 충성심과 시킨 일을 잘 처리하는 것만을 원할 뿐, 다른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굳이 인재를 한 명 꼽자면, 원강을 꼽을 수 있었고, 운희 같은 경우는 호위에 더 적당했다.

물론, 어쩌면 우유도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우유도는 홀로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원강과 관방의가 비록 믿음직스럽지만, 그런 쪽으로는 능력이 부족했다. 지금처럼 복잡한 상황에서는 아마 저들 자신들조차도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 못할 것이다.

* * *

위군의 대군막,

수석 대신 금영찬이 빠르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현미에게 포권을 하고는 보고했다.

“폐하, 송국의 가무군이 왔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현미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삼대 문파의 장문인이 그를 돌아보았다. 대악산의 장문인 낙언진이 물었다.

“가무군이라니?”

현미가 끼어들었다.

“혹시 송국 승상부의 그 가무군 말이오?”

금영찬이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 가무군입니다.”

영허부의 장문인 상임선이 말했다.

“호오, 표묘각에 찾아가 망언을 내뱉었다가 혀가 뽑힌 그 가무군 말이오?”

금영찬이 미소지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현미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가 여길 왜 찾아온 것이오?”

“폐하, 저희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듣기로, 지나가는 길에 속국 사신이 있는 곳을 방문한 것 같습니다.”

위국은 도성을 포기한 상태였다. 당연히 각국 사신도 위국의 조정을 따라 여기저기 따라다녔다. 그들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맡은바 직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들은 위국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었으니, 더욱더 떠날 수 없었다.

물론, 전쟁으로 인해서 생명에 위협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두 나라의 전쟁에 다른 나라의 사신을 죽이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상임선이 말했다.

“자부(紫府)의 가노(家奴)일 뿐 아니오. 금 대인이 그처럼 직접 찾아와 보고할 것까지야?”

“상 장문인, 이 사람은 가노가 아닙니다. 자부의 봉공이라 할 수 있지요. 송국 승상 자평휴 배후의 ‘은상’이라고 불리는 자입니다. 자평휴는 송국 조정에 적지 않은 영향력이 있습니다. 송국의 황제가 자평휴에 의해 바뀐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또 소문에 의하면, 가무군은 자평휴에게 큰 영향력이 있다고 합니다. 즉, 그는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만약 그를 설득할 수 있다면, 송국 조정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비록 너무 멀어 송국의 지원군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수행자를 파견하는 것은 가능한 일입니다.”

“또, 그가 지금 송국 사신을 만나는 것은, 이곳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가 돌아가서 어떤 보고를 하느냐에 따라서 송국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미가 끄덕이며 말했다.

“‘은상’이라는 명성을 짐도 들어보았소. 하지만 너무 깊게 숨어 있어 그에 관한 소식이 많지 않았소. 다만 자평휴가 오랫동안 그에게 예를 다하는 것을 보아 보통사람은 아닌 것이 분명하지. 이왕 왔다고 하니, 짐이 직접 그를 방문해 보겠소!”

위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은 활력이 돌았다. 지금 위국은 당장이라도 익사할 것 같은 상황으로, 설사 물 위에 떠다니는 지푸라기라 해도 필사적으로 잡아야 했다. 그들은 즉시 현미와 같이 가무군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들이 아직 가무군을 만나기도 전에, 이미 오해로 인해 소란이 일었다.

“멈춰라! 누구냐!”

가무군이 원종을 데리고, 위군 군영 안을 돌아다니며 살펴보고 있을 때, 상청종의 당직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 바로 상청종의 제자 위충이었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자, 위충이 호통쳤다.

“군영 중지는 아무나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되는 곳이 아니다. 대답해라. 넌 누구냐!”

가무군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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