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5화. 가무군이 왔다!
소석이 목소리를 낮추고는 말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위국은 우릴 지키지 못할 것 같소!”
나원공과 당소소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당희가 즉시 대답했다.
“이곳에 계신 분은 다 가족 같은 분이니, 그냥 확실히 말씀해 주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진국은 원래부터 병기와 갑주 제작으로 유명한 곳이지. 그 민풍이 거칠고 싸움을 무서워하지 않네. 이제 저들이 곡창지대를 차지했고, 많은 곡식을 얻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단 격이지.
또 진국은 전국의 장정들이 참전하도록 독려하고 있으니, 병력이 끝없이 전장으로 모여들고 있음이야. 그러니 위국은 말할 것도 없고, 내가 볼 때는 제국도 상황이 몹시 어려워. 위국이 패배하면, 제국도 그 즉시 전란에 휩싸이겠지. 그때가 되면 우리 상청종은 어디로 향해야 하겠는가?”
“가무군이 어떤 사람인가? 우리는 잘 모르지, 하지만 현미의 태도를 보면 어느 정도 추측해 볼 수는 있지. 또 송국 사신이 공손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 저 ‘은상’의 영향력이 송국에서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네.
내가 볼 때, 일단은 위충을 가무군에게 보내 그를 따르게 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 만약 치욕을 버티는 것으로 가무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만약 우리가 갈 곳을 잃었을 때 그의 도움으로 송국에서 우리가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그 말을 들은 군막 안의 사람들은 모두 사색에 잠겼다. 한참이 지난 후, 당희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가무군이 위충 사형을 데려가려는 것은 사형이 그에게 무례했기 때문입니다. 그자가 사형을 학대하면 어찌합니까?”
“치욕을 버틴다는 것이 무슨 말이겠는가? 학대도 참아야지! 일을 성사시키기만 한다면, 이는 우리 상청종을 위해 큰 공을 세운 것이라 할 수 있지. 당연히 상청종도 그를 홀대하지 않을 것이야. 미래 상청종 장로의 자리에 그가 빠지지 않을 것이네!
나중에 상청종의 제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다들 장문인의 고심을 이해해 줄 것이네. 그때가 되면 다들 이번 일을 가지고 망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장문인의 영명함을 칭송할 것이네!”
사람들이 한동안 침묵했고, 나원공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제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네만. 이 어려운 일을 위충에게 뭐라고 설명한단 말인가?”
“그 일은 내가 맡겠소. 위충은 충의가 있는 사람이니, 개인의 득실을 따지지 않고 반드시 승낙할 것이오!”
당소소가 좌우를 둘러보았다. 종문의 생사가 걸린 일이었기 때문에, 그녀도 더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결국, 상청종은 소석의 의견을 묵인했다.
소석이 직접 나서서 위충과 같이 군영을 벗어났다. 독안에 발을 저는 도한이 절뚝거리며 두 사람을 따랐다. 그렇게 주위에 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했다.
걸음을 멈춘 소석이 뒤돌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위충, 종문에서 승낙했다.”
위충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장로님, 그 일을 어째서 장문인께 알리지 않는 것입니까?”
“나도 모르겠다. 다만 네 조 사숙이 그렇게 지시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네 조 사숙과 종문의 관계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사문에서 쫓겨난 배신자다. 만약 진실이 알려진다면, 일이 복잡해질 수 있다. 당 장로의 일가족인 네 조 사숙 때문에 참담하게 목숨을 잃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는 마교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시시비비가 생겨날지 생각만으로도 난감할 지경이구나.”
“네 사숙이 바로 너를 지명했다. 그러니 네게 알려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너도 알겠지만, 네 사숙은 비록 사문에서 쫓겨나긴 했지만, 줄곧 상청종을 위해 힘을 다해주었다. 예전 상청종이 대대로 뿌리내린 곳에서 쫓겨나기 전에 하마터면 멸문을 당할 뻔한 일이 있었다.
그때도 네 사숙이 나서서 우리를 구해주었지. 이번에 상청종이 다시 한번 위기에 처했고. 네 사숙이 다시금 가무군이라는 사람을 보내주었다. 일단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 된다면, 상청종의 살길이 어쩌면 송국에 있을 수도 있다.”
“나도 네 사숙이 너를 가무군에게 보내는 이유를 모른다.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은, 그러한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네 사숙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 너를 지목한 것은, 너를 좋게 보았기 때문이다. 네게 기회를 주는 것이지. 일단 성공한다면, 너는 종문을 위해 큰 공을 세운 것이다. 어찌 보면 네 사숙이 너를 지원하고자, 네 사부를 생각해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지!”
위충이 다소 침울한 얼굴로 대답했다.
“공이 탐나는 것이 아닙니다. 상청종을 지킬 수만 있다면, 끓는 물과 타는 불에 들어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소석이 손사래를 쳤다.
“네가 공을 탐내든 말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네 사숙이 이렇게 안배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상청종을 위해서라도 너는 반드시 네 사숙이 네게 맡긴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위충이 고개를 강하게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심부름꾼이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좋다!”
소석은 흡족한 얼굴로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소석은 정말로 조웅가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 조웅가는 단지 그에게 연락해 송국 쪽에 상청종의 살길이 있다고 했을 뿐이다.
사실상 조웅가도 초려산장에서 어떻게 가무군을 끌어들였는지 알지 못했다.
조웅가는 우유도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우유도와 조웅가 사이의 연락은 줄곧 원강이 담당했다. 우유도의 부고가 전해진 후에도, 원강이 여전히 우유도를 대신해 소식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다만 초려산장에서 가무군이라는 연줄을 만들어 상청종에게 살길을 열어주겠다는 연락에 조웅가는 크게 기뻐하면서도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조웅가는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는 초려산장의 사람들이 우유도가 죽은 후에도 상청종을 이렇게 위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조웅가는 누굴 가무군에게 붙여주는지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어쩌면 위충이 초려산장의 사람들과 오래전부터 가깝게 지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우유도의 명령임을 알지 못했다. 상청종의 사람을 가무군의 하인으로 보낸 것은, 나중에 상청종을 자연스럽게 송국으로 후퇴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암중에 상청종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을 없애고, 상청종에게 살길을 마련해 준 것이다.
조웅가든 우유도든 간에, 두 사람은 닮은 점이 조금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상청종에게 버림받았다. 그리고 겉으로는 상청종과 왕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상청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상청종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우유도가 위충을 선택한 이유는, 확실히 위충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기 위해서였다.
조웅가가 위충을 지원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유도가 위충을 지원하려 한 것이다. 우유도가 평소에 이야기하지 않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가 알겠는가….
위충이 승낙했다. 상청종도 승낙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위충이 떠났다. 그는 봇짐을 등에 짊어지고 묵묵히 가무군의 뒤를 따랐다. 그를 배웅하는 당희 등 사람들은 다들 이를 악물고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한 마리 날짐승이 지면으로 미끄러지듯이 내려왔다가 세 사람을 태우고 다시 하늘로 솟아올랐다.
“동생….”
현미가 당희에게 다가와 그녀를 위로했다.
* * *
진국 경성,
가무군이 도착했다. 날짐승이 하늘에서 내려와, 성문에서 십 리 밖 정도에 있는, 손님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역사에 내려앉았다.
진국 경성에 있는 송국 사신 맥덕만(麥德滿)이 그곳에서 그를 마중했다. 그는 위국 사신으로부터 이미 사전에 연락을 받아 가무군이 도착할 시간을 대략 알고 있었다. 덕분에 미리 나와 그를 기다릴 수 있었다.
사실 가무군은 관원이 아니었다. 어떠한 품계도 없으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를 마중 나와 이처럼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서로 가볍게 안부를 물은 후에 가무군 일행은 마차에 올랐다. 날짐승은 맥덕만 쪽에 맡겨 돌보게 했다.
직접 날짐승을 타고 경성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보통 상황에서 날짐승은 일국의 경성에 타고 들어갈 수 없었다. 특히나 지금은 전시였다. 돌연 경성 안으로 난입한다면, 오해를 받을 수 있었으니, 사전에 연락을 취하고 허락을 받아야 했다.
송국 사신의 신분으로 경성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경성에 들어간 후 가무군은 마차 창문의 주렴을 열고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번화한 경성을 살펴보았다.
이런저런 고민을 했지만, 결국 그는 공개적으로 방문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그는 송국 사신관에 당당히 들어섰다.
남주에서 그에게 일을 시켰지만, 어떻게 하라고 그 방법까지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 가무군에게는 자신만의 생각이 있었다.
우선은 자신의 신분과 배경을 등에 업고 움직이기 편리한 상황을 만들고자 했다. 다음으로는 남주 쪽에서 안배한 두 사람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겨우 두 사람의 호위로 그의 안전을 보장한다니, 당연히 안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송국의 힘을 빌리는 것이 더 안전했다.
가무군은 이번 일에 자신의 생명을 걸 생각이 없었다.
마차가 사신관에 도착했고, 일행이 마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거주할 곳은 이미 예전에 준비되어 있었다.
그곳에 짐을 푼 가무군은 곧바로 휴식을 취하지 않고, 맥덕만과 긴 대화를 나누었다. 우선은 지금 진국 경성의 대략적인 상황을 물었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쟁으로 주제가 넘어가게 되었다. 맥덕만은 가무군의 질문에 최대한 상세히 대답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떠한 정보도 숨기지 않았다. 각국 사신들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이 자평휴가 선발한 인물들이었고, 그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에 관해서 이야기하던 가무군이 다시 한번 주제를 넓혔다. 그가 원종의 입을 빌려 물었다.
“진국 황제가 칠 공주를 대가로 서병관을 차지했소. 이제 진장공이 죽었으니, 칠 공주는 어찌 되는 것이오?”
“그 칠 공주가 말입니다….”
맥덕만이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돌아왔습니다. 이미 돌아온 지 시간이 좀 되었습니다. 진국이 서병관으로 통하는 길을 뚫은 후에, 그곳은 지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자, 윤여가 칠 공주를 풀어주었습니다. 돌아온 칠 공주는 거처에 틀어박혀 거의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의 천진난만함은 사라졌고, 다른 사람과 거의 만남을 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소관도 그분을 뵙고자 했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하아, 여인이 그런 일을 당했으니, 그 심정이 어떠할지 이해 못 할 것도 아닙니다.”
“맥 대인의 보고에 따르면, 그 일을 계획한 사람이 소평파라고 하던데….”
그가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마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런 일이 생겼으니 누군가는 죄를 뒤집어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태숙웅은 황제입니다. 어찌 자신의 딸을 그런 일에 이용한다는 악명을 뒤집어쓰겠습니까.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평파를 대신해 그 책임을 지려 하지 않으니, 원흉이 밝혀지는 것은 어쩌면 아주 정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