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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95화 (591/1,000)

1495화. 억장이 무너지는 호소

태숙환아가 대전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그 내시가 준비한 우산을 펼쳤다. 그리고 태숙환아에게 우산을 씌우고 같이 움직였다.

산회하고, 딸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월동문에 있던 란 귀비는 연신 안절부절못했다….

쨍그랑!

어서방으로 돌아온 태숙웅은 화가 치밀어 찻잔을 집어 던졌다. 곧 어서방 안을 서성이며 소리쳤다.

“감히! 감히!”

도략이 곁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문무백관과 자신의 딸에게 압박을 받았다. 그 화를 풀 길이 없었다. 도략도 입을 다물었다. 그저 조용히 입구에 있는 어린 내시를 불러 찻잔을 치우게 했을 뿐이었다.

“허! 정말 생각지도 못했군. 과인의 딸에게 이 정도 능력이 있을 줄이야. 분명 뒤에 누군가 있을 것이다!”

서탁을 쾅 내려친 태숙웅이 돌연 뒤돌아 소리쳤다.

“가라, 가서 란 귀비를 불러오라!”

“알겠습니다!”

도략이 명을 받고 입구로 가서는 그곳에 있는 내시 한 명에게 손짓하자, 그 내시가 뒤돌아 빠르게 멀어져갔다.

같은 시간, 란 귀비는 이미 월동문에서 딸과 만나고 있었다. 우산에 감사를 표하고, 그 내시가 떠나갔을 때, 즉시 딸에게 다가간 란 귀비가 조용히 물었다.

“어찌 되었느냐?”

“어머니가 시킨 대로 했어요.”

그 말을 할 때, 그녀의 두 눈에 증오가 스쳐 지나갔다. 부황이 다급히 대전을 떠나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지금 보니, 자신의 명성이 땅에 떨어지든 말든, 부황은 일개 신하가 더 중요한 것 같았다!

“네 부황이 뭐라고 하시더냐?”

태숙환아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별말 하지 않고, 그대로 산회하셨어요.”

란 귀비가 다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선생님의 말씀이 맞길 바라자꾸나…. 가자, 돌아가서 뜨거운 물로 씻도록 하자. 나중에 이 어미에게 당시 대전 안의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어라.”

란 귀비는 직접 딸을 위해 우산을 씌우고는 그녀를 감싸고 움직였다.

그러나 이때, 두 사람이 아직 귀비의 궁에 도착하기 전에 한 내시가 달려와 말을 전했다.

“귀비 마마,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지금 가셔야 합니다!”

황제의 소환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는 란 귀비는 어쩔 수 없이 딸을 하인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내시를 따라 움직였다. 이제 그녀의 차례였다. 란 귀비는 크게 긴장이 되었다.

그렇게 어서방에 도착해 안에 들어간 란 귀비가 예를 올리려고 하자, 굳은 얼굴로 서탁 뒤에 앉아 있던 태숙웅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소!”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란 귀비의 코앞까지 다가가 그녀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환아가 대전에 쳐들어온 일을 알고 있소?”

란 귀비가 서러워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과인은 겨우 열 몇 살짜리가 그런 일을 혼자서 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소!”

태숙웅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누가 그녀에게 그런 것을 알려주었소?”

란 귀비가 마치 무너지는 모습으로 쓰러지더니 크게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대로 무릎을 꿇고 기어서 황제의 다리를 부여잡고 통곡했다.

“폐하, 환아입니다. 폐하께서 가장 총애하셨던 딸입니다! 환아가 죽으려고 했습니다. 만약 신첩이 조금만 늦었다면,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딸아이가 그런 치욕을 당하고도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었습니다. 자신의 부황조차 만나주지 않고 그 아이를 포기했습니다. 환아가 무슨 생각을 했겠습니까? 살 의지가 없었습니다! 죽으려고 했습니다! 신첩은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런 하책이라도 알려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폐하, 소문이란 참으로 무섭습니다. 정말 환아가 죽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그 아이는 신첩의 친 골육입니다! 소평파가 제 딸아이를 그리 만들었습니다. 그자가 환아와 혼인해야지만 환아의 청백지신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를 찾지 않으면 누굴 찾겠습니까? 딸아이를 지킬 수만 있다면, 소첩은 죽을 수 있습니다! 폐하, 제발, 제발 환아를 살려 주십시오….”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호소였다. 처음부터 준비되어 있었다.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우는 것이다! 죽을 정도로 우는 것이다! 그 모습이 비참할수록 좋았다.

란 귀비는 자신이 가르친 것이라 단언했다. 그녀는 어리석지 않았다. 만약 외국의 모사가 가르쳐 준 것이라고 한다면, 상황이 아주 곤란해질 것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란 귀비는 죽어라 울었다. 죽을 둥 살 둥 했다. 태숙웅이 뭔가를 물어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은 귀찮다는 듯이 물러가라 손짓했다.

도략이 즉시 사람을 불러, 쓰러져 처량한 모습으로 울고 있는 란 귀비를 부축해 물러갔다.

어서방이 다시 조용해졌다. 태숙웅의 귓가에 여전히 란 귀비의 처량한 울음소리가 맴돌았다. 딸을 사랑하는 어미의 마음이 확실히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한껏 굳은 얼굴의 태숙웅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침묵했다.

“후!”

어렵게 정신을 차린 태숙웅이 장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어서방 안을 배회했다.

이성적으로 보자면, 태숙웅은 소평파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됐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보자면, 소평파는 확실히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두 모녀의 방법은 어찌 보면 나름 괜찮은 방법이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아침에 조회를 일찍 파하고 도망쳤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선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중신들은 공격할 목표를 찾았고, 늑대들이 입을 벌렸다. 한입 베어 물기 전에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딱히 이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마 조금만 기다리면, 황제의 몸을 뒤덮을 정도로 수많은 상소가 올라올 것이 자명했다.

논리에서 우위를 차지한 신하들은 태숙웅이 허락할 때까지 밀어붙일 것이다!

소평파는 물러날 곳이 없어 보였다. 승낙하지 않으면, 아무리 큰 공로가 있어도 조정에서 떠들어대는 저 수많은 입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소평파는 딸과 결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사건의 성질이 순식간에 바뀌었고, 대번에 변질되었다. 이미 태숙웅이 딸을 소평파에게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저들 조정의 대신들이 대적하는 것은 소평파였다!

이미 신하들은 태숙웅이 소평파를 중용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챈 후였다. 그러니 소평파가 일단 중용되면, 일부 사람들의 권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그들이 어느 부분에서 더는 이득을 취할 수 없다는 의미와 같았다. 그건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어쨌든 그들은 소평파와 공주를 결혼시키지 않더라도, 이대로 있다간 소평파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공주를 이용해, 차라리 호되게 소평파를 모욕하는 일이라도 하길 바랐다. 어쨌든 소평파를 막을 수 없다면, 그에게 침이라도 뱉자는 속셈이었다.

게다가 만약 소평파가 이를 참지 못한다면, 소평파가 스스로 물러날 수도 있었다!

쾅!

태숙웅의 주먹이 서탁을 내려쳤다. 이가 갈렸다. 개자식들, 자신의 딸과 혼인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다니!

가능하면 그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설사 그렇게 할 수 있다 해도, 그저 상상만 할 뿐, 정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심지어 그런 일은 할 수도 없었다. 얼마나 많은 신하의 집안이 기운종의 제자들과 혼인 관계를 맺었는가. 이제 진국의 조정은 그야말로 기운종과 일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합당한 이유 없이 그들을 함부로 죽일 수 없었다.

아니, 설사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해도, 조정의 대신을 함부로 죽일 수 없었다!

냉정해진 그는 다시 현실을 마주 봐야 했다. 한참을 서성이던 그가 갑자기 우뚝 멈춰 서더니 입을 열었다.

“도략.”

도략이 즉시 그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폐하!”

다만 그를 부른 태숙웅은 한참이나 침묵했다. 하지만 결국은 결정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

“오늘 조정에서 발생한 일을 상세히 적어 소평파에게 보내라!”

도략이 잠시 기다렸지만, 뒷말이 없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혹시 소 대인에게 어명을 내리실 것인지요?”

“과인은 어명을 내릴 생각이 없다. 그는 똑똑한 사람이니, 과인이 따로 당부할 필요 없이 알아서 선택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서 처리하겠습니다.”

도략이 대답하고 허리를 깊게 숙인 후에 물러갔다. 태숙웅은 뒷짐을 지고, 하늘을 보고 눈을 감았다….

* * *

“우선은 칠 공주가 돌연 비가 오는 가운데 대전에 쳐들어갔습니다. 조회를 파한 후, 태숙웅이 란 귀비를 불렀습니다. 다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지속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일은 조급하게 움직이면 안 됩니다!”

송국 사신관.

맥덕만이 가무군을 찾아와 진국 황궁 안에서 알아 온 소식을 보고했다.

가무군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맥덕만에게 볼일을 보러 가라고 손짓했다.

맥덕만이 포권을 하고 물러갔다.

외부인이 모두 물러갔다. 비록 원종은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우유도가 당부한 일에 실수가 있을까 봐 선의로 상대방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내가 만약 소평파라면, 설사 승낙한다 해도, 수많은 이유를 들어 혼인을 늦춰 변수를 기다릴 것이오!”

가무군이 웃었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저었다. 마치 그건 너무 얕은 대처 방법이라는 듯한 몸짓이었다.

“어째, 내 말이 틀렸소?”

가무군이 침묵했다. 원래는 설명해 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방이 선의로 다가온 것을 보고는 그도 손을 들었다.

원종이 뒤돌았다. 가무군이 그의 등에 적었다.

‘조정의 사람들이 모두 인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들이 모두 뛰어난 사람임은 분명하지요. 그들 앞에서 그런 수작은 통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비슷한 수작질을 수없이 보았을 것이니, 그들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소평파가 승낙하지 않으면 모를까. 일단 승낙한다면, 조정의 다른 신하들은 절대 시간을 끌게 두지 않을 것입니다. 설사 소평파가 와병으로 곧 죽어 간다고 해도, 그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둘을 신혼 방에 집어넣을 것입니다. 칠 공주가 과부가 된다 해도 저들은 신경 쓰지 않을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아마 아주 열정적으로 칠 공주를 위해 최대한 빨리 길일을 잡을 것이고, 서둘러 혼인을 치르게 하려 할 것입니다.’

원종은 할 말을 잃었다.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뒤돌아 가무군을 돌아보았다. 과연, 그는 괜히 송국 승상 배후의 은상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닌 듯했다. 조정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한 번의 패전으로, 위국에서 진군의 공세가 한풀 꺾였다. 어쩔 수 없이 후퇴해서 다시 방어선을 공고히 다질 필요가 있었다. 진군은 제군을 압박했고, 드디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중군 군막,

경성에서 온 소식을 전해 받은 고품이 고개를 저으며 탄식하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소장이 들어오며 보고했다.

“보고드립니다. 북주자사 소평파, 소대인이 뵙기를 청했습니다.”

“음….”

고품은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든 정보를 내려다보았다. 이건 조정에 남아 있는 무장이 전해온 소식이었는데, 칠 공주가 했던 결혼 협박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참 탄식을 내뱉고 있을 때, 공주가 마침 목표로 삼은 대상이 찾아왔다. 그는 손에 든 종이를 서탁 위에 올려놓고는 말했다.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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