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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96화 (592/1,000)

1496화. 대사마, 고품

잠시 후, 먼지를 뒤집어쓴 소평파가 소삼성을 대동하고 안으로 들어와 인사했다.

“소관이 대사마를 뵙습니다!”

“괜찮소, 괜찮소. 어서 일어나시오.”

고품은 크게 웃으며 서탁을 에둘러 나가 직접 소평파를 일으켜 세웠다. 고품은 그사이에 상대방을 살펴보았다. 젊은 나이에 많은 고초를 겪은 듯, 양쪽 귀밑머리는 이미 하얗게 세어있었다. 고품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얼굴로 소평파의 어깨를 연신 두드렸다.

“소 대인, 정말 수고하셨소!”

가식적인 치하가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소평파가 마음에 들었다.

비록 얼마 전에 패전을 해서 기세가 꺾였지만, 그는 이번 작전계획을 세운 사람으로서, 소평파와 동시에 계획을 진행하는 협력자였다. 일부 조정의 대신들조차 모르는 기밀을 그는 모두 다 알고 있었다. 진군이 지금처럼 순조롭게 위국을 공격해 들어가고, 서병관을 점령한 것의 배후에는 소평파의 공을 무시할 수 없었다.

소평파는 당연히 겸손을 떨었다.

그렇게 서로 안부를 물은 후, 고품이 사람을 시켜 의자를 가져오게 하고는, 소평파에게 앉기를 청했다. 마찬가지로 차도 준비되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은 후, 고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 대인은 지금까지 행적을 숨기고 전쟁의 막후에서 활동했소. 그렇게 움직이던 그대가 무슨 일 때문에 얼굴을 드러내고 찾아온 것이오?”

“당연히 전쟁을 위해서입니다.”

고품이 계속 떠보듯이 물었다.

“호오, 소 대인은 경성에서 보내온 소식을 들었소?”

소평파는 그 즉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눈앞의 사령관이 전쟁은 뒷전이고, 이리저리 떠보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상대방의 안색을 살피던 소평파가 대답했다.

“매일 경성에서 보내오는 소식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고 대인께서는 어느 분야의 소식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소평파의 모습을 보니,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고품은 곧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는 소평파가 경성의 일 때문에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온 줄 알았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그것은 조정의 문무백관과 대적하는 것이니, 아주 난처할 뻔했다.

아직 모른다니, 소품은 즉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차피 경성의 일이오. 우리처럼 외지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그냥 잊어버리시오. 소 대인이 방금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셨소. 혹시 새롭게 제공해줄 소식이 있는 것이오?”

소평파의 두 눈에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다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새로운 소식이 있다면, 대사마께서 아마 가장 먼저 받아 보실 것입니다. 소관은 이번에 제공해드릴 만한 새로운 소식이 없습니다. 제가 온 것은 대사마께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하아!”

고품이 손사래를 쳤다.

“우리는 지금 서로 협력하는 관계에 있지 않소. 그러니 가르침이라는 말은 하지 맙시다. 군은 화끈한 곳이오. 우리는 에둘러 말하지 않소.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하시오, 형제.”

소평파가 미소지었다.

“그럼 소관도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사마께 감히 여쭙겠습니다. 호연무한이라는 사람을 어찌 평가하십니까?”

“평가?”

고품이 잠시 멈칫하더니, 곧 탄식하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동생 앞이니 거짓 없이 말하겠소. 사람들이 연산명, 제무한이라 말하지. 내가 볼 때 그건 절대 허명이 아니오. 호연무한은 우리 진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오. 적군의 기를 세워주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면, 본인은 호연무한에게 미치지 못하오!”

소평파의 안색이 굳어졌다.

“대사마께서 그처럼 겸손하시니, 소관은 대사마께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대사마께서 겸손하다고 해야 할까요.”

고품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아, 모자란 것은 모자란 것이오. 이미 그의 손에 패배까지 했소. 패배한 군대의 사령관이오. 여기서 허풍을 떠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그러면 오히려 죽어간 진국의 장병들에게 미안한 일이지.”

“대사마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진군이 제군을 이기지 못한다고 소관이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고품이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앞에 앉아 있는 소평파의 허벅지를 찰싹 때리며 말했다.

“정말 그랬다면, 싸울 이유가 무엇이오. 그냥 이대로 패배를 시인하고 철수하면 될 것을. 계속해서 국력을 깎고, 장병들을 사지로 밀어 넣으며 여기서 버틸 이유가 무엇이겠소? 내가 비록 호연무한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스스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는 않소. 자, 이리로 오시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평파는 무슨 이유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런데도 자리에서 일어나 고품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칠국이 그려진 큰 지도 앞에 섰다. 고품이 손을 들어 가리키며 말했다.

“천하의 칠국이 여기 있소. 동생, 보시오!”

소평파가 지도를 반복해서 살펴보았지만, 어떠한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칠국의 지도입니다. 소관이 이미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지도이지요. 이걸 보여주시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고품이 지휘봉을 잡고 지도의 서쪽을 가리켰다.

“동생은, 서삼국에 어떠한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시오? 걱정하지도 말고, 고민하지도 말고, 평소 생각했던 대로 말해 보시오.”

“좋습니다!”

소평파는 포권을 하고는 서삼국을 하나하나 짚으며 평가하기 시작했다.

“위국, 천하의 곡창입니다. 부유한 나라입니다. 후진의 변고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줄곧 상(商)으로 무(武)를 억제해 왔습니다. 제국, 대다수가 초원지대인 나라입니다. 천하 전마의 수출지이며, 기병이 성한 곳이며, 전국을 질주하는 곳이지요.

진국, 병기와 갑주가 뛰어납니다. 백성들의 성정이 용맹하고, 무를 숭상합니다. 다만 나라가 부유하지 못해, 이전에는 오랫동안 전쟁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소관은 이처럼 평가합니다. 대사마는 혹시 다른 의견이 있으십니까?”

“비슷하오.”

고품이 지휘봉을 두 손에 잡고 다시 물었다.

“하면 몽산명과 호연무한,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시오?”

“그것이….”

소평파는 잠시 망설였지만,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상 사람들은 연산명, 제무한이라 부르며 이 두 사람을 같이 반열에 올려놓은 것만 보아도, 아마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두 사람과 싸워본 적이 없으니, 누가 더 뛰어난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대사마는 어찌 그런 것을 물어보시는 겁니까. 혹시 다른 고견이 있으신지요?”

고품이 두 눈을 반짝이며 연국을 보고, 다시 제국을 바라보더니 웃었다.

“연산명, 제무한이라. 내가 볼 때. 몽산명을 앞에 두는 것은 그냥 그런 것이 아니오. 그 안에 어느 정도의 이치가 담겨있는 것이오. 일찍이 연국의 영양무열위가 대단하다고 그랬지만….”

그는 지휘봉으로 제국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국은 하늘이 내린 목장이오. 전마의 품질이 아주 뛰어나며, 제국의 남아들은 말 위에서 자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기사(騎射)의 능력 또한 그야말로 타고난다 할 수 있소. 훈련을 거치면 더 대단해지지. 내가 볼 때, 그건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는 차이가 아니오. 그러니 기병을 논하자면, 영양무열위가 호연무한의 효기군보다 뛰어나다고 확신할 수는 없을 것이오.”

“다만, 제국의 기병이 아무리 뛰어나고, 효기군의 움직임이 바람처럼 빠르다고 해도, 제국에는 천성적인 결함이 있소. 그건 제국의 땅이 대부분 평평하다는 것이오. 제군은 산악전에 능하지 못하오. 진국과 제국이 수차례 교전을 벌였지만, 설사 패배해도, 제국이 어째서 진국의 경내에 들어와 아군을 쓸어버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요? 그 이유가 바로 이것이오!”

“몽산명을 되돌아보면, 일전에 조국을 멸한 것뿐만 아니라 젊었을 적에는 수차례 한국과 송국의 경내를 뚫고 들어가 한국과 송국의 사람을 무수히 죽여 인심을 흉흉하게 만들었소. 만약 각국의 견제가 아니었다면, 몽산명은 진작에 연국의 대군으로 한국과 송국을 멸망시켜 버렸을 것이오! 그러니, 전략, 전술의 정묘함은 호연무한이 몽산명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소!”

소평파가 그 이야기를 듣고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대사마의 말씀을 들으니 막혀있던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습니다. 다만 이것이 눈앞의 전쟁과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고품이 웃으며 반문했다.

“동생은 그 몽산명의 두 다리가 어쩌다가 잘려나간 것인지 아시오?”

소평파는 도저히 전쟁에 능하다고 할 수 없었다. 다만 무장의 집안에 태어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고 들은 것이 있을 뿐이었다. 정식으로 군대를 통솔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고품이 지금처럼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소평파는 짜증을 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품은 소평파보다 훨씬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이었으니, 상관의 질문에 소평파가 결정을 내릴 권한은 없었다.

잠시 침묵한 소평파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아버지께서는 일찍이 몽산명 휘하의 부장이셨습니다. 덕분에 그 일에 대해서 조금 알고 있습니다. 몽산명의 두 다리가 불구가 된 것은 예전 한국과 전쟁이 일었을 때, 연황을 구하기 위해 한국의 공격을 받아 그리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전투에서 몽산명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지요! 몽산명이 만약 그 전투에서 죽었다면, 조국의 운명도 바뀌었을 것입니다!”

“조국은 이미 멸망했소, 더 말해봐야 아무 의미 없지. 내가 동생에게 묻는 것은, 몽산명의 능력으로, 한군의 포위 공격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는 것이오.”

“연국 황제를 구하기 위해 무모하게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고품이 유쾌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 아니요. 틀렸소.”

소평파가 의아해했다.

“설마 그 안에 남모를 내막이 있단 말입니까?”

“내막이라 할 것은 아니오. 다만 그대 같은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는 문제와, 우리 같은 전장의 장수들 시선으로 보는 문제가 다소 다른 것일 뿐이오.”

소평파가 즉시 포권을 하며 가르침을 청했다.

“고견을 들려주십시오.”

고품이 지휘봉을 들어 지도의 한국을 짚으며 말했다.

“금작!”

“한국의 대사마 금작?”

소평파가 다소 멍한 얼굴로 머뭇거리며 물었다.

“소관도 그 전투의 지휘관이 금작이었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연국 황제라는 걸림돌이 없었다면, 몽산명은 위험에 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품이 고개를 저었다.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지. 하지만 그대들은 겉에 보이는 것만 본 것이오. 진정한 원인을 봅시다. 금작은 극도로 신중한 사람이오. 그는 한군 지휘관이 된 후, 스스로 몽산명의 적수가 아님을 알았소. 그 때문에 안정적으로 싸우는 방식을 취했지.

주둔지를 최선을 다해 지키며, 최대한 몽산명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한 것이오. 결국, 연국 황제가 무모하게 뛰어들었고, 반대로 금작에게 기회를 주게 된 것이오. 몽산명이 어쩔 수 없이 위험한 지경에 끌려 들어가게 되자, 금작은 과감하게 독수를 썼고,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몽산명을 끝장낼 뻔했소.”

이건 무슨 어려운 이치가 아니었다. 소평파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사마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럼 그대는 이 안에서 뭔가를 깨달았소?”

소평파가 잠시 고민했다. 뭐를?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포권을 한 소평파가 말했다.

“소관은 전장의 전략 전술에 문외한입니다. 대사마께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고품이 지휘봉을 내리더니 뒷짐을 지고 지도에서 물러나며 말했다.

“동생이 방금 전에 내게 물어온 의도를 알고 있소. 내게 적을 이길 계책이 있는지 물은 것이지! 지금 동생의 처지도 이해하오. 동생이 배후에서 대군을 위해 길을 열어 주었고, 대군이 순조롭게 공격해 들어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기반을 닦아 주었소.

다만 본인이 무능하여 전투에서 패배해, 동생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소. 이번 전쟁에는 동생의 출셋길이 달려 있으니, 마음이 조급해진 나머지 이렇게 나타나 나를 찾아온 것이겠지.”

소평파는 감히 고품의 노여움을 살 입장이 아니었다. 다급히 설명했다.

“오해하셨습니다. 소관은 그저 전쟁의 진전에 관심을….”

고품이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뒷짐을 진 그가 군막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동생은 똑똑한 사람이오, 하지만 나도 일개 병졸에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으니, 나 또한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오. 그러니 동생이 그리 말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소.”

“설사 동생이 내게 와서 묻지 않았다 해도, 내 어깨에는 폐하의 기대와 진국 백성의 기대가 걸려 있소. 진국의 수많은 장정의 목숨이 내 손에 쥐어졌소. 나라고 적을 격파할 계책을 고민하지 않았겠소? 그렇게 고민을 하다 보니, 드디어 어느 정도 그 계획에 윤곽이 잡히게 되었소!”

소평파는 그 말을 듣고는 기운이 난다는 듯 크게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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