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7화. 이기길 강구하지 않는 것이, 바로 대승의 지름길이오
“만약 군대의 기밀이 아니라면, 대사마께서는 소관에게 계획을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고품이 소평파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이미 알려주지 않았소?”
“…….”
소평파는 할 말을 잃었다. 곧 방금 고품이 자신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들을 인상을 쓰고 되짚어 보았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해주었지만, 소평파의 모습을 보니, 정말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고품이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
“소등운이라면 천하에 손꼽히는 명장이라 할 수 있소. 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다면, 그는 분명 이해했을 것이오. 인제 보니 그대는 북주에 그리 오래 있으면서도 그대 아비의 능력을 조금도 배우지 못했나 보군.”
소평파가 다소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부끄럽습니다. 대사마께서 제게 방향을 제시해 주십시오.”
고품이 뒷짐을 지고 다시 지도 앞에 다가가 지도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호연무한의 손에 처음 패배하는 것이 아니오. 다행히도 폐하께서는 나를 여전히 중용하시지. 그러나 이번 패배는 과거와 다르오. 이번 전투에서, 진국은 그야말로 온 나라의 힘을 모두 쏟아부었소. 만약 이대로 계속 패배한다면, 과거처럼 그냥 철수하는 것으로 끝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할 수 있소.
나라의 힘을 모두 쏟아붓고도 패배한다면, 진국의 내부가 너무 취약해지오. 그건 제국과 위국의 반격을 불러올 것이고, 그로 인해 진국이 거꾸로 멸망할 수도 있소!”
“그러니 내가 어찌 신중하지 않겠소? 그렇게 밤낮으로 적을 이길 계책을 고민해 보았소. 그리고 곧 깨달음을 얻었소. 다들 연산명, 제무한이라고 하지, 그러나 내가 볼 때 호연무한은 몽산명보다 못하오. 그런 몽산명조차 금작의 손에 패배했소. 그런데 난 어찌 그것을 보고도 깨닫지 못했단 말이오? 당시 그것을 깨달은 나는 몽산명과 금작의 교전을 더욱 깊이 분석해 보았소. 그리고 결국 호연무한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냈소!”
그는 뒤돌아 소평파에게 손가락을 하나 세우고 말했다.
“안정적으로 싸우는 것이오. 이기길 강구하지 않는 것이, 바로 대승의 지름길이오!”
“이기길 강구하지 않는 것이, 대승의 지름길? 대승….”
소평파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고품이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우리 진국이 가진 우위는 민풍이 용맹한 것을 들 수 있소. 태숙 가문의 영향을 받아, 장정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부녀자조차 전장에서 적을 향해 돌진하길 주저하지 않소! 자원만 충분하다면, 곡식만 충분하다면, 조금의 훈련만으로 전장에 나갈 배짱을 가지고 있소.
그러니 병력 자원이 끝이 없다 할 수 있지! 이제 우리가 이미 곡창을 점령했고, 대량의 곡식을 진국으로 보냈소. 앞으로 보낼 곡식도 적지 않지. 아마 진국의 모든 백성이 이 년은 먹을 수 있을 분량일 것이오.”
“이런 자신감이 있으니, 내가 어렵게 호연무한과 일전을 벌일 필요가 있겠소? 나는 그저 금작에게서 배워, 그가 몽산명을 상대한 것처럼, 이곳을 사수하며 안전하게 전투를 벌일 것이오! 나중에 진국의 후속 대군이 준비되면, 내가 정면에서 호연무한을 묶어두고, 다른 쪽에서 진국의 대군이 제국 안으로 밀고 들어가면, 그때 시간은 호연무한이 아니라, 내 편일 것이오!
그때가 되면 호연무한은 밀고 올 것이오, 아니면 후퇴할 것이오. 그가 아무리 잘 싸운다 해도, 절대적인 병력 앞에서는 필패할 것이오. 제국과 위국은 반드시 멸망할 것이오!”
“이 계획을 폐하께 상소했소. 폐하께서도 윤허하셨소. 곧 진국은 전국적으로 군대를 양성할 것이고, 때가 오면 한방에 제국과 위국을 밀어 버릴 것이오!”
“물론, 동생의 공은 가히 일등공신이오. 진군이 위국을 공격해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동생의 계획이 없었다면, 대량의 곡식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오. 이런 자신감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오.”
소평파가 깨달았다. 드디어 이해한 것이다. 다만 그는 여전히 침묵했다. 크게 기뻐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소평파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그렇게 한다면, 전쟁이 길어질 것입니다. 밤이 길면 꿈이 많은 법입니다. 혹시 예상치 못한 변고가 생기면,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윤여가 서병관을 사수하기만 하면, 후진의 군대가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면, 예상치 못한 변고는 없을 것이오. 동시에 윤여 쪽의 방어력을 나는 더욱 견고히 하면 했지, 절대 줄이지 않을 것이오.
후진은 절대 서병관을 뚫지 못할 것이오! 이 기세를 꽉 휘어잡고, 절대적인 힘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호연무한의 용병술이 아무리 귀신같다 한들, 설사 몽산명이 온다 해도, 결국 대세에 휩쓸려 뼈도 못 추릴 것이오.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소!”
“감히 여쭙겠습니다. 이건 이미 폐하와 군 측에서 같이 비밀리에 결정한 대 전략입니까?”
“그렇소! 이미 시작되었소.”
“만약 더 간편하고 빠르게 호연무한을 처리할 수 있다면, 대사마께서는 시도해 보시겠습니까?”
“호오? 만약 정말 그렇게 좋은 방법이 있다면, 시도하고 말고가 아니라, 그대로 진행하면 될 것이오.”
그리고는 소평파를 한번 훑어보고 말했다.
“인제 보니, 정말 내가 오해했나 보오. 동생은 급한 것이 아니라, 정말 내게 방법을 알려주러 온 것이군.”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호연무한을 어찌 처리할지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그놈의 움직임은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습니다. 대군이 엄중하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기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결국은 전장의 정세만이 그를 흔들 수 있다는 것에 생각이 닿았고, 그런 기회를 잡아야지만 그를 죽일 수 있다는 생각에 대사마를 찾아와 의논하려 한 것입니다.”
고품은 진지하게 다 들은 후에 즉시 물었다.
“어떻게 그를 흔든단 말이오?”
소평파가 침음했다.
“전장에서 그를 끌어들이는 것은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유일한 방법은 진짜 연극을 하는 것입니다. 만약 수십만의 병력을 미끼로 보내, 그들을 처리할 기회를 호연무한에게 준다면, 이 진짜 같은 연극에 걸려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만약 저와 대사마가 세세한 대책을 논의하기만 한다면, 대사마께서 병력을 움직여 협조해 주신다면, 분명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헛….”
고품이 급히 숨을 들이켰다. 소평파의 의도를 깨달은 것이다. 놀랐다. 소평파는 지금 수십만 장병의 생명을 호연무한, 단 한 명의 목숨과 바꾸려 하는 것이었다!
고품이 대경실색하는 것을 보고, 소평파가 설명했다.
“이런 큰 전쟁이 만약 장기화된다면, 희생되는 병력이 겨우 수십만에 그치겠습니까? 또한, 삼국 백성들의 피해는 더욱 클 것입니다. 진국이 일단 서삼국을 통일하게 된다면, 삼국의 백성들이 모두 진국의 백성이 됩니다. 전쟁을 오래 끈다면, 설사 통일을 한다 해도, 상하게 되는 것은 진국의 원기입니다. 또 각 나라의 백성들 사이의 원한이 깊어질 수 있습니다. 그건 차후 진국이 동진하기에 불리한 상황을 만듭니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것이 악전고투를 이어나가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렇다면 전쟁이 길어져 예상치 못한 상황이 나오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대사마께서는 이 일을 진지하게 고민해 주십시오!”
고품이 손을 들어 소평파의 말을 저지하며 말했다.
“동생,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시오!”
소평파가 즉시 공손한 얼굴로 포권을 했다.
“경청하겠습니다!”
“동생, 무슨 일을 하든, 일을 너무 극단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안 좋소! 악독한 일을 너무 많이 한다면, 쉽게 반서를 받을 수 있음이야. 알겠소?”
그는 소평파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품은 경성 조정에서 일어난 일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투와 움직임이 의미심장했다.
소평파가 차분히 말했다.
“만약 이 천하의 전란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다면, 소관은 그 반서를 기꺼이 받을 것입니다!”
“자네는 자네만의 생각이 있겠지. 다만 나는 일군의 지휘관으로 수십만의 장병을 죽음으로 내몰 수는 없소!”
소평파가 침묵했다. 그는 그 일을 고품과 의논하기 위해 온 것이 맞았다. 하지만 상대방의 전략을 들은 후, 상대방이 이미 호연무한을 상대할 방법을 찾았으니, 자신의 설득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한번 시도해 봤을 뿐이다. 과연 자신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만약 고품이 동의하지 않으면 태숙웅을 찾아가도 아무 소용 없었다.
물론, 이 방법이 안 된다 해도 소평파는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돌아가서 호연무한을 처리할 다른 방법을 준비할 것이다!
바로 그때, 밖에서 누군가 들어와 보고했다.
“대사마, 흑수대의 인원이 와서 전하길, 경성에서 소 대인께 보낸 소식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경성? 고품의 두 눈이 번뜩였다. 소평파의 어깨에 올려져 있는 손을 내린 그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동생에게 한 가지 결점이 있다면, 그것은 조정에 있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오. 나는 조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을 보아왔소. 참으로 희귀하고 이상한 일도 많이 보았지. 그러니, 어떤 일은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시오. 알겠소?”
두 사람의 신분 차이가 작지 않았다. 그런 고품이 소평파를 동생이라고 칭하며 존대를 해주니, 소평파를 대하는 고품의 태도가 어떠한지 알 수 있었다.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다. 최소한, 소평파는 고품의 대군이 순조롭게 전투를 벌일 수 있도록 큰 노고를 기울였다. 당연히 도리를 따져보아도 소평파에게 문제가 생기길 원할 리 없었다.
소평파가 그의 대군을 위해 큰 헌신을 한 부분을 고려해서, 그는 소평파를 돕고자 했다.
만약 그가 필사적으로 나선다면, 조정에 있는 사람들의 수작 정도는 파훼할 수 있었다. 다른 건 차치하고, 그가 이 전장의 사령관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그의 손에 전쟁이 달려 있으므로 그에게 큰 발언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바로 전에 말한 것처럼, 그는 일개 병사부터 시작해 이 자리까지 기어 올라온 사람으로, 그 사이에 무엇을 겪었는지 그가 가장 잘 알았다. 만약 모든 것을 걸고 필사적으로 소평파를 돕는다면, 그는 조정의 문무백관들과 대적하는 것이니, 그렇게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는 잘 알았다. 소평파의 배후에는 결국 황제가 있었다. 소평파가 쓸데없는 짓만 하지 않는다면, 조정의 그 사람들이 소평파의 약점을 잡지 못한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여기까지였다. 그들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그 선을 넘는다면, 황제는 그들을 죽일 것이다.
소평파가 막 나가지 않으면, 조정의 사람들도 막 나갈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그들은 황제가 소평파를 지지하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번 기회에 소평파를 흔들려고 하고 있었다. 만약 소평파가 이 분을 삼키지 못하고 무슨 짓을 벌인다면, 그들은 목적을 달성한 것이 된다.
그는 밖에서 병력을 통솔하고 있으니, 조정에 소란이 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소평파가 움직이든, 조정의 다른 신하들이 움직이든, 다들 그의 군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양측이 더는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고 여기서 멈추기를 바랐다.
전쟁의 결과가 나오고 나서, 그때가 되면 싸우고 싶은 대로 싸우면 그만이었다. 그때가 되면 고품은 그저 조정에 한 자리 차지하고 서서 양쪽 모두를 돕지도 않고, 원한도 사지 않으며, 입 다물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이것이 이처럼 갑작스러운 만남에서, 또 두 사람의 신분의 차이가 이처럼 큼에도 불구하고, 고품이 소평파를 ‘동생’이라고 칭하며 존중한 이유였다. 고품은 조금이라도 소평파를 진정시킬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