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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499화 (595/1,000)

1499화. 후진을 벼랑 끝으로 몰다

상장군 전정앙이 죽었다. 조정의 명령에 효월각이 직접 손을 쓴 것이다.

당시 나조가 반복해서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고, 연국 몽산명이 전서를 보내 설득해도 여전히 소용이 없었다. 전 씨와 마 씨 두 사람의 사욕 때문에 호기를 놓쳤고, 그 후에 전정앙이 반복해서 서병관을 두드렸지만, 병력에 큰 손실만 입었을 뿐, 서병관을 탈환하지 못했다. 후진의 손실이 막심했다.

이제 후진은 곡식이 부족해졌고, 인심 또한 흉흉해졌다. 아직은 곡식이 다 떨어진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사전에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곡식을 매점매석하면서, 생각보다 먼저 공황이 도래한 것이다.

옥창은 진노했고, 국내에 남아 있던 마장안은 당황했다. 옥창은 직접 명령을 내려 적지 않은 간상(奸商)들을 죽여 그 재산을 몰수해, 정상적인 시장질서를 회복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한 번의 공황을 겪은 후진은 일부 간상을 죽인 것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곡식이 없는 상인들은 목숨을 걸고 곡식을 찾아다녔고, 곡식이 있는 상인들은 암중에 계속해서 곡식을 사들였다.

시장의 유통 질서가 혼란스러워졌다. 이건 대란의 전도였다.

그렇게 곡식이 다 떨어지기도 전에, 식량 기근이 나타났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거액을 투자해 외국에서 곡식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백성들의 원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갔다!

이미 후진의 통치 근간이 흔들리고 있었다!

옥창은 급히 한국, 연국으로 찾아가 거액을 주고 곡식을 사고자 했다. 하지만, 누가 팔겠는가? 설사 술을 팔아 번 돈에 더 많은 돈을 얹어 토해내도, 곡식을 주는 곳이 없었다.

사실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줄 수 없는 것이다. 위국이라는 천하에 가장 큰 곡창을 제외하고, 한국이든 연국이든, 후진의 거대한 요구를 만족시킬 방법이 없었다. 두 나라에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 수많은 백성이 있었다. 만약 정말 허리띠를 졸라매고 곡식을 넘겨준다면, 자국에 문제가 생길 판이었다.

심지어 대란의 징조가 이미 나타났다. 각국은 묵묵히 군량을 축적하며 전쟁에 대비했다. 당연히 후진에 곡식을 나눠줄 여력이 없었다.

설사 효월각과 비밀리에 협력하는 남주의 상조종조차 냉정한 눈으로 방관할 뿐이었다.

사실 상조종 측은, 도울 수 있으면서도 돕지 않는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어쨌든 연국과 한국의 가장 큰 목표는 여전히 후진이 어떻게든 서병관을 뚫어내는 것이었다. 후진을 죽음으로 몰아야지만 후진이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서병관을 공략할 것이 아닌가.

상조종이든 한국이든, 기다리고 있었다. 후진이 서병관을 뚫지 못하면, 그들이 곡식을 지원해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만약 서병관을 뚫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곡식을 지원해주어 후진이 그 목숨을 연명하도록 해준다면, 오히려 연국과 한국에게 불리했다. 이는 그저 앉아서 자신들의 식량을 후진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냥 알아서 무너지게 놔두는 것이다!

간단한 이치였다. 후진이 서병관을 뚫을 수 있어, 제국과 위국을 도와 진국의 야심을 억제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럴 수 없다면, 진국은 결국 제국과 위국을 삼키고 한동안 내실을 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토를 공고히 하고 후방을 안정시켜야 동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힘들게 살아남은 후진은 진국의 공세를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버티지 못하게 된 후진을 연국과 한국이 그 기회에 쓸어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진국이 영토를 안정시키는 시기에 연국과 한국도 후진의 영역을 점령하고 영토를 안정화하면, 나중에 연합해 진에 대항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막말로, 연국과 한국은 후진이라는 먹음직스러운 살코기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각국은 지금 후진을 불 위에 올리고 굽고 있었다. 일단 다 구우면, 누가 먼저 손을 뻗는지가 중요했다!

상조종이 그 전에 각국을 불러 의논하고자 한 것은 사실 성과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다들 뱃속에 구렁이 수십 마리씩을 품고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찾아온 것에 불과했으니,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물론 남주가 후진을 돕지 않는 것은 우유도 때문이기도 했다. 상조종은 우유도에게 의견을 물었었다. 우유도의 의견은 간단했다. 단 한 톨의 곡식도 주지 말라고 했다!

우유도는 기다리며 관찰하고 있었다. 효월각을 벼랑 끝으로 몰았을 때, 옥창이 다른 세력을 동원하는지 지켜보고자 한 것이다.

과거, 성경에 있을 때, 사여래의 한 마디가 우유도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옥창이 과거 상건백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옥창이 직접 상건백을 죽였다고 했다. 동곽호연이 죽을 때 까마귀 장군이 나타났다. 그러니 그 배후에 오상이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상경은 분명 자신이 옥창에게 주었다. 그런데 옥창은 그걸 동백에게 받았다고 말했다. 옥창이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것이 표묘각의 비밀문서와 딱 들어맞았다. 누군가 표묘각의 비밀문서를 수정했다! 누굴까?

지금 와서 우유도의 시선은 이미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다들 후진을 죽음으로 몰고 있었다. 그렇게 후진 내부의 혼란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었다. 나라를 세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무너질 판이었다. 결국, 옥창이 움직였다. 드디어 분노를 토해냈다. 전정앙의 목을 친 것이다!

전정앙 한 사람에게 모든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옥창의 잘못된 형세 판단도 이 사태의 큰 요소 중 하나였다. 다만 누군가는 죄를 뒤집어써야 했고, 결국 전정앙은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방 부대의 사기가 낮은 틈을 타서, 전방과 경성이 거의 동시에 손을 썼다. 전방에서 전정앙과 그의 심복들에게 손을 썼고, 경성에서는 동시에 전정앙의 집안 사람들을 모두 잡아들여 뇌옥에 처넣었다. 일단 죽이지는 않았다!

전방에서 일을 치른 사람들은 효월각이었지만, 그들을 지휘한 사람은 마장안이었다.

마장안이 전정앙을 대신해 부대를 지휘하며 계속해서 서병관을 공격했다. 곁에 있는 효월각의 사람들이 그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가족들은 조정에서 이미 잡아들여 인질로 삼았으니, 도망갈 생각은 버려야 했다. 만약 서병관을 점령하지 못하면 그 결과가 무엇일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처한 마장안은 후회막심하며 나조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하지만 나조에게 매달려도 소용이 없었다. 옥창조차 나조를 찾아갔지만. 나조는 승낙하지 않았다. 승낙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승낙할 수 없었다.

나조는 어리석지 않았다. 일찍이 뭘 했단 말인가. 이제 상황이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윤여의 수비군은 이미 모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인제 와서 그가 서병관을 공략한들 뭐 얼마나 다르겠는가? 이런 시기에 전정앙을 죽이기까지 했으니, 그가 가서 전정앙의 병사들을 지휘하란 말인가? 어떻게 말인가? 그나마 자신의 병력이 있는 마장안이 가야 병력을 통제할 수 있었다.

나조는 그렇게 옥창에게 설명했다. 나조는 군대를 지휘하지 않으려 했다. 결국, 지금 유일한 방법은 과거에 옥창이 세웠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다. 전정앙과 마장안 일파를 모조리 숙청하고, 그 기회를 받아 나조가 병권을 이어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후진을 누군가 견제하기라도 하면, 후진은 전쟁을 이어갈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서병관,

마장안이 공격을 감행했고, 실패했다! 실패의 소식이 전해져왔다.

후진의 황궁,

옥창은 스스로를 어두컴컴한 방에 가두고 침묵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 옥창이 어둠 속에서 음울한 목소리를 냈다.

“우 동생, 자네가 너무 일찍 죽었고,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군!”

연국을 찾아가도, 자금동을 찾아가도, 상조종을 찾아가도 소용이 없었다. 무릎이라도 꿇고 싶었다. 만약 그게 소용이 있었다면 정말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체면이 다 무슨 소용인가. 살아남아야 그 체면을 다시 주워 담을 것이 아닌가!

지금 옥창은 우유도가 너무나 그리웠다. 인제 와서야 과거 우유도와 협력하던 때가 얼마나 유쾌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비록 다툼이 있기도 했지만, 말이 통했으니 말이다. 만약 우유도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우유도의 능력과 연국에 대한 영향력으로 어쩌면 상황을 되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설사 우유도가 살아있다 해도, 성경에 갇혀있을 것이 분명하니, 연락을 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옥창이 소위 말하는 그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우유도가 술 만드는 비법을 준 것에 대한 원망이었다. 또 자신이 욕심이 부리지 말았어야 했다는 자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일이 당시의 상황에서는 피할 수 없던 일이기도 했다. 우유도가 통 크게 비법을 넘겨주었다. 옥창을 그걸 거부할 수 없었다. 과거 후진이 세워졌을 때, 대량의 금전이 필요했다.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했다. 상황을 개선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 어찌 그걸 사용하지 않고 참을 수 있단 말인가?

* * *

하늘이 천천히 밝아왔다.

제군의 중군 내부에는 여전히 불이 밝혀져 있었다. 호연무한은 전정앙이 죽었다는 밀서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부터 윤여가 서병관을 점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자신들 제국의 병력은 산지 전투에 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곳을 과감히 포기하고자 했다. 이후, 그들은 후진을 압박해 어떻게든 서병관을 공략하게 해서, 진국의 힘을 소모하게 하려고 했다!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후진이 전력을 다해 서병관을 공략했지만, 지금 같은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서탁에 놓인 전정앙의 부고를 본 호연무한은 지도를 돌아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에는 우려가 가득했다.

지도의 상황을 보면, 패배한 고품은 이미 다시금 방어선을 공고히 하고 있었다. 덕분에 제군의 각 부대의 공세가 여기저기서 방해를 받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은 알아보기 어렵지만, 그는 고품이 다시 방어선을 세운 곳이 얼마나 절묘한 곳인지 알 수 있었다. 고품은 일부 지역을 포기하면서까지 산지로 후퇴해 그곳에 방어진을 펼쳤다. 최대한 제국의 방대한 기병의 공격위력을 약화시키려 한 것이다.

그렇게 방어선을 친 후방,

고품은 군대를 보내 아직 태도가 불분명한 위국 지역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고품은 전투를 안정적으로 치르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이대로 제국과 소모전으로 가려는 의도를 대놓고 보여준 것이다.

진국 쪽에서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충분한 곡식을 획득한 진국은 이미 전 국민 동원령을 내렸다고 했다. 호연무한은 진군의 전략이 바뀐 것을 깨달았다. 물량으로 밀어붙이기로 한 것이다!

만약 신속하게 고품을 물리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아주 끔찍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강공을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제국의 정예를 이대로 소모한다면, 오히려 진군의 의도를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파국에 호연무한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 * *

진군과 제군 사이,

서로 죽고 죽이는 그림이 돌연 바뀌었다.

남주의 영무당 내부.

서삼국 전투에서 몽산명이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상황이 나타났다. 몽산명의 예측이 적중한 것이다. 과연 진군은 전국 동원령 태세를 발동했다!

몽산명은 지도를 빤히 바라보며, 진국과 제군의 대치 상태를 살폈다. 진군의 방어 태세를 보니 어딘가 익숙했다. 마치 한국 금작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방어선은 단 두 글자, ‘안정’으로 표현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

이 천하에 공격에 뛰어난 장수를 꼽으라면 아마 몽산명이 한 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하지만 만약 수비에 가장 뛰어난 장수를 꼽으라면 한국의 금작이 일 등이었다. 신중 금사마라는 명성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세를 이용하는 법, 방어 방법 등이 너무 비슷했다. 이건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몽산명은 깨달았다. 고품의 작전 능력이 절정에 달한 장수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장의 전술을 배워 사용하는 능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이 고품은 아마도 금작의 방어를 배우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았다.

지금 고품은 금작이 몽산명을 막아냈던 방법으로 호연무한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호연무한은 오랫동안 유리한 공세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는 호연무한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뜻했다.

몽산명은 지도를 빤히 바라보며 파훼법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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