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1화. 서신
상대방의 압박하에, 소평파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태숙환아가 청백지신임을 강력히 주장하며, 공주와 혼인하는 것은 자신의 영광이니, 만약 폐하와 공주가 원하면, 혼인하겠다고 밝혔다!
병문안을 온 사람의 미소가 다소 괴이해졌다. 다만, 그는 곧 활짝 웃는 얼굴이 되어 그곳을 떠나갔다.
반면에 군막 안에 누워있던 소평파는 다시 격렬한 기침을 했다. 수행자가 법력으로 기혈을 순환시켜 주고 나서야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기침을 멈춘 소평파는 조용히 넋을 놓았다.
소평파는 농가에서 태숙환아와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당시 그녀는 황제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면서, 절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당시 소평파는 태숙환아의 협박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그녀의 말이 현실이 되었다!
병문안 온 조정의 인사가 떠나기 전에 그는 당연히 고품을 만나 작별을 고해야 했다. 고품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를 직접 군막 밖까지 배웅했다.
손님이 떠난 후, 고품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소평파의 군막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잘 승낙했네!”
경성에 돌아온 조정의 인사는 소평파의 대답을 들고 돌아왔다. 조정은 기쁨으로 가득했고, 다들 앞다투어 황제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태숙웅은 소평파가 몸져누웠다는 것을 들어 병세가 호전되면 다시 혼사를 치러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 소평파를 보고 온 인사는 소평파가 이미 모두 나았다며, 지금은 그저 정양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만약 못 믿겠으면, 소평파를 경성으로 불러 정양하며 살펴보면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태숙웅은 다시 전쟁이 한창이니, 혼인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신하들은 바로 그래서, 공주님의 억울함을 풀어 드리고 유언비어를 없애 병사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며 태숙웅의 입을 다물게 했다.
막말로, 태숙웅이 얼마나 소평파를 지지하는지 다들 크게 느끼게 되었고, 덕분에 조정의 수많은 사람의 이익이 일치를 보게 되었다. 설사 태숙웅 쪽에서 그를 편 드는 사람들조차, 소평파가 자신의 지위에 도전이 된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들은 소평파가 자신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을 그냥 두고만 보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소평파가 정말 아픈지 아닌지 관심도 없었다. 그들은 바로 다음 날 길일을 선택해 상소를 올렸다!
온 조정이 단결해 움직이는 태도를 보고, 태숙웅은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어서방으로 돌아가 물건을 수없이 부숴버렸다.
수많은 사람에게 압박을 받는 느낌은 가히 좋지 않았다. 화를 참기 힘들었다. 이런 분위기가 오래가도록 놔둘 수 없었다. 태숙웅은 전장의 상황이 안정된 후, 조정의 신하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리라 마음먹었다!
* * *
진국 경성 송국 사신관 내부.
맥덕만이 가무군을 만나, 자기가 알아온 한 가지 사실을 보고하고 있었다.
“혼기가 결정되었습니다. 익월 초팔일이니, 아직 보름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사신이라면, 아무리 능력이 없다 한들 어리석을 리 없었다. 지금까지의 일어난 일들과 가무군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대략 가무군의 목적을 유추할 수 있었다. 가무군은 칠 공주를 소평파에게 강제로 시집 보내려는 것이었다!
가무군은 그로부터 보고를 받고는 미소지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원종의 등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원종은 자신에 등에 쓰이는 내용에 다소 의외라는 듯이 뒤를 살짝 돌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알겠소. 맥 대인, 잘 오셨소. 마침 작별을 고해야 할 것 같소. 최근에 많은 폐를 끼쳤소. 보중하시고, 나중에 송경에서 뵙겠소.”
맥덕만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지금 떠나시려는 것입니까?”
“중요한 일이 있으니, 오찬 후에 떠날 예정이요.”
맥덕만이 다급히 말했다.
“혹시 소관이 뭔가 잘못한 것이 있습니까?”
“그렇지 않소! 나중에 맥 대인이 송경에 돌아오게 된다면, 승상부에 와서 저를 찾아오시오.”
그 말을 듣고, 맥덕만의 얼굴이 환해졌다.
“좋습니다. 송경에 돌아간 후에 선생님을 꼭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가무군은 더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아, 몇 마디 말로 그를 돌려보냈다. 그렇게 맥덕만이 돌아간 후, 원종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가무군에게 물었다.
“이대로 떠나자는 말이오?”
가무군이 손을 들어 등에 글을 적어갔다.
‘소평파가 돌아왔습니다. 우리도 갈 때가 되었습니다. 그는 아주 악독한 자로, 더 남아 있으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한 일을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오. 이대로 다 놔두고 떠났다가, 저쪽에서 진실을 알아내고 번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소?”
‘진실을 알아내면 어떻습니까? 대세는 이미 기울었습니다. 조당의 대신들은 배후가 어떻든 간에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대로 계속해서 일을 밀어붙일 것입니다. 만약 이번 일을 대충 흐지부지하게 만들어 소평파의 편을 들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다른 모든 문무대신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될 테니 말입니다.’
‘결국, 소평파는 혼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바꿀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이런 수작은 절대 소평파 같은 사람을 속이지 못할 것입니다. 나중에 소평파에게 여유가 생기면, 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이런 일을 꾸민 것인지 빠르게 진실을 밝혀낼 것입니다. 물론, 저 또한 그걸 피할 생각이 없습니다. 피할 수도 없지요. 제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바로 소평파가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왜 그렇소?”
‘만약 소평파가 이번 일이 진국 외부의 수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기대가 있든 없든, 결국은 태숙웅에게 보고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 세력이 소평파에게 손을 미친 것이니 태숙웅은 분명 놀랄 것이고, 결국 란 귀비 모녀에게 확인할 것입니다.
일단 증거가 밝혀지면, 두 모녀는 진실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태숙웅의 진노를 감당해야겠지요. 이후, 저는 소평파가 태숙환아와 혼인하기 싫어 했기에, 이번 일을 이렇게 샅샅이 밝힌 것이라고 두 모녀에게 알릴 것입니다.’
원종은 마치 뭔가를 깨들은 듯 말했다.
“그대는 두 모녀가 소평파를 증오하게 하려는 것이오?”
‘중요한 건 태숙환아입니다! 란 귀비가 소평파를 증오한들 뭐가 바뀌겠습니까? 결국, 소평파와 혼인할 사람은 태숙환아입니다. 저는 손을 쓰기 전에 그 계집의 성격을 조사했었습니다. 나중에 조당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소문을 보면, 절대 나약한 사람은 아닙니다.
나중에 소평파에게 어떤 악독한 보복을 할지 모르지요. 설사 아무 일 없이 혼인한다 한들, 소평파는 태숙환아를 아내로 맞이하면, 절대 평안한 일상을 보내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일전에 법사님께 각혈에 대해서 여쭈어본 적이 있었지요. 각혈을 자주 하는 사람의 건강이 어떠하냐고 말입니다.’
“그렇소. 각혈을 자주 하는 사람이 건강이 좋을 리가 없지.”
“각혈을 자주 하는 그 사람이 바로 소평파입니다!’
원종이 멈칫했다.
“설마 그대는 소평파를 화병으로 죽이려는 것이오?”
‘그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릅니다. 다만 그를 화나게 하는 건 나쁠 것이 없지요. 죽이지 못하더라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태숙환아가 소평파를 화나게 하지 못한다면, 그녀에게 어찌해야 할지 알려주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이건 다 나중 일입니다. 정말 소평파를 상대할 계책은 제국 쪽에 있습니다. 우린 그곳에 가야 합니다.’
“제국으로 가자는 말이오?”
‘소평파의 누이동생이 제경에 있습니다. 과거, 그녀가 귀의의 제자에게 자신의 남편을 해독해 달라 애원한 적이 있었지요. 그 속 사정이 좀 재미있습니다. 어쩌면 수작을 좀 부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평파는 태숙환아와 혼인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번 혼인은 강요에 의한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이용해 태숙웅이 이 때문에 마음에 원한이 생긴 소평파가 제국에 투항할 것이라는 의심을 하게 만들 것입니다. 제왕은 의심이 많습니다. 소평파는 악독한 사람이지요. 태숙웅은 설사 그를 죽이지 않더라도, 가두려고 할 것입니다. 절대 그가 외국에 투항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외부와 연락할 통로를 잃은 소평파는 더는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그저 눈앞에 놓인 살코기에 불과하게 되겠지요. 그때 그를 다시 죽이는 건 아주 쉬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종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아주 잔혹한 사람이오!”
‘누가 더 잔혹한지, 배후에서 우릴 조종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시지요. 처음부터 이번 일을 도맡는다는 것은 문제를 떠안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철저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저와 법사님 모두 위험해질 것입니다. 소평파는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계속 글을 쓰는 것이 피곤하군요. 위충에게 짐을 정리하게 하시고, 빨리 움직이도록 하시지요. 이대로 있다가는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가무군이 손을 내렸다. 원종이 뒤돌아 소리쳤다.
“위충!”
오찬 후, 일행은 그렇게 그곳을 떠났다.
하지만 놀랍게도, 군영에서 요양하고 있었던 소평파가 진실을 밝혀내는 속도가 가무군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금시가 오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며칠이 되지 않아 소평파는 소식을 받아 볼 수 있었다. 군막 안에 들어온 소삼성이 좌우를 둘러 보더니, 소매에서 한 밀서를 꺼내 침상에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평파에게 조용히 보고했다.
“대공자님, 지배인이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파악했다고 합니다!”
소평파가 눈을 번쩍 떴다. 정신이 번쩍 든 그는 빠르게 자리에 앉아 서신을 받아 들고는 확인하더니 눈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조정의 사람이 아니야? 가무설? 가무군? 송국의 그 은상 말이냐?”
소삼성이 조용히 말했다.
“틀림없습니다. 서신에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표묘각이 파악하고 있는 각 세력의 상황을 통해 확인한 결과, 조정의 대신이 이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또 표묘각의 인원이 이미 화신묘의 묘축을 찾아갔고, 그들은 송국 사신관의 사람에게 묘축이 매수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소평파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였다. 이상했다.
“이 은상의 존재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껏 자신을 숨기던 자가 아니냐.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니, 은원이랄 것도 당연히 없을 것이다. 그런 자가 대체 왜 나를 해치려 든단 말이냐? 아주 이상한 일이다!”
소삼성 또한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확실히 이상한 일입니다.”
소평파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을 확인하고는 중얼거렸다.
“송국 사신관에서 지내고 있다…. 송국 사신관? 설마 송국의 의도란 말인가? 설마 내가 이번 전쟁을 계획했다는 사실이 송국에 흘러 들어갔고, 이 때문에 그자가 송국에서 나를 상대하기 위해 왔단 말인가?”
손에 든 밀서를 잘 접은 소평파는 그걸 손바닥에 탁탁 치며 말했다.
“어쩐지 조당의 일에 아주 익숙해 보이더라니, 만약 정말로 송국 승상 자평휴 배후에 있는 은상이라는 자가 일을 꾸민 것이라면, 이해가 가는군.”
그는 소삼성을 돌아보며 냉소 지었다.
“자평휴가 목 씨 황권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고, 오공령을 자리에 올린 후에도 여전히 쓰러지지 않은 것은 모두 이 은상이라 불리는 벙어리 때문일 것이다. 과연 잘도 숨어 있었구나! 경성에 돌아가 이 은상을 한번 만나 봐야겠구나. 또 무슨 짓을 하려는지 어디 한번 봐야겠다! 지배인에게 전서를 보내, 그자를 감시해 달라 청해라. 혹시라도 다른 수작을 부릴 수도 있으니, 그자와 만날 수 있는 준비를 해 달라 전해라!”
“알겠습니다!”
소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고 대인께 작별인사를 할 때가 되었다. 가자!”
모든 일의 원인을 알게 되자, 소평파는 마치 한순간에 투지를 회복한 것처럼 기운을 차리게 되었다. 소평파는 손을 크게 휘저으며 성큼 걸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