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2화. 사람들을 모아라
한편, 이쪽에서 경성으로 돌아가 담담히 마주하겠다는 소식을 들은 고품은 매우 흡족해했다. 그 때문에 그를 위해 송별연회를 열어주겠다고 했지만, 소평파는 건강을 이유로 사양했고, 고품은 강요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직접 그를 배웅하며, 세 마리 날짐승이 소평파를 태우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는 오랫동안 날아가야 하는 길이었다.
그런 소평파를 맞이한 것은 화창한 날씨였다. 소평파가 오기 전에 연일 진국 경성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다 사라져 있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소식은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거처로 돌아온 소평파는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궁에 들어갔다. 다만 소평파가 태숙웅을 만나러 가기 전, 소삼성이 다시 한 장의 밀서를 가지고 와서는 조용히 말했다.
“지배인이 다시 서신을 보냈습니다.”
마침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소평파는 즉시 서신을 건네받아 펼쳐보았다.
쾅!
서신을 읽은 소평파는 탁자를 후려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망쳤다고? 내가 소식을 전하기 전에 이미 도망쳤단 말인가. 정말 빠른 반응 속도군. 계속 나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는 것을 보니,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이 분명하다!”
“공자님, 도망친 사람입니다. 이제 어찌합니까?”
소평파가 서탁 위에 있는 종이를 움켜쥐고는 말했다.
“도망칠 수 있겠느냐? 지배인이 그를 못 찾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배인에게 서신을 보내 그를 찾으라 전해라. 일단 찾아내면, 그 즉시 그를 붙잡으라 전해라! 흥, 도대체 무슨 꿍꿍이속인지 어디 한번 봐야겠다. 그를 잡으면, 그 즉시 그 입을 열게 만들어라!”
“그….”
소삼성이 깜짝 놀라 말했다.
“대공자님, 지배인이 손을 쓰도록 하는 것이 맞겠습니까? 그가 움직이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그에게 전해라. 가무설이 이 먼 곳까지 온 것은, 겨우 나와 칠 공주를 혼인시키기 위함뿐만이 아니라고 말이다. 이는 심상치 않은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내게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일단 내게 문제가 생기면, 어쩌면 그까지 얽혀 들어갈 수 있으니, 분명 지배인도 어찌 된 일인지 파악하려 할 것이 아니냐?
더 늦어서는 안 된다. 일단 상대방에게 다른 계획이 있다면, 상대방의 다음 계획이 가동된다면, 오히려 이쪽이 곤란해질 수 있다. 그러니 지배인에게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전해라!”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다. 만약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움직이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비밀리에 움직인다면, 오히려 좋지! 지배인에게 곧바로 자신의 심복 수하들을 내보내 표묘각의 신분으로 그들을 찾아 겁주라 전해라. 절대 반항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지금 이 일의 전말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을 때, 그를 몰래 데려가는 것이다. 그렇게 비밀리에 잡아들이고 의도를 알아낸 다음, 이번 일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바로…. 죽여버리면 된다!”
소삼성이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잠깐!”
소평파가 그를 불러 세웠다. 뭔가 지시를 내리려던 그가 갑자기 손에 쥔 밀서를 집어 들더니 말했다.
“회신한 시간으로 봤을 때, 지배인은 성경이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을 것이다.”
그가 다시 소삼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흑수대 사람들을 지금 당장 불러 모아라!”
소삼성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폐하를 뵈러 가지 않으실 겁니까?”
소평파는 자신이 구긴 서신을 펼치더니, 종이에 적혀있는 자신에게 대항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바라보며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황이 바뀌었다. 일단 만나지 않을 것이니, 폐하에게는 그저 지켜보라 해라. 조당의 간신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어야겠다. 나를 얼마나 만만하게 보는 것이냐. 이번 전쟁에서 내가 좀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폐하께서는 내게 어느 정도의 생사 대권을 주셨다. 그걸 사용하지 않으면 아쉽지 않으냐. 폐하를 대신해 이분을 풀어 드려야겠다! 사람들을 모아라. 외국과 내통하는 첩자들을 찾아내야겠다. 빨리 움직여라!”
“알겠습니다!”
소삼성이 명령을 받고 방을 나섰다.
곧 일단의 흑의인들이 정원에 나타나 대기했다. 등 뒤로 피풍을 늘어뜨린 소평파는 무표정한 얼굴로 허리에 패검을 찬 채, 그 위에 한쪽 손을 올리고는 성큼성큼 걸어 나와 흑의인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흑의인들은 즉시 소평파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문을 나선 소평파는 마차를 이용하지 않고 한 백마의 고삐를 잡고 올라타고는 강하게 그 배를 걷어찼다. 백마가 크게 울부짖으며 거리를 쏘아져 나갔고, 그 뒤로 피풍이 휘날렸다.
일단의 흑의인들이 말을 타고 그 뒤를 쫓았다. 땅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경성의 거리를 뒤흔들었다.
성문의 병사들이 그들을 막아서자, 흑의인 중 한 명이 품에서 흑수대 영패를 꺼내 들었고, 병사들이 빠르게 길을 열어주었다. 소평파는 그들을 이끌고 경성의 동쪽 성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동시에 두 명의 흑수대 인원이 소평파의 명령을 받고, 성 밖에 주둔하고 있는 군영을 향해 달려갔다. 이 흑수대 인원들은 그곳에서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백 명의 인원을 데리고 남릉산의 화신묘로 향했다. 그렇게 화신묘 안에 있는 모든 신령 사도들을 모두 잡아들여 흑수대가 관리하는 뇌옥에 가두고는 심문을 시작했다.
흑수대의 뇌옥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인, 흑옥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흑옥 내부. 잡혀 온 수십 명의 신령 사도들은 다들 엄형에 참담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소평파는 최근 일 년 동안 화신묘에서 기도를 올렸던 모든 고관과 귀족들의 명단을 원했다.
반면 소평파 본인은 다시 사람들을 이끌고 수십 리 밖에 있는 한 작은 마을로 향했다. 병사들이 마을에 들어섰고, 이들은 바로 한 객잔을 포위했다.
곧 마을의 포졸들이 달려와 그들에게 어찌 된 일인지, 누구인지 따져 물었다.
하지만 한 흑수대 인원이 영패를 꺼내 들자, 포졸들은 전전긍긍하며 한쪽으로 물러섰다. 흑수대는 황제의 직속 비밀기관이었다. 특수한 임무를 집행하기 위해서 선조치 후보고의 권한을 주었기 때문에, 이들 포졸처럼 작은 인물들이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안장 위에 앉아 있는 소평파는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손짓했다.
소평파의 지시가 내려지자마자 소삼성이 즉시 말에서 뛰어내려 일단의 사람들을 이끌고 객잔으로 밀고 들어갔다. 곧 객잔에서 한 사람을 찾아 잡아내더니 그를 끌어내 소평파 앞에 무릎 꿇렸다.
소평파는 그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누구냐?”
무릎 꿇고 행상의 복장을 하고 있는 남자가 두려움에 덜덜 떨며 말했다.
“소인…. 소인은 남릉산 화신묘의 묘축입니다.”
“경성 화신묘의 묘축이면서 어찌 여기 있느냐? 또 어째서 이런 복장을 하고 있느냐?”
“소인…. 소인은….”
묘축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얼마 전에 표묘각의 사람이 그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물론 묘축은 그가 표묘각의 사람인 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묘축에게 얼마 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무섭게 추궁했고, 결국 묘축은 그 사람에게 자신이 누군가에게 매수되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때문에 귀비 앞에서 허튼소리를 했다는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묘축은 그 사실을 밝히려 하는 자가 누군지 몰랐지만,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그는 두려웠고, 결국 그 때문에 도망쳤다.
다만 그는 자신이 진즉에 감시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소평파가 어찌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한 번에 그를 찾아낼 수 있었겠는가.
“데려가라!”
소평파가 한마디 하고는 그대로 말머리를 돌렸다.
묘축을 붙잡은 일행은 다시 땅을 울리며 달려서 경성으로 돌아왔다. 경성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움직임이 아주 신속했다.
일행은 빠르게 다시 동쪽 성문을 통해 경성 안으로 들어와, 흑수대가 관리하는 흑옥으로 향했다.
소평파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누군가가 흑옥 앞에서 소평파를 마중했고, 말에서 뛰어내린 소평파가 그를 보고 물었다.
“심문은 어찌 되어 가느냐?”
줄곧 소평파 옆에서 그에게 협조하며 행동하던 흑수대 요원이 대답했다.
“다들 딱히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엄형을 가하자, 묻는 말에 모두 고분고분 대답했습니다. 대인께서 원하시는 명단이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는 명단을 두 손으로 소평파에게 건넸다.
소평파는 명단을 손에 들고 확인하더니,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두말하지 않고, 흑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묘축 또한 당연히 처량한 모습으로 흑옥으로 끌려 들어갔다.
흑옥 내부에서 입구를 지키며 드나드는 사람을 기록하는 서기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소평파를 향해 포권을 했다. 하지만 소평파는 그를 무시하고는 원래 그가 앉아 있던 서탁으로 다가가 서기의 붓을 들더니 명단에 적혀있는 일부 이름에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 명단을 들고 한쪽으로 가더니 소삼성을 불러, 그에게 명단을 건넸다.
“너는 흑수대의 사람들과 같이 여기 이름에 동그라미를 친 사람들의 가족이 기운종과 관련이 있는지, 관련이 없는지 선별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소삼성은 명단을 받아 들고는 바로 움직였다. 소평파는 다시 뇌옥 깊은 곳으로 움직여 직접 묘축을 심문했다.
묘축은 이미 형틀에 묶여 있었고, 옷이 모두 벗겨져 있었다. 몸을 수색한 사람은 두꺼운 전표를 들고 소평파에게 다가와 바치며 말했다.
“대인, 모두 저자의 몸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화신묘에서 나오는 이득이 적지 않았나 보군.”
소평파가 냉소 지었다. 그리고 형틀에 다가간 그가, 허리춤의 검병을 잡았다.
스르릉! 섬뜩한 소리와 함께 검이 뽑혀 나왔다. 묘축이 크게 놀라 공황에 빠져 소리쳤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뭐든지 이야기하겠습니다! 악….”
하지만 참담한 비명이 들리고 묘축은 고통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차가운 검광이 스쳐 지나갔다. 소평파의 검이 떨어지고, 묘축의 한쪽 손이 팔꿈치까지 잘려나가 있었다.
* * *
황궁, 한쪽에 있는 누각,
황제와 대화를 나누던 대신들이 물러갔을 때, 태숙웅이 물었다.
“소 대인은 어디 있는가. 아직 황궁에 들어오지 않았느냐?”
도략이 대답했다.
“마침 폐하께 그 일을 보고드릴 참이었습니다. 소 대인은 궁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소 대인은 흑수대의 인원들을 모집해 경성을 나서서 성밖에 주둔한 주둔군을 동원했습니다.”
“음? 흑수대의 인원을 모집했다고?”
“그렇습니다. 소 대인은 그대로 흑수대 인원을 동원해 남릉산의 화신묘를 덮쳤습니다. 그렇게 현재, 화신묘의 사도 전원이 흑옥에 붙잡혀 들어와 심문을 받고 있습니다. 또 소 대인은 일부 사람들을 이끌고 삼십 리 밖에 있는 마을의 객잔에서 도망가는 묘축을 붙잡아 왔습니다. 방금 들어온 소식에 따르며, 이미 흑옥으로 데려갔다고 합니다.”
“호오!”
태숙웅은 다소 의외라는 듯이 두 눈을 번뜩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란 귀비의 일 때문이더냐?”
란 귀비의 모녀가 화신묘에 간 일은 당연히 황제에게 보고가 되었다. 단지 황제는 깊게 조사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도략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분명 그럴 것입니다.”
태숙웅이 한숨을 내쉬었다.
“승복하지 못함이야. 뭔가를 찾아낸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세는 이미 넘어갔다. 그걸 가지고 거절이라도 하겠단 말인가?”
“소 대인은 폐하의 어명을 받아, 최전선의 전쟁을 계획한 주동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에게 큰 책임과 더불어 큰 권한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흑수대의 인원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폐하의 어명이 없이는, 노신이 나서서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일을 조사하지 않고는 승복하지 못하겠지. 확실히 이번 일은 그를 욕보이는 일이니, 내버려 두어라. 다만 일을 너무 과하게 처리하지 않도록 잘 지켜보아라.”
도략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