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4화. 이제 보니, 경성에 혼인하러 온 것이 아니군
서신이 말려 작은 금속통에 넣어졌다. 곧 통의 입구를 봉인한 흑수대 인원은 그 금속통을 품에 넣고 조부를 뛰어나간 후, 말에 올라타 그대로 황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평파 등 사람들이 조부를 나섰다. 그들은 다시 말에 올라타 다음 집으로 향했다.
정원의 중간,
한 구의 시신이 조용히 누워있었다. 하인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고, 조공권의 정실부인은 크게 놀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며느리 태숙 씨가 그녀를 부축하고 있었다. 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얼마 후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그제야 정실부인과 그쪽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측실의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무관하고 모두 잡혀들어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소평파 등 사람들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몇 기의 기마가 달려왔다. 내사령 조공권이 호위와 같이 빠르게 돌아온 것이다.
사실 소평파 등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소란을 피울 때, 즉시 누군가가 몰래 담을 넘어 조공권에게 보고했다. 소식을 들은 조공권은 다급히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노야, 어찌 이제 돌아오시는 겁니까….”
집사는 그를 보더니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고 대성통곡했다.
“뭘 울고 있는 것이냐. 어찌 된 일이더냐? 소평파는 어디 있느냐?”
조공권은 분노한 목소리로 호통쳤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그는 소식을 듣고 바로 크게 분노했다. 간덩이가 부은 놈이었다. 감히 내사 대신의 집에 찾아와 소란을 피우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때, 비릿한 피 냄새가 그의 코를 강하게 찔러왔다. 그는 곧 눈을 돌렸고, 멀지 않은 곳에 피 웅덩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의아한 눈초리로 피 웅덩이를 보다가, 그 바로 옆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확인하고는 넋을 잃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빠르게 다가가 죽은 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소리를 지르며 시신을 끌어안고 소리쳤다.
“군아야! 군아야! 법사님, 법사님. 빨리, 빨리 살려 주십시오!”
어찌 살린단 말인가. 딱 봐도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그를 설득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 수밖에 없었다.
작은아들, 큰 손자들은 노인들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는 자식이었다. 조공권은 그야말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했다.
집안에 아직 혼인하지 않은 아들은 이 아이뿐이었다. 얼마 전 조당에서 칠 공주가 시집가겠다고 압박을 가할 때도 승낙하지 않았던 아들이, 오늘 이렇게 다른 사람의 손에 유명을 달리할 줄은 몰랐다.
비통과 절망 가운데 자리에서 일어난 조공권은 집 안에 있던 호위 법사를 부여잡고 말했다.
“내 가족조차 지키지 못하고, 내 집안에서 내 아들이 죽도록 내버려 두다니, 네놈들을 곁에 두어 무엇할까!”
하지만 조공권에게 붙잡힌 수행자는 난처한 얼굴로 말할 뿐이었다.
“대인, 소평파의 기세가 아주 흉흉했습니다. 심지어 그를 따르는 사람은 흑수대의 사람이었습니다. 또 손에 폐하의 영패를 가지고 있으니,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저희는 감히 독단으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어찌 감히 저들을 공격할 수 있단 말입니까. 만약 저들이 조금이라도 다친다면, 대인이 곤란해지실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것도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의 문제였다. 태숙웅이 소평파를 지키기 위해 파견한 수행자들은 다들 고수였다. 당연히 이들의 행동을 두고 볼 리 없었다.
조공권이 그를 밀치고 고함을 질렀다.
“누가 죽였나, 누가 내 아들을 죽였어!”
집사가 울부짖었다.
“소 대인입니다. 그 소평파가 직접 도련님을 죽였습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검으로 도련님을 찔러 죽였습니다!”
“헉!”
조공령이 가슴을 부여잡았다. 심장이 쥐어짜지는 것처럼 아팠다. 그는 일단의 수행자들에게 팔을 휘둘렀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소리쳤다.
“그대들, 그대들은 지금 당장, 지금 당장 그놈을 잡아 와라. 노부가 직접 그 개놈을 도륙 낼 것이다!”
하지만 수행자들은 그저 서로 눈치만 볼 뿐이었다. 그중에 한 사람이 말했다.
“대인, 저들은 흑수대의 사람들과 동행하고 있었습니다. 온 경성에서 폐하를 제외하고, 그 누가 감히 건들 수 있단 말입니까!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사가 나서서 조공권을 부축하며 말했다.
“대인, 이 부인, 삼 부인, 사 부인, 그리고 공자님들과 아가씨들이 모두 소평파에게 잡혀갔습니다. 소평파의 손에 인질이 있으니 경거망동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그들을 구해야 할 때입니다. 대인, 빨리 폐하를 찾아가시지요!”
“폐하? 맞아, 폐하. 가자, 노부가 궁에 들어가야겠다….”
조 공권이 소리치고는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정실부인이 아직 집안에 남아 있음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 * *
“폐하! 폐하! 큰일 났습니다!”
어서방,
도략이 빠르게 안으로 들어왔다. 대경실색한 모습이었다. 서탁에 앉아 상소를 확인하던 태숙웅이 고개를 들어 그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무슨 일이길래 그리 허둥대느냐?”
도략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폐하, 소 대인이 흑수대를 데리고 조 대인의 집에 가서 조 대인의 작은 아들을 사람들 앞에서 죽였다고 합니다!”
“허!”
태숙웅이 대경실색했다. 그는 깜짝 놀라 들고 있던 붓을 툭 떨어뜨리고는 벌떡 일어나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놈이 미쳤느냐? 내가 잘 감시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도략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아래에서 올라온 보고에 따르면, 소 대인이 갑자기 손을 썼다고 합니다. 너무나 예상을 벗어난 행동이었습니다. 누가 소 대인이 직접 조부에서 사람을 죽일 줄 알았겠습니까. 다들 미처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폐하, 이건 소 대인이 폐하께 올리는 혈서입니다.”
“혈서? 무슨 혈서란 말이냐?”
태숙웅이 서신을 낚아채듯이 가져가서는 펼쳐보았다. 과연 혈서였다. 하지만 그 필체가 단정한 것이 급박한 상황에서 작성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태숙웅은 내용을 보기도 전에 자신도 모르게 서신에 코를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확실히 짙은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의미더냐?”
도략이 당부하며 입을 열었다.
“아래에서 올라온 보고에 따르면, 소 대인이 조부에서 붓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사람들 앞에서 조 대인의 작은 아들의 피로 이 혈서를 써서 폐하께 보냈다고 합니다!”
“그놈이 정말 미쳤구나. 아니면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냐?”
태숙웅이 진노했다. 하지만 잠시 후, 놀랍게도 혈서의 내용을 확인한 태숙웅의 얼굴에서 천천히 분노가 옅어졌다. 내용을 모두 확인한 그는 혈서를 천천히 서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의 두 눈이 번득이고 있었다. 갑자기 냉소를 지은 그가 말했다.
“인제 보니, 경성에 혼인하러 온 것이 아니라, 조정의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왔구나. 그가 뱉은 한 사발의 피를 조공권 아들의 피로 되돌려 받았구나!”
도략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노신도 그 혈서의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제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어 흑수대의 사람들에게 소 대인을 저지하라 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폐하, 저지하라고 해야 하겠나이까?”
“저지? 뭘 말이냐? 그 개놈들이 감히 과인을 몰아붙였다. 누군가 나서서 그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맞다.”
태숙웅은 손에 든 혈서를 흔들며 말했다.
“우리 소 대인의 수법이 그야말로 대단하구나! 과인이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 이렇게 경성에 돌아오자마자, 번개와 같은 속도로 쓸어 버렸구나. 과인에게 혼인을 강요하던 그 개놈들이 어디 막을 수 있는지 두고 보자꾸나! 더 재밌는 일은 뒤에 있다. 이 혼사가 물거품이 되게 생겼구나!”
“폐하, 소 대인은 지금 조정의 문무백관과 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앞으로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입니다!”
태숙웅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조당의 사람들이 그를 먼저 적대했다. 지금 소 대인은 사태를 아주 정확히 보고 있다. 자신의 세력이 너무 약할 경우, 양보한다 해도 저들의 협력을 얻어 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건 저들에 대해서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개를 내밀어도 칼이 오고, 고개를 내밀지 않아도 칼이 오니, 이참에 그냥 대놓고 일을 치르기로 한 것이다! 지금 이건 과인을 끌어들여 같이 벼락에 맞서려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돕지 않을 수도 없구나. 소 대인의 수법과 능력을 보면, 환아가 그에게 시집갔을 때 행복할 리가 없지.”
손에 든 혈서를 서탁에 던진 황제가 말했다.
“곧 조 대인이 오겠지. 이렇게 하나둘 찾아오는 사람들을 다 만나면 과인도 아주 귀찮아지겠지. 일단 저들을 하나 하나 만나지 않고, 사람들이 다 모이면 같이 만나는 게 좋겠다.”
“알겠습니다!”
도략이 허리를 숙였다.
“노신이 바로 저들을 막으라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태숙웅의 시선이 문밖을 향했다.
“흠, 지금 란 귀비는 기뻐하며 혼수를 마련하고 있겠구나?”
“그런 것 같습니다.”
“공무란 아무리 처리해도 끝나지 않지.”
태숙웅이 서탁 위에 있는 상소들을 한번 보더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가자, 란 귀비에게 한번 들르자꾸나. 그리고 사람을 시켜 흑옥에서 얻은 진술도 한 부 가져오게 하라.”
“알겠습니다!”
도략이 대답하고는 태숙웅을 따라 문을 나섰다. 그는 문을 나서자마자 한 내시를 불러 명령을 내렸다.
황제가 온다는 말을 들은, 란 귀비는 혼수를 고르다 말고 다급히 나와 황제를 마중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태숙웅이 천천히 걸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한쪽에 쌓여있는 다채로운 비단을 어루만지고는 다시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고 물었다.
“혼수를 준비하고 있었느냐?”
란 귀비가 옆에서 미소지으며 말했다.
“딸아이의 혼인입니다. 폐하께서는 공무로 바쁘시니, 신첩이 신경 쓰지 않으면 누가 신경 쓰겠습니까.”
“하긴, 어미라면 마땅히 그리해야지.”
태숙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떤 것들을 준비했는지 물었다. 그리고 준비된 물건들을 돌아가면서 한번씩 보고, 마지막에서는 예단을 달라 하고는 그 내용을 살펴보기도 했다.
란 귀비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직 전부 다 준비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다행이지요. 폐하께서 살펴보십시오. 적당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뺄 것이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추가하겠습니다.”
“괜찮군, 괜찮아. 그냥 한번 둘러보는 것이다.”
태숙웅이 대충 둘러댔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끌자, 한 내시가 와서 도략에게 문서 하나를 건넸다.
도략이 살짝 내용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내시에게 물러가라 손짓했다. 그리고 자신은 태숙웅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폐하,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호오!”
태숙웅이 예단을 내려놓고, 문서를 받아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려 한쪽에 있는 정자로 가더니, 자리에 앉아 흑옥에서 보내온 진술서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란 귀비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조정의 기밀을 엿볼 수도 없었다. 심지어 옆에서 도략이 두 눈 뜨고 주변을 감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란 귀비는 찻물을 따르는 등 옆에서 알아서 시중을 들었다.
대충 문서를 모두 확인한 태숙웅이 고개도 들지 않고 입을 열었다.
“도략!”
태숙웅이 그에게 손짓했다.
“알겠습니다!”
도략은 그 즉시 손을 내저으며 주위에 있는 궁녀들과 내시들을 물러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