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7화. 본때를 보여주겠다
“노신은….”
이 대인은 할 말이 없었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머지 대신들도 하나둘 내용을 모두 확인하고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다들 자신들의 가솔을 잡아들인 이유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결국, 평소에 화신묘에 헌금이라는 명목으로 사례를 한 것이 문제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조당에 있는 문무대신들 중에 누가 송국에 협력했는지 어쨌는지, 헌금의 의도가 불순한지 어떤지, 이들이 그 누구보다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러한 일은 결단코 전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소평파가 지금 공적인 일이라는 명목으로 사적인 복수를 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황제가 소평파를 움직여서 하는 일이라고 의심을 하기까지 했다. 지금 이건 자신들이 연수해 황제에게 압박을 가했던 일에 대한 복수인 것이다!
하지만 이미 송국과 어떤 식으로든 얽혀 있다는 증거가 눈앞에 있었다. 그러니 그들의 가솔을 잡아다가 심문하는 것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외국과 내통했다는 혐의를 조사하는데, 아들이 그 앞을 감히 가로막다니? 그러니 서로 입을 맞출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과감하게 그를 죽인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후에 합당한 설명만 할 수 있다면, 흑수대는 그만한 권력이 있었다!
지금 문제는, 그 돈이 헌금이든 아니든, 이런 일과 얽혔으니, 그 누구도 조사할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은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지금 보니, 낮에 밖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한 것이 쓸데없는 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이들은 소평파가 헌금을 가지고 반격을 가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옆에서 방관하던 태숙비화는 이들 대신의 기염이 순간 사그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논리에서 반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는 황제가 도대체 저들에게 무엇을 보여주었는지 궁금해졌다. 그가 소매를 휘두르자, 법력이 주변에 휘몰아쳤다. 곧 대신들이 손에 들고 있던 진술이 모두 정갈하게 그의 손으로 날아왔다. 태숙비화가 천천히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태숙웅이 하하 웃었다.
“평소 국고가 비어가고, 굶주린 백성들이 길거리에 나앉을 때, 그대들에게 방법을 생각하거나, 선행을 베풀어 달라고 말했소. 그때는 다들 자신들도 그럴만한 돈이 없다면서,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적은 돈을 내밀며 생색을 내곤 했었지.
그런데 지금 보니, 배후에서 각 가문의 일개 가솔들이 사당에 헌금이라고 내미는 돈이 일 년에 백만 냥이 넘어가는 것 같군. 그 돈이면 굶주린 백성들을 수만 명은 구할 수 있었을 것이오. 대체 그대들은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 것이오?”
공 대인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폐하, 노신을 포함한 저희는 조정에 충성합니다. 설마 폐하께서는 정말 저희가 암중에 적국의 첩자와 내통했다고 여기시는 겁니까?”
태숙웅이 삿대질하며 분노했다.
“바로 과인이 그대들을 신임하기 때문에, 그대들이 지금 여기서 과인에게 변명할 수 있는 것 아니오. 그렇지 않았다면, 바로 이 증거만으로 그대들을 같이 붙잡아 갔을 것이오! 조정의 기강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과인은 이미 그대들의 체면을 충분히 세워준 것 같소.
이제 그대들의 가솔들이 이번 일에 얽혀 있으니, 그 결백 여부는 심문을 해보면 알 수 있지 않겠소? 만약 장문인께서 나서지 않으셨다면, 과인은 그대들을 만나고 싶지도 않았소. 그런데 그대들은 과인 앞에서 사람을 풀어주라 말라 하니, 무슨 의도인 것이오?”
이번 일은 진실이 어떠하든, 변명할 말이 없었다. 소부(少府) 설 대인이 포권을 하고 말했다.
“폐하, 법에 따라 각 관아가 담당하는 집법 분야가 따로 있습니다. 조정의 기강에도 그에 합당한 법률과 기율이 있습니다. 서민이 죄를 범했을 때와 관리의 가족들이 죄를 범했을 때 집행하고 처리하는 관련 관아가 따로 있습니다. 설사 죄가 있다 해도, 그들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흑수대는 진국의 정보기관으로, 어찌 정상적인 법 집행에 이처럼 간섭한단 말입니까!
만약 군대가 독단으로 민간의 사건에 개입해 사람을 잡아들인다면, 또 지방 관리들이 군영에 쳐들어가 사람을 붙잡아 심문한다면, 이 천하가 혼란스러워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폐하께서는 이번 사건의 혐의자들을 모두 관련 부서에 맡겨 조사하게 하소서!”
그의 목적은 간단했다. 일단은 흑수대의 손에서 사람을 구해 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가솔들이 흑옥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흑수대가 관리하는 흑옥이었다. 그곳의 형벌은 외적에게 대항하기 위해 설계된 특별한 것이었으니, 그 형이 매우 가혹하고, 잔혹하며, 공포스러웠다. 보통 뇌옥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곳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곧 그 뜻을 깨닫고는 분분히 포권하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폐하께서는 조정의 기강을 위해 법률과 기율에 따라 행하소서!”
조 대인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대신들과 같이 동의하고 나섰다. 그는 더는 무릎 꿇고 울며 애원해도 소용이 없음을 알았다.
그에 대해서 언급하자, 태숙웅이 다시 분노했다. 그는 대신들을 가리키며 호통쳤다.
“조정의 관원 중에 그대들 문하생이 몇이오. 그것도 아니면 관련 관아와 부서는 바로 그대들이 관리하는 곳이 아니오. 어째, 과인이 그대들의 가솔을 붙잡아 그대들에게 심문하게 해야 한단 말이오? 의심받을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정녕 모른단 말이오?”
태숙웅은 한마디로 다시 대신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태숙비화는 손에 든 진술을 확인하고는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그는 이미 싸늘한 눈으로 일곱 대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 대신은 자신들의 가솔들이 단순히 헌금이나 사례를 했을 뿐이고, 그 배후에 매국 행위 같은 잘못된 행동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또 자신들이 조당에서 혼인을 강요한 것은 그저 소평파를 음해하기 위해서지, 가무군에 협력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들 자신만 알고 있는 사실일 뿐이니, 태숙비화가 저 멋들어진 의복을 입고 있는 대신들의 속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최소한 손에 든 진술과 같은 단서는 의심스러운 부분을 명확히 하고 있었고, 이들의 신분을 고려할 때, 일단 저들이 외국과 내통했다면, 그 결과는 아주 끔찍할 것이 분명했다!
태숙웅은 태숙비화의 심경변화를 눈치채고 즉시 포권하며 그에게 물었다.
“장문인, 이 일을 어찌 처리해야겠습니까? 계속 조사할지, 하지 말지, 모두 장문인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태숙비화의 입에서 싸늘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조사해라!”
“알겠습니다!”
태숙웅이 대답했다. 태숙비화가 다시 눈앞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황제의 말이 맞다. 이러나저러나, 그대들의 가솔을 그대들에게 조사하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의심받을 만한 일을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청자자청(淸者自淸)이요, 탁자자탁(濁者自濁)이라 했다. 마음속에 거리낌이 없다면, 조사 좀 받는다고 달라질 것이 무엇인가. 그대들은 어찌 생각하는가?”
이들 대신은 속으로 끙끙 앓았다. 다들 태숙비화가 흑옥이 도대체 뭐 하는 곳인지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흑옥이 법에 따라 일을 하는 곳인가? 그곳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당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걸 입으로 말할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태숙비화가 입을 열었으니, 그들이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그저 다들 포권을 하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날이 늦었다. 그대들도 너무 오래 꿇어앉아 있었으니, 다들 피곤할 것이다. 일단 다들 돌아가서 쉬는 것은 어떤가.”
“알겠습니다!”
대신들이 명을 받고 다시 태숙웅을 보더니 포권했다.
“노신은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그들이 떠난 후, 태숙비화가 진술을 내밀자, 도략이 즉시 종이 뭉치를 받아들고 물러났다.
태숙비화가 태숙웅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게 계획이 있다면, 정당히 알아서 처리하도록 해라. 장로들 쪽과 다른 기운종 제자들 쪽은 신경 쓸 필요 없다. 그쪽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태숙웅이 포권하며 말했다.
“헤아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송국 사신관은 어찌 되었느냐. 사람을 보내 잡아들였느냐?”
태숙웅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백부님, 대외적인 움직임은 신중해야 합니다. 묘축을 매수했다는 말은 내부적으로 증거로 사용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외부에서 확실한 증거로 사용될 수는 없습니다. 가무군이 두 모녀에게 했던 말도, 호의로 했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그들은 그저 이 지경이 될 줄 몰랐다고 부인하면 그만입니다. 정말로 이를 대대적으로 밝힌다면, 진국 조당의 못난 꼴을 보여줄 뿐입니다. 천하의 사람들이 저희 진국을 비웃겠지요.”
“국가 사이의 일은 이처럼 통쾌하게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이쪽에서 만약 함부로 송국의 사신을 붙잡는다면, 송국도 즉시 우리 진국의 사신을 사로잡을 것이고, 동등한 보복을 가할 것입니다. 심지어 지금 최전방에서는 전쟁이 한창입니다. 송국 수행자들이 너무 과하게 개입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쓸데없는 일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 원한은, 나중에 전쟁이 안정된 후에, 기회를 봐서 갚아도 늦지 않습니다!”
태숙비화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네게 계획이 있다니 알겠다. 네게는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지. 알아서 하도록 해라. 아직 확인해야 할 상소와 처리해야 할 국사가 많을 것이니, 더는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돌아가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혹시 다른 분부가 있으시면 사람을 시켜 불러 주십시오. 소질은 이만 먼저 물러가 보겠습니다.”
태숙웅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나더니 뒤돌아 도략과 같이 떠나갔다.
잠시 후, 호숫가가 조용해졌다. 태숙비화가 손짓하자, 한 제자가 즉시 날아왔다.
“최전방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한창이다. 절대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 너는 저들 일곱 사람을 잘 감시하고, 혹시 의심스러운 일이 생기면 즉시 보고하도록 해라. 또 경성 상공을 순찰하는 인원에게 흑수대가 진실을 밝혀내기 전까지, 저들 일곱의 집안에서 날아오르는 모든 금시를 모두 중간에서 가로채 확인하라 일러라!”
“알겠습니다!”
제자가 명령을 받고 움직였다.
수행자가 방어하는 삼엄한 곳을 벗어난 태숙웅의 발걸음이 조금 느릿해졌다.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며 말했다.
“우리 소 대인의 손속이 번개보다 빠르고, 무엇보다 과감하구나. 그 결과가 어떠할지, 내일 아침이 되면 알 수 있겠지!”
도략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저들 대인들도 교훈을 얻었을 겁니다.”
태숙웅이 냉소 지었다.
“배후의 혼인 관계를 등에 업고, 과인이 저들을 어쩌지 못하리라 생각하다니, 확실히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때가 되었다!”
제왕으로서,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신하들이 자신에게 압박을 가하고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이었다. 특히 저들끼리 연수해 압박을 가하니, 태숙웅은 그것을 극도로 혐오했다!
* * *
눈앞에 황궁을 나서는 문이 보였다. 일곱 대신은 밤하늘 아래를 걷고 있었는데, 다들 안색이 한껏 굳어 있었다. 특히 조공권이 그러했다. 마치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여러분, 이대로 귀가하실 것이오?”
“공 대인께 다른 생각이 있으시오?”
“어떤 일을 했는지 안 했는지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우리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소. 폐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들 잘 알고 있지 않소. 말해 봤자 뭐하겠소. 저 소 대인은 원한을 품고 복수를 하는 것이 분명하오! 그가 뭘 하려는지, 우리가 어찌 모르겠소. 아마도 우리가 찾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그래서 여러분은, 어찌 가실 것이오?”
“경솔했소. 이제는 대세가 뒤집혔소이다. 흑옥이 어떤 곳이오, 만약 오늘 밤 그를 찾아가지 않으면, 우리 가솔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오. 아무래도 그에게 가는 것이 좋겠소.”
일행은 아들을 잃은 조공권을 힐끗 바라보더니, 다들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빨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