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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09화 (605/1,000)

1509화. 혼사 중지

다음날이 밝았다. 진국 조당, 많은 문무 대신들이 긴장한 얼굴로 조당에 올랐다.

국사, 전쟁, 천하의 사건들이 당연히 우선되었기에, 그것들부터 논의되었다.

어제저녁, 흑수대가 사람들을 잡아간 일은 큰 소란이었다. 하지만 조정의 신하들은 공사만을 언급할 뿐, 단 한 사람도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와 관련된 일곱 대신들은 어제 숙면을 취하지 못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들은 정신을 날카롭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높은 옥좌에 앉아 있는 태숙웅은 상황을 명확하게 보고 있었다. 어젯밤 이들 일곱 대신은 조정의 다른 관원들과 빈번한 만남을 가졌다. 흑수대가 이미 그 정보를 확보하고 있었다. 오늘 조회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태숙웅은 이미 추측하고 있었다.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게 얼추 중요한 논의가 모두 끝나고, 산회를 준비하고 있을 때, 한 관원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폐하, 소신이 어제저녁 듣기로, 칠 공주께서 북주자사 소평파에게 하가하는 일이 송국 첩자가 배후에서 계획한 음모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 흑수대가 그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녕 사실입니까?”

태숙웅이 담담히 말했다.

“사실이오!”

그 즉시 다른 관원이 나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소신은 감히 폐하께 이 혼인을 폐하라 청하나이다!”

“공주가 출가하는 일이오. 조당에서 의논하고 정해진 일이거늘, 어찌 이처럼 쉽게 번복한단 말이오?”

다른 관원이 나서며 말했다.

“폐하, 송국의 첩자로 인한 일임을 이미 알았습니다. 이 혼사를 절대 계속 진행하면 안 되나이다!”

다른 관원이 나서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적국의 첩자로 인한 음모입니다. 분명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니, 이대로 계속한다면 진국에 좋을 것이 없습니다!”

다른 관원이 나서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적국의 음모임이 명확한 상황에서 어찌 계속 진행한단 말입니까? 적국의 함정이 분명함에도, 어찌 그 안으로 뛰어든단 말입니까?”

다른 관원이 나서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지금 당장 이 혼사를 멈춰야 합니다.”

다른 관원이 나서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폐하. 자녀의 혼인은 작은 일이고, 국사는 중한 일입니다. 절대 이 때문에 나라를 망쳐서는 안 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조정의 신하들이 분분히 동의하고 나섰다. 그렇게 적당한 때에 조공권 등 일곱 대신도 동의하고 나섰다. 아무튼, 다들 적국의 음모라는 변명을 내세워 혼사를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조정의 정점에 있는 대신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비록 어찌 된 일인지 다 알고 있었지만, 이번 일에 신하들이 황제에게 혼인을 강요할 때에도 조용히 있었고, 신하들이 후회하며 혼인을 물리라고 말할 때도 여전히 조용히 있었다.

물론, 어제저녁 조공권 등 일곱 대신에게 속한 사람들이 그들을 각자 찾아왔었다. 진실이 어찌 된 일인지 그들에게 밝히고, 그들에게 애원했다. 만약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면, 오늘 이 같은 풍경도 없었을 것이다.

태숙웅이 내심 냉소 지었지만, 입으로는 위엄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들이 모두 적국의 음모를 간파했으니, 과인은 그대들의 청을 받아들이겠소!”

말을 마친 그는 소매를 휙 휘날리며 그대로 뒤돌아 대전을 빠져나갔다.

“영명하신 폐하, 만수무강하시옵소서!”

신하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 * *

제국 경성, 조용한 장원의 마당,

원래 주인이 키우던 꽃과 화초들이 몇몇 화분에서 자라고 있었다.

햇볕을 받으며 가무군은 벽돌이 쌓여있는 곳 앞에 서서 화분 안에 있는 잡초들을 뜯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주 담담하고 여유로웠다.

원종은 처마 아래 서서, 가무군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었다.

한쪽에 있는 우물에서는 위충이 물을 길어, 빨래를 그 안에 넣었다. 다만 보통 사람처럼 직접 손으로 빨래를 하진 않았다. 법력으로 가볍게 옷을 문질러 빨래를 했고, 그런 후에는 다시 법력으로 수분을 털어내고, 빨랫줄에 널었다. 보통 사람이 하는 것처럼 고되지 않았다.

이 장원은 잠깐 임대한 것으로 귀의의 제자가 사는 곳과 멀지 않았다. 단지 거리 하나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이곳에 온 후에 가무군은 이미 귀의의 제자가 있는 부근을 다녀왔었다. 그 근처에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

일단 지금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기다렸다. 진국 경성에서 소식이 오기를 기렸다. 일단 소식이 오면 어찌 움직일지 결정하기로 했다.

그때, 밖에서 마차 소리가 들려왔다가 멈춰 섰다. 마차가 장원 앞에 멈춰 선 것 같았다. 원종이 즉시 그곳을 바라보며, 동시에 처마 아래에서 몸을 날려 가무군 곁에 내려서서 주위를 경계했다.

화초들을 만지고 있던 가무군도 이상을 감지하고는, 의문스러운 얼굴로 원종을 바라보았다.

원종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오. 당연히 우릴 찾아올 사람도 없소.”

그의 눈과 귀는 사방팔방을 살피고 있었다. 동시에 위충에게 신호를 보냈다. 위충은 즉시 입구에 다가가 문틈 사이로 밖을 살펴보았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충이 원종을 보고 수신호를 보내고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이 왔지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신호였다.

원종이 신경 쓰지 말라며 손을 내저었다. 장원에 아무도 없는 척하라는 것이다. 다만 상대방이 알아서 떠나기를 바란 것이다.

하지만 ‘똑똑’하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을 때, 빗장이 덜컹하면서 열리는 것이 아닌가. 밖에 있는 사람이 법력으로 연 것이 분명해 보였다.

문이 그대로 열렸다. 한 사람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서자 위충이 그 사람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누구시오?”

문밖에, 한 대의 마차가 입구를 막고 있었고, 그 위에 한 사람이 앉아서 장원 내부를 싸늘한 눈으로 살피고 있었다. 마부 같았다. 들어온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질문을 던졌던 위충은 마치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것처럼, 크게 당황한 듯했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오히려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났다.

그 사람이 좀 더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원종은 상대방이 하나의 패를 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표묘각 인원임을 증명하는 신분패였다.

찾아온 사람들이 표묘각이라고? 원종의 동공이 빠르게 수축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살펴보았다. 혹시 누군가로부터 소식이 새어나가 자신의 위치가 발각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무군은 손에 들고 있던 잡초를 움켜쥐었다.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표묘각에 남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었고, 그 기억은 참으로 뚜렷했다. 저들은 이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때, 어떤 이치도 소용이 없었다. 그의 혀는 그렇게 표묘각이 뽑은 것이다. 그 고통스러움, 그 상황, 지금 생각해도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었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등 뒤로 손을 움직이자 문이 저절로 닫혔다.

위충을 뒤로 물러나게 한 그 남자는 허리띠를 풀어 외투를 벌려 표묘각의 의복을 보여주었다. 손에 든 신분패도 원종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가무군?”

가무군은 손에 쥐고 있던 잡초를 놓아 버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할 수 없으니, 포권으로 예를 올릴 뿐이었다.

원종과 위충도 묵묵히 포권을 했다. 그들은 상대방의 신분을 의심하지 않았다. 천하에 감히 표묘각을 사칭할 사람은 없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결국은 기본적으로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 표묘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들을 모두 잡아들였고, 기본적으로 아주 처참하게 죽였다.

상대방은 신분패를 수습하고, 외투를 다시 추스르며 의관을 정제했다. 그렇게 안에 입은 표묘각의 의복을 가린 후, 냉담하게 말했다.

“세 분은 우리와 함께 가줘야겠소.”

원종이 물었다.

“어쩐 일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오.”

그리고 위충에게 가서 휙휙 위충의 몸에 점혈했다. 그렇게 위충의 법력의 사용권을 봉인했지만, 위충은 조금도 반항할 수 없었다.

그는 마찬가지로 원종에게 다가가 빠르게 손을 썼다. 그렇게 원종의 법력을 봉인했다. 원종의 두 눈이 번뜩였지만, 마찬가지로 반항하지 않았다.

표묘각의 사람은 가무군의 어깨를 잡고 법력으로 내부를 살펴보았다. 확실히 수행자가 아님을 확인하고는 어깨를 놓아 주었다.

그렇게 위충과 원종을 제압한 상대방은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신호를 주며 말했다.

“갑시다!”

그리고 그가 먼저 뒤돌아 대문으로 가서 문을 열고 기다렸다.

가무군이 원종을 돌아보았다. 원종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가무군의 등을 살짝 밀었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라는 것이다.

그렇게 세 사람이 장원을 벗어나자, 상대방이 세 사람을 마차에 태웠다. 그리고 그 자신도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의 입구를 가리고 있던 천이 내려지자. 마부가 ‘이랴’하는 소리와 함께 마차를 몰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거리로 나와 그대로 번화한 경성을 가로질러 성문을 향했다.

한참 전쟁이 일어나는 때였다. 당연히 엄격한 검문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마부가 어디서 났는지 알 수 없는 통행패를 꺼내 들자 그들은 어떠한 검문도 없이 성문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성을 나선 마차는 갈수록 속도를 높였다. 마부가 휘두르는 마편의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마차의 바퀴가 격하게 흔들렸다. 마찬가지로 마차 내부도 요동쳤고, 법력의 제한을 받는 두 사람도 마차 안에서 꽉 붙들어야 넘어지지 않을 수 있을 정도였다.

가무군은 수시로 마차 내부에서 자신들과 같이 움직이는 표묘각 인원의 반응을 살피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는 지금 표묘각의 사람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위충은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저 내심 크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원종은 그나마 이 중에서 그나마 뭔가 추측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원종은 이들이 자신을 찾아온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일단 가능성이 낮은 일이긴 했다. 만약 정말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면, 두 사람만 온 것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다만 표묘각이 도대체 어떤 식으로 인원을 배치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방심할 수는 없었다. 방금 있었던 곳이 제경 경성 안이라 보는 눈이 많아 경거망동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고민에 빠져있던 원종이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쩐 일로 저희를 부르는 것입니까?”

그들과 같이 있는 표묘각 인원이 그를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 입 다물어라!”

원종, 가무군, 위충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침묵했다. 다들 각자 생각에 잠긴 채, 어쨌든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마차는 그렇게 족히 반 시진을 달렸다. 마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마차가 천천히 감속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말머리를 돌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차창의 천 너머로 마차가 관도를 벗어나 울퉁불퉁한 산중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연히 마차가 산을 탈 수는 없었다. 마차는 어쩔 수 없이 한쪽에 있는 골짜기로 들어갔다. 그렇게 직접적인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은 곳에 마차가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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