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0화. 너는 간산월이 아니다
마차 입구의 천이 열리고 그들과 같이 있던 사람이 뛰어내리더니 밖에서 외쳤다.
“내려라!”
마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마부가 이미 마차에서 내린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크게 경계하는 모습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마차 안에 있는 세 사람은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천천히 마차에서 내렸다. 그들도 다들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웬걸, 아직 어찌 된 일인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원종이 이미 표묘각 인원에게 붙잡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다른 한 사람도 가무군과 위충을 붙잡고 그 뒤를 따라 날아올랐다.
그렇게 산을 가로질러 날아오른 다섯 사람은 깊은 산을 뚫고 들어가 한 외진 협곡에 도달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세 사람을 풀어주었다.
세 사람은 협곡의 환경을 살펴보고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사람이 있어 보이는 환경은 아니었다. 당연히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왜 자신들을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마부가 뒷짐을 지고 가무군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가무군, 표묘각에서 네게 물어볼 말이 있다. 그 무엇도 숨기지 말고 묻는 말에 답하라.”
가무군이 포권을 하며 알겠다는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부가 물었다.
“진국의 칠 공주와 소평파의 혼인을 네가 배후에서 조종한 것이 맞느냐?”
그 말을 들은 세 사람은 다소 의외였다. 자신들을 이곳에 데려와서 묻는 것이 그 일이란 말인가?
원종의 두 눈이 번뜩였다. 마음속에 의문이 일었다. 자신을 찾아온 것이 아니란 말인가?
가무군도 멈칫하더니, 잠시 망설인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부가 다시 물었다.
“그 의도가 무엇이냐?”
가무군이 자신의 입을 가리키더니, 다시 원종을 가리켰다. 마부는 당연히 그의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알았다고 하며 가무군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원종이 가무군 곁으로 다가갔다. 곧 그의 등에 가무군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원종이 가무군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
“표묘각은 속세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마부가 담담히 말했다.
“이건 간섭이 아니다. 관례에 따라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아라.”
그렇군, 가무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감히 숨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표묘각이 자신을 찍었으니, 숨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의 최종 목적은 폭로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지금 거짓을 말하면, 나중에 어찌 될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송국의 승상부가 자신 때문에 얽혀들 수도 있었다.
가무군은 원종의 입을 빌려 자신의 목적을 고분고분 알려주었다. 마부는 그 모든 것을 들은 후에 다시 물었다.
“만약 그렇게 소평파를 죽음으로 몰아붙이지 못한다면, 다음에는 어찌할 생각이었느냐?”
가무군이 다시 고분고분 다음 계획을 알려주었다. 그 결과를 들은 마부와 다른 사람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 후에 다시 물었다.
“너와 소평파는 아무런 원한이 없다. 어째서 그를 해치려 한 것이냐.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이냐?”
“남주의 상조종!”
위충의 마음속에 의문이 일었다. 조웅가가 아니란 말인가? 설마 표묘각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인가?
마부가 경악했다.
“감히 헛소리하는 것이냐? 네가 어째서 상조종을 위해 움직인단 말이냐?”
가무군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상조종이 자신을 어떻게 비밀리에 불렀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원종은 자신도 모르게 뒤돌아 가무군을 보았다. 인제야 우유도가 그를 어떻게 불러들였는지 알게 된 것이다.
대략적인 맥락을 파악한 마부가 원종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너는 누구냐?”
원종이 침묵했다. 그가 누구인지 당연히 말할 수 없었다!
휙! 상대방이 갑자기 손을 써서 원종의 가면을 뜯어냈다. 진짜 얼굴이 드러난 원종의 신분은 이미 죽었다고 알려진 자금동의 태상 장로 종곡자였다!
종곡자는 더는 과거의 늙은 모습이 아니었다. 정기신 모두 과거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순간, 원종의 두 눈에 흉악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두 눈을 가늘게 뜬 그는 빠르게 주위를 살폈고, 또 빠르게 주변을 관찰했다.
손에 가면을 들고 있는 마부는 잠시 넋을 잃었다가 경악하며 말했다.
“나는 간산월을 만난 적이 있다. 너는 간산월이 아니다. 너는 누구지?”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한 사람도 종곡자가 생소했다. 두 사람 모두 종곡자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하기서, 만나본 적이 없는 것이 아주 당연했다. 종곡자는 자금동의 태상 장로였다. 평상시에는 당연히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가 활약을 펼친 시기는 아주 예전이었고, 최근에는 아주 긴 시간 동안 귀면각 안에서만 지내던 사람이 아닌가.
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위충과 가무군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모르는 얼굴이었다.
원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깊은숨을 들이쉬며, 등을 서서히 굽힐 뿐이었다.
마부가 호통쳤다.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려 하는구나. 본때를 보여줘야 진실을 토로하겠구나!”
그리고는 원종의 어깨를 붙잡기 위해 용조(龍爪)를 만들어 손을 뻗어왔다. 원종에게 고통을 가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허리를 굽히고 있던 원종이 갑자기 가슴을 폈다. 그 순간, 원종으로부터 두려울 정도로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부는 대경실색했다. 원종을 향해 뻗어가던 다섯 손가락이 그의 어깨 바로 앞에서 조금도 전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어찌 된 일인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원종이 한쪽 손을 휘둘렀고, 번개와 같은 장력이 마부의 가슴에 새겨졌다.
쾅!
마부가 입으로 선혈을 뿜으며 날아갔다. 그는 그대로 절벽에 부딪혔다가 굴러떨어졌다. 입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오는 마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너….”
다른 표묘각 인원이 대경실색했다. 자신이 직접 상대방의 몸에 금제를 가했었다.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즉시 그는 큰일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방이 너무 강했다. 동료가 상대방의 일장을 견디지 못한 것을 두 눈으로 보지 않았던가. 당연히 자신이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대로 몸을 날려 도망치려 했다.
다만 그 순간, 원종이 허공을 움켜쥐자, 마부가 뜯어낸 가면이 다시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원종의 신영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도망치는 표묘각의 인원을 따라 날아가기 시작했다.
도망자가 아직 협곡을 벗어나기도 전에 허공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원종은 단 한 손으로 상대방의 호체강기를 파괴했다. 마치 독수리가 병아리를 낚아채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원종의 다섯 손가락은 이미 도망자의 등을 파고들어, 도망자의 척추를 움켜쥐고 있었다.
원종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허공에서 몸을 틀어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위충은 놀라 숨을 들이켰다.
원종은 도망자를 허공에 가볍게 던지더니 다른 한쪽 팔을 사용해 도망자의 허리를 쳤다. 으직!
“아아악!!”
도망자는 단말마를 내뱉고는 그대로 땅에 떨어져 부들부들 떨었다. 척추가 부러져버린 것이었다. 당연히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고, 이제 평생 그는 장애인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돼버린 도망자를 내버려 둔 채, 원종은 빠르게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가무군은 깜짝 놀랐다.
위충은 최소한 어찌 된 일인지는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범인인 가무군에게는 그저 그림자가 힐끗하는 것만 보였을 뿐이었다. 마치 빠른 새가 자신의 눈앞을 휙 스쳐 지나간 것처럼, 재빠른 신영이 휙휙 움직이는 것 같은 그림자만이 보였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의 눈에 다시 뭔가가 보였을 때는, 이미 표묘각의 두 인원이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변화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원종은 손에 들고 있던 가면을 다시 뒤집어썼다. 법력이 흡수력을 발휘하자, 가면은 빠르게 다시 얼굴에 들러붙었다. 그렇게 신속하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건 범인이 가지지 못한 능력이었다.
위충을 빤히 바라보던 원종은 허공을 격하고 몇 곳을 짚었다. 곧 지력이 위충을 타격했고, 위충이 고통에 신음하며 몇 걸음 물러났다.
곧 체내에 금제 당했던 위충의 법력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주먹을 불끈 쥔 위충은 금제가 풀렸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선생님을 보호하고, 저들 두 사람을 잘 지켜보아라!”
원종이 당부하고는 그대로 몸을 날려, 빠르게 주위에 있는 숲속으로 스며들었다. 마치 뭔가를 찾는 것 같았다.
위충은 주변을 뒤지는 원종의 그림자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토해냈다.
“대단한 실력이구나!”
가무군이 다가와 위충의 가슴에 글을 썼다.
‘얼마나 강한가?’
위충은 가무군의 손길이 그리는 글씨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원종처럼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가무군이 한 번 더 손짓으로 글을 쓴 후에야, 위충은 그가 무엇을 묻는지 깨닫고는 대답했다.
“제가 보았던 수행자 중에서, 저분보다 강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정말로 강하십니다!”
가무군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진 채, 힘겹게 숨을 내쉬는 사람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에 우려가 떠올랐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보기에 원종은 미친 것 같았다. 표묘각 사람에게 독수를 쓰다니. 이제는 정말로 하늘을 범하게 되었다.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는 진심으로 상조종에게 묻고 싶었다. 어디서 저런 미치광이를 찾아왔단 말인가. 저런 자를 감히 부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단 말인가?
가무군은 왕소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 왕소는 원종이 있다면 그를 안전하게 보호할 것이라 했다. 그 말이 맞았다. 표묘각 인원에게 독수를 쓸 정도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으니 말이다!
잠시 후, 주변을 뒤지던 원종이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원종은 허리가 부러진 채 땅에 쓰러져 있던 도망자의 몸을 한쪽 발로 짓이겼다.
“커헉!”
도망자가 입에서 피를 한가득 토해냈지만, 원종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차분하게 물었다.
“겨우 너희 둘이서 우리를 찾아왔단 말이냐?”
도망자는 크게 두렵기도 했지만, 용기를 내어 크게 말했다.
“간덩이가 부었구나. 감히 우리에게 손을 쓰다니,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 만약 우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너희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원종이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결과? 내가 이미 손을 썼다. 네놈들이 말하는 결과를 내가 신경이나 쓸 것 같으냐? 네놈은 일단 네놈의 목숨이나 신경 쓰도록 해라. 말하면, 그 목숨을 살려주마. 말하지 않으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상태로 만들어 주마!”
도망자는 참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큭! 이미 병신이 된 몸이다! 게다가 내가 말한다 해도, 네놈이 나를 살려주겠느냐?”
그 순간, 원종이 상대방의 복부를 밟고 있던 발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우드득!
“으악!”
갈비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소리가 났고, 도망자는 엄청난 고통에 크게 울부짖었다.
그때, 절벽 아래서 비틀거리며 일어난 사람이 급히 도망치려 했다. 사실 정신을 차린 지는 좀 되었지만, 뒤틀린 내력을 다시 정돈하느라, 기절한 척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이 상대한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조금이나마 기력을 회복해서 단숨에 도망치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마부가 하늘로 날아오른 순간, 원종이 싸늘한 눈으로 그를 돌아보더니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 그대로 마부를 원종에게로 끌고 왔다.
곧, 원종이 마부의 어깨를 움켜잡았고, 으득 소리가 나며 상대방의 어깨뼈가 부서져 버렸다.
“아악!”
마부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곧 원종은 마부의 몸 여러 군데를 빠르게 지혈해 그의 내력을 제압했다.
마부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바로 옆에서 울려 퍼지자, 척추가 부러진 자는 결국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소리 질렀다.
“말하겠다! 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