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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11화 (607/1,000)

1511화. 폭풍전야

원종이 가볍게 발을 들어 압박을 줄여주고는 물었다.

“또 누가 있느냐?”

“없다. 아무도 없다. 우리 둘뿐이다.”

원종의 손에 매달려 있는 마부도 식은땀을 흘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밖에 없다.”

원종은 이미 주위를 살펴보았다. 또 직접 돌아다니며 살펴보았다. 확실히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원종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너희 둘뿐이라고? 나는 표묘각의 행동 방식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처음부터 질문할 생각이었다면, 성 안에 있는 장원에서 물어보았으면 그만이었다. 이처럼 수상쩍은 모습으로 우리를 성 밖으로 데려오고, 다시 이처럼 인적이 없는 곳으로 데려온다고? 거짓을 말하니, 고생을 해보아야 생각이 바뀌겠구나!”

“좋아! 다 말하겠다!”

마부가 다급히 말했다.

“우리가 이러는 것은 모두 상부의 지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상부에서 너희에게 정보를 획득하고, 너희를 죽이라 했다.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희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가무군 등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죽이려 했다고? 원종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우릴 죽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하지 않았던가? 네놈들의 수상쩍은 모습을 보면, 도저히 표묘각의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표묘각에 소속된 밀정들은 신분을 숨기기 위해, 또 누군가 그들을 통해 비밀을 알아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신분을 드러내고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희가 이러는 것은 이미 규칙을 어긴 것이다. 이제 우리를 죽이려고까지 한다고? 이건 천하의 질서에 직접 간섭하는 것이다. 네 상부는 죽고 싶어 환장했단 말이냐?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으냐?”

마부가 다급히 대답했다.

“우리 또한 지령을 받은 후에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라고 이 일을 하고 싶어 했을 것 같으냐? 하기 싫었다. 하지만 상부에서 내려온 지령이니,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단 말이다.”

“네놈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자가 누구냐?”

마부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척추가 부러진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가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말하면 안 돼! 말하면 우리는 이용가치를 잃어버린다!”

마부가 깜짝 놀라 즉시 입을 다물었다.

그 순간, 원종이 갑자기 발을 들어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걷어찼다. 그는 그대로 부웅 날아가 절벽에 부딪혔다.

퍽! 머리가 절반 정도 움푹 들어가더니 뇌수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바닥에 떨어진 남자는 몇 번 꿈틀거리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무군과 위충은 대경실색했다. 정말로 표묘각의 사람을 죽이다니!

원종이 싸늘한 눈으로 손에 들린 마부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하지 않으면 내가 죽이지 못할 줄 알았느냐?”

마부가 참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만약 상부가 누군지 밝힌다면, 더는 내가 필요 없어지겠지. 그러니 넌 나를 바로 죽일 것이다. 그러니 말해도 죽는 건 마찬가지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니, 내게 선택권이 없구나!”

“그러니 죽기 전에 한마디만 하겠다. 상부에서는 이미 우리가 너희를 찾아온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너희도 결국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표묘각의 힘은 너희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꼬리를 밟혔다는 건가. 그래, 굳이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원종이 다시 마부를 죽이려는 것을 보고 가무군이 ‘어어’ 거리며 손을 내저었다. 죽이지 말라는 것 같았다.

원종이 뒤돌아보자 가무군이 빠르게 다가와 원종의 등에 글을 적어 나갔다.

‘죽이면 안 됩니다. 살려 주십시오!’

“선생님, 미안하오. 이번에는 그대의 말을 들을 수 없소. 내 얼굴을 보았으니, 이자는 반드시 죽어야 하오!”

가무군이 다시 빠르게 글을 적어 나갔다.

‘아니 됩니다! 상대방의 행위가 표묘각의 규칙을 어긴 것을 알았으니, 이번 일이 참으로 수상합니다. 그러니 그자를 살려두면, 어쩌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원종이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어 말했다.

“위충, 지금 즉시 전서를 보내어 상황을 알리고, 어찌해야 할지 물어보아라!”

위충이 크게 불안해하며 말했다.

“너무 다급하게 나오다 보니, 금시를 장원에 두고 왔습니다. 돌아가서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지금 위충이 더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표묘각의 인원을 죽이는 일에 얽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위충이 자신의 위신을 걱정하는 건 아니었다. 이 때문에 혹여나 상청종이 말려들지는 않을까 하여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마부는 갑자기 자신이 살아날 희망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급히 말했다.

“날 살려주면, 어떻게 표묘각으로부터 피해야 하는지 내가 알려줄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임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으니, 표묘각에서도 쉬이 우리를 쫓지 못할 것이다. 표묘각에서 다시 추가 인원을 보내려면 이 일이 어찌 된 것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할 텐데, 그리되면 이 일이 표묘각의 규칙을 어긴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주인 또한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도움이 되어줄 수 있다.”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본 마부는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원종이 싸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지만, 마부는 또다시 다급히 말했다.

“내가 당신들 손에 있으니, 모두 진실을 말하겠다. 내 말이 하나라도 거짓이라면, 내가 죽을 것임을 내가 모르겠는가?”

가무군이 즉시 다시 원종의 등에 손을 움직였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원종이 침묵했다. 마부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이 갑자기 마부의 몸 중 한 곳을 점혈했다. 마부의 두 눈이 뒤집혔고, 그가 그대로 쓰러졌다. 원종은 그를 붙잡고는 그가 입고 있는 옷을 벗겨낸 후, 그 안에 있는 표묘각의 의복도 벗겨내었다. 그 후에 그를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죽은 자의 몸을 뒤적였다. 그렇게 원종은 성문을 나설 때 이들이 꺼내 들었던 통행패를 찾아냈다. 그 후의 장면은 조금 잔인했다.

원종이 시신을 들어 올리고, 양손에 강한 힘을 모았다.

펑! 시신이 그 옷과 같이 가루가 되어버렸다. 곧 주위에 혈무(血霧)가 자욱하게 깔렸다.

그 혈무 속에서 원종이 다시 뛰어나와 한 손에 마부를 든 채, 다른 손에는 가무군의 팔을 붙잡고는 소리쳤다.

“가자!”

원종이 몸을 날리자, 위충이 그 뒤를 쫓았다.

일행은 마차에서 내린 곳으로 돌아가니, 마차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일행이 마차에 올랐을 때, 위충이 조심스럽게 원종에게 물었다.

“법력이 봉인된 것을 어찌 피하신 겁니까?”

“내 경지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원종은 더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지, 한마디로 위충의 입을 다물게 했다. 원종은 가무군을 마차에 오르게 하고는 마부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위충은 어쩔 수 없이 임시 마부가 되어 말 고삐를 잡고 산길을 달렸다. 상청종에서 잡무를 도맡아 했던 그였기에 마부의 일은 그에게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마부가 되어 말의 부담을 줄이고, 거친 산길에서 말을 도와 길을 잘 인도했다.

그렇게 마차를 다시 관도 위에 올린 후, 위충은 마부석에 올라타고 마편을 내리쳤다. 그러자 마차가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일행은 곧장 제국 경성으로 향했다.

흔들리는 마차 안,

가무군이 다시 손을 뻗어 원종의 등에 글을 써 내려갔다.

‘당신은 간산월이 아니군요. 당신은 누구입니까?’

일전에 남주 쪽에서 그에게 전서를 보내, 자평휴로 하여금 간산월을 수호 법사로 초청하는 데 협조해 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자평휴가 간산월을 만나보았지만, 당시 간산월은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후, 갑자기 자칭 간산월이라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그때 그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인제 보니, 이 자는 처음부터 간산월이 아니었던 것이다. 가무군은 대체 남주에서 자신에게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소. 중요한 것은 내가 선생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오. 이런 일은 자세히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되는 일이오.”

‘감히 표묘각의 사람을 죽이다니,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이 일이 남주에 해가 될 수 있음을 아십니까?

“그대도 이미 말려든 이상, 두려워해도 소용없는 일이 있기 마련이오. 나는 말할 수 없소. 선생도 더는 물어보지 마시오!”

가무군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천천히 손을 내렸다….

통행패는 여전히 쓸모 있었다. 마차가 성 안으로 들어서기까지 아무도 그들의 앞을 막아서는 사람이 없었다. 일행은 그렇게 얼마 전까지 머물던 장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마차 자체가 차단막의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일행은 마부를 빠르게 거처 안으로 옮기고는 마차를 밖에 묶어 놓았다.

세 사람이 돌아왔다. 원종의 지시에 따라서 위충은 가장 먼저 소식을 보내기 위해 움직였다. 위충이 금시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새장 밖에 금시가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사이에 소식이 온 것이다.

위충은 즉시 소식을 해석해서 그걸 가지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가무군이 소식을 확인했다. 진국 경성 쪽에서 보내온 소식이었다. 내용을 확인한 가무군은 멈칫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서신을 원종에게 건네주었다.

원종도 서신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진국 조당의 사람들이 죽어도 소평파를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하지 않았소?”

가무군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등 뒤로 다가간 그가 손을 들었다.

‘제가 소평파의 능력을 너무 얕잡아 본 것 같습니다. 진국의 힘으로 소평파를 제압하지 못했습니다. 각종 흔적을 보자면, 경성에 돌아가서 반격했다고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소평파 곁에는 분명 다른 세력이 그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진국 힘의 감시를 벗어난 세력이 소평파에게 있습니다…. 전 왜 표묘각의 사람이 우리를 찾아왔는지 그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원종이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그대 말은 표묘각의 세력이 지금 소평파를 돕고 있단 말이오?”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마 틀림없을 겁니다. 이러면 어째서 표묘각의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왔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들이 제게 물었던 내용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보니 우리를 찾아온 자들은 소평파가 궁금해했던 내용을 알아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말고, 남주도 소평파를 얕잡아 본 것 같습니다. 아마 남주도 이 사실을 모르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사전에 당부해 주었을 것입니다.’

원종의 얼굴이 굳어졌다. 바람이 일고, 구름이 솟아오르는 느낌이었다. 폭풍전야였다.

‘진국 경성에서 실패했으니, 제경에서 더는 손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상황을 모르니, 경거망동할 수 없습니다. 지금 즉시 남주에 이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또, 저희도 숨어들어, 상황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숨어 있어야 합니다. 적은 어두운 곳에 있고 저희는 밝은 곳에 있으니, 일단 저희를 지켜보는 시선으로부터 도망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좋소!”

원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즉시 위충에게 일을 처리하게 했다.

위충은 즉시 지금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쓰고는 금시를 날렸다. 그리고 빠르게 제경에 있는 송국의 밀정에게 연락했다.

그들에게 연락하는 이유는, 일행의 날짐승을 그들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위충은 그들에게 연락하여, 날짐승을 약속된 위치로 옮겨달라는 명령을 내렸다.

모든 일을 처리한 후 위충이 돌아왔다. 일행은 위충이 돌아오자마자 마부를 마차에 집어넣고는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

일행은 마차 속에서 모두 말이 없었다. 그렇게 다들 경성을 떠났고, 약속한 곳에 도착해 빠르게 날짐승을 타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마차는 그곳에서 만난 송국 사신에게 그대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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