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4화. 대장군호(大將軍呼)
우유도는 조웅가가 지금까지 어떻게 오상에게 들키지 않고 마전을 숨길 수 있었는지 깨달은 것 같았다.
“그러니 그 물건은 네가 사용해라. 나보다 네게 더 필요할 것이다.”
조웅가는 우유도 손에 있는 무량과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무에 달린 무량과 열두 개를 다 땄으니 이거 하나 정도는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우유도는 그대로 무량과를 다시 조웅가에게 던져 주었다. 무량과를 다시 받아든 조웅가는 아연실색하며 말했다.
“열두 개 모두가 대체되었단 말이냐?”
조웅가는 우유도가 어떻게 그리했는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우유도가 끄덕이며 말했다.
“사숙의 도움이 없이는 이 물건을 얻을 수도 없었겠지요. 도움을 주셨으니, 사숙도 이걸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처리할지는 마음대로 하십시오. 다만 제 의견을 말하자면, 지금 잘 숨겨 놓았다가, 나중에 적당한 때에 꺼내서 사용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웅가가 웃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마음속에서부터 우유도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무량과는 보통물건이 아니었다. 이처럼 그냥 아무에게나 주고 싶다고 가볍게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미소지으며 잠시 침묵하던 조웅가는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지저분한 가방 안에서 마찬가지로 지저분한 검은 천을 꺼내 무량과의 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잘 감쌌다. 그리고 다시 가방에 넣고는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주마. 귀면은 나도 파훼할 방법이 없다. 상숙청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마 다른 사람이 대신 파훼해 줄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우유도가 즉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조웅가가 말했다.
“귀면은 사실 일종의 부적이라 할 수 있다. 음부(陰符) 말이다!”
“음부(陰符)? 음의 부적? 그게 뭡니까?”
이제야 숨길 것이 없다는 듯, 조웅가는 홀연히 털어놓았다.
“사실 그 얼굴은 귀면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마전에 기록된 이름은 ‘대장군호(大將軍呼)!’다.”
우유도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대장군호…. 대장군의 부름이라…. 여전히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귀면은 사실 하나의 병부(兵符)라 할 수 있다!”
그 순간 우유도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음부? 음의 부적? 병부? 설마 저승의 군대를 지휘하는 병부라도 된단 말입니까?”
조웅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이 맞을 것이다.”
우유도는 매우 놀라며 말했다.
“이 보십시오. 조 사숙. 확실히 말해 주십시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그럴 것이라니요? 그런 것입니까, 아닙니까?”
“세상에 있는 모든 귀신을 조종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직접 제련한 음혼(陰魂)을 조종하는 건 아무 문제 없지…. 과거 네 사부 동곽호연을 믿었기에, 네 사부의 애원을 버티지 못하고, 당시 술을 마시고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까마귀 장군을 제련하는 방법을 그에게 알려주고 말았다. 귀면, 바로 그 병부는, 까마귀 장군을 호령할 수 있는 병부다!”
우유도가 경악하며 말했다.
“동곽호연이 까마귀 장군을 제련할 수 있었단 말입니까?”
조웅가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이 제련하고 조종하는 그 몇몇 까마귀 장군 정도는, 손에 병부를 들고 있다고 말할 만한 것이 아니지! 더욱이 오상이 알고 있는 제련법은 처음부터 완전하지 않았다. 몇 대 전 마교의 성녀가 그 당시의 상황 때문에, 제련법을 일부러 불완전하게 개조한 후, 일부 까마귀 장군을 만들어 호위로 삼았었다. 오상이 알고 있는 방법은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 진정한 까마귀 장군 제련법이라 할 수 없지.”
“병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천군만마를 호령할 수 있어야 진정한 병부라 할 수 있지 않으냐! 오상이 가지고 있는 그 몇 마리 까마귀 장군으로 어딜 비비느냐? 병부를 가진 자, 그가 바로 대장군이니, 대장군이 친림하다면, 그의 호령 아래 천군만마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목숨을 내 던질 것이다. 그러니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병부라 할 수 있다!”
우유도가 안면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상숙청의 손에 천군만마의 음병(陰兵)을 호령할 수 있는 병부가 있단 말입니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취하셨습니까? 이게 함부로 해도 되는 말입니까? 아마도라니요? 확실하지도 않은 일을 제게 알려주신 겁니까? 설사 그게 정말이라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당시 영왕 상건백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중 누구도 상숙청보다 나이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처럼 중요한 병부를 당시 갓난아이였던 여아의 몸에 심는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얼핏 들으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사실 아주 합리적인 일이다. 이런 일은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 상건백의 아들은 다들 어느 정도 나이가 있었다. 그런 그들의 얼굴이 갑자기 귀면이 된다면,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지 않겠느냐? 너는 병부의 제련 비밀을 모르니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내가 보기에 전장에서 수시로 생사를 넘나드는 사람이 이 병부를 가지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러니 방금 태어난 갓난아이, 그것도 상시 보호를 받으며 규중에서 생활하는 여자아이보다 더 적당한 대상은 없어 보이는구나.”
“너는 마전을 남긴 이향이 여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자는 양기가 강하다. 양기가 너무 강한 정혈로는 음혼을 제련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여인의 정혈이 오히려 더 적합하지. 그러니 상숙청이 동곽호연으로 인해 병에 걸려 귀면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저들이 ‘대장군호’의 병부 제련을 시작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물건을 제련하는 데 상숙청의 정혈이 필요합니까?”
조웅가는 우유도가 뭘 의심하는지 알고 말했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아무리 많은 까마귀 장군을 제련해도, 사람의 정혈이 그리 많이 필요하진 않다. 그저 바늘에 묻은 피를 제련한 까마귀 장군의 천령(天靈)에 넣기만 하면 된다. 당연히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죽음에 이르는 지경까지 갈 필요도 없다. 그 목적은 단지 까마귀 장군에게 주인을 알아보게 하는 용도일 뿐이다. 일단 주인으로 섬기면, 대장군이 있는 곳에 바로 까마귀 장군들이 있을 것이다. 대장군이 만약 죽게 된다면, 그들도 대장군을 따라 같이 저승으로 향할 정도로 이들은 충성심이 뛰어나다!”
“게다가 이들은 평생 오직 한 사람만 따를 뿐, 절대 다른 자를 따르지 않는다. 상숙청을 죽이면 병부가 사라지는 것이니, 대체 누가 그들을 호령할까? 그러니까 일단 상숙청이 죽으면, 그들 까마귀 장군은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숙청과 까마귀 장군들은 이미 혈기로 묶여있는 것이다.”
“상숙청의 얼굴에 있는 병부 또한 이미 상숙청의 혈맥과 얽혀 있으니, 그 생명과 얽혀 있다 할 수 있다. 만약 강제로 그걸 분리하려 한다면, 상숙청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상숙청의 귀면을 파훼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다. 상숙청 그 자신만이 가능하다.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우유도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 십만 까마귀 장군이 정말 존재한단 말입니까?”
“귀면이 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상숙청의 얼굴에 남아 있겠느냐? 그건 아직 계약이 존재한다는 의미와 같다. 그러니 까마귀 장군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수가 십 만인지는 나도 모르겠군. 하지만 당시 상황을 추측해 볼 수는 있지. 동곽 사형은 수시로 영왕을 따라 출정을 했다. 아마 사자의 음혼을 수집하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했던 거겠지.”
“그 당시 영왕은 연군을 이끌고 동정서벌을 하고 있었다. 쉽게 생각해봐도, 당시 전사한 장수가 십만에 불과했겠느냐?”
“충성심이 깊은 상숙청의 까마귀 장군을 제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 씨의 병사들이어야 했을 것이다. 만약 적군의 장수들을 이용해 까마귀 장군을 제련한다면, 하나로 묶이지 못하고, 충돌이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정말 까마귀 장군이 십만에 달한다면, 그건 십만의 충혼인 것이다! 하아, 십만의 영령이, 사후 안식을 얻지 못하다니, 이 얼마나 큰 악업이란 말인가!”
“사숙조차도 그 수량을 모른다니, 그 말은 제련방법을 전수했을 뿐, 제련에 참여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군요?”
조웅가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오상에게 감시를 받고 있었다. 반면에 동곽 사형이 만들려 한 것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까마귀 장군의 군대였으니, 내가 어찌 수시로 영왕을 방문할 수 있었겠느냐?”
“만약 정말 십만의 까마귀 장군이 있었다면, 상조종은 어째서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까?”
“그 일은 당연히 기밀이었을 것이고, 아마 그 비밀이 알려지기 전에 동곽호연이 불의의 습격을 당하여 죽임을 당한 것일 게다. 그러니 상조종 일행은 이 비밀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 비밀은 수면 아래로 묻히고 만 것이지. 다만,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자가 아직 이 세상에 한 명 더 존재한다는 것을 오상이 몰랐을 뿐….”
“어쨌든 그 수만의 까마귀 장군은 지금까지 깊은 잠에 빠져있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병부가 아직 상숙청의 얼굴에 드러나 있는 것을 보면, 아직 까마귀 장군을 깨우지 않은 것이다. 일단 까마귀 장군을 깨우면, 상숙청 얼굴의 귀면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어째서 까마귀 장군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겁니까?”
“보통의 음혼이 진정으로 싸울 줄 아는 까마귀 장군이 되기 위해서는 침전과정이 필요하다. 장기간 음기를 흡수해야 하지. 그렇게 충분한 음기를 흡수해야지만, 까마귀 장군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그저 죽은 음혼을 간단히 회수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명령을 따르는 충실한 까마귀 장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고, 그제야 진정으로 제련이 완료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네가 보기에 십만의 까마귀 장군이면 천하를 손에 쥘 수 있어 보이더냐? 일단 구성이 움직이면, 구성의 능력만으로도 그 십만의 까마귀 장군을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구성이 쓰러지지 않으면, 십만의 까마귀 장군이 있다 한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는 그걸 쉽게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모르겠다…. 어쩌면 상조종도 이 비밀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정말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는 일이기에, 지금껏 비밀로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천하에 변고가 생기면, 또 적당한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 까마귀 장군을 동원하려 할 수도 있지.”
“그건 아닐 것 같습니다. 상조종은 정말로 이 비밀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곁에서 본 결과, 상조종에게서 이 비밀에 대한 그 어떤 수상한 기색도 눈치채지 못했으니까요. 상조종은 곁에서 가장 친밀히 지내는 자에게 이런 비밀을 철저히 감출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신중한 자는 아닙니다.”
“그래, 내 생각에도 그게 맞다. 아마 영왕도 자신이 그렇게 죽을 것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알려주지 못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기밀이라 한들, 세 아들에게 알려주지 않았을 리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