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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518화 (614/1,000)

1518화. 나는 쓸모없는 폐물이다

우유도가 자조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 말했다.

“열두 개 무량과를 모두 땄다고 이야기했지요.”

조웅가가 가볍게 대답했다.

“그래서? 난 흥미 없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그렇게까지 절 방비할 필요 있습니까?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는 다 들어보아도 되지 않습니까?”

조웅가가 술 단지를 들이키며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

“나도 돌아가 봐야겠다.”

그러더니 바로 떠나려는 것이 아닌가. 우유도가 그런 조웅가의 팔을 붙잡더니 말했다.

“멀리서 찾아와 신분까지 밝혔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하려고 만난 것이 아닙니다. 어렵게 만났으니, 할 말은 해야겠지요. 마교의 좌사와 관계가 나쁘지 않다던데요?”

조웅가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냐?”

“자꾸 헛소리하지 마시고요. 그래서 사이가 좋습니까?”

“나쁘지 않지.”

“믿을 만한가요?”

“괜찮지.”

“괜찮다면, 그에게 무량과를 하나 주는 건 어떻습니까?”

조웅가가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에게 무량과를 주려는 것이냐?”

“열두 개입니다. 아무리 귀중한 것이라도, 제가 이걸 혼자 다 먹겠습니까? 최대한 빨리 나눠주고, 최대한 빨리 안배를 끝내야지요. 지금 보니, 마교가 암중에 운용하는 인원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조웅가는 자신의 팔을 잡고 우유도의 팔을 쳐내고는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고개를 저었다.

“남천무방은 믿을 수 없다.”

“방금 괜찮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괜찮기는 하지.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으로 문제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상이 지금까지 오랫동안 마교를 건들지 않았다. 다른 문제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단 말이다. 남천무방이 바로 오상이 내 곁에 심어 놓은 사람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유도가 멈칫하더니, 다시 쓴웃음을 지었다.

“경각심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그냥 네 곁에 믿을 만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 좋겠다.”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이 물건은 믿을 만하다고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 제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싸움꾼 몇 명이 늘어난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언제든지 구성이 천하 세력을 불러모아 모조리 쓸어 버릴 수 있지요. 이 일에서 사심은 배제해야 합니다. 구성에 대항하는 세력이 방대할수록, 우리의 힘이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그래야 구성이 나를 한방에 무너뜨릴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간단한 말이었다. 하지만 조웅가에게는 곧 세상을 덮쳐올 폭풍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머리가 얼얼해지며, 가슴속에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구성에 대항하고자 한다는 말을 했다. 그냥 하는 말도 아니었고, 이미 계획을 실행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미 구성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도 있는 상태였다. 그야말로 가슴이 요동치는 것 같았다!

조웅가는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저분한 얼굴을 들어 올려 상부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바라보았다. 상부를 투과해 들어오는 그 빛을 보며, 마음속에서 천하의 사람들에게 한마디 외치는 것 같았다. 누가 상청종은 안 된다고 했던가?

조웅가는 울고 싶었다. 다만 결국에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었다. 조웅가는 우유도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고 있었다. 다시 우유도를 빤히 바라본 그가 정색하며 말했다.

“네 것은 남아 있느냐?”

“아직 제 경지로는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지금 당장은 쓸 수 없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정도로 사심 없이 무량과를 나눠줄 정도는 아닙니다. 사숙도 제가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미 스스로를 위해 한 알을 남겨놓았습니다.”

“나는 쓸모없는 폐물이다. 상청종은 네가 잘 돌봐주어라. 가보겠다.”

조웅가는 그 말을 남기고 뒤돌아 눈 깜짝할 사이에 동굴을 빠져나가 버렸다. 우유도는 조웅가의 그 한마디에 넋을 놓았다.

동굴 밖에서 기다리던 운희는 날아서 동굴을 빠져나가는 인영을 힐끗 바라보았다.

잠시 후, 우유도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변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운희가 그에게 밀서를 건네며 말했다.

“방금 받은 거야. 이미 해독을 해 놓았어.”

우유도가 내용을 확인했다. 남주에서 전달해 온 서신으로 가무군이 보내온 소식이었다. 그 내용을 확인한 것만으로 우유도가 대경실색했다.

“그놈이 그 상황을 벗어나다니!”

“네가 어째서 그 같은 일개 범인을 죽이지 못해 안달인지 이제 나도 좀 알겠군. 확실히 보통 사람이 아니야. 상황을 그렇게까지 만들었는데도, 피해갈 수 있다니!”

우유도는 밀서의 내용을 빤히 확인하더니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의외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지요. 이놈은 위기대처 능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입니다. 과거 북주에 있을 때, 이미 그를 두 번이나 사지로 몰았지만, 모두 그를 놓쳤지요. 제경에서는 호운도와 손을 잡고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또 놓쳤지요….”

서신의 내용을 계속 읽던 우유도의 동공이 갑자기 빠르게 수축했다.

“표묘각?”

소평파 배후에 표묘각의 세력이 있었다니. 이 갑작스러운 소식을 접한 우유도는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소평파의 능력에 표묘각의 세력을 더한다면,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질 지경이었다.

어찌 이 사실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만약 우유도가 죽음으로 성경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소평파가 쳐 놓은 그물에 그대로 뛰어들 뻔했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비록 표묘각에서 찾아오기는 했지만, 이건 단지 가무설의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니, 사실이 아닐 수도 있어.”

우유도가 서신을 빤히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가무군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이런 판단을 내렸을 리 없지요. 여기 적힌 내용을 보면, 이 가설이 맞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렇다면 그 원종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 감히 표묘각의 사람에게 살수를 쓰다니!”

우유도는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

“가죠. 가무군을 만나봐야겠습니다.”

“만수문으로 가지 않고?”

“표묘각에서 가무군 일행을 찾아왔다가 죽임을 당했지요. 이건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가무군조차 깜짝 놀라 숨어들었습니다. 이 일은 반드시 직접 가서 어찌 된 상황인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제가 사로잡은 그 사람을 직접 심문해 봐야겠습니다. 우리 따로 움직이지요. 누님은 일단 송국을 한번 들려주십시오!”

떠나기 전에 우유도는 급하게 원강에게 소식을 전했다. 우유도는 원강에게 말하길, 최대한 빨리 운희가 자평휴를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라 했다. 그리고 일단 이상이 발견되면, 그 즉시 자평휴를 없애라고 했다.

운희를 움직인 것은, 혹시라도 모를 만약의 상황에서 일을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어쩔 수 없었다. 표묘각이 찾으려는 사람은 가무군이었다. 가무군이 사라졌으니, 분명 자평휴를 찾아갈 것이다. 일단 자평휴가 지레 놀라 남주의 일을 모두 토설한다면, 우유도가 경영하는 남주의 세력이 한순간에 끝장날 수도 있었다!

표묘각의 사람을 죽였다. 일단 표묘각이 이를 발견한다면, 반드시 엄벌을 내리려 할 것이다. 표묘각은 이런 일에 단 한 번도 자비를 베푼 적이 없었다!

동시에 원강에게 이르길, 사여래와 연락을 취해, 지금 표묘각의 상황을 주시하게 하라 일렀다. 혹시라도 이상이 생기면 늦지 않게 연락을 달라고도 당부했다.

그리고 우유도는 운희와 헤어져 홀로 움직였다. 두 사람이 타고 온 날짐승은 우유도가 먼저 사용하기로 했고, 남주에서 날짐승을 보내 중간에 운희를 마중하기로 했다.

사실 운희는 날짐승이 필요 없었지만, 안전을 위해서, 최대한 실력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았다.

* * *

“환아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란 귀비는 쟁반을 들고 좌우를 둘러보고 있었다. 곧 침상 구석에 맨발로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는 태숙환아를 보았다. 아이의 침울한 모습을 본 란 귀비는 가슴이 미어졌다.

탁자 위에 물건을 내려놓은 그녀는 침상으로 다가가 딸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환아야, 뭘 좀 먹으렴.”

태숙환아가 조용히 말했다.

“부황은 어째서 약속을 어기셨나요?”

란 귀비가 억지로 입을 열어 말했다.

“몇 번이나 물어보는 것이냐. 네 부황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태숙환아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생각지도 못했다. 조당에서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더는 바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토록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문무백관들이 적국의 음모라고 트집을 잡고 조당에서 이미 결정 난 일을 부정해 버렸다.

사실 태숙환아는 소평파에게 시집가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하고자 한 이유는, 소평파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그는 이미 모든 것을 들어 알고 있는 듯했다. 소평파는 경성에 돌아오자마자 흑수대의 인원을 동원해서 사람들을 잡아들였고, 심지어 직접 조 대인의 아들을 죽이기까지 했다. 하룻밤 사이에 이번 일이 철저하게 뒤집혔다. 그 속도의 빠르기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소평파는 그렇게 자신이 계획한 일을 모두 성사시켰다.

태숙환아는 그날 밤, 농가에서 두 사람이 만났던 때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소평파는 그녀가 무슨 짓을 하든 간에 그에게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주었었다!

상대방은 자신을 이처럼 경멸했다.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사실상, 소평파는 태숙환아를 안중에 두지 않은 것이 맞았다. 공주면 어떠한가? 소평파의 머릿속에는 그녀의 희로애락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소평파는 이미 진국 경성을 떠난 상태였다.

번개가 내리치는 것처럼 빠르게 위기를 해소한 후, 바로 진국 경성을 떠나,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사실, 빠르게 떠나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 소평파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원한을 샀는지 알고 있었다. 만약 계속 경성에 남아 있다면, 어떤 반격을 받을지 몰랐다. 그전에는 흑수대의 힘을 이용해 반격했지만, 수많은 조정의 신하들과 대항할 때 계속 흑수대의 힘을 빌릴 수는 없었다.

흑수대의 직책은 그런 일을 하는 데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황제가 허락하지 않을 터였다!

소평파는 지금 기반이라는 것이 없었다. 정확히는, 조정의 신하들과 정면으로 대항할 실력이 없었다. 그러니 숨어야 했다. 그가 어디 있는지 조정의 신하들이 모르는 곳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숨어들어야 했다. 대공을 세운 후에, 그것이 공표된 후에, 정말로 그에 상응하는 권력을 손에 넣은 후에, 조정의 신하들과 싸울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그러니 이번 전쟁은 그에게 극히 중요했다!

강가,

소평파는 피풍을 휘날리며 강가에 있는 큰 바위 위에 앉아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소삼성이 가까이 다가와 허리를 숙이고 조용히 말했다.

“대공자님, 지배인님이 왔습니다.”

소평파가 돌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어찌 부르지도 않았는데 직접 왔단 말이냐?”

“모르겠습니다.”

“큰일이다!”

소평파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람이 그의 피풍을 크게 부풀어 오르게 했다.

“아마도 가무군이 도망쳤나 보다.”

소삼성이 경악하며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가무군이 숨어들지 않았다면, 표묘각의 세력으로 찾지 못할 리 없다. 지금까지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장이 없었다. 그의 태도가 자못 오만했지. 그런 그가 갑자기 직접 찾아왔다. 분명 사람을 찾았다는 좋은 소식을 전하려는 것일 리 없다. 분명 무슨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가자!”

두 사람이 그대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얼마 움직이지 않았을 때, 등에 검을 메고 있는, 누가 봐도 수행자의 모습을 한 사람이, 호위들에게 가로막혀 있었다.

소평파는 방문자의 얼굴이 매번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소평파는 그곳에 도착해 주위 호위들에게 물러가라 손짓했다. 그리고는 둘이서만 강변을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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